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 동막골’을 보고
이번 주에 바다나 계곡으로 가족들 모두 나들이 가기로 했다. 그런데 막내 동생에게 일이 생겨 다음주로 미뤄 졌다. 그런데다 제일 친한 고향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삼천포 가서 밤샘하고 올라오고.
3일 연휴중 하루는 어머니와 함께 뭔가를 해야할 것 같아 작년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처음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동생과 보러 간 영화. 순박한 동막골 사람들과 가슴에 따뜻한 불씨를 품고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어머니가 이 영화 보고 참 재미있다고 하셨다.
국군이 총부리를 들이대도 "뭔 사람이 아는 체를 그리 해요? 낯짝에 짝대기를 들이대고…" 이러는 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미군 전투기가 추락을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군 병사 뒤를 이어 길을 잃은 인민군 3명과 탈영한 국군 소위와 국군 위생병 상사가 들어오고. 한공간에 같이 있으면 안 될 사람이 함께 있게 되었을 때 생기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생기지만 예상대로 이들은 순박한 동막골 사람들 속에 서로 겪이 없이 어울리는 사이로 발전을 한다. 그러면서 어린 인민군은 여일(강혜정)을 마음에 품고, 동구 어머니는 인민군 대장 리화수를 가슴에 품고.
북한과 우리는 한 민족이다. 그런데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 속에서 몇십년 동안 생활해 오다보니 조금씩 변해갔다. 동막골에서 만난 인민군과 국군처럼 서로 조금만 마음을 열면 다시 하나되어 살아갈 수 있을 텐데. 그리고 6.25전쟁 때 수많은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채 목숨을 잃은 것도 우리의 고유한 사찰과 문화유산 대부분이 파괴된 것도 지형에 어두운 미군의 폭격기였다더니 그 말을 증명이나 하듯 이들은 동막골을 인민군 부대가 주둔해 있을 것이라는 추측만으로 마을을 폭파시키려 한다. 사람들의 목숨은 아랑곳 하지 않고 북진을 하기 위한 중요한 요새라는 사실 하나만을 들어서. 결국 리화수와 어린인민군, 장영희, 표형철, 문상사가 목숨을 바쳐 동막골을 지켜내지만.
이 영화는 웃음과 눈물을 통한 감동적인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한다
여일이 반지 같은 수류탄 핀을 뽑았을 때 다급하게 수류탄 위로 몸을 던지는 표형철9 (이 모습을 본 리화수는 표형철이 가슴에 따뜻한 불씨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과 급하게 땅바닥에 엎드리는인민군과 문상사. 그런데 그런 위험한 상황도 모른채 뭔일인가 싶은 눈으로 쳐다보는 마을 사람들, 총부리를 들이대고 인민군이 윽박질러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멧돼지가 내려와 밭을 헤집어서 큰일이라고 웅성거리는 사람들, 억지 웃음이 아니라 맑은 웃음이 저절로 배어나게 하는 장면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감독이 ‘이 영화가 세상살이에 지친 모든 이에게 햇살 같은 따뜻한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 고 했다더니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로 인해 이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에 훈훈한 감동이 물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