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의 진자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67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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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프로드 나무>부터 이해하여야 한다. 푸코의 진자에 대해서도 영상으로 배워서 이해한 후에 읽으니 도입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북반부와 적도, 그리고 남반부에서의 푸코의 진자의 움직임을 이해하면서 작가가 이 소설에 얼마나 많은 열정을 가졌는지 짐작하게 된다. 이 책은 개역판이다. 기존에 출간한 도서에 추가되고 수정된 소설이다. 각주가 상당히 많이 첨가되어 있어서 쉽게 이해하게 해준다.

 


이 세상을 다시 쓴 세 사람의 계획들이 보인다. 경전을 재해석하고, 토라를 뛰어넘고자 한 것들이 잠시 언급된다. 이들의 계획은 상권에서는 보여주지 않는다. 지나온 시간들을 회상하는 장면들이 하나둘씩 전해진다. 그 과정에 만나는 사람들과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서 듣게 되는 이야기들과 직접 목격하는 여자가 말하는 것들을 주시해야 한다. 세상은 단조롭기 그지없고, 인간은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오직 그전 세대의 오류와 악몽을 되풀이한다. 사건은, 되풀이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것같이 모두 엇비슷하다.... 신기한 일도 없고 놀라운 일도 없고, 새롭게 드러나는 일도 없다. (330쪽)


 

십자군 원정의 발단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치욕은 기록되지 않는다고도 대화를 나누면서 전쟁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작가는 놓치지 않는다. 이야기의 흐름도 중요하지만 인물들이 서로 나누는 대화들이 매우 인상적이다. 수염과 정치관의 관계, 집필자의 시각과 관점에 대해서 나누는 대화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번영으로 아주 마비되어 버린 서구인들에게 무언가를 기대할 줄 아는 마음가짐을 되돌려 줌으로써 혹독한 값을 치러야 하는 건 사실이오. 어쩌면 고통을 받기도 하겠지만 (340쪽)

 


이 세상에는 네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말하는 대화도 빼놓을 수가 없다. 백치, 얼간이, 바보, 미치광이... 그리고 정상인에 대한 설명도 놓치지 않게 한다. 적절한 비유와 예시로 네 종류의 사람들을 설명하는 대화들이다. 왕과 교황, 그리고 성전 기사들의 양상은 혼미에 혼미를 거듭하면서 불가사의한 것들이 하나씩 이야기 중에 지목된다. 탐욕과 오만불손함이 드러난다. 성전 기사단에 대한 전설이 점점 이해되기 시작한다. 질문과 의문점들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그가 이틀 전에 박물관의 전망경실에 숨어 있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대령이 말하였던 것들을 기억해야 한다. 정치의 역사는 항상 승리자의 손에서 쓰인다고 한 대령의 말. 봉인된 여섯 건의 밀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대령과 함께 나누었던 세 사람의 유추와 해석들. 성배와 성전 기사단에 대한 이야기. 대령의 이야기를 듣는 벨보의 중얼거림과 대령이 사라진 사건도 잊지 않아야 한다. 추리를 하면서 읽어야 하는 소설이다. 장미 십자단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신전은 존재하며 늘 존재해왔다고 대화하는 것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소설이 빼곡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이것들이 보여주고 들려주고 있는 것들은 <세프로드 나무>를 더욱 주시하게 한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었고, 브라질의 가짜 민속 종교는 아편보다도 더 위험한 것이었다. (300쪽) 브라질에서 모순을 자각하는 능력을 나날이 상실해갔다. (301쪽)

 


작가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또 다른 작품들이 무척 궁금해진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그를 만나야 한다. 작가만의 고유한 시선의 끝을 만난다는 것 떨리는 기대감으로 채워진다. 이 작품이 그러하다. <나는 신이다>다큐를 보면서 놀라웠다. 종교가 가진 위력이 어떠한 파장을 일으키는지, 이 소설에서도 인물들의 선택과 움직들의 추이를 따라가다 보면 몇 번을 놀라게 하는지 모른다. 역사와 세상을 움직이는 것들을 작가의 관점으로 바라보는지 자문해 보게 한다. 수도사들이었는데도 이들의 태도는 상당히 위압적, 야성적이었다. (180쪽) 침묵과 역설과 불가사의와 우행이 복잡하게 어우러진 재판.(178쪽) 역사에 자리잡은 종교의 모습들이다. 들여다보고 펼쳐볼수록 종교가 가진 의문스러움이 증폭된다. <마녀>라는 미술도서를 통해서, <마녀>라는 또 다른 도서들을 통해서도 종교의 역설적인 성격들을 역사에서 보게 한다. 이 소설에서도 종교가 가진 저 너머의 기록들을 보여준다.



드러난 종교가 드러낼 수 없는 것.

비밀은 그 너머에 있지요.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는 채

특정한 장소를 기웃거리는 것은

대단히 위험할 수 있어요.


갈등이 지배하도록.

창조한 세상이 타락해 가는 과정을 상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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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가운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
루이제 린저 지음, 박찬일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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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흐름의 궤도에 올라타지 않고 한 번의 큰 충격으로 전진하는 삶을 그려내지는 않았는지 보게 한다. 한 번도 아닌 여러 번의 충격이 지나가면서 그때마다 큰 충격들을 온몸으로 이겨내며 전진했던 지금보다 젊고 어린 자신을 마주하게 한다. 큰 충격은 삶을 무너지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열정과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편견과 관습을 흐트러지게 한 큰 태풍이다. 태풍 후 찾아오는 잔잔하고 따스한 평온이 온몸을 감싸준다. 기회였음을,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주는 큰 충격을 두려움 없이 감당한 니나를 만난다.

 


니나의 이야기를 다시 읽는다. 그때와 다른 진폭이다. 구원은 자신의 의지와 다르지가 않다. 정신적으로 자신을 구원해야 한다. 의지와 함께 삶을 감당한 여성의 이야기는 놀라웠고 새로웠다.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의 생경한 느낌이 오랫동안 뜨거웠기에 다시 재독을 하며 스치듯이 지나친 문장들을 발견하며 여러 날을 이 소설과 함께한다.

 


글쓰기가 불어넣는 고유한 것들을 느끼게 해준다. 작가의 시선을 온전하게 보게 한다. 화자의 관찰과 대화 기록들의 유용성, 주변인들의 대처하는 태도와 성향들을 파악하며 기록한 글은 철학적이고 인문학 접근으로 삶을 대처하게 해 준다. 이 소설의 사건들은 회피하지 않고 감당하며 스스로 깨닫고 관습에 갇히지 않는 사고의 확장성을 보여준다. 무엇에 갇힌 사회적 교육의 산물이었는지 다른 목소리를 들려준다.

 


프란츠 카프카의 <돌연한 출발> 단편선도 다르지 않게 다가온다. 작가의 실제 삶의 패턴에 자리한 글쓰기가 얼마나 치열하였는지 보게 한다. 이 소설의 니나도 글을 쓰는 시간과 대화의 진폭에 초점을 맞추게 한다. 수많은 대화와 니나의 인생을 다시 펼쳐보아도 또 새롭기만 하다. 화자가 이 이야기를 전하는 이유에 문학이 가진 예리한 촉을 주시하게 한다. 휩쓸려 살아가지 않아야 하는 정신력에 횃불을 밝혀주는 인물들이다. 글쓰기가 가진 위력과 소설의 소용돌이에 온몸을 던지게 해준 작품들이며 작가들이다.

 


우울한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정신까지도 예민함으로 무장하게 만든다. 나치 시대의 우울함이 소설 속의 상황들과 니나가 집필한 작품 속의 소설이라는 이야기에도 묵직하게 흐른다. 피폐해지는 사회적 상황들 속에서도 용기와 강인함으로 무장한 여성이라는 인물, 니나를 통해서 편안한 선택의 길을 가지 않으며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그녀가 가지고 있는 내밀한 관찰력으로 삶을 받아들이고 이겨내고 있는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작가가 경험한 삶의 궤적을 이 소설에서도 접점을 만나게 한다. 혼돈의 시대에 사유하며 살아간다는 것, 견디는 것과 버티는 것의 위력을 보여주는 작가적 삶을 보여준다.

 


두 아이의 엄마였던 니나. 두 아이의 아빠가 달랐던 상황들과 사건들도 예의주시하게 한다. '자신의 아이'라고 말하는 첫째 아이와 '그의 아이'라고 말하는 둘째 아이는 확연한 분별성으로 나누어진다. 니나의 대화들은 인상적으로 기억된다. 여성의 몸에서 태어나는 두 아이이지만 한 아이는 자신의 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둘째 아이는 자신의 아이가 아님을 분명하게 명시하다. 자유의지에 의해 사랑해서 태어나는 아이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타의의 의지에 의해서 생긴 아이는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니나는 말한다. 그의 아이들에 상처받고 인생을 놓쳐버린 수많은 여성들이 지나가게 한다.

 


죽음까지 각오하면서 낙태를 시도하였던 그녀이다. 니나는 두 아이의 엄마 역할까지도 혼자의 힘으로 모두 해낸다. 한부모가정의 가장으로서 하루를 보내면서도 소설 작품도 쓰는 삶을 포기하지 않는, 살아가는 의지를 보여준 여성이다. 감옥 속에서도 그녀는 눈빛이 빛나고 있다고 작품은 전한다. 그녀의 눈은 약간 움푹 파이고 그늘이 지긴 했지만 여전히 광채가 났다. (360쪽) 15년이라는 감옥생활이 쉽지 않을 테지만 그녀의 눈빛은 절망의 눈빛이 아닌 광채가 빛나고 있다고 전한다.

 


자유를 갈망하였던 그녀의 결혼생활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결혼생활이 불가능할 상황이지만 결혼을 감행하는 남편은 이중적인 모습으로 그녀를 힘들게 한다. 아기가 태어났을 때 타인 앞에서 보이는 따뜻함은 위선임을 작품 속에서 보여준다. 만약 우리가 한 길에서 막혀버릴 경우 그걸 항상 인정해야만 한다는 거야. (132쪽) 그녀가 왜 자살을 시도하였는지도 상황을 이해하게 된다. 그녀는 죽음을 각오하고 시도하지만 살아나게 된다.

 


그녀는 분명히 말한다. 삶의 의지를 살려낸 사람은 자신이라고. 자신이 살아야겠다고 느꼈으며 그 순간 글을 썼다고 말한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서도 그녀는 글을 썼다. 그녀가 글을 썼다는 것은 살고자 하는 의지이다. 니나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꿈의 종착역은 소설을 쓰는 작가라고 말하며 그녀는 그 꿈을 향한다.

 


자유를 갈망하였던 니나는 인생을 피하지 않고 직접 경험했던 인물이다. 결혼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지....두 발로 걸어들어가서 두 손으로 경험한 것들을 통해서 니나는 성숙해졌고 스스로 선택하는 순간들을 후회하지 않는 여성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운명이 없어. 그런데 그것은 그들 탓이야. 그들은 운명을 원하지 않거든. 단 한 번의 큰 충격보다는 몇 백 번의 작은 충격을 받으려고 해. 그러나 커다란 충격이 우리를 전진하게 하는 거야. 131

이 지역과 도시 전체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이런 감정을 거져본 적 있어? 지긋지긋해지는 것, 갑자기 아주 지긋지긋해지는 일 말이야. 하루라도 더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방과 집과 거리 모두가 말이야...밉고, 참을 수 없이 적막하고, 적의를 품은 듯 보이게 돼. 그러면 떠나야만 하는 거야. 정말 떠날 때가 된 거야. 자기도 모르게 이미 우리는 이 모든 사물들로부터 자기 자신을 끄집어냈던 거야. 사물들은 스스로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을 보니가 사는 거야.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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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사나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6
에른스트 테오도어 아마데우스 호프만 지음, 신동화 옮김 / 민음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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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문학, 공포 소설의 선구자인 작가의 세 작품이 실린 단편소설집이다. 세 작품 모두 개성이 넘친다. 책표지 그림이 이색적이며 유명한 <호두까기 인형>소설의 작가이기도 하다. 환상적이며 기이하고 섬뜩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특히 마지막 작품인 <팔룬의 광산>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진정한 부자의 삶이 무엇인지도 작가는 이 책에서 전한다. 부자공부를 하는 현대인들에게 지표가 된다. 양극의 부자가 세상 속에 범주한다. 유행 가사의 랩에서 흘러나오는 부자들의 삶과 문학에서 만나는 작가적 시선의 깊이는 확연히 다름을 보여준다. 물론 후자를 삶의 지표로 삼기에 크리스티앙 보뱅의 작품에서 전하는 금맥을 이 소설에서도 발견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부자 지표는 매우 특이하다. 소득 분위에 대해서도 다수의 사람들은 부동산 개수, 외제차 등을 질문한다. 다수가 지향하는 물질적 가치는 부자의 지표가 아니다. 진정한 부자의 삶을 오랫동안 보았는데 이들은 그러한 것으로 부자 행세를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 진짜 부자는 은밀하다. 진정한 부자가 어떤 일상적 생활을 하는지 작가의 문학에서 발견하는 기쁨도 가질 수 있는 문학이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사피엔티 사트(Sapienti sat!)

 


<모래 사나이>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과 이야기 들었던 모래 사나이에 대한 것들, 추하고 가증스러운 변호사가 방문한 날 숨어서 목격하는 것들이 남긴 깊은 잔영이 한 젊은 청년의 영혼을 얼마나 혼돈스럽게 하는지 전해준다. 환영을 보면서 피폐해지는 이 청년을 주시하게 한다. 두드러지는 특징은 두 눈이다. 눈과 관련 있는 안경, 망원경은 청년의 영혼을 혼탁하게 만들기 시작한다. 청년이 홀로 침식당하는 과정들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상징성을 띄는 환상소설이다. 기이한 일들에 몰입도가 상당히 높아지면서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무언가 끔찍한 것이 내 삶에 들어왔어! 2쪽)

 


청년의 시선에서는 약혼녀가 차갑고 산문적인 여성으로 그려지는데 그렇게 보는 사람은 오로지 청년뿐이다. 교수 딸의 모습을 보고 청년만이 생각하는 것들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그만이 보지 못하는 것, 그가 볼 수 없었던 이유도 작품은 말해준다. 그의 두 눈은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기괴하고 섬뜩한 환상 이야기가 <모래 사나이>에서 펼쳐진다.

 


듣기만 하고 말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 여성이 등장한다. 더불어 듣지만 말고 말도 하고 사고와 감정을 표현하라고 요구하는 이 남성들이 두려워한 것은 무엇인지,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시'를 통해서 전한다. 단편이지만 꽤 진지한 내용들이 펼쳐진다. 환상문학의 진수를 보게 한다. 비유적으로 문학이 보여주는 멋진 작품이다. 끔찍한 것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소설과 시가 어우러지면서 공포문학에 바싹 다가서게 한다. <디 에션셜 헤르만 헤세>중의 공포문학도 함께 생각하게 해준다.

 


<이그너츠 데너>작품은 성실하고 경건한 사냥꾼과 아내의 숲속의 비루한 집에 낯선 방문자가 찾아온다. 묘한 미소를 보이는 남자의 방문은 죽음의 문턱에 있는 아내와 아이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주는 방문자이기도 하다. 이들의 만남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픈 아내를 살리고 기운 없는 아기까지도 살려낸 방문자는 누구일까? 이 가족에게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과 시련들은 끔찍하게 전개된다. 방문자가 찾아온 이유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섬뜩하고 환상적인 이야기 기대해도 좋은 작품이다.

 


<팔룬의 광산>도 기대하면서 읽은 작품이다. 실화가 바탕이 된 작품이라 더욱 기대감이 높았던 이야기였다. 작가가 펼친 환상 문학이 이렇게 전개되기도 한다는 것에 정신없이 읽은 작품이기도 하다. 미지의 목소리와 기이한 환영이 존재하는 작품이다. 스웨덴 선원이었던 젊은이는 기쁨도 즐거움도 아예 느끼지 못한다. 어머니의 죽음에 슬퍼하면서 우연히 만나는 늙은 광부와의 대화가 이끄는 또 다른 공간에서 경험하는 묘한 이야기가 전개되기 시작한다. 종교적 색채가 짙으며 섬뜩한 지옥의 심연을 묘사하는 문장도 마주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들마다 두드러지는 것들이 분명하였고, 무엇을 보면서, 무엇을 지향하면서 매일 살아야 하는지도 돌아보게 하는 작품들이다. 환상 문학에서 작가가 두드러지게 묘사하는 문장들은 분명하였고 또렷하였다. 단편소설집을 좋아해서 펼친 책이었는데 기대 이상이다. 멋진 작품들이며 책장은 빠르게 넘어가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눈이 다시 이글이글해지고,

예전처럼 기이하게 웃는 자.

경건함 사라지고. 135

매일 저녁 기도. 함께...

평온하고 즐거운 노년을 누렸고...

어떤 적대적인 힘도

그것을 파괴할 수 없었다. 139

많은 남자들은 자신의 애인이 나무인형이 아니라는 것을 완전히 확신하기 위해... 그냥 듣고 있지만 말고 가끔 말도 하라고, 정말로 사고와 감정이 바탕이 된 말을 하라고 요구했다.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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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01세, 현역 의사입니다 - 은퇴를 모르는 장수 의사의 45가지 건강 습관
다나카 요시오 지음, 홍성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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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모르는 장수 의사의 45가지 건강 습관



장수하는 어른들을 많이 보았고 지금도 보고 있기에 저자분의 나이는 낯설지가 않다. 아프면서 100세까지 사는 것은 의미가 있지 않다. 생의 마지막까지 건강함이 유지되는 삶이 진정한 장수이다. 건강한 생활습관, 식습관, 마음가짐, 건강관리 등이 책에서 45가지를 만난다. 수면습관과 규칙적인 생활 습관부터가 눈에 들어온다. 일광욕의 유익함도 의학적으로 전해준다. 햇빛을 보는 활동은 15분 정도이면 충분하다. 우울증과 치매 증상에도 개선되는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골다공증과도 연관성이 있으니 중년의 여성에게는 일광욕은 필수가 된다. 대장암과 위암 같은 소화기계 암예방에도 좋은 활동이 일광욕이다. 운동습관, 연령에 맞추어 적절한 걷는 운동, 걷는 속도, 적당한 경사도도 저자는 언급한다.



두 번의 죽음의 문턱을 넘은 의사이다. 폐결핵과 간암 말기 환자였지만 모두 환자의 입장에서 고생하면서 수술도 하고 치료도 받았다. 치유되는 과정에 가졌던 마음가짐도 책에서 전한다.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겼다고 전한다. 그 심정이 무엇인지 충분히 전해진다. 죽음을 예견하면서 생을 정리하는 시간들이 누구에게도 찾아온다. 젊은 암환자도 많고 전염병으로 죽음이 주는 공포도 모두가 경험한 현대인에게는 이 마음을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그때 가졌을 마음과 재발과 전이가 되지 않아서 주어진 삶을 제2의 인생으로 받아들이면서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생활한 저자의 남은 생애도 책에서 이야기된다.


움직임에 대한 습관, 식사법, 제한하는 식사법, 트랜스지방과 단음식, 가공식품, 소시지, 콜라, 명란젓, 어묵, 가공육, 캔 커피, 빵 등에 대한 내용도 유익하게 전해진다. 대장암과 발암성 물질, 면역력 저하, 골다공증, 심근경색 등의 원인이라고 전하고 있다. 냉동식품, 인스턴트라면, 편의점 도시락에도 경고등을 알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농약에 대한 발암물질도 전한다. 수입과일, 수입채소에 대한 방부제 사용도 생각해 보게 하는 내용이다.



웃어야 하는 이유, 마음 건강 관리, 몸 사용하기, 열정과 호기심, 의지, 무엇이든 적당히 하기, 짜증내지 않기, 앞으로 10년 더 건강하게 살기 목표, 계속 새로운 도전하기, 할 수 있는 것에 주목하기. 최선 다하기, 최선 후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기 등을 전해준다. 잘못된 건강상식을 콕콕 짚어준다. 운동 정도는 어느 정도가 좋은지, 육류 섭취 제한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탄수화물 제한이 좋은 것인지, 움직이지 않고 쉬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인지 짚어준다.



목차만 정리해도 눈에 쏘옥 들어온다. 더불어 책 내용은 길지 않으면서 쉽게 전해주기에 유익하다. 늙어감에는 노련함과 유연함이 넘친다. 그래서 연륜이 있는 분들에게는 바싹 다가가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예고치 않은 건강 경고등은 누구에게나 불현듯 찾아온다. 무너지지 않고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희망이 된다. 그래서 빠짐없이 읽고 체크하며 실천하고자 바로 계획하게 된다. 아프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목표이다. 그 과정에 만난 건강도서이다.




채소부터 먹기

규칙적으로 살기

매일 15분 일광욕하기

매일 30분 산책하기

소량 아침 과일 먹기

차 마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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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아이 - 2021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죽이고 싶은 아이 (무선) 1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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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소녀가 유력한 용의자입니다

단짝 친구 서은이가 학교 건물 뒤 공터에서

시체로 발견되다. 누가 내 친구 서은이를 죽인 걸까?



학교에서 여고생 한 명이 시체로 발견이 되면서 사회적으로도 시끄럽게 관심을 받는 사건이 일어난다. 용의자는 17세 소녀이며 절친 사이이며 피해자는 왕따를 당했다는 소문이 들리면서 방송사는 취재를 시작하고 인터뷰 내용을 방송하기 시작한다. 여론은 뜨겁고 용의자는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이다. '기억이 안나요'라는 말만 하면서 그때 상황만 기억을 지워버린 용의자인 소녀만이 진실을 알고 있지만 이 소녀는 기억을 찾지 못하면서 재판은 진행된다.


두 여학생은 절친처럼 보이지만 주종 관계로 노예처럼 학대를 당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누가 보아도 학교폭력으로 심각성을 느낄 정도이지만 피해자 학생은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고 가해자 학생의 명령에 순종만 한다. 가난이 죄라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청소년 아이들이 느끼는 겨울 외투, 신발 등을 선물 받는 피해자와 선물을 주는 가해자의 상황들도 이해해야 하는 사건이다.

'가난하면 애를 낳지 말지.'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상황의 폭력적인 언어와 가난해서 가질 수 없었던 값비싼 물건들을 받아서 사용한 피해자 학생의 기나긴 날들도 짚어보게 한다. 가난과 부자는 대비를 이루면서 두 여학생의 경제적 상황과 주종 관계도 다르지 않게 흐르게 된다. 부잣집 여학생의 평소 학교생활과 학원생활, 편의점에서 보이는 생활태도, 피해자 어머니에게 보이는 태도까지도 재판 과정에서는 불리하게 흘러간다. 이 여학생이 범인일까? 왜 범행 현장을 기억하지 못하는지 계속 의문을 가지게 한다.

기억이 안나요. 28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고 짓밟는 동안,

악마 같은 웃음을 지으면서도

벌을 받게 될 줄은 몰랐겠지. 역겨운 변명 127

이야기 흐름은 매끄럽고 빠르게 상황들을 전개시킨다. 부자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부터가 예리하게 조명된다. 부모가 해야 하는 일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아버지와 어머니이다. 아이가 기뻐하지 않는 이유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해외여행, 비싼 레스토랑에서 외식, 값비싼 옷과 신발들이 부모로서 의무를 최고로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한 번도 기뻐하지 않았고 부모가 없는 듯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아이이다. 그 외로움을 유일하게 알았던 피해자 학생은 유일한 친구이기도 하다. 이들이 나눈 것은 우정이었을까? 사랑이었을까?


부자는 악이며, 가난은 선이라는 유유하게 흘러가는 재판 과정의 흐름을 지적한다. 이분법적으로 분류되어서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게 되면 놓치게 되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용의자 여학생에게는 어떤 재판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까? 진실이 밝혀질 수 있는지 궁금해서 책장을 멈출 수가 없었다. 마지막 놀라운 반전과 기도의 내용에 다시금 경악하게 된다. 이 사회가 얼마나 불완전한지, 사회적 제도가 얼마나 부조리한지도 보여준다. 카뮈의 <이방인>과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 재판 장면과 톨스토이의 <인생에 대하여>책 내용이 떠오르기도 한다.


담임선생님과 국선 변호사, 유명한 변호사까지도 모두가 모순적인 어른의 모습을 보인다. 왕따를 당하는 사실을 알고도 모른체하였던 담임선생님과 범인이라고 확신하면서도 변호사로 일을 하는 두 명의 변호사 모습까지도 놓치지 않아야 하는 인물이다. 아버지와 모습과 어머니의 모습도 다르지가 않다. 이들이 보이는 모습에 용의자 학생은 더욱 외로워진다. 처음부터 혼자였음을 더욱 부각시키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126


거짓말로 둘러싸인 유리한 증언을 강요하는 변호사의 야망도 다루고 있다. 주연 엄마가 보이는 일관적인 과시욕과 물질에 대한 탐욕은 아이를 더욱 수치스럽게 내면을 파괴하는 상황으로 양육하였음을 보여준다. 집이 거리 생활보다 참혹해서 가출하는 아이들의 상황들도 전하기도 한다.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용서해달라고 우기는 아이들을 위한 법률에 대해서도 조소를 보일 수밖에 없는 국선 변호사의 솔직한 속내도 엿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자기보다 훨씬 더 외로운 아이라고 말하는 아이를 주시해야 하는 작품이다. 발버둥쳐도 가질 수 없는 것을 손쉽게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어린 나이에 터득하고 이용하며 감정을 숨길 수 있는 것. 적의를 드러내면서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충격을 받게 되는 아이는 동전의 양면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다면적인 모습을 가진 인간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반전에 놀라웠다. 자신을 비난하는 학원 선생님에게 누명을 씌우는 장면과 자해하면서 엄마에게 누명을 씌우는 아이의 이중적인 성격도 예의주시하게 하는 장면을 선사해 준 작품이다. 보는 것이 진실이 아님을 알게 한다. 사람이 무섭다는 것을 이 소설에서도 언급하듯이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을 날카롭게 주시해야 하는 이유를 만나게 된다. 몰입도가 높았던 소설이다. 재미까지 선사해 주는 청소년 소설이다.

기쁠 때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 줘서...

잘못해도 실망스러운 눈으로 날 바라보지 않아서 좋았어...

그냥 나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사람이라 좋았어.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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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4-15 2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꽃님 작품 ‘세계를 건너...‘도 좋았고 이 책도 좋았어요

구름모모 2023-04-16 08:11   좋아요 1 | URL
많은 분들이 좋아해서 만난 소설이었어요. 역시나 그레이스님은 작가의 여러 작품을 만나셨네요. 추천한 소설 만나볼께요.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