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조용헌 살롱)

                                                                나의 글쓰기


  논술은 쉬운게 아니다 자기가 생각한 것의 반만이라도 말로 표현할 수 있으면 그 사람은 웅변가이고, 자기 말의 반만이라도 글로 표현할 수 있으면 문장가라고 생각한다. 말은 교육과 훈련을 받지 않아도 잘 할 수 있다. 학력이 없어도 말 잘하는 사람은 주변에 많다.

  그렇지만 글쓰기는 다르다. 집중적이 훈련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인제를 감별하는 기준인 신언서판(身言書判)에서 ‘서 (書)’를 집어넣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서‘는 서체 (書體)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넓게 보면 그 사람의 문장이다. 문장에는 그 사람의 기절적인 특성과 세계관이 녹아 있게 마련이다. 문화(文化)라고 하는 단어의 구성 자체가 문장, 즉 글쓰기와 떼어놓을 수 없다.

  나는 글을 슬 때마다 염두에 두는 규칙이 있다. ‘하나의 생각은 하나의 문장에 집어 넣는다.’(one idea one sentence)는 원칙이다. 개인적으로 짧은 문장을 선호하는 편이다. 짧아야 쉽게 읽힌다. 관계 대명사가 많이 들어가는 문장은 복잡해서 좋아하지 않는다. 타고난 체질에 불이 많아서 서론을 길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만나면 중간에 말을 자르는 숩관이 있다. 결론만 말하라고 다그친다. 문장을 짧게 쓰려면 복잡한 내용을 압축하고 정리해야 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고. 잘못하게 섣부른 단정이나 결론에 빠질 수 있다

  ‘장타’보다는 숨이 짧은 ‘단타’ 문장을 좋아하다 보니 나와 비슷한 스타일로 글을 쓰는 문필가를 좋아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영국의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다. 와일드의 글은 관계대명사나 접속사가 별로 없이 짧아서 좋았다. 80년대 초반 대학 다닐 때 그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같은 작품을 읽으면서 알게 모르게 지도를 많이 받을 셈이다. 좋아하면 닮게 된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나 칼럼을 집중적으로 반복해서 읽는 것도 글쓰기의 한 방법이다. 그 때 주로 읽은 책들이 단문 위주의 칼럼이나 작품들이었다. 논술방식도 결국 자기 성격과 관련이 깊다. 논술의 지름길은 간단 명료하게 생각을 정리하는 훈련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