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죽음
기욤 뮈소 지음, 이승재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한동안 기욤뮈소에 빠졌던 적이 있다.
오로지 하나 사랑이라는 주제로 한편의 영화같은 소설을 만들어내는 그의 능력에 빠졌던 기억.
그러나 3권의 책을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요소들의 반복이 지겨워서 급격히 흥미를 잃었다.
배경은 미국의 대도시, 주인공은 성공한 의사나 변호사이지만 상처를 지닌 사람들,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현실적인 장치들.
오래간만에 다시 집어 든 그의 작품 '완전한 죽음'도 이 도식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치열항 생존경쟁의 바다인 뉴욕의 변호사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변호사인 네이션.
가난한 가정부의 아들로 태어나 치열한 경쟁을 부단한 노력으로 이겨 낸 성공스토리의 주인공.
그러나 자신의 실수로 아들을 죽였다는 죄책감과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의 상처를 지니고 살아간다.
어느날 그의 앞에 타인의 죽음을 예지할 수 있는 '메신져'라고 자처하는 사람이 나타나고
네이션은 자신에게 죽음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메신져의 예언대로 자신의 눈 앞에서 타인의 죽음이 실제로 나타나게 되고
네이션은 메신져의 얘기를 믿지 않을 수 없게 되는데.... 

'완전한 죽음'에 대해 작가는 모든 미움과 증오를 용서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사랑을 말해주고 그들 사이에서 편안하게 눈을 감는 것이라고 한다.
누구나 꿈꾸는 그런 죽음.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죽음.
죽음이란 여기저기 존애하고 있으며 예고없이 어느 순간 갑자기 다가온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을 대비하지 못하기에 많은 후회를 남기고 맞이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작가는 네이션을 통해 누구도 감히 예비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해 삶을 통해 준비하라고 한다.
죽음을 눈 앞에 두고 네이션이 하는 행동들은 평소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인데
우리는 욕심에 눈이 멀어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것을 통해 삶의 자세를 이야기하는 소설. 이 작품은 그래서 뛰어나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비슷한 설정과 운명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 없다는 운명론적인 시각.
인간의 일상적인 능력을 벗어나는 존재의 출현. 기욤위소의 특징을 그대로 재현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식상해 버렸던 기억을 되돌려 버린다. 감점요소.
사건의 흐름도 너무 인위적이다.
그렇게 긴 세월동안 만들어지고 커졌던 갈등요소들이 너무도 빨리 해결된다.
게다가 상대는 네이션이 죽을 거라는 것을 모르는 상황에서 말이다.
소설의 주제를 보여주기 위한 인위적인 전개라는 인상이다. 역시 감점. 

이 책은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연애소설이다.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루는 것은 네이션과 멜로리의 사랑이고
그들의 사랑과 이별과 재회가 가장 큰 사건이기 때문이다.
역시 기욤뮈소는 사랑에 능한 작가다. 

대부분의 기욤뮈소의 작품들이 그렇듯이
이 작품 하나로 본다면 대단히 재미있고 뛰어난 작품이지만
너무도 동일한 설정에 질린 탓에 감점이 많이 된 느낌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무척 재미있고 생각할 내용이 많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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