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나를 죽여라 - 이덕일의 시대에 도전한 사람들
이덕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모든 사서는 승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록이며 승자의 의도에 의해 왜곡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패자의 기록은 역사에 누락이 되거나 의도적 왜곡에 의해 훼손이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역사의 패자를 추적하고 그들의 생을 재조명하는 것은
수많은 사서를 쫒아 승자의 역사를 연구하는 것 보다 몇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그전에 패자의 입장을 고려해 보고 그들의 삶과 사상을 추적하고자 하는 의식이 전환이 필요하다. 

이덕일 선생은 이미 '여인열전'을 통해서 유교적 사회속에 철저히 외면된 여인들을 데리고 나온 적이 있다.
이번에는 시대의 보편적인 진리(?)-그 시대 대다수가 믿고 있던 진실-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주체적인 사상과 신념을 밀고 나간 패자들의 이야기를 끄집어 냈다.
대다수가 믿고 따르는 사상과 체제를 거부했으니 그들의 결말은 패자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데려나온 패자들은 단순한 패자들이 아니다.
그들의 시대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한 패자로 남았으나 후세에 그 사상과 신념이 커다란 물결을 이루고
세상을 발전시키고 변화시키는 초석이 되었던 위대한 위인들이다. 패자이긴 하지만 그래서 승자의 이야기다. 

보수와 사대를 시대의 이념으로 삼던 조선에서 중국을 부정하고 주체적인 조선을 추구했던 인물들,
지독한 신분제의 사회에서 서자로, 또는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나려 했던 인물들,
실학과 동학등의 새로운 사상으로 수명이 다해가던 조선의 마지막 부흥을 꿈꾸던 인물들,
시대가 인정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길을 가서 후세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인물들. 

26명의 인물들이 내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들의 삶이, 그들의 사상이, 그들의 신념이 나에게 전해져 왔다.
정도전, 허균, 허난설현 등 이미 이런저런 책으로 접했던 인물들도 있었고
이긍익, 이광사, 김창숙 등 내게는 생소했던 인물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세상과 불화하는 과정을 보면 오늘날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있다.
백성과 왕에 대한 충성보다는 자신의 이익과 자신이 속한 파당의 이익을 위하는 인간들.
끝내는 왕을 선택하는 '택군'의 경지까지 이르고 그들의 위치를 지키지 위해 발악하는 인간들.
그들의 모습은 어쩌면 온갖 욕을 다 먹으면서도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는 지금의 정치인들과
두렵고 섬찍하게 닮아있다. 그들의 그런 행동의 결과를 생각하면 더욱 더 무서워진다. 두려워진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다.
너무도 작은 분량에 너무도 많은 인물을 실어서 일까? 그들의 삶이 너무 간략하다.
내가 알고 있던 인물들이라면 조금 덜했지만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인물들에 대한 호김심을 채워주기엔
이 책의 간략한 소개 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조금 더 두꺼워 지더라도 자세히 실어주었으면....
형이상학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론이 많이 나온다.
교양역사서라면 일반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하고 부족한 부분은 친절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덕일 선생의 저서의 특징이 바로 그런 설명이 너무 잘되 있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나처럼 이론적이 기초가 부족해도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팬이 되어 버렸는데 이 책은 예외다.
이론적인 내용에 대한 사서를 인용하면서도 그 내용에 대한 설명이 많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너무 내용이 너무 어려워 져서 말하고자 하는 인물의 사상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마치 이덕일 선생이 아닌 다른 사람이 쓴 것 처럼 불친절한 책이 되고 말았다. 

나름 이덕일 선생의 저서를 많이 읽었다고 자부하는데 이 책은 정말 아쉽다.
선생의 저서 중에서 감히 제일 어려웠다고 말할 수 있다. 아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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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죽음
기욤 뮈소 지음, 이승재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한동안 기욤뮈소에 빠졌던 적이 있다.
오로지 하나 사랑이라는 주제로 한편의 영화같은 소설을 만들어내는 그의 능력에 빠졌던 기억.
그러나 3권의 책을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요소들의 반복이 지겨워서 급격히 흥미를 잃었다.
배경은 미국의 대도시, 주인공은 성공한 의사나 변호사이지만 상처를 지닌 사람들,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현실적인 장치들.
오래간만에 다시 집어 든 그의 작품 '완전한 죽음'도 이 도식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치열항 생존경쟁의 바다인 뉴욕의 변호사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변호사인 네이션.
가난한 가정부의 아들로 태어나 치열한 경쟁을 부단한 노력으로 이겨 낸 성공스토리의 주인공.
그러나 자신의 실수로 아들을 죽였다는 죄책감과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의 상처를 지니고 살아간다.
어느날 그의 앞에 타인의 죽음을 예지할 수 있는 '메신져'라고 자처하는 사람이 나타나고
네이션은 자신에게 죽음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메신져의 예언대로 자신의 눈 앞에서 타인의 죽음이 실제로 나타나게 되고
네이션은 메신져의 얘기를 믿지 않을 수 없게 되는데.... 

'완전한 죽음'에 대해 작가는 모든 미움과 증오를 용서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사랑을 말해주고 그들 사이에서 편안하게 눈을 감는 것이라고 한다.
누구나 꿈꾸는 그런 죽음.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죽음.
죽음이란 여기저기 존애하고 있으며 예고없이 어느 순간 갑자기 다가온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을 대비하지 못하기에 많은 후회를 남기고 맞이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작가는 네이션을 통해 누구도 감히 예비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해 삶을 통해 준비하라고 한다.
죽음을 눈 앞에 두고 네이션이 하는 행동들은 평소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인데
우리는 욕심에 눈이 멀어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것을 통해 삶의 자세를 이야기하는 소설. 이 작품은 그래서 뛰어나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비슷한 설정과 운명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 없다는 운명론적인 시각.
인간의 일상적인 능력을 벗어나는 존재의 출현. 기욤위소의 특징을 그대로 재현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식상해 버렸던 기억을 되돌려 버린다. 감점요소.
사건의 흐름도 너무 인위적이다.
그렇게 긴 세월동안 만들어지고 커졌던 갈등요소들이 너무도 빨리 해결된다.
게다가 상대는 네이션이 죽을 거라는 것을 모르는 상황에서 말이다.
소설의 주제를 보여주기 위한 인위적인 전개라는 인상이다. 역시 감점. 

이 책은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연애소설이다.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루는 것은 네이션과 멜로리의 사랑이고
그들의 사랑과 이별과 재회가 가장 큰 사건이기 때문이다.
역시 기욤뮈소는 사랑에 능한 작가다. 

대부분의 기욤뮈소의 작품들이 그렇듯이
이 작품 하나로 본다면 대단히 재미있고 뛰어난 작품이지만
너무도 동일한 설정에 질린 탓에 감점이 많이 된 느낌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무척 재미있고 생각할 내용이 많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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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 루주의 개선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3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천재적인 의사의 비밀과 그를 둘러싼 살인사건을 다룬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소아과 간호사를 둘러싼 살인사건을 다룬 [나이팅게일의 침묵]
단 2권의 소설로 다구치-시라토리 콤비를 최고의 언발런스 콤비로 등극시킨 가이도 다케루.
그가 다구치-시라토니 콤비에 얼음공주 '히메미야'를 등장시킨 세번쨰 소설을 선 보였다.
이번엔 응급의료센터의 독재자이자 병원의 스타인 제너럴루즈의 뇌물수수를 다룬 [제너럴 루즈의 개선] 

도조대학 병원의 오렌지 신관을 출범 초기의 웅장한 계획과는 달리
매년 반복되는 만성적자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병원의 계륵이 되어간다.
병원의 수익개선을 목표로 구조개혁에 나선 사무장의 압박으로 궁지로 몰리게 되는 오렌지 신관.
이 오렌지 신관을 지배하는 독재자이자 병원의 최고 스타의사인 응급구명센터의 '히야미' 부장.
'제너럴 루즈'라는 명예롭고 동시에 시기의 대상이 되는 별명으로 대변되는 바 대로
타고난 카리스마와 뛰어난 실력으로 오렌지 신관을 장악하고 있다.
그런 그가 뇌물을 수수하고 있다는 익명의 투서가 다구치의 리스크 매니지먼트 위원회에 전달된다.
다구치와 대학 동기이며 개인적으로 친한 히야미와 관련된 뇌물수수에 대해
다카시나 병원장은 '바티스타 스캔들' 이후로 다구치의 앙숙이 된 '에식스 위원회'에 의뢰를 하게 된다.
또 다시 사건에 휘말리게 된 다구치와 어김없이 뜬금없이 나타나는 시라토리, 거기에 얼음공주까지...
응급구조의 신인 '히야미'는 결국 경영합리화의 희생양이 될 것인가?
뇌물수수 스캔들의 진실은 무엇일까? '에식스 위원회'와 '리스크 위원회'의 대결은 어떻게 될 것인가? 

심장외과의 현실을 다룬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소아과의의 현실을 다룬 [나이팅 게일의 침묵]에 이어
이번엔 응급구명센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심장외과, 소아과, 응급구명센터의 공통점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병원의 입장에서는 계속 유지시킬 수도 그렇다고 없앨 수도 없는 계륵같은 존재들이다.
가이도 다케루는 자신의 메티컬 엔터테인먼트 시리즈를 통해서 수익을 우선으로 하는 지금의 대학병원에서
경제논리에 의해 서서히 존재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관심을 이끌어 내고 있다.
순수한 학문의 연구나 환자의 치유를 우선으로 하기보다 경제논리에 좌우되고 있는 대학병원의 현실을
냉철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메스를 대고 치밀한 논리로 경제논리를 깨뜨리고 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화식조' 시라토리는 어쩌면 작가의 분신인 듯한 느낌이다.
시라토리의 신분을 대학병원의 이런 변화에 일조하고 있는 공무원으로 만든 점도 재미있다.
공무원의 입에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논리를 시라토리가 대신함으로써 공무원들에 대한 비판도 담고 있다. 

이 책은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원래 한권의 책으로 내려던 것을 두개의 책으로 분리해도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나눈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비교해 보면 시간의 흐름이 정확히 맞아 떨어지고 사건의 흐름도 맞아 떨어진다.
[나이팅게일의 침묵]을 읽으면서 뜬금없이 등장했다 퇴장하는 인물(기사라기 쇼코 같은)들을 보면서 의아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보니까 그 때의 등장들이 뜬금없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이 책을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함께 읽어야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따로 따로 떼어 놓으니 뭔가 허전함이 남았었는데 함께 읽으니 완성도가 높아졌다.
차라리 두께가 더 두꺼워 지더라고 원래대로 한권으로 나왔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바티스타 스캔들'에서 시라토리에 의해 완전히 휘둘리던 다구치.
병원내 권력투쟁에서 전혀 무관심으로 일관하다 우연히 사건에 휘말려 우왕좌왕 하던 다구치가
이번 작품에서는 훨씬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
여전히 권력투쟁에는 무관심하지만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병원 권력의 중심이 되어 버렸고
논리 몬스터 시라토리의 맹공에 여전히 휘둘리지만 나름의 영역을 확보해 가는 모습까지.
같은 시기에 일어난 [나이팅게일의 침묵]에서 보다 훨씬 발전된 논리와 영역을 보이는 것을 보면
일관성이 조금은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어떻게 같은 시기에 저런 차이를 보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 책에 새로 등장하는 얼음공주 '히메미야'. 그야말로 폭소를 자아내는 인상적인 등장이다.
'미스 도미노' 같은 등장을 하기도 하지만 응급상황에서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라토리의 첫 등장 보다 훨씬 유쾌하고 훨씬 인상적인 등장이다.
앞으로 그녀의 활약이 기대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시라토리와 히메미야의 틈바구니에 끼어 버릴 다구치를 생각하면 조금 불쌍하기도 하지만. ^^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가이도 다케루의 작품들은 스릴러나 미스테리가 아니다.
몇몇 작품에 그런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그의 소설의 장르는 '엔터테인먼트'이다.
말 그대로 '즐거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반인이 절대로 접근하기 힘든 의료계를 재료로 하는.
외과의사로 현장을 누볐던 경험이 바탕으로 하는 실감나는 묘사와 날카로운 비판,
어쩌한 반박도 허용치 않을 만큼의 완벽한 논리로 무장한 카타르시스까지. 즐거움의 향연이다.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두뇌의 유희를 선사하는 종합 선물세트 같은 소설이다. 

응급 구급센터의 재정 악화를 리베이트로 메꾼다는 설정의 문제는 어쩔 수 없는 결점이다.
현장의 소리를 모르는 이론적 윤리만 강조하는 '윤리위원회'에 대한 비판이라고 하더라도
'윤리 위원회'를 아무 소용없는 이론의 장으로만 묘사하는 부분도 어쩔 수 없는 문제이다.
이 부분은 작가 역시 의사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의사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 비약이 좀 심한 느낌이다.
'의료와 윤리'의 문제는 단 한권의 소설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작가의 주장도 하나의 주장일 뿐이고 그 주장에 대한 수용은 독자의 선택이다.
그러나 그 선택의 결과에 상관없이 이 책을 여름의 더위를 충분히 식혀줄 수 있는 즐거움을 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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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계약 1 뫼비우스 서재
할런 코벤 지음, 김민혜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마이런 볼리타 시리즈. 그 시작을 만나다. 

얼마전에 읽은 [페이드 어웨이].
주로 북 카페에서 책 정보를 얻어서 선택하는데 [페이드 어웨이]는 내가 스스로 선택했던 책이다.
게다가 재미있었기까지 했으니...
나름 유명한 '마이런 볼리타' 시리즈라고 하길래 시리즈를 다 읽기로 작정하고 그 시리즈의 처음을 찾았다.
그 책이 바로 [위험한 계약]. 총 2권짜리 책이고 각 권의 두께도 만만지 않았지만 주저없이 선택했다. 

여전히 매력적인 캐릭터들.  

'여전히'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내가 이 책을 먼저 읽고 시리즈 다음편을 읽었다면 '여전히'라는 말이 맞겠지만 거꾸로 읽었더니... ㅎㅎ
암튼 '마이런 볼리타' 시리즈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매력은 상당하다.
슈퍼 히어로가 나오지는 않지만 모든 것에 만능인 만화 주인공 같은 인물들.
'마이런', '윈', '제시카', '에스페란자'.
이 4인방은 어쩌면 옆집에 살고 있을 것 같은 인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절대로 평범하지 않는 인물들이다.
평소에는 보통 사람 같다가도 위기에 처하면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비범한 인물들.
각각의 인물이 모두 매력적이고 개성이 강하고 유혹을 당하고 싶은 인물들이다. 

이번에 미식축구. 사라진 슈퍼스타의 애인을 찾아라 !!! 

마이런은 초보 에이전트로 대학 최고의 미식축구 스타인 '크리스천 스틸'의 대형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구단과의 불편한 의견차이로 계약의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돌발변수가 나타난다.
크리스천의 애인으로 1년전에 실종된 '캐시 컬버'의 나체사진이 실린 포르노 잡지가 크리스천의 앞으로 배달된 것.
모두들 죽었다고 생각하는 캐시의 사진으로 크리스천은 혼란에 빠지고 마이런의 계약도 난항을 거듭한다.
게다가 캐시는 마이런의 전 애인인 '제시카 캘버'의 동생.
동생의 실종에 이어 아빠의 석연치 않은 죽음을 겪은 제시카는 '마이런'을 찾아온다. 물론 다른 목적도 가지고...
결국 자신의 최대 물주인 크리스천의 의뢰와 제시카의 부탁으로 마이런은 캐시를 찾아나서게 되는데...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 수록 점점 더 꼬이는 증거와 단서들... 그리고 다시 일어나는 또 하나의 살인....
과연 마이런은 캐시를 찾아내고 크리스천의 계약을 성공할 수 있을까?
제시카의 가족에게 일어나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고 제시카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철저히 미국적인, 철저히 재미 위주의 소설. 

소설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여러 목적이 있고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철저히 미국적인 정서와 미국적인 유머로 가득 찬 헐리웃 영화의 대본을 목적으로 하는
철저히 재미를 추구하는 소설이다. 결국 올해 헐리웃 영화로 개봉된다고 하니 성공이라고 해야 할까?
마이런 볼리타 시리즈의 매력도 바로 이런 점이다.
심각하거나 메세지의 전달이 아닌 철처한 재미 위주의 소설.
마이런의 재치넘치는 유머(다분히 미국적이긴 하지만)와 윈의 슈퍼스타급 액션(태권도라고 한다. 뿌듯!!!),
제시카의 섹시하고 지적인 매력과 에스페란자의 재치 넘치는 위트와 마이런과의 대화.
이런 재료들을 작가의 탄탄한 스토리에 요소요소 배치해서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 낸다.
거기에 추리소설의 백미라 하는 반전의 힘과 마지막까지 범인을 숨기면서 독자를 유혹하는 노련함까지...
이 작가의 능력은 정말 뛰어나다. 독자의 눈을 책에서 떼지 못하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결국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한편의 헐리웃 영화를 본 느낌이다.

그것도 화끈한 액션영화를 말이다. 그러니 액션영화에서 기대하는 것 이상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영화난 소설이나 그 목적이 있다. 이 책의 목적은 철저히 재미다.
간혹 사람들은 액션영화에서 스토리가 없다고 비판하지만 그건 액션영화에 할 얘기가 아니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서 확실히 제공하는 것은 재미다.
그렇다고 이 책의 이야기가 허술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치밀하고 빈틈이 없어서 기가 막힐 정도이다. 

난 가끔 추리소설 작가라는 사람들이 참 궁금하다.
그들의 소설을 읽다보면 이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완전범죄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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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傳 - 역사를 뒤흔든 개인들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 한국사傳 1
KBS 한국사傳 제작팀 엮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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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뒤흔든 개인들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 

우리는 흔히 역사라 하면 역사속 유명한 인물들이
나라를 세우고 전쟁을 하고 나라를 빼앗고 나라를 지키고
권력을 다투고 권력을 위해 죽이고 죽는 왕조사 중심의 이야기를 생각한다.
그러나 결국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아무리 위대한 역사라해도 그것은 결국 개인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되고 우리 마을의 이야기가 되고
우리고장의 이야기가 되고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되고 결국 시간의 흐름속에 역사가 된다.
그렇기에 역사속 개인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힘을 지녔다.
이 책은 그런 개인의 이야기에 주목했고 인물에 촛점을 둔 시각으로 역사를 이야기 한다.
 

스치듯 지나갔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되새김질 한다. 

나름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 대중역사서를 즐겨읽는 나에게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거대한 왕조사나 통사속에서 한번씩 들어봤던 인물들이다.
그렇듯 나에게 스쳐 지나갔던 인물들이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나에게 다가왔다.
처음 알게 된 '홍순언'이라는 외교관. 소설에서 스쳐 지나갔던 '리진'이라는 여인,
장군과 제왕이라는 책에서 읽었던 제왕 '이정기', 그저 배신자로 알고 있던 '신숙주',
교과서에서 조차 죽어있던 '이준'열사, 아들을 죽인 매정한 아버지였던 '영조',
드라마 '대장금'에서 왜곡되었던 '김만덕', 이름조차 몰랐던 '덕혜옹주',
김옥균을 죽인 지독한 보수주이자 '홍종우', 생각보다 위대했던 장군 '신유'까지...
여러 권의 역사서 또는 드라마 또는 소설 또는 다큐멘터리에서 스쳐갔던 10명의 인물들이
당당히 주인공이 되어 자신들 주변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들의 삶이 오늘날 우리에게 남긴 의미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다.
 

과거의 역사속에 오늘의 모습을 비춰 본다. 

10명의 이야기를 읽어가다 보면 그 시대의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지고
안카까움과 분노와 슬픔과 연민이 함께 찾아온다.
그와 동시에 오늘의 모습과 자연스럽게 비교되는 모습에 두려움이 느껴진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비논리적이지만 섬뜩한 진실에 두려워 진다.
몇 백년전 몇 십년전에 우리의 선조들이 범했던 우를 되풀이 하는 지금의 모습.
무한한 반복이라 할지라도 그 속에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 있어야
역사의 발전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는데 지금의 우리는 그렇지 않은듯 하다.
답답한 무한반복처럼 느껴질 뿐....
 

다큐멘터리의 한계를 느낀다. 

공영방송 KBS에서 만든 다큐멘터리가 이 책의 모태이다.
그렇기에 다큐멘터리의 한계가 느껴진다.
방송 시간의 문제, 주류 사학의 반발에 대한 우려, 급진적 주장을 할 수 없는 공영방송의 한계.
책을 읽다보면 조금만 더 파헤치고 조금만 더 주장을 펼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어느 한계가 되면 스스로 꼬리를 말아버리는 모습이 눈에 띈다.
방송의 한계이고 다큐의 한계일 것이다.
또한 작가가 따로 없이 KBS 제작팀이 저자이다 보니 주관이 없는 것이 아쉽다.
작가가 있는 다른 교양역사서들이 작가 특유의 역사관과 주제의식이 있는 것에 비해
이 책은 사실의 나열과 심층적인 취재는 좋은데 그게 전부이다. 아쉽다.
 

개인의 역사에서 희망을 본다. 

이 책에 나오는 개인들은 모두 역사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약소국의 외교관, 천한 관기, 패망한 나라의 유민....
그러나 그들은 그런 한계들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역사를 창조했다.
그리고 그 역사들이 모여 시대의 역사를 바꾸기도 했다.
이 점에서 나는 희망을 본다.
오늘낭 위정자들의 모습이 그 때의 모습과 비슷하고 답답하지만
나 스스로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그 개인의 역사가 보인다면
먼 훗날 조금은 달라진 미래가 후손들에게 전해질 거라는 희망이다.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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