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여행기(8)-마닐라 시내 관광(파사이와 메트로 마닐라 남부)
오늘 정희는 팍상한 투어를 갔다. 혼자 가면 너무 비싸다고 일행을 구하더니 3명이 함께 싼 가격으로 간단다. 그래서 모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여행 간다고 가방을 챙기고 짐을 카운터에 맡겼다. 나는 오늘 방을 옮겨야 해서 10시까지 책을 보고 뒹굴다가 어제 저녁에 구해 놓은 펜션에 가서 짐을 풀었다. 그리고 파사이와 메트로 마닐라 남부 지역으로 시내 관광을 하러 갔다.
메트로 마닐라 남북을 이어주는 고속철도-주변에 많은 볼거리들이 있다
고속 철도를 타고 비토 크루즈 역에서 내렸다. 가는 길에 서민 백화점이라는 SM몰에 들러 이것저것 구경을 했다. 싸고 독특한 기념품도 많았는데 들고 다닐려니 엄두가 안나 망설이다 말았다. 찹스 웨이라는 필리핀 음식으로 점심을 먹고 할로할로(우리 나라 팥빙수 비슷한 음식)도 디저트로 먹었다. 그런데 나오는 길에 오른 쪽 샌달 끈이 툭 끊어져 버렸다. 이 일을 우짜꼬. 한편으로 다행이긴 하다. 백화점 안에서 끊어졌으니,샌달을 버리고 슬리퍼 한 켤레를 사 신고 털레털레 걸어서 동물원은 가려다 말고 그냥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으로 바로 갔다. 1층에는 스페인 통치 시대 상류층 사람들의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패밀리 트리’라는 특이한 벽화 한 점이 그려져 있다, 말레이시아,중국, 필리핀이 한 뿌리의 나무로 자라 나무가 가지가 사방을 벗어 나가는 그림인데 그 나라들과는 한 뿌리에서 나서 여러 나라로 갈라졌다는 애기같다. 지명 을 적어 놨는데 들어보지 못한 지역이다. 2층에는 글자(따갈로그 어가 아닌 영어)로 여러 가지 풍경을 나타내고 있는 그림들과 추상화, 다른 나라 화가들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 1층 벽에 그려진 '패밀리 트리'라는 벽화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을 나와 민족 예술 극장을 가는데 신이 불편해서 걷기가 힘들다. 그래서 마닐라 베이가 한 눈에 보이는 찻집에 들어가 마닐라 베이를 보며 차를 마시며 쉬다가 다시 불편한 신을 끌고 민족 예술극장을 들렀다.
마닐라 베이-멀리 보이는 건물들이 있는 곳이 에르미타다
이곳에 필리핀 소수 민족들의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고 해서 물어물어 갔다. 그런데 정해진 시간에 전통 무용 공연을 하지 민족들의 생활 도구와 각 민족에게 전해내려오는 악기 같은 건 전시하지 않는단다. 알고보니 ‘세계를 간다’ 책자에서 말한 이곳에 전시되어 있다는 전시품들은 문화센터 4층에 전시되어 있었다. 바로 맞은편에 로마 교황이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지었다는 코코넛 궁전이 있어 쏟아지는 비 속을 걸어 찾아갔지만 하필 금요일까지 휴관이란다. 아이구 힘 빠져. 다시 문화센터 쪽으로 걸어나와 로비에 가서 4층 박물관에 가겠다고 하니 카메라는 카운터에 맡기고 올라가란다.
다행히 이곳에 민족 문화 예술 극장에 전시되어 있다는 그 전시품들이 다 있다. 우리 나라의 전통 악기로는 단소, 북, 대금 , 가야금 같은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전통 악기들은 정말 특이하다. 쇠로 만든 요강같이 생긴 것은 크기를 약간씩 다르게 해서, 드럼치듯 치는 것도 있고, 매달아 놓고 북처럼 치는 것도 있다. 작은 것은 가볍고 높은 소리, 큰 것은 무겁고 낮은 소리가 난다.
신발이 불편해서 고속철도 역까지 못 걸어 가겠다. 그래서 택시를 잡아타고 에르미타 숙소로 돌아왔다. 투어간 정희를 기다려 함께 B.H몽골리안 샤브샤브라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다. 그런데 ‘불고기’식당과는 달리 된장찌개 같은게 없다. 씨푸드를 먹으려면 100페소정도의 돈이 더 있어야 하는데 나는 마지막 날이라 공항세 교통비, 된장찌개 먹을 정도의 돈만 남겨 두고 선물을 사버려 여유돈이 없다. 그래서 사장님께 씨푸드를 1인분만 시키면 안되냐고 하니까 2인분을 시켜야 한단다. 그래서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바꾼 돈을 다 써 버려 2인분 먹을 돈이 부족하다고 했더니 1인분 값만 받고 2인분을 주셨다. 거기다가 차까지 얻어 마셨다. 무쟈게 고마웠다. 내일 돌아가는 날이라 일찍 돌아와 잠을 자려는데 이곳도 말라테 펜션 못지 않다. 밤새토록 음악소리, 노랫소리로 시끄럽다. ‘야들아, 잠 좀자자...’ 자는 둥 마는 둥 마지막 날을 보내고 4시 30분에 일어나 공항으로 출발했다.
새벽에 나와 동경을 경유해서 집에 오니 저녁 9시 30분, 진이 다 빠졌다.
7박 8일동안 날씨가 좋지 않아 계획했던 여행을 차질이 빚기도 하고, 치사한 필리피노들 때문에 속상한 일도 더러 겪었지만, 또 그만큼 고마운 사람들 만나 즐거운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필리핀은 특히 마닐라는 자유 여행지로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보라카이나 세부, 민도르, 보홀 같은 섬 한 곳을 정해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기며 며칠 쉬다가 오는 게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