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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 노인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담다. 실버 센류 모음집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지음, 이지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월
평점 :
실버라는 의미와 늙어감을 다양하게 들려주는 시를 웃으면서 읽게 된다. 몇 번을 웃었는지 모른다. 대가족이 아닌 핵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늙어가는 과정과 이해까지도 단절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자식이 늙어가는 과정을 친할머니와 같다는 이야기도 이제서야 듣게 된다. 한번도 기억나지 않는 늙어간 할머니의 모습을 이렇게 다른 세대에게서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신기해하게 된다. 늙는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다시 살펴보게 된다. 부모가 늙어간 모습을 이제는 자신에게서 찾게 되는 세월이 찾아온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늙어가는 것을 부부가 함께 경험하고 있다. 다양한 늙어가는 증세들을 새롭게 경험할수록 이 시가 미래를 준비하는 예행연습이 되기까지 한다.
꽤 많은 웃음으로 늙어감을 이해하게 한다. 유쾌하게 늙어가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잘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해진다. 혼자 사는 노인이 가전제품 음성 안내에 대답을 한다는 내용도 무심해지지 않는다. 언젠가는 누군가는 혼자 남게 될 것이다. 중년과 노년은 누구나 피하지 못할 여정이 된다. 그 길이 울퉁불퉁하고 낯설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일어나는 세월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하지만 나쁘지만은 않은 과정이기도 하다. 나이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시들을 만나게 된다.
자기소개할 때 취미와 지병을 하나씩 말한다는 52살의 시도 인상적이다. 정년이 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겠다는 의지도 전해진다. 일하고 돈을 번다는 이유만으로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지도 못하면서 살아왔을 기나긴 세월들을 떠올려보게 된다. 솔직해지는 마음, 말해야 하는 것들을 말하는 자유, 자기를 위해 온전히 쓰임을 다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것도 중년이며 노년이다. 실버가 지닌 의미와 가치는 더욱 중요해진다.
3시간이나 기다렸다 들은 병명
"노환입니다" 65세
쓰는 돈이 술값에서
약값으로 변하는 나이 72세
정년이다.
지금부턴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지 94
짊어질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이 중년이며 노년이다. 실버의 의미는 하나씩 짐을 내려놓는 시기가 된다. 무엇을 하면서 더 잘 놀아볼지 서로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새로운 경험들도 꾸준히 하게 된다.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는 부부애, 무농약에 집착하면서 내복약에 절어 산다는 내용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 된다. 전에도 몇 번이나 분명히 말했을 터인데 "처음 듣는다!"라는 73세 글과 내용보다 글자 크기로 고르는 책이라는 71세의 글에도 웃음을 준다. 글자 크기가 작으면 피로감이 상당해지는 것이 중년이며 노년이다. 글자 크기가 커서 이 책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많이 공감하는 부분을 시원하게 해결해 준 책이다. 책에서도 실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유쾌하고 유용했다.
사노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번역가의 책들을 좋아한다. 이외에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키키 키린의 말』, 『아무튼 하루키』, 『우리는 올록볼록해』, 『사랑하는 장면이 내게로 왔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