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다른 이들은 그와 같은 경험을 하지 못했다. -노발리스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첫 장에서부터 느껴진 책의 힘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내 몸이 앉아 있던 책상과 의자에서 멀리 떨어져 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실제로 내 몸이 나로부터 분리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존재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나의 영혼뿐 아니라 나를 나이게 만드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책이 놓여 있는 바로 그 책상 앞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이는, 마치 내가 읽고 있던 책장들로부터 내 얼굴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은, 그러한 강력한 힘 때문이었다. 그 빛은 나의 이성을 무디게 만드는 동시에 환하게 밝혀 주고 있었다. 나는 이 빛 안에서 다시 태어날 수도 있었다. 혹은 그 안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었다. 나는 이미 이 빛 안에서, 내가 훗날 알게 되고 또 가까워지게 될 어떤 삶의 그림자를 느꼈다. 책상에 앉아서 책장을 넘기는 동안, 내 머릿속 한구석은 내가 지금 책상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페이지들에서 새로운 단어들을 접할 때마다 내 삶은 송두리째 변하고 있었다. 그러나 곧이어 내게 일어날 모든 일들에 대해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고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에, 한순간 나는 책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본능적으로 얼굴을 책장으로부터 멀리했다 그리고 나를 둘러싼 세계가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변했다는 것을 깨닫곤 공포에 휩싸였다. 그 다음엔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고독감에 압도되었다. 그것은 지리도, 언어도, 관습도 모르는 나라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러한 고독이 가져다준 속수무책을 경험하고 나자, 나는 더욱더 책에 얽매이게 되었다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혹은 조심해야 하는지,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낯선 나라에서 내 삶이 어떤 길을 택하게 될 것인지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이 책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낯선 오지에서 나를 인도해 줄 안내서를 읽듯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책을 읽어 나갔다. 도와 달라고, 내가 아무런 사고 없이 안전하고 무사하게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인생이 이 안내서 속에 들어 있는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단어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나의 갈 길을 찾으려 애썼고, 한편으로는 완전히 길을 잃게 만들 수도 있는 경이로운 상상들을 하나하나 꿈꾸고 있었다.

책은 여전히 내 얼굴에 빛을 비추며 책상 위에 놓여 있었지만, 방에 있는 다른 친숙한 물건들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나는 지금 내 앞에 놓인 새로운 세계, 새로운 인생의 존재를 놀라워하며 받아들이는 동시에, 이토록 강렬한 힘으로 내 삶을 바꾸어 놓은 이 책이 사실은 평범한 물건임을 인식하고 있었다. 책 속의 단어들이 내게 약속한 새로운 세계의 경이를 향해 나의 마음이 그 창문과 문 들을 서서히 열어 가고 있을 때, 문득 나를 이 책으로 이끈 우연한 계기가 다시 한 번 떠올랐다. 그러나 이러한 기억은 나의 의식에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피상적인 영상에 불과했다. 책을 계속 읽어 내려가자, 어떤 공포가 나에게 이 영상을 떠올리게 했다. 책이 내게 보여 준 새로운 세계는 너무나 낯설고 너무나 이상하면서도 놀라운 것이어서, 이 세계 속에 완전히 빠져 들지 않기 위해 현재와 관련된 무엇인가를 느껴야 한다는 소급함이 일었다 책에서 고개를 들고 내 방이나 옷장, 침대 혹은 창밖을 보았을 때 내가알던 세상을 발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시간과 책장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흘러가고 있었다. 멀리 기차가 지나갔다. 어머니가 나가는 소리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도시의 일상적인 소음들에 귀를 기울였다 거리에서 요구르트 장수가 종을 딸랑이는 소리, 자동차 엔진 소리. 내가 익히 알고 있던 소리들을, 생소한 소리처럼 들었다. 처음에 소나기 내리는 소리라고 생각했던 것은 곧 여자 애들이 줄넘기하는 소리로 변했다 또 날씨가 개는구나 생각했을 때에는,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려 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다음 페이지 그다음 페이지, 또 그 다음 페이지를 읽었다. 다른 생의 문틈에서 새어 나오는 빛이 보였다 내가 알았던 것과 알지 못했던 것 들이 보였다. 그리고 내 삶과 내 삶이 가게 되리라고 생각되는 길이 보였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내가 상상하지도, 생각하지도, 인식하지도 못했던 어떤 세계가 점점 더 내 존재 속으로 침투하며 내 영혼을 사로잡았다 내가 알았거나 한때 고민했던 모든 것은 사소한 것으로 변했고, 예전에 내가 몰랐던 것들은 숨어 있던 곳으로부터 하나씩 나타나 내게 신호를 보냈다 이것들이 무엇인지 말해 보라고 했다 해도, 책을 읽고 있는 동안은 대답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되돌아갈 수 없는 길을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과 예전에 가지고 있었던 사물에 대한 관심이나 호기심이 사라져 가고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내 앞에 펼쳐진 새로운 인생에 대한 기대와 흥분 때문에 이곳엔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건 관심을 가질 만한 가치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엄청나고 다양하면서도 복잡한 가능성들이 일종의 공포와 같이 변해 버렸을 때, 나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기대에 들떠 온몸에 전율을 느끼며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

내 얼굴 위로 비친 책에서 뿜어져 나온 빛 속에서 허름한 방들, 폭주하는 버스들, 지친 사람들, 희미한 글자들, 사라진 마을과 사람들, 유령들을 보고 나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여행이 있었다. 항상 여행이 있었다. 모든 것은 여행이었다. 그때 나는 이 여행을 하는 내내 나를 따라다니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내 앞에 나타날 것 같다 가도 사라져 버리고, 사라졌기 때문에 더욱더 찾고 싶게 만드는 시선을, 오랜 세월 동안 죄악이나 불명예와는 거리가 멀었던 부드러운 시선을 보았다. 나는 그 시선이 되고 싶었다. 그 시선을 통해 바라본 세계 속에 존재하고 싶었다. 그것을 얼마나 간절히 원했던지, 정말로 그가 존재한다고 믿게 되었다. 스스로를 납득시킬 필요조차 없었다. 나는 정말로 그곳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 곳에 살고 있다면, 이 책은 당연히 나에 관한 것일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누군가가 나의 생각들을 나보다 먼저 생각해서 적어 내려간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떠한 단어들과 그것들이 지닌 의미가 일반적인 경우와는 완전히 다르게 이해되어야 할 때도 있다는 사실이 이젠 이해가 됐다. 처음부터 나는 이 책이 처음부터 나를 위해 쓰였음을 감지했다. 모든 단어, 모든 비유가 마음에 와 닿았던 이유는 문장이 비범하거나 단어가 특별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 책이 나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이러한 느낌에 휩싸이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책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살인, 사고, 죽음, 놓쳐 버린 신호 들 사이에서 나의 길을 찾으려 애쓰는 동안 잊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시선은 책의 말들로 그리고 책의 말들은 나의 시선으로 변했다. 그리고 눈부신 빛 때문에 내 눈은 더 이상 책 속의 세계와 바깥 세계 속의 책을 분간하지 못하게 되었다 마치 온갖 종류의 색깔들과 사물들을 모두 갖춘 하나의 완전한 세계가 책 속에 존재하는 단어들 안에 담겨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존재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즐겁게 책 속으로 빠져 들 수 있었다 처음에는 속삭이다가, 그다음엔 두드리듯, 그다음엔 막무가내로 책이 내 머릿속에 욱여넣으려 했던 모든 것들이 사실은 처음부터 내 영혼의 심연 속에 존재해 왔음을 나는 읽을수록 깨닫게 되었다. 책은 오랫동안 저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사라진 보물들을 건져 올리고 있었다. 나는 행과 행 사이,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찾아낸 것들을 이제는 나의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 어딘가에서는 나도 이것과 똑같은 생각을 했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내가 실제로 동트기 직전의 여명 속에서 천사처럼 빛나는 죽음을 본 것은 책에서 묘사된 세계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고 나서도 한참후의 일이었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의 죽음이었다.

나는 불현듯 내 삶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풍성해졌음을 깨달았다 그때 유일하게 두려웠던 것은 책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내 방이나 거리에 있는, 내 주변의 평범한 사물들 속에서 책이 내게 말해 준 것을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더 이상 느끼지 않았다나는 책을 양 손바닥 사이에 끼우고, 어린 시절 만화책을 다 읽으면 하던 것처럼 책장에서 풍기는 종이와 잉크 냄새를 맡았다 그때와 똑같은 냄새가 났다. 나는 책상에서 일어나, 어렸을 때 하던 것처럼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다섯 시간 전 정오가 조금 지나 내가 책을 책상 위에 놓고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인도에 있던 트럭이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지금은 거울 달린 옷장, 묵직한 탁자들, 상자들, 스탠드들이 부려져 있었고, 비어 있던 맞은편 아파트에는 새로운 가족이 이사 와 있었다. 아직 커튼을 달지 않은 탓에, 전등갓도 없는 환한 전구 불빛 아래 중년의 부부와 내 또래의 아들과 딸을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텔레비전 앞에 앉아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딸의 머리칼은 밝은 갈색이었고, 텔레비전 화면은 초록색이었다.

나는 잠시 동안 새로운 이웃을 바라보았다. 내가 그들을 구경하는 것을 즐겼던 이유는 단지 그들이 새로 이사 왔기 때문일 수도 있었고, 그들을 바라봄으로써 나 자신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나는 아직 나에게 친숙한 이 세계가 송두리째 변하길 원치 않았다. 그러나 내 방이 예전의 그 방이 아니고, 거리도 예전의 그 거리가 아니며, 어머니와 친구들 또한 전과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일종의 적대감, 딱히 뭐라 이름 붙일 수 없는 두렵고도 위협적인 무언가를 품고 있었다. 나는 창가에서 한 걸음 물러났지만, 나를 부르고 있는 책에게로 돌아가지는 못했다. 내 인생을 원래의 궤도에서 벗어나게 한 것이 등 뒤의 책상 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등을 돌려도 모든 것의 시작은 책속에 있었고, 이제 더 이상은 그 여행을 미룰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예전 삶과의 연결 고리가 완전히 끊어져 버렸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두려워졌다 그래서 어떤 재앙에 의해 삶이 돌이킬 수 없이 변해 버린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나 또한 내 삶이 다시 예전의 궤도로 돌아갈 것이고, 지금 내 앞에 벌어진 일은 어떤 끔찍한 사고도 재난도 아니라고 믿음으로써 마음의 평온을 되찾고 싶었다. 그러나 내 등 뒤에 펼쳐져 있는 책의 존재가 손에 닿을 듯이 너무도 가깝게 느껴졌기 때문에, 내 인생이 어떻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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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님의 "이 책의 출간을 알리지 말라!"

벌써 이걸 읽어버린 것이 후회스럽네요...^^ 약관의 시절에 범 무서운 줄도 모른채 뭐가 뭔지도 모르고 오역투성이 순수이성비판을 읽었지요. 체력이 딸려서 이젠 이런 책은 집중해 읽을 엄두가 안 나니 알아도 남의 이야기가 되어 버려서 차라리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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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린시절


나는 대공황이 시작될 무렵인 1920년대 말에 태어났다. 미국은 10년이 넘는 동안 대공황의 재앙에 시달렸다. 물론 나는 어린 나이에 대공황을 겪었기 때문에 그것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끝났는지는 기억할 수 없다. 하지만 다섯 살 때 빵을 구하려고 장사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저 사람들은 무얼 하고 있는 거예요? 하고 부모님께 질문했던 기억은 남아 있다. 내가 성년이 되어서 자본주의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지니게 된 것은 이런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나는 애틀랜타 시 오번 가에서 태어났다. 애틀랜타는 조지아의 주도(州都)로 `남부지역의 관문'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나에게 오번 가는 집이나 다름없다. 어려서부터 다녔고 지금 공동목사로 일하는 에버니저 침례교회도 오번 가에 있다. 현재 내가 일하는 SCLC(Southern Christian Leadership Conference, 남부기독교지도자협의회) 사무실도 오번 가에 있다.
나는 애틀랜타에서 공립학교를 졸업하고 애틀랜타 대학 부설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런데 그 학교가 폐교되는 바람에 2년 만에 부커 T. 워싱턴 고등학교로 전학해야 했다.
내가 태어난 동네는 서민층에 속했다. 재산가도, `상류계층'에 속하는 사람도 없었다. 부유한 흑인들은 대부분 `헌터 힐'이라는 다른 지역에 살았다. 우리 동네 주민들은 순박하고 검소하며 지나치게 가난한 사람도 없었다. 주민들을 굳이 분류한다면 보통 수준의 소득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우리 동네는 범죄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건전한 마을이었으며, 사람들은 대부분 깊은 신앙심을 가지고 있었다.
날 때부터 건강체질이었던 나는 몸이 아픈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를 정도로 건강하게 자랐다. 물론 정신적인 면에서도 건강했다. 어려서부터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다소 조숙했으니, 나는 핏줄을 통해서 건강이라는 타고난 축복을 물려받은 사람인 것 같다. 집안 분위기는 화목했다. 부모님은 훌륭한 분들이셨다. 나는 두 분이 언쟁을 벌이거나 불화를 일으키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러한 집안 분위기는 나의 종교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내가 사랑을 베푸는 주님의 존재를 별 어려움 없이 확신할 수 있었던 것과 낙관적인 세계관을 가지게 된 것은 모두 타고난 건강 체질과 화목하고 사랑이 넘쳐흐르는 가정 덕분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이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거친 면과 부드러운 면을 동시에 가진 사람도 있고, 이상적인 면과 현실적인 면을 함께 가진 사람도 있다. 내 경우, 강인하고 열정적인 성격의 아버지에게서는 불의에 굴하지 않는 단호한 결단력을 물려받고, 부드럽고 상냥한 어머니에게서는 온화한 품성을 물려받은 것 같다.


나의 어머니

어머니 앨버타 윌리엄스 킹 여사는 나를 따스한 사랑으로 감싸 키워주셨다. 어머니의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머니는 독실한 신앙을 가졌으며, 아버지와는 달리 부드러운 말씨에 모난 곳이 없는 성격이셨다. 약간 내성적이지만 매우 상냥해서 누구나 쉽게 사귈 수 있는 분이다.
어머니는 유명한 A. D. 윌리엄스 목사의 딸로 비교적 안락하고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흑인이 갈 수 있는 학교 중에서 가장 좋은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인종차별을 경험하지 않고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흑백분리제도에 결코 순응하지 않았으며, 어릴 때부터 자식들의 마음속에 자부심을 심어주셨다.
미국에 사는 흑인들은 누구나 '아이들에게 인종차별과 흑백분리제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의 문제에 직면하게 마련이다. 어머니는 우리들에게 "자신이 '당당한 인간'임을 잠시라도 잊지 말아라. 사회에 나가서 '열등하다'거나 '못났다'는 말을 듣는 일이 생기더라도 언제나 당당한 태도로 맞서야 한다"고 일깨워주셨다. 노예제도와 남북전쟁, 그리고 노예제도의 종말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도 어머니를 통해서였다. 어머니는 남부의 일부 지역에선 아직도 학교와 식당, 극장, 주택, 술집, 대합실, 화장실 등에 흑백분리제도가 잔존해 있지만 그것은 자연적인 질서가 아니라 사회적인 상황일 뿐이니 이런 제도에 순응해서도 안 되고`열등감'을 느껴서도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내게 `너는 누구 못지않게 뛰어난 아이'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은 대부분의 흑인아이들이 `불평등'이 무엇인지,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시절부터 늘 듣는 말이다. 나를 품에 안고 인종차별제도에 대해서 말씀하시던 어머니도 후일 내가 인종차별 철폐투쟁에 나서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아버지

아버지 마틴 루터 킹 1세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강인하며 활달한 성격이셨다. 아버지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 만큼 체격이 컸으며 의지가 굳센 자신만만한 분이다. 나는 아버지보다 더 대담하고 용감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아버지는 난폭한 백인들을 겁내지 않았다. 모욕적인 말을 내뱉는 백인들에게 아버지는 단호하게 '그런 말투는 맘에 들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소작인의 아들로 태어난 아버지는 난폭한 백인들을 직접 겪으며 자랐고, 어렸을 때부터 백인들에게 반항적이었다. 아버지는 애틀랜타에서 18마일 떨어진 작은 마을, 스톡브리지에서 자랐다. 농장에서 일하던 아버지는 농장주인이 할아버지를 속여서 피땀 흘려 번 돈을 부당하게 빼앗는 현장을 목격했다. 아버지는 농장주인 앞에서 할아버지에게 주인이 부당한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렸다. 그러자 농장주인은 "짐, 이 검둥이 입을 당장 틀어막지 않으면 내 주먹이 가만있지 않을 거야" 하며 몹시 화를 냈다. 그 농장주인에게 밉보였다가는 밥줄이 끊길 형편이었기에 할아버지께서는 아버지에게 잠자코 있으라고 하셨다.
나는 아버지의 가장 훌륭한 덕목은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의 품성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정직하고 헌신적으로 도덕적 원칙을 지키셨으며 어떤 일에도 성실하게 임하셨다. 아버지의 솔직한 태도를 마땅찮게 여기는 사람들조차도 아버지의 정직한 동기와 행동에 대해서는 전혀 불평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진실을 말하거나 자신의 속마음을 밝힐 때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버지의 솔직성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많았다. 내게 `자네 아버지는 너무 무서워' 하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사실 아버지는 여러 면에서 엄격한 분이시다.
아버지는 시민권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NAACP(National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Colored People, 유색인종의 향상을 위한 전국협회)의 애틀랜타 지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사회개혁에 앞장서고 계시다. 아버지는 버스에 탄 흑인들에게 퍼부어지던 폭력과 모욕을 목격한 다음부터는 버스를 타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는 애틀랜타에서 교원급여 평준화투쟁을 주도했고, 법원 내 엘리베이터의 흑백차별을 철폐하는 데 기여하셨다.
아버지는 에버니저 침례교회 목사로 재직하면서 흑인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백인들 중에도 아버지를 존경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버지는 물리적인 공격을 받은 적도 없었는데, 이 점은 흑백차별의 긴장감 속에서 자란 우리 형제들에게는 신기한 일이었다. 내가 흑백분리제도의 부당성과 부도덕성을 확신하게 된 것은 이런 가정 환경에서 자라났기에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어릴 적에는 거의 생활의 어려움을 느껴본 적이 없다. 아버지는 가족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셨으며 항상 모든 필수품을 부족하지 않게 마련해주셨다. 아버지는 월급 외에는 별다른 수입이 없었지만 예산에 따라 절약하며 생활하는 법을 알고 계셨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궁색함을 모르고 지냈다. 아버지의 검소한 생활 태도가 아니었다면 나는 학업을 계속하지 못하고 일자리를 찾아야 했을 것이다.
스물다섯 살이 될 때까지 나는 안락한 생활을 했다. 문제가 생길 때는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하기만 하면 해결되었다. 인생은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멋지게 포장된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나는 항상 일자리를 찾아다녔고 해마다 여름방학이면 돈벌이에 뛰어들었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혹

내가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것은 다섯 살 때부터였다. 당시의 기억은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때 교회에서는 부활절 행사가 한창이었다. 버지니아에서 초빙되어온 전도자 한 분이 구원에 대해서 설교하고 나서 교회에 오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지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날 아침 맨 처음으로 교회에 간 것은 바로 누나였다. 나도 누나에게 뒤질세라 교회로 달려갔다. 그때만 해도 교회에 가서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세례를 받을 즈음에도 나는 건성으로 교회를 다녔다.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누나에게 뒤지고 싶지 않다는 어린아이다운 욕심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교회는 내게 있어 제2의 집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주일마다 빠지지 않고 교회에 나갔다. 주일학교에서 친구들도 사귀고 사이좋게 지내는 법도 배웠다. 목사의 아들답게 나는 대학 2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교회에 다니기 싫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주일학교에서는 근본주의적인 교의를 배웠다. 주일학교 교사들은 대부분 학력이 낮았고 성서비평이란 말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런 교사들의 무비판적인 성서 해설을 아무런 의문도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나는 천성적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퍼붓는 조숙한 아이였으므로 이런 무비판적인 태도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열세 살 때 나는 "예수님의 부활이 사실인지 어떻게 알 수 있어요?" 하고 질문해 주일학교 아이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 뒤부터 신앙적인 의혹은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를 미워하는 인종을 사랑하라니?

소년기가 끝날 무렵 나는 정신적 성장의 계기를 맞게 되었다. 첫번째 계기는 외할머니의 죽음이었다. 가족들은 모두 외할머니를 좋아했는데, 그 중에서도 나는 유난히 외할머니를 좋아했다. 외할머니는 손자들을 모두 아끼셨지만 나를 가장 아끼셨다. 외할머니를 유난히 좋아했던 나는 도저히 그분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때 처음으로 영생의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부모님의 자상한 설명 덕분에 외할머니는 아직도 살아 계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때 이후로 나는 영생에 대해서 확고한 믿음을 가졌다.
두번째 계기는 여섯 살 무렵의 일이었다. 세 살 때부터 나는 한 백인 아이와 친해져서 아무런 거리낌없이 함께 놀며 자랐다. 서로 집이 가깝지는 않았지만 그 아이 아버지가 운영하는 가게가 우리 집 맞은 편에 있어 매일 함께 어울려 다녔다. 여섯 살이 되어 학교에 갈 나이가 되자 우리는 다른 학교로 갈라져야 했다. 학교에 입학하고 나자 그 아이는 함께 노는 것을 그다지 반기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사이가 틀어지게 된 것은 그 아이가 `우리 아버지가 이제부터는 너랑 같이 놀지 말래' 하고 말한 뒤부터였다. 그 말에 충격받은 나는 당장 부모님께 달려가서 그게 무슨 뜻이냐고 여쭤보았다.
그날 저녁 식탁에서 나는 난생 처음으로 인종문제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었다. 부모님은 인종문제로 빚어지는 여러 비극과 모욕들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하셨다. 나는 큰 충격을 받아 앞으로는 모든 백인들을 미워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생각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굳어져 갔다.
부모님은 한결같이 `백인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 `백인을 사랑하는 것은 기독교인의 의무다'라고 가르치셨다. 내 마음속에서는 의문이 일기 시작했다. 나를 미워하는 백인들, 천진한 아이들의 우정까지 짓밟는 백인들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의문은 여러 해 동안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I have a dream that one day on the red hills of Georgia the son of former slaves and the sons of former slave owners will be able to sit down together at the table of brotherhood. I have a dream that my four little children will one day live in a nation where they will not be judged by the color of their skin but by the content of their character. I have a dream today!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조지아주의 붉은 언덕에서 노예의 후손들과 노예 주인의 후손들이 형제처럼 손을 맞잡고 나란히 앉게 되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나의 네 아이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나라에서 언젠가 살게 되는 꿈입니다.

지금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 (킹 목사 연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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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아네 취른트 지음, 조우호 옮김 / 들녘(코기토) / 2003년 10월


 세계

성서 / <오디세이아> 호메로스 /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 / <돈 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 <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괴테 / <인간희극> 오노레 드 발자크 / <모비딕> 허먼 멜빌 / <율리시스> 제임스 조이스


사랑

<트리스탄과 이졸데> 고트프리트 폰 슈트라스부르크 / <로미오와 줄리엣> 윌리엄 셰익스피어 / <위험한 관계> 쇼들로 드 라클로 / <신 엘로이즈> 장 자크 루소 /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 <적과 흑> 스탕달 / <친화력> 요한 볼프강 괴테 / <보바리 부인> 귀스타브 플로베르 / <안나 카레니나> 레프 톨스토이 / <에피 브리스트> 테오도르 폰타네 / <롤리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정치

<군주론> 니콜로 마키아벨리 / <리바이어선> 토마스 홉스 / <통치이론> 존 로크 / <사회계약론> 장 자크 루소 / <미국의 민주주의> 알렉시스 드 토크빌 / <공산당선언>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 <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데카메론> 조반니 보카치오 / <발라드> 프랑수아 비용 / <무례한 아이들> 드니 디드로 / <패니 힐, 한 매춘부의 회상> 존 클레랜드 / <생갈의 J. 카사노바 회고록> 조반니 지아코모 카사노바 / <쥐스틴 또는 미덕의 불운> 마르키 드 사드 / <채털리 부인의 사랑> D. H. 로렌스


경제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의 정신> 막스 베버 / <로빈슨 크루소> 다니엘 디포 / <국부론> 애덤 스미스 / <자본론> 카를 마르크스 / <서푼짜리 오페라> 베르톨트 브레히트 /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 존 메이너드 케인스 / <도널드 덕 칼 바크스 / <99프랑> 프레데릭 베엑베데


여성

<여성의 권리옹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 <거세된 여자> 저메인 그리어 / <작은 차이> 알리체 슈바르처


문명

<궁정인> 발다사레 카스틸리오네 / <우울증의 해부> 로버트 버턴 / 희극 몰리에르 / <학예론> 장 자크 루소 / <라모의 조카> 드니 디드로 / <부덴브로크가> 토마스 만 / <계몽의 변증법> 테오도르 아도르노>막스 호르크하이머 / <문명화 과정에 대하여>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정신

<수상록> 미셸 드 몽테뉴 / <트리스트럼 샌디> 로렌스 스턴 /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꿈의 해석> 지크문트 프로이트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셰익스피어

생애 / 희곡 작품들


현대

<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 <황무지> T. S. 엘리엇 / <마의 산> 토마스 만 / <심판> 프란츠 카프카 /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알프레드 되블린 / <특성 없는 사나이> 로베르트 무질 / <고도를 기다리며> 사무엘 베케트


통속 소설

<프랑켄슈타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셸리 / <드라큘라> 브람 스토커 / <셜록 홈스> 아서 코넌 도일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거릿 미첼 / <비네토우> 카를 마이


컬트문학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괴테 / <호밀밭의 파수꾼> J. D. 샐린저 / <길 위에서> 잭 케루악 / <황야의 이리> 헤르만 헤세 / 더글러스 커플랜드


유토피아 : 사이버 세계

<유토피아> 토마스 모어 / <노바 아틀란티스> 프랜시스 베이컨 / <태양의 나라> 토마소 캄파넬라 / <타임머신> H. G. 웰스 /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 <1984> 조지 오웰 / <솔라리스> 스타니슬라프 렘 / <뉴로맨서> 윌리엄 기브슨


학교 고전

<에밀리아 갈로티>, <현자 나탄>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 / <도적들>, <간계와 사랑>, <빌헬름 텔> 프리드리히 쉴러 / <깨어진 항아리>, <미하엘 콜하스>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 <어느 빈들이의 생활> 요제프 폰 아이헨도르프 / <당통의 죽음> 게오르크 뷔히너 / <독일, 겨울동화> 하인리히 하이네


아동도서

<에밀-교육에 관하여> 장 자크 루소 / <올리버 트위스트> 찰스 디킨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 <허클베리 핀의 모험> 마크 트웨인 / <삐삐 롱스타킹>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 <해리 포터> 조앤 K. 롤링



20대에 읽어야 할 한 권의 책 책세상


1. 이남석 : 내 친구 걸리버 | 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2. 히라타 유키에 : 동시대에 씌어진 서로 다른 이야기, 그러나 '통하는' 이야기

| 우에노 치즈코.조한혜정 <경계에서 말한다>

3. 오현철 : 나의 세계관을 바꾸어놓은 책 | 카를 마르크스 <경제학-철학 수고>

4. 조현범 : 이분법의 틈새에 새로운 사유를 뿌리내리다 | 정진홍 <경험과 기억>

5. 임형석 : 공자, 신화를 벗다 | H. G. 크릴 <공자-인간과 신화>


6. 정준영 : 낯선 것에 익숙해지는 방법 | 신시아 프리랜드 <과연 그것이 미술일까?>

7. 김욱 :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저주받은 걸작 |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8. 구춘권 : 21세기의 역사는 반전할 것인가 | 에릭 홉스봄 <극단의 시대 : 20세기의 역사>(전2권)

9. 최기숙 : 하얀 멍, 붉은 인사 - <금오신화>를 읽는 시간 | 김시습 <금오신화>

10. 정태욱 :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 |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11. 주영하 : 옹기장이 입으로 풀어낸 민중의 이야기 | 박나섭 <나 죽으믄 이걸로 끄쳐버리지>

12. 권명아 : '개인의 해방과 자유'라는 개념은 안녕하십니까?

| 캐럴 페이트먼 <남과 여, 은폐된 성적 계약>

13. 김수경 : 짧은 만남, 그리고 돌연한 이별 | 김소진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

14. 전재호 : 평화주의자의 눈으로 본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초상 | 박노자 <당신들의 대한민국>

15. 김창수 : 21세기와 20세기의 대화 | 리영희.임헌영 <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16. 박병상 : 역지사지로 본 '동물의 역습' | 마크 롤랜즈 <동물의 역습>

17. 정승우 : '씨알'의 자리에서 읽은 한국 역사 | 함석헌 <뜻으로 본 한국역사>

18. 박애경 : 처용, 그 모호함의 기원을 찾아서 | 유시진 <마니>(전2권)

19. 정진상 : 진짜 마르크스를 만난다 | 알렉스 캘리니코스 <마르크스의 사상>

20. 최유준 : '모차르트 효과'는 모차르트를 키워낼 수 있을까 |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모차르트>


21. 김경욱 : 당신이 제국의 엘리트라고 꿈꾸는 모든 교양, 그러나 제국주의 앞잡이라고 고백하기 싫어하는 진실 ㅣ 에드워드 사이드 <문화와 제국주의>

22. 전미영 : 탈신화화를 통한 새로운 문화 해석 ㅣ 마빈 해리스 <문화의 수수께끼>

23. 서보혁 : 미국의 대북 핵 외교는 합리적인가 ㅣ 리언 시걸 <미국은 협력하려 하지 않았다>

24. 박동진 : 한국 민주주의 이해하기 ㅣ 최장집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25. 이창일 : 몸, 욕망의 고깃덩어리를 벗어나다 ㅣ 데즈먼드 모리스 <바디워칭 - 신비로운 인체의 모든 것>


26. 임종기 : 야생의 사고 ㅣ 미셸 투르니에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27. 정철웅 : 시대 조류와 한 개인의 삶 ㅣ 심복 <부생육기>

28. 공임순 : 가깝고도 먼 나라 북한을 들여다본다 ㅣ 와다 하루끼 <북조선>

29. 조한욱 : 누가 사소한 것의 역사를 두려워하랴 ㅣ 하인리히 야콥 <빵의 역사>

30. 박규태 : 종교와 경제, 혹은 사랑과 욕망의 변주곡 ㅣ 나카자와 신이치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


31. 심재관 : 구름의 마음을 읽던 날들의 추억록 ㅣ 오쇼 라즈니쉬 <삶의 길, 흰구름의 길>

32. 이성용 : 사회학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ㅣ 랜달 콜린스 <상식을 넘어선 사회학>

33. 조세현 : 아나키즘의 거장 크로포트킨의 핵심 이론 ㅣ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 <상호부조론>

34. 김고연주 : 결혼은 계륵이다?! ㅣ 또하나의문화 편집부 <새로 쓰는 결혼 이야기>

35. 이상빈 : 진실과 맞닿은 허구 ㅣ 로맹 가리 <새벽의 약속>


36. 이영호 : 역사의식을 일깨우는 민중문학의 걸작 ㅣ 신경림 <새재>

37. 김주삼 : 미술의 바다를 항해하다 ㅣ 에른스트 H.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38. 이경분 : 낭만적 사랑과 반낭만적 사회 비판 ㅣ 베르톨트 브레히트 <서푼짜리 오페라>

39. 장태한 : 보여주기 싫은 미국의 모습 ㅣ 제임스 w. 로웬 <선생님이 가르쳐 준 거짓말>

40. 이한우 : 근현대 한국 정치를 읽는 하나의 틀 ㅣ 그레고리 헨더슨 <소용돌이의 한국정치>


41. 박현수 : 우리의 트라우마를 넘어서기 위해 ㅣ 황석영 <손님>

42. 김융희 : 신화, 가장 오래된 철학이자 가장 수준 높은 철학 ㅣ 나카자와 신이치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

43. 이은자 : 실크로드 탐험기를 통해 배우는 역사를 읽는 다양한 눈 ㅣ 피터 홉커크 <실크로드의 악마들>

44. 김한종 : 조국을 마음 속에 담은 어느 혁명가의 치열한 삶 ㅣ 님 웨일즈 <아리랑>

45. 김미경 : 잠자고 있는 90퍼센트의 뇌 잠재력을 개발하라 ㅣ 이승헌 <아이 안에 숨어 있는 두뇌의 힘을 키워라>


46. 조지형 : '상징의 숲'을 걷노라면 ㅣ 샤를 보들레르 <악의 꽃>

47. 김사천 : 교과서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지혜, 생활 속의 철학 ㅣ 안지추 <안씨가훈>

48. 조범환 : 흔들림 없는 구도의 여행 기록 ㅣ 엔닌 <엔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

49. 홍기빈 : 21세기와 여운형, 냉전 이후의 한반도를 위하여 ㅣ 이기형 <여운형 평전>

50. 강성호 : 이슬람을 통해 본 세계 문명 ㅣ 이븐 할둔 <역사서설>


51. 김호경 : 시대에 대한 기행 ㅣ 박지원 <열하일기>

52. 노서경 : 살아 있는 노동자들의 역사 ㅣ 에드워드 파머 톰슨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

53. 선우현 : 우리의 삶은 더 나은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가 ㅣ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오래된 미래>

54. 김용복 : 1990년대 위기를 통해 본 일본의 미래 ㅣ 모리시마 미치오 <왜 일본은 몰락하는가>

55. 신성곤 : 오리엔탈리즘의 그늘에서 팍스 몽골리카를 바라보다 ㅣ 박한제 외 <유라시아 천년을 가다>


56. 유기환 : <이방인> 혹은 현대 소설의 시작 ㅣ 알베르 카뮈 <이방인>

57. 김창현 : 미완의 역사, 미완의 완결 ㅣ 홍명희 <임꺽정>

58. 박지현 : 존재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열다 ㅣ 이부영 <자기와 자기실현>

59. 장시복 : 마르크스의 <자본론>, 세계를 뒤흔들다 ㅣ 카를 마르크스 <자본론(전3권)>

60. 김영건 : 여기 진실한 두 인간이 있다 ㅣ 김형국 <장욱진 : 모더니스트 민화장>


61. 하승우 : 자발적인 예속과 불량의 윤리학 ㅣ 후지따 쇼오조오 <전체주의의 시대경험>

62. 김찬호 : 정보 문명을 조망하는 학제 간 지성의 심포니 ㅣ 마츠오카 세이고 <정보문화학교>

63. 최정기 : 죽음의 고통과 희망 ㅣ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64. 박대재 : 우리 시대에 살아 있는 고대로부터의 문화 ㅣ 왕력 <중국고대문화상식>

65. 정성희 : 초보 학자의 중국 과학사 탐구기 ㅣ 조셉 니덤 <중국의 과학과 문명>


66. 이종록 : 성서학자가 읽은 진화 이야기 ㅣ 딜런 에반스 <진화심리학>

67. 탁석산 : 문제는 통찰력이다 ㅣ 조지 오웰 <1984>

68. 이나미 : 길을 찾는 소시민을 위한 책 ㅣ A. J. 크로닌 <천국의 열쇠>

69. 김태만 : 21세기와 바다, 그리고 중국 ㅣ 개빈 멘지스 <1421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

70. 김대영 :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어난 휴머니즘 찬가 ㅣ 조지 오웰 <카탈로니아 찬가>


71. 이태하 : 참된 행복을 찾아서 ㅣ 아나톨 프랑스 <타이스. 붉은 백합>

72. 김진수 : 낭만적인 사랑과 동경의 초상 ㅣ 노발리스 <파란 꽃>

73. 정유성 : 인간에 대한 가없는 믿음 ㅣ 파울루 프레이리 <페다고지>

74. 김동훈 : 철학자가 쓴 한국 사회 불평등론 ㅣ 김상봉 <학벌사회>

75. 김선욱 : 우리 가까이에 있는 법 ㅣ 김두식 <헌법의 풍경>

76. 김영진 : 깨끗한 문장의 매력 ㅣ 어니스트 헤밍웨이 <헤밍웨이 전집 3>

77. 이지명 : 이기주의를 도덕적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인 지적 도발 ㅣ 요리후지 가츠히로 <현명한 이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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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밥 먹고 세수하고 나선 신문을 들여다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몇 십 년 묶은 철칙이다. 대충 흩어보는 편인데도 시간을 꽤 잡아먹곤 한다. 흔히 그렇듯 어릴 때 신문이라면 만화, TV 편성표부터 보았었기에 지금도 그것부터 보게 된다. 주로 스포츠, 문화면을 탐독하고 나머지는 시간 있으면 대충 흩어 보면서 스크랩할 기사를 찾게 되면 신문 홈페이지에서 갈무리를 해 두는 것도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바로 나의 하루는 이삭줍기라고 하겠다.

구독하는 신문에 만화가 없어진지 오래 되었고 대신 얼마 전부터 새로 소설이 연재되면서 읽어보기 시작해서 습관이 되어 버렸다. 요즘 젊은 세대에 대한 관찰의 일환으로. 오늘 한 구절이 갈무리하도록 만든다.

“(남의 일에 대해) 아무튼 말들은 잘한다. 각자의 등에 저마다 무거운 소금가마니 하나씩을 낑낑거리며 짊어지고 걸어가는 주제에 말이다. 우리는 왜 타인의 문제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판단하고 냉정하게 충고하면서, 자기인생의 문제 앞에서는 갈피를 못 잡고 헤매기만 하는 걸까. 객관적 거리조정이 불가능한 건 스스로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차마 두렵기 때문인가.”

인생살이에 대한 예리한 논평이 아닐 수 없기에!

오늘도 예기치 않은 곳에서 이삭 하나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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