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여행기(3)
쌈밥을 먹으려고 인터넷에서 쌈밥으로 유명한 삼포 쌈밥 집 위치를 찾아 갔는데 시간 빠듯해서 대릉원 앞에 있는 식당에서 대충 늦은 점심을 먹고 천마총이 있는 대릉원에 갔다. 대릉원은 신라의 왕족들의 무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 23기의 무덤이 모여있단단. 이 곳도 숲길이 아름답다. 들어가는 숲에는 다람쥐랑 청설모가 살고 있다. 청솔모는 사람이 와도 별로 겁내는 기색이 없다. 딴짓을 하고 있다가 사진을 찍으려고 가면 슬슬 피하면서 나무를 쪼르르 타고 오르락내리락 한다.천연덕스럽다.새소리를 들으며 만발한 배롱나무 숲을 지나 천마총에 갔다. 천마총은 무덤안에서 천마도가 그려진 말다래가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이란다. 무덤 안에 들어가니 복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간장이 서늘해 질 것 같았는데 그냥 일반 박물관 전시관 들어갔다 나오는 것 같은 느낌 뿐 별다른 느낌은 없다. 천마총을 구경하고 미추왕릉으로 나오는 길에 나무 그늘에 앉아 이름없는 무덤들을 쳐다본다.
둥그란 젖무덤 같은 거대한 무덤위로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다. 머릿속에 있던 잡다한 생각들이 다 사라져 간다. 아름답다.
시간을 보니 4시 30분, 분황사와 황룡사지를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안압지를 다녀 오며 봤던 분황사 가는 길 도로 표지판을 생각하고 그 쪽으로 차를 몰았다. 10여분 남짓 걸린다. 바로 앞에 황룡사지 가는 길이 보인다. 표를 받는 곳에는 입장하는 시간이 제한 되어 있을 것 같아서 도로 분황사를 먼저 갔다. 들어서자 마자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모전석탑이 턱 버티고 섰다.
7층에서 9층정도의 규모로 추측된다는 데 지금은 3층만 남아있다. 보통 사찰에서 볼 수 있는 돌탑들은 화강암으로 쌓았던 것 같은데 특이하게 이탑은 안산암으로 쌓았단다. 분황사가 신라 7대 가람 중의 하나였다는데 둘러 보니 남아있는 건물들은 모전석탑과 약사여래상을 모셔놓은 보광전 건물 뿐이다. 모전석탑 안에는 눈을 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부처님 한분이 앉아 계시고 그 양쪽 문 밖에는 인왕상이 지키고 있다.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탑들과 달라서 그런가 한참을 탑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으니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담장 밑을 기웃기웃거리며 돌아보는데 건물의 기단부분이 제법 많이 널부러져 있다.
분황사를 나와 황룡사지를 갔다. 밭 한가운데로 쭉 뻗은 길이 보인다. 자전거를 탈 줄 알면 자전거를 타고 들어갔으면 좋겠다.
황룡사지는 국가 제일의 사찰 자리를 오랫동안 지켰다는데 발굴 작업을 통해 확인된 자료에는 담장 안이 25.000여평에 이르고 출토된 유물만도 40,000여점에 이른단다. 지금 남아 있는 터 만도 만만찮다. 들어가는 길에 보니 여나무명의 답사객들이 보이더니만 내가 도착했을 때는 박물관 쪽으로 다 빠져 나가고 아무도 없다. 여기저기 남아있는 추춧돌을 둘러 보다가 한 주춧돌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시원한 바람이 들판 을 훑고 ,주춧돌만 남아있는 황룡사지를 훑고 지나간다.
그 옛날 몽고의 침입으로 황룡사가 불타기 전의 황룡사 모습을 상상해 본다. 세상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귀중한 보물 하나가 눈 앞에서 사라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