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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상처 ㅣ 스토리콜렉터 1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11월
평점 :
비극의 역사가 개인의 삶에 남긴 상처들
- 위정자의 잘못된 판단이 국민을 고통에 빠뜨리는 비극의 역사는 수없이 많았다. 우리에게는 일제 강점기 36년의 상처가 아직 우리 사회 곳곳에 심각한 상흔을 남기고 있지 않은가? 그런 비극의 역사는 때로는 개인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롯해 강제징용 피해자들, 히로시마 원폭의 피해자들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에도 그런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우리의 일제시대와 비슷한 아픈 과거가 독일에서는 '홀로코스트'로 대변되는 히틀러의 시대가 아니었을까? 내가 독일의 역사나 현재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분명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독일도 여전히 히틀러 시대의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간다고 한다. 그 시대를 겪지 않은 젊은이들이 그 시대에 대한 반성에 반발하는 신나치즘으로 사회의 갈등요소가 된다는 뉴스도 들은 기억이 있다. 이처럼 시간이 지나도 치유되지 않고 남아있는 상처는 종종 소설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이 소설도 그런 소설이다. 홀로코스트라는 아픈 역사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복수 이야기. 지옥을 경험했기에 처절할 수 밖에 없는 복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타우누스 시리즈 중에 최고 !!!
- 넬레 노이하우스라는 평범한 주부를 일약 스타작가로 만들어 준 타우누스 시리즈. 국내에서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가장 먼저 소개되었지만 타우누스 시리즈는 독일에서는 유명한 시리즈이다. [사랑받지 못한 여자]-[너무 친한 친구들]-[깊은 상처]-[백설공주에게 죽음을]-[바람을 뿌리는 자]로 이어지는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 이 소설이다. 독일 내에서 평가는 이 작품이 가장 뛰어나다고 하고 작가 자신도 가장 아낀다고 한다. 국내에 출간된 시리즈를 모두 읽은 내가 판단했을 때도 단연 최고라는 생각이다. 시대의 아픔을 개인적 비극으로 연결시키는 부분도 자연스럽고 이야기의 중심을 과거의 사건이나 역사적 아픔에 두지 않고 현재의 살인사건에 두고 풀어가는 부분도 좋았다. 총 5건의 살인사건을 추적해나가는 보덴슈타인-피아 콤비의 활약은 여전히 뛰어나고 사건의 진상에 다가갈수록 조금씩 보여주는 작은 반전들도 뛰어나다. 시대의 아픔과 그 아픔을 가져온 원인에 대한 시비를 가리지 않으면서 아직까지도 청산되지 못한 과거의 망령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사회 고발적인 성격도 마음에 든다.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사회적, 역사적 주제의식이 뚜렷하다. 시리즈 전반에 흐르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에 대한 고발은 여전히 가지고 있으면서 사회성과 역사성을 추가했다. 피아와 보덴슈타인 콤비의 호흡이 점점 들어맞는 부분도 흥미롭다. 시리즈 전체를 이끌어가는 중반의 추진력을 만들어낸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남는 것...
- 독일은 우리에 비해 과거사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진 사회로 알고 있다. 지금이라도 과거의 나치 전력이 드러나면 아무리 힘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회에서 매장될 수 있을 정도로 과거사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인식이 확고하다고 알고 있다. 그런 독일 사회에서도 드러나지 않는 아픔은 여전히 존재하고 과거사 청산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일제의 잔재는 제대로 청산되지 못했도 친일 행각을 벌인 이들이 오히려 큰소리치며 살아가고 있다. 과거사 논쟁은 이미 끝나버린 일에 대한 쓸데없는 발목걸기로 인식되고 있다. 독일의 사회와 비교하면 너무 부끄럽지 않은가? 과연 우리에게 과거사 청산은 가능한 일일까?
도서 추천 지수 : 95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