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채널을 돌리다가 오래 전에 보았던 <콰이강의 다리>가 나와서
옛 추억이 그리워 보게 되었다. 하도 오래 되어 처음 보는 것 같았는
데 휘파람 행진과 다리 폭파 장면이 기억에 새롭다.
2차 대전 때 일본군에게 포로가 된 영국군이 다리 건설에 강제 동원되
었는데 영국군이 다리 위치가 잘못되었다고 가르쳐 주면서 열심히 작업
해 수송 열차의 일정에 맞추어 완공시킨다.
이를 안 영국군 본부에서 열차가 통과하는 순간에 다리를 폭파시키기
위해 특공대를 파견한다. 개통일 전 날 도착해 야음에 다리에 폭파 장
치를 한다.
다리를 완공한 영국군 포로들은 다른 수용소로 이송되어 가면서 다리를
행진하며 콰이강의 마치를 부른다. 잔무 처리를 위해 남은 영국군 지휘
관은 자기가 지휘해 완공시킨 다리를 흐뭇해하며 둘러보다가 이상한 것
이 눈에 띄어 일본군과 내려가 살피다가 영국군 특공대를 발견하곤 폭파
시키지 못하게 하려고 달려 들다 총에 맞고 깜짝 놀란 듯 “내가 뭐하는
거지”라고 외치고 발파 장치에 스러지는 순간 극적으로 열차가 다리를
지나며 다리가 폭파된다.


“이것이 영화다”하는 엔딩인데, 영국군 지휘관이 “내가 뭐하는 거지”
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읽고 있는 『설득의 심리학』에서 설명하는 일관성
의 법칙이 생각났다.

마지못해 사소한 것에 협조를 하게 되며 점점 더 큰 일에 협조하게 된다
는 것이다. 영국군지휘관이 바로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건축
전문가였기에 최선을 다해 다리 건설을 지휘했기에 아군과 적군을 구별
하지 못하는 애착을 갖게 된 모양이다.


사소한 일이라도 함부로 협조해선 안 되겠다. 정신 바짝 차려 살아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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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스의 『책임의 원칙』에서 “칸트가 자신의 강박 노이로제에서 치유되었다면 철학자 칸트는 무엇이 되었을까”라고 한 것처럼 내 몸의 장애를 치유되었더라면 아니 아예 지니지 않았더라면 나는 무엇이 되어 가고 있을까.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전혀 종류의 사람이 되어 가고 있을 것이다.

또 간질병을 가진 도스또엡스끼가 출생에서 제외되어서야 했다는 주장에 대해 유토피아에서는 건강한 도스또엡스끼의 출생을 아직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할 것이라는 반박이 흥미롭다. 미래 사회에서는 병든 천재란 존재할 수 없게 될 것이란 전망은 낙관적으로만 받아 들여지지 않는다.

우리가 막연히 희구하는 유토피아에선 고난을 통한 영광을 강조하는 성경을 모든 가르침들이 깨우치고 있는 인내나 절제라는 덕목들이 필요없어서 질 것이다. 사람에게 인내나 절제가 없다면 어떤 종류의 사람으로 되어 갈 것일까?

멍청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아무런 자극이 없다면. 여하튼 장애란 현실은 자극치고는 너무 심한 자극인 것만은 틈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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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포퍼의 과학철학
조용현 지음 / 서광사 / 1992년 4월
평점 :
품절


포퍼의 “완전한 선을 추구하려고 노력하기보다 구체적인 악을 제거하자”는
점진적 사고 방식이 설득력 있게 여겨지고 있다.

갈릴레오-뉴턴의 과학적 세계관에 의해 萬事가 예측 가능하다는 결정론을 비판하면서 비결정론을 주장한다. 철학의 기능을 사실의 탐구가 아니라 개념의 해명으로 극소화시키려는 영미 철학이나, 과학에서 독립된 철학만의 고유 영역을 확보하려는 철학자들의 왜소한 자구책에 반대하는 포퍼의 펄학적 태도를 저자는 서구 근대 철학으로 회귀라고 결론을 내린다.


“철학과 과학은 상호 열려 있으며 그 성과를 상호 피드백시키면서 철학과 과학은 성장해 왔다. 그러므로 포퍼 철학은 자폐화해 가는 현대 철학의 추세에 대한 항의이며 좀더 분명한 자신감을 갖고 그 관계를 회복시키라는 요구인데, 그는 자신의 철학적 실천을 통해서 이것을 보여주고 있다.”292


포퍼의 과학철학은 과학의 방법론으로서의 인식론이 아니라 철학과 과학의 통합적 세계관을 추구했다고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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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시 & 그녀의 시

                                 김종완
      
 

남/

  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아침에 그녀는 꼭 커피를 마신다. 밀크가 아닌 블랙으로 2잔

  그녀는 화요일과 목요일에 목욕을 한다

  그녀는 항상 말하기 전에 응이라고 말한다

  지금 내 뒷자리에 앉아 잠시 창밖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다


여/

  그는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다

  그는 아침에 내가 뽑는 커피한잔이 그의 것인지를 모른다

  내가 그와 수업을 같이 하는 날 목욕을 한다는 것을 모른다

  그는 긍정적인 말을 해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내가 항상 그말을 그를 위해 해준다는 것을 모른다

  내가 지금 그의 뒷자리에 앉아 창에 비친

  그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을 그는 모른다


 남/

  그녀는 하기 싫은 부탁을 받을때는 그냥 웃는다

  그리고, 내색을 안하는 그녀이지만 기분이 좋을때는

  팔을 톡톡 두 번 건드리며 이야기를 건넨다

  그녀의 집은 열시가 되기 전에 모두 잠에 든다

  그래서 그녀와 밤 늦게 통화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녀는 바지보다 치마를 좋아하며 연분홍을 좋아한다


여/

  그는 어려운 일을 말없이 해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의 침묵에 담긴 긍정의 의미를 모른다

  난 내가 기분이 좋을 때 그의 손을 잡고

  얼마나 이야기 하고 싶은지 그는 모른다

  늦은 밤에도 그의 전화를 기다리며 불 끈 방안에 어둠 속

  그를 얼마나 보고 싶어하는지 모른다

  그는 치마를 좋아하고 연분홍을 좋아한다

  나는 검은 바지를 좋아하지만....


남/

  긴머리는 아니지만 적당히 항상 머리를 기른다

  수요일까지는 밤색 머리띠를 하고 주말까지는 흰색머리띠를 하고 다닌다

  표준어를 잘 쓰지만 이름을 부를 때만은 사투리 억양이 섞인다

  그리고, 반가운 사람의 이름을 두 번 부른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도서관 저쪽 편에서 그녀가 지금 일기를 쓰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여/

  몇 년전 친구들과 돈을 모아 사준 밤색 머리띠를 그는 기억하지 못하며

  그가 가장 인상 깊었다는 여인의 머리핀이 흰색이었다고 말한 것도

  그는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그의 이름에만 억양을 넣는다는 것을 그는 모른다

  그리고, 지금 내 일기장에 그의 이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내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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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던 똘스또이의 <인생이란 무엇인가>가 새로 완역이 되어 나와서 그의 깊은 성찰을 만날 볼 수 있게 되어 기쁘답니다.
<전쟁과 평화>같은 위대한 작품들을 써서 유명해졌지만, 그걸 읽을 수 있는 소수의 귀족들만이 즐길 뿐이란 사실에 회의를 느끼고 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대중들을 위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군요.
더욱이 귀족으로 태어났지만 평생 농민의 차림새로 생활하면서 농민들의 자녀들을 가르치기 위해 직접 교과서를 쓰고 방 한칸을 교실로 만들어 가르쳤다니 새삼 위인의 삶이 감동을 줍니다.
82세로 죽기 10년 동안 가려 뽑은 동서고금의 지혜에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365일의 일기 형식으로 구성해 놓은 금언집인데, 1월 3일의 내용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1
“내 양식은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행하고 그분의 사업을 성취하는 데 있다”고 그리스도는 말했다. 우리에게도 저마다 우리를 보내신 분의 일을 성취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 우리는 신이 우리를 통해 이룩할 사업의 전모를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사업에 동참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모를 수가 없다.

2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다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마태복음 제7장 21절

3
타오르는 힘, 빛을 발하는 힘이 없다면, 적어도 빛을 가리지는 않도록 하라.

4
지혜의 법칙을 아는 자는 그것을 사랑하는 자보다 못하다. 그것을 사랑하는 자는 그것을 실천하는 자보다 못하다. 중국 잠언

5
우리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짧은 생애에서 우리를 이 세상에 보낸 이가 우리에게 바라는 것을, 우리가 얼마나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과연 그렇게 살고 있는가? 탈무드

6
나는 괴롭다, 나는 신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내가 신을 섬겨야 하는 것이지 신이 나를 섬겨야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것을 깨닫는다면 괴로움은 절로 가벼워질 것이다.

7
이 지상과 천상 사이에 심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신이 우리에게 준 주거가 영원히 악과 이기주의와 압박의 지배 아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신성 모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상은 단순한 속죄의 장소가 아니라 우리가 진리와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곳이다. 그 진리와 정의에 대한 갈망은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다. 주세페 마치니

8
언젠가 우리는 천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든, 옛날에는 연체동물이었다고 믿고 있든, 중요한 것은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히, 그리고 실수 없이 완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존 러스킨

9
인생의 목적을 단순히 일신상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면, 인생은 견디기 어려운 허망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성현이, 그리고 우리의 이성, 우리의 심장이 우리에게 말하듯이, 인생이란 우리를 이 세상에 보내신 분에 대한 봉사라고 생각한다면, 그 순간부터 인생은 끊임없는 기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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