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알아듣는 말이 점점 많아진다. 오늘 오전에는 "꿀피부"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찾아보기까지 했다. 내가 아는 "꿀"은 벌이 만드는 달고 끈끈한 액체고 그것이 척추동물의 조직을 감싸고 있는 "피부"라는 명사와 만나면 "끈끈하게 변한 조직" 혹은 "점성이 좋은데도 흘러내리고 있는 조직"을 상상하게 된다. 외계 생명체가 등장하는 영화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장면도 떠오르면서 말이다. 알기 쉽지 않은가. 시고니 위버를 쳐다보던 외계 생명체를 떠올리면.
그렇지만 상식적인(?) 상상과는 무관하게 "꿀피부"는 "좋은 피부" 혹은 "반짝반짝 빛나는 피부" 혹은 "건강한 피부" 뭐 이런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다. 가까스로 이유를 찾으니(할 일이 참 없구나) 꿀을 얼굴에 바르면 피부가 좋아진다(보습제로는 사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는 것에서, 그렇게 "꿀을 많이 바른 것 같은 피부", 더 나아가 "꿀을 많이 발라서 좋아진 피부", 한 발 더 나아가 "좋은 피부"로 진행된 것이 아닌지 싶다. 아무리 그래도 내 경우 "꿀피부"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만지면 쩍쩍 달라붙는 피부가 떠오른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참을 만했는데 갑자기 "꿀피부"가 꿀의 맛을 떠올리며 조합된 것은 아닌지 싶었다. 꿀맛이다, 라고 할 때 뭔가 그 달콤하고 황홀한 맛에 피부가 흘레붙은 형식. 그러면 "꿀피부"는 "달콤하고 맛있는 피부" 또는 "쪽쪽 빨고 핥아먹고 싶은 피부"!. 다시 시고니 위버를 바라보며 침 흘리던 생명체가 떠올랐다. 그들이 2011년 한국에 온다면 제일 먼저 식량으로 약탈하는 생명체는 "꿀피부"가 되겠구나 싶은. 남들 다 알고 잘 쓰고 있는데 나만 모른다고 퉁퉁 부은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듣기도 싫고 보기도 싫은 것을. 새로 만들어져 쓰이는 말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이건 쫌 재미도 없고 통쾌함도 없고 감동적이지도 않고 미학적이지도 않다. "꿀피부"라는 말은 그저 무식하게 들릴 뿐.
사실은 정작 못 알아들었던 말이 있어서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건데 주객전도다. 그러니까 이해하기 힘든 말은 이것이었다. 자우림의 여성 보컬 김윤아씨가 어느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뱉은 말이다. "자우림은 1등과 어울리지 않아요" 또박또박 힘을 주어 하는 그녀의 말, 나는 어리둥절했다. 전반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미루야마 겐지의 <달에 울다>와 크리스토프 바타유의 <다다를 수 없는 나라>를 매일 읽고 있다. 이러다가 외우겠다. 물론 덕분에 이런저런 결정이 쉬웠다. 아직 아무 것도 손에 잡히는 것은 없고 뭐든 더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은 없지만 말이다. 여튼 정말 이 대목은 외웠다.
"봄이 되면 하얀 강아지를 키우자. 나는 그렇게 마음먹었다." 「미루야마 겐지, 달에 울다 中」
#. 참고
네이버에 소개된 "꿀피부". 괘씸하게 친절한 네이버.
꿀피부 오픈사전
꿀피부란 마치 꿀을 바른 듯 촉촉하고 윤기나는 피부를 말하는 신조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