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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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편배달부는 백지와 같았다. 그 백지 위에 파란 잉크가 한 방울 떨어졌다. 자신의 감성을 은유라는 필터를 통해 바의 베아트리체를 발견한다. 시인(네루다)으로 인해 자각한 우편배달부는 사랑하는 여인을 떠난다.

 

   그의(배달부) 죽음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다. 단지 자신의 메타포를 알리려는 것 뿐이었다. 그것은 은유가 무서운 민중을 낳고 어떻게 쏠리는지를 보여 준다. 민중은 어부의 바다와 같다. 우리가 그 바다에서 죽는다는 사실적 허무주의를 자각한다.

 

   차가운 꽃샘이 강바람 끝에 머물고, 부서진 바위돌처럼 철새들이 강물위에 웅끄리며 떠 있다.  기우는 석양빛은 태초의 기억과 같다.  '16.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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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노동 - 꼭꼭 숨겨진 나와 당신의 권리
은수미 지음 / 부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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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커피 물량의 3분의 1을 공급하는 브라질 커피농장의 노예노동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관련하여 브라질 정국을 뒤흔든 국영 석유기업 비리 스캔들로 브라질 좌파의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그는 가난한 소작농 집안 출신으로 노동운동에 투신하여 브라질 노동당(PT)을 창당했다.


   저자는 최근 국회에서 10시간 18분동안 필리버스터를 기록했다. 이를 기회로 저자의 책을 읽게 되었다. 성완종 사건이 일어나자 그의 자서전을 읽었다. 


   노동운동에 대한 상투적인 오용을 지적하고 있다.  특별히 기억에 남은 글의 대목은 이렇다.  “여기서 당신은 '노동'이라는 말의 탄생을 확인 할 수 있다. 노동이라는 말, 노동이라 불리는 특정 활동은 태어날 때부터 비참했다. 그것은 노예의 노동이거나 농노의 노동이었다. 


   하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노동과 작업을 구분한다. 노예나 육체노동을 하는 자가 하는 일을 노동이라 하고 고대 그리스의 장인이나 수공업자들의 일을 작업이라 부른다. 그랬던 노동의 지위가 근대에 들어와서 바뀐 것은 맞다. 


   여전히 태생의 흔적을 감추지 못한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을 ‘노가다(막일)’와 동일시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은가. 노동자로 불리기를 꺼려하거나 노동자임을 숨기려는 것은 한국에서 오래된 관행이다.


   노동은 사람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그렇다면 왜 노동의 불평등이 존재하는가? 한 인간의 과도한 자유 의지가 곧 타인의 생존을 억합하는 원흉이 된다면 이 얼마나 큰 모순인가!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노동권의 확립이다.


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 속에 묻었다.


꽃이 자라고, 나비가 그 위로 날아간다...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 '나의 어머니', 베르톨트 브레히트 -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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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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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에서 특별한 계획없이 사는 아들(스토너)에게 아버지는 군청에서 자신의 아들이 농과대학을 들어가면 지금 농사일을 더 규모적으로 할 수 있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아들은 농과대학에 입학하여 교양과목으로 영문학개론(?)을 듣게 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자각하게 된다. 전과하여 영문학 전공을 한 교수가 된다. 결혼을 하고 딸을 키우게 되고 40대초중반에 연애를 하게 된다.

 

   학과에서 타 교수와 갈등을 겪기도 한다. 20세기 초의 세계적인 정세속에서도 스토너는 자신의 길을 간다. 끝내 암에 걸여 죽는다.

 

   자신의 저서를 만지작거리다 책이 침대밑으로 떨어지는 임종 장면은 은태한 대부(III)가 따뜻한 정원에서 툭 하고 쓰러져 죽는 모습과 같았다.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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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 세계문학산책 7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붉은 여우 옮김, 김욱동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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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박 회사인 모렐상사의 젊은 항해사 에드몽 당테스는 나폴레옹의 편지를 전달하려다 음모에 엮여 프랑스 왕정 정부에 의해 수감된다. 그는 수감된 감옥에서 파리아 신부를 만나게 되어 우연히 가르침을 받는다. 그리고 그의 원수가 누군지를 알게 된다.


   장기수인 파리아 신부를 통해 르네상스 시기에 이탈리아 추기경이 숨겨둔 보물 장소도 알게 된다. 감옥 생활 14년 동안 파리아 신부에게 각종 학문과 귀족의 소양을 익힌다. 당테스는 귀족이 아니였다. 파리아 신부가 죽자 신부의 시신 주머니에 들어가 탈옥에 성공한다. 그는 신부가 사망 직전 알려 준 몽테그리도 섬의 보물을 찾아 이탈리아에서 백작 작위를 사고 몽테그리스토 백작으로 부활한다. 그리고 프랑스으로 돌아가 복수한다는 줄거리다.


   1800년대에 씌여진 이 소설의 구성은 행복, 좌절, 부활, 복수로 이여지는 기본 플롯을 가장 명쾌하게 제시한 걸작이다. 소설 작법을 배우기에 좋은 작품이다. 특히 당테스는 신부의 감방에서 한 책을 보게 된다.


   정치적인 급변기에 어울리는 책이 있다. 이번 주에 소개된 ‘군주론’은 곽차섭 부산대 사학과 교수의 번역본이다. 우리에게도 차기 대선을 겨양한 잠룡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마키아벨리(1469-1527)의 군주론은 정치와 권력의 본질을 탐구하는 독자에게는 고전 중에 고전이다. '1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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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2-21 13:02   좋아요 0 | URL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군주론》의 영향을 받은 소설 작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펠릭스 2016-03-01 16:24   좋아요 0 | URL
네, 그렇군요. 인사가 늦었네요.
 
우주의 구조 - 시간과 공간, 그 근원을 찾아서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승산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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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4월초, '광주, 과학벨트 유치 승부수'라는 신문 헤드라인이 떴었다. 과학벨트의 핵심시설로 '중이온가속기(Heavy Ion Collider)'가 있다. 이 장비는 중이온(He 이온 이상의 무게를 갖는 이온)을 가속시켜 다른 원자핵에 충돌시키는 장치로, 현재 대전광역시 둔곡동 등에 2015년까지(?) 완공될 예정이다. 무거운 금속 이온을 빠르게 가속시켜 생성된 희귀 동위원소를 각종 연구에 응용 할 수 있다. 암 등 악성종양에 대한 선별적 타겟 치료 연구, 방사능 폐기물 처리 연구, 새로운 원자력에너지 개발에 응용된다. 광주에는 광주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연구기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최근 '태양계 타임캡슐'인 혜성에 도착한 탐사로봇으로 유럽우주국(ESA)이 관심 받고 있다. 혜성 탐사가 태양계와 생명의 기원을 찾을 절호의 기회이다. 과학자들은 혜성이 46억년 전 태양계 탄생 당시 생성된 것으로 지구와 충돌하면서 물과 함께 생명의 기원이 된 아미노산을 전해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혜성의 중력은 지구의 1만분의 1이며, 달은 지구의 6분의 1이다. '로제타호'가 현재 지구와 5억1000만km 떨어진 곳에 도착하기까지 10년 8개월이 소요되었다. 우주는 상상 밖에 존재할 수 있지만 우리만 존재한다면 공간 낭비 일까 싶다. 

   수능이 끝난 극장가에서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인터스텔라'가 상영되고 있다. 상대성이론과 최신 물리학의 성과를 영화적 상상력의 정교한 그물로 1억6000만달러짜리 서사시를 길어 올렸다. 모래바람과 식량난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지구를 배경으로 인류를 구원 할 길을 내기 위해 우주로 떠나는 이들과 남겨진 가족의 이야기다. 블랙홀의 장관이나 웜홀을 통한 성간(interstellar) 여행을 압도적 시각효과로 담아내고 있다. 놀런 감독은 차가운 우주와 따뜻한 인간애를 또렷이 대비시켰다.  

   웜홀이 정말로 존재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물리학자들은 일반상대성이론이 웜홀의 존재를 허용한다는 사실을 수십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영화속에서처럼 웜홀은 기존의 공간을 통하지 않으면서 공간상의 한 지점과 다른 지점을 연결시켜 주는 새로운 지름길이다. 또한 블랙홀 외형은 단순하지만 그 내부는 거대한 비밀창고다. 즉 ‘최대 엔트로피를 갖는 유일한 물체'인셈이다. 

   시간과 공간은 우주의 삼라만상이 진행되는 무대이자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전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무형의 울타리이다.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은 서로 독립된 객체가 아니라 관측자의 운동상태에 따라 변화의 세트라고 주장했다. 지난 100년 동안 입자물리학자들은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단위를 찾기 위해 온갖 물체들을 열심히 자르고, 깨고, 부순 끝에 모든 물체는 전자와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입자들은 빅뱅이 일어난 직후에 매우 풍부하게 널려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은 일상적인 입자들을 매우 빠른 속도로 충돌시켰을 때 그 여파로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정도이다.  '16.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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