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사나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6
에른스트 테오도어 아마데우스 호프만 지음, 신동화 옮김 / 민음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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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문학, 공포 소설의 선구자인 작가의 세 작품이 실린 단편소설집이다. 세 작품 모두 개성이 넘친다. 책표지 그림이 이색적이며 유명한 <호두까기 인형>소설의 작가이기도 하다. 환상적이며 기이하고 섬뜩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특히 마지막 작품인 <팔룬의 광산>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진정한 부자의 삶이 무엇인지도 작가는 이 책에서 전한다. 부자공부를 하는 현대인들에게 지표가 된다. 양극의 부자가 세상 속에 범주한다. 유행 가사의 랩에서 흘러나오는 부자들의 삶과 문학에서 만나는 작가적 시선의 깊이는 확연히 다름을 보여준다. 물론 후자를 삶의 지표로 삼기에 크리스티앙 보뱅의 작품에서 전하는 금맥을 이 소설에서도 발견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부자 지표는 매우 특이하다. 소득 분위에 대해서도 다수의 사람들은 부동산 개수, 외제차 등을 질문한다. 다수가 지향하는 물질적 가치는 부자의 지표가 아니다. 진정한 부자의 삶을 오랫동안 보았는데 이들은 그러한 것으로 부자 행세를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 진짜 부자는 은밀하다. 진정한 부자가 어떤 일상적 생활을 하는지 작가의 문학에서 발견하는 기쁨도 가질 수 있는 문학이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사피엔티 사트(Sapienti sat!)

 


<모래 사나이>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과 이야기 들었던 모래 사나이에 대한 것들, 추하고 가증스러운 변호사가 방문한 날 숨어서 목격하는 것들이 남긴 깊은 잔영이 한 젊은 청년의 영혼을 얼마나 혼돈스럽게 하는지 전해준다. 환영을 보면서 피폐해지는 이 청년을 주시하게 한다. 두드러지는 특징은 두 눈이다. 눈과 관련 있는 안경, 망원경은 청년의 영혼을 혼탁하게 만들기 시작한다. 청년이 홀로 침식당하는 과정들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상징성을 띄는 환상소설이다. 기이한 일들에 몰입도가 상당히 높아지면서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무언가 끔찍한 것이 내 삶에 들어왔어! 2쪽)

 


청년의 시선에서는 약혼녀가 차갑고 산문적인 여성으로 그려지는데 그렇게 보는 사람은 오로지 청년뿐이다. 교수 딸의 모습을 보고 청년만이 생각하는 것들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그만이 보지 못하는 것, 그가 볼 수 없었던 이유도 작품은 말해준다. 그의 두 눈은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기괴하고 섬뜩한 환상 이야기가 <모래 사나이>에서 펼쳐진다.

 


듣기만 하고 말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 여성이 등장한다. 더불어 듣지만 말고 말도 하고 사고와 감정을 표현하라고 요구하는 이 남성들이 두려워한 것은 무엇인지,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시'를 통해서 전한다. 단편이지만 꽤 진지한 내용들이 펼쳐진다. 환상문학의 진수를 보게 한다. 비유적으로 문학이 보여주는 멋진 작품이다. 끔찍한 것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소설과 시가 어우러지면서 공포문학에 바싹 다가서게 한다. <디 에션셜 헤르만 헤세>중의 공포문학도 함께 생각하게 해준다.

 


<이그너츠 데너>작품은 성실하고 경건한 사냥꾼과 아내의 숲속의 비루한 집에 낯선 방문자가 찾아온다. 묘한 미소를 보이는 남자의 방문은 죽음의 문턱에 있는 아내와 아이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주는 방문자이기도 하다. 이들의 만남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픈 아내를 살리고 기운 없는 아기까지도 살려낸 방문자는 누구일까? 이 가족에게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과 시련들은 끔찍하게 전개된다. 방문자가 찾아온 이유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섬뜩하고 환상적인 이야기 기대해도 좋은 작품이다.

 


<팔룬의 광산>도 기대하면서 읽은 작품이다. 실화가 바탕이 된 작품이라 더욱 기대감이 높았던 이야기였다. 작가가 펼친 환상 문학이 이렇게 전개되기도 한다는 것에 정신없이 읽은 작품이기도 하다. 미지의 목소리와 기이한 환영이 존재하는 작품이다. 스웨덴 선원이었던 젊은이는 기쁨도 즐거움도 아예 느끼지 못한다. 어머니의 죽음에 슬퍼하면서 우연히 만나는 늙은 광부와의 대화가 이끄는 또 다른 공간에서 경험하는 묘한 이야기가 전개되기 시작한다. 종교적 색채가 짙으며 섬뜩한 지옥의 심연을 묘사하는 문장도 마주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들마다 두드러지는 것들이 분명하였고, 무엇을 보면서, 무엇을 지향하면서 매일 살아야 하는지도 돌아보게 하는 작품들이다. 환상 문학에서 작가가 두드러지게 묘사하는 문장들은 분명하였고 또렷하였다. 단편소설집을 좋아해서 펼친 책이었는데 기대 이상이다. 멋진 작품들이며 책장은 빠르게 넘어가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눈이 다시 이글이글해지고,

예전처럼 기이하게 웃는 자.

경건함 사라지고. 135

매일 저녁 기도. 함께...

평온하고 즐거운 노년을 누렸고...

어떤 적대적인 힘도

그것을 파괴할 수 없었다. 139

많은 남자들은 자신의 애인이 나무인형이 아니라는 것을 완전히 확신하기 위해... 그냥 듣고 있지만 말고 가끔 말도 하라고, 정말로 사고와 감정이 바탕이 된 말을 하라고 요구했다.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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