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코뮌 고려대학교 교양총서 4
가쓰라 아키오 지음, 정명희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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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연대, 그러나 또 다시 개입되는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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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 - 시민을 위한 민주주의 특강
도정일.박원순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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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탐(小貪)해서 대실(大失)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나는 어리석게 굴었다. 달성하지 못한 최종 목표에 대한 미련보다 취할 수 없었던 작은 욕망이 더 절절했다. 이렇게 앎과 삶은 불일치한다. 적어도 내 일상은 그렇다. 어쩌면 민주화를 앞당긴 이들의 실수가 이 대목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욕망을 우습게 생각했던 것 말이다. 최종 목표를 달성했다고 착각했기에, 개인들의 작은 욕망은 무시해 버렸던 것. 그러나 나도 우리도 어리석기에 개인적인 작은 욕망들이 얼마나 절절한가. 결과적으로 그 절절함이 우리를 철저히 망가뜨렸다. 욕망하는 대상에게 힘을 실어 주는 행위를 하게 한 것이다.  

그럼에도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다시 한 번 그 어리석음을 돌아보는 마음이 있고, 고쳐보고자 하는 의지가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민주주의를 말하려고 하는 이 책의 저자들과 내가 오늘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낡은 것은 사라졌는데, 새로운 것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를 [위기]라고 그람시는 말했다. 위기에 관한 명쾌한 정의다. 2010년의 한국은 정치, 경제,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위기의식이 팽배해있다. 이 책에 언급된 12명의 살아있는 지식인들처럼 조목조목 그 위기를 진단할 수는 없다고 치더라도, 우리는 즉자적으로 느낀다. 그런데 좀 다른 의미의 위기가 아닌가 싶다. "낡은 것이 좀 사라지는가 싶었는데, 오히려 더 낡은 것으로 회기하려는 상태!" 따라서, 지금 이 시점에서 민주주의를 말하는 사람들은 이 현상을 깊이 받아들일 필요가 있겠다. 2010년의 한국은 왜 더 낡은 것으로 회기하려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말이다.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열거하기에 너무 많다. 그것을 대표하는 무엇을 꼽으라면,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의 대결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대목 박명림교수의 지적은 날카롭고 옳다. 그는 공공성이 실종되고 국가가 사사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공공성이 실종된다는 것은 권력이 일부에게 독점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신분이 부활함을 의미한다.  

현재 한국사회의 신분은 돈에 의해, 학벌에 의해 재편되고 있다. 사라졌던 문중이 현대식으로 부활하는 셈이다. 아버지가 기거하는 아파트의 이름으로 혹은 학벌의 이름으로. 이제 수도 서울의 어디에서 태어나고 자라는가, 어떤 사교육을 받고 어느 대학을 나오는가에 따라 밥벌이가 달라지고, 그들 다음 세대의 운명도 달라진다. 일부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렇듯 먹고사는 문제가 공공의 영역에서 해결되지 못하는데 어찌 하겠는가. 새로운 신분제로, 좀 더 상위 신분으로 편입하는 수 밖에. 이렇게 되면 모든 판단이 멈춘다. 단지 자본이 필요하다는 생각, 자본이라면, 경험상으로 토건이라도 해야 한다는 혹은 경제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신앙에 가까운 맹종만이 남는다. 그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갈 지는 모른다. 그저 욕망만 남는다. 개인간의 이익 충돌을 막을 수 있는 장치로 공공의 영역, 즉 국가라는 형태가 필요했던 것인데, 공공의 영역이 과두화된 이상,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욕망하고, 속고, 주변으로 내몰리는, 악순환만이 우리 앞을 완강히 버틸 뿐이다. 이런 사회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망한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책에 소개된 지식인들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민주주의의 빠른 후퇴를 말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다른 그림이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목소리다. 그 하나의 목소리를 도정일교수의 물음으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 더 나은 세계란 누구를 위한 더 나은 세계인가?" "나는 누구의 이익을 위해 지금 이 결정을 내리는가?" 이 두 가지 질문은 사적인 그리고 공적인 영역에서, 무엇인가의 시비를 가리고, 선택하고, 옹호해야 할 때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확한 판단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주입되는 모든 가치를 의심할 때, 그것에 맞서야 할 때, 이 물음을 기억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퇴행하는 사회를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대답해야 한다. 그것은 더 낡은 것으로 회기하려는 의도를 가진 자들과 맞서는 일, 그들의 실체를 까발리는 일, 정보화 시대의 리듬으로 현실을 대처하는 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옳은 방식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일 것이다. 먹고사는,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민주주의는 필요하다. 최소한의 것들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연대하고 행동해야 한다. 한홍구교수의 말처럼 "가만히 있으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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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9 1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9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9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우 2010-07-07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가만있자... 이 글.
다음 답글 답니다, 기다리쇼, 굿바이님!

굿바이 2010-07-07 14:20   좋아요 0 | URL
꺄아! 겁나요, 동우님!

Seong 2010-07-09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진자들의 욕망에 맞서는 일반인들은 살아가기 쉽지 않은 세상입니다. 그래서 가진자들은 돈줄만으로는 모자라는지, 이제는 시간마저 통제하려고 하고요. 몸이 피곤하면 모든 것이 귀찮아지듯, 자연스레 정치와 제도에 관심이 옅어지는 것을 기대해서 이런 게 아닐런지. 국민이 백성이 되어가는 게 지금 한국 사회인 것 같습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두 눈 부릅뜨고 지켜야지요. 국민으로 살아가기 참 만만치 않은 것 같아요! ^^

굿바이 2010-07-09 12:56   좋아요 0 | URL
그렇죠. 기득권자들의 욕망에 대항한다는 것이 참 만만하지 않습니다. 어지러운 소식들이 도처에 널부러져 있고, 새로운 독재의 냄새가 여기저기서 풍깁니다. 그런데도 뭐랄까 이것들과 맞설 무엇이 보이지 않아 더 난감한 시절입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적어도, 그들에게 만만하게 보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두 눈 부릅뜨고 지켜야죠, 가만히 있으면 안되는 거죠!:)
 
빨간 나무 풀빛 그림 아이 15
숀 탠 글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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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은 한꺼번에 터진다는, 정직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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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06-25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표지가...엉엉...

2010-06-28 0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한 나날
로랑 그라프 지음, 양영란 옮김 / 현대문학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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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 이 알량한 인생이여~ 그래도 부릉부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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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즐거움의발견>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 우울한 현대인이 되찾아야 할 행복의 조건
스튜어트 브라운 & 크리스토퍼 본 지음, 윤미나 옮김, 황상민 감수 / 흐름출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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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몇 몇 기업들이 놀이시설을 사옥에 마련하고, 직원들이 일정시간 그곳을 이용하도록 한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었다. 소개된 기업들의 경우, 놀이가 창의력과 생산력에 기여한다는 확신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시도와 배려는 칭찬할 만한 일이었지만, 이용자의 기호를 제대로 반영한 것인지, 혹여 이것 마저 얼마나 즐겁게, 잘 노는지 평가하는 분위기는 아닌지 미리 걱정스러웠다. 내 경험을 돌이켜보면, 어떤 이들에게는 즐거운 산행이나 피구가 내게는 고행이었다. 특히, 정상을 올라가야 한다는 압박, 포상을 받기 위해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은 공포스럽기까지 했었다.  

그럼에도,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단체로 경합하는 경기가 되었건, 무언가 따라하는 놀이가 되었건, 뭐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잘 해내는 동료들이 일도 잘하는 이들이었던 것은 분명했다. 물론,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활기차고,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동료들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이 전하려는 메세지도 내 경험의 일부와 동일한 연장선에 있었다. 즉, [놀이]는 [일]과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는 것, 놀이의 반대는 일이 아니라 [우울함]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훌륭한 보완제가 내게는 공포였던 이유가 뭘까, 나는 이 책에서 [놀이 인격play personality]이라는 해답을 얻었다. 즉, 개인별로 놀이의 유형에 따라 흥미를 느끼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8가지 유형을 소개하는데, 익살꾼, 활동가, 탐험가, 경쟁자, 감독, 수집가, 예술가 혹은 창조자, 스토리텔러 등이 그것이었다. 나도 해당되는 것들이 있었는데, 적어도 활동가나 경쟁자는 아닌 듯 싶었다. 따라서, 어떤 놀이가 아이들의 두뇌 활성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전국의 어머니들이 유행처럼 한 가지 놀이 기구를 아이에게 선물하고, 그것을 갖고 놀도록 하는 것은 우울한 일이다. 아이든 성인이든 본인이 즐거운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어떤 놀이가 자신의 놀이 인격에 맞고, 지속하고 싶은 느낌을 갖게 하는 지를 찾아내는 것만 남았다. 이 책에서는 그런 놀이를 <하트 플레이heart play>라고 부른다. 아이들의 경우라면 하트 플레이를 찾는 일이 더 쉬울 것이다. 성인이라면 유년기의 경험을 떠올려 보라고 권한다. 가장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고, 그때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해 내면 자신이 어떤 놀이에 즐거움을 느끼는지 쉽게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예와 실험을 통해 놀이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동의하고 동감한다. 그럼에도, 놀이,라는 말이 갖는 부정적인 연상 역시 존재함을 인정한다. 경쟁이 심화된 사회라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근면, 성실, 극기 이런 가치들이 칭찬받는 시절을 살았고, 또 그리하면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진다는 판타지를 교육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다 옳지도 않다. 그 증거는 도처에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울함을 호소하고, 삶의 무상함을 말하는지 말이다. 성공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부러울 정도의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자살하는 일도 허다하다.  

여행의 묘미는 견고한 일상이 존재함을 전제로 한다. 사랑의 묘미도 인간의 태생적인 외로움을 전제로 한다. 놀이의 묘미도 그러할 것이다. 또한, 여행도, 사랑도 정해진 방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놀이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니,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놀이를 허락하는 일만 남았다. 물론, 일탈은 알아서들 자제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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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6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6 2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6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6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7 0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風流男兒 2010-06-17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그렇군요 책보다도 명쾌한 누나의 서평에 역시 노나 공부하나 마찬가지다라는 말이 왜 떠오르지.. 여튼, 저는 노는게 더 좋은 것 같아요. ㅎㅎ

굿바이 2010-06-17 12:09   좋아요 0 | URL
푸하하!!! 노나 공부하나 마찬가지다, 완전 좋다!!!!
나도 노는게 젤 좋아~ 그나저나 진환씨는 완전 모범생 스타일인데 말이야 :)

동우 2010-06-18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호모 루덴스라던가, 유희하는 인간이라는 말도 있지 않아요?
푸하하 웃으시지만, 나는 굿바이님.
영리한 사람들, 성공하는 사람들은 필경 이 능력의 방법론을 재빨리 터득하는 사람들이라는....

공부가 즐거운 사람들(공부벌레라고 손가락질하지만 공부하는게 즐거운걸 어쩌리오), 일이 즐거운 사람들(워커 홀릭이라고 불쌍해 하지만 그 일이 미치게 좋으걸), 호승심이 즐거운 사람들(누가 무어래도 이기는게 좋은걸 어쩌랴).
어떤 조화로움과는 별개로 '어떤게 즐거우면 즐거운만큼 어떤건 그만큼 성공한다'라고 나는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군대에서 '피할수 없으면 즐겨라'류의 격언을 나는 존중합니다.
이거 아무나 할수 있는게 아니라지요?
하하 굿바이님.
좌우지간 닥치는 것들, 즐거워 합시다.
정신건강 뿐 아니라, 오래 오래 장수한답니다. ㅎㅎㅎ

굿바이 2010-06-18 12:23   좋아요 0 | URL
어떤 것은 즐거운만큼 성공한다,는 말 완전 공감이예요^^

그런데, 참,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나마 즐기는 일이라고는, 먹고, 놀고, 책 읽고, 음악 듣고.....
한때, 일벌레라는 오해를 받은 적이 있는데, 일이 즐거워서 그런게 아니고 불안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뭔가 자리를 벗어나면 잘못 될 것 같고, 남에게 맡겨도 잘 못 될 것 같고.
그래도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고난과 시련이 절 키웠다는...ㅋㅋㅋㅋ

되도록이면, 피할 수 없는 것들 즐기려고 해요. 동우님의 즐거움들은 어떤 것들인지 궁금해졌어요. 뭐, 좋은 거 있음 좀 알려주시와요:)

동우 2010-06-20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행복함이란 어떤 상태인지? 순간인지 지속적인건지.
즐거움이란 행복함이 거느리는 부스러기 반짝임인듯.ㅎㅎㅎ

책부족 이번달 과제, 제인 에어.
거기서 행복의 어떤 편린을 봅니다.
블론테 자매의 글들, 세익스피어에 버금간다는 느낌...
그 상상력 통찰력 묘사력.

굿바이님.
내 즐거웠던 것들, 뒤죽박죽 쓰려합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