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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아이 - 2021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ㅣ 죽이고 싶은 아이 (무선) 1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6월
평점 :
17세 소녀가 유력한 용의자입니다
단짝 친구 서은이가 학교 건물 뒤 공터에서
시체로 발견되다. 누가 내 친구 서은이를 죽인 걸까?
학교에서 여고생 한 명이 시체로 발견이 되면서 사회적으로도 시끄럽게 관심을 받는 사건이 일어난다. 용의자는 17세 소녀이며 절친 사이이며 피해자는 왕따를 당했다는 소문이 들리면서 방송사는 취재를 시작하고 인터뷰 내용을 방송하기 시작한다. 여론은 뜨겁고 용의자는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이다. '기억이 안나요'라는 말만 하면서 그때 상황만 기억을 지워버린 용의자인 소녀만이 진실을 알고 있지만 이 소녀는 기억을 찾지 못하면서 재판은 진행된다.
두 여학생은 절친처럼 보이지만 주종 관계로 노예처럼 학대를 당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누가 보아도 학교폭력으로 심각성을 느낄 정도이지만 피해자 학생은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고 가해자 학생의 명령에 순종만 한다. 가난이 죄라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청소년 아이들이 느끼는 겨울 외투, 신발 등을 선물 받는 피해자와 선물을 주는 가해자의 상황들도 이해해야 하는 사건이다.
'가난하면 애를 낳지 말지.'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상황의 폭력적인 언어와 가난해서 가질 수 없었던 값비싼 물건들을 받아서 사용한 피해자 학생의 기나긴 날들도 짚어보게 한다. 가난과 부자는 대비를 이루면서 두 여학생의 경제적 상황과 주종 관계도 다르지 않게 흐르게 된다. 부잣집 여학생의 평소 학교생활과 학원생활, 편의점에서 보이는 생활태도, 피해자 어머니에게 보이는 태도까지도 재판 과정에서는 불리하게 흘러간다. 이 여학생이 범인일까? 왜 범행 현장을 기억하지 못하는지 계속 의문을 가지게 한다.
기억이 안나요. 28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고 짓밟는 동안,
악마 같은 웃음을 지으면서도
벌을 받게 될 줄은 몰랐겠지. 역겨운 변명 127
이야기 흐름은 매끄럽고 빠르게 상황들을 전개시킨다. 부자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부터가 예리하게 조명된다. 부모가 해야 하는 일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아버지와 어머니이다. 아이가 기뻐하지 않는 이유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해외여행, 비싼 레스토랑에서 외식, 값비싼 옷과 신발들이 부모로서 의무를 최고로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한 번도 기뻐하지 않았고 부모가 없는 듯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아이이다. 그 외로움을 유일하게 알았던 피해자 학생은 유일한 친구이기도 하다. 이들이 나눈 것은 우정이었을까? 사랑이었을까?
부자는 악이며, 가난은 선이라는 유유하게 흘러가는 재판 과정의 흐름을 지적한다. 이분법적으로 분류되어서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게 되면 놓치게 되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용의자 여학생에게는 어떤 재판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까? 진실이 밝혀질 수 있는지 궁금해서 책장을 멈출 수가 없었다. 마지막 놀라운 반전과 기도의 내용에 다시금 경악하게 된다. 이 사회가 얼마나 불완전한지, 사회적 제도가 얼마나 부조리한지도 보여준다. 카뮈의 <이방인>과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 재판 장면과 톨스토이의 <인생에 대하여>책 내용이 떠오르기도 한다.
담임선생님과 국선 변호사, 유명한 변호사까지도 모두가 모순적인 어른의 모습을 보인다. 왕따를 당하는 사실을 알고도 모른체하였던 담임선생님과 범인이라고 확신하면서도 변호사로 일을 하는 두 명의 변호사 모습까지도 놓치지 않아야 하는 인물이다. 아버지와 모습과 어머니의 모습도 다르지가 않다. 이들이 보이는 모습에 용의자 학생은 더욱 외로워진다. 처음부터 혼자였음을 더욱 부각시키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126
거짓말로 둘러싸인 유리한 증언을 강요하는 변호사의 야망도 다루고 있다. 주연 엄마가 보이는 일관적인 과시욕과 물질에 대한 탐욕은 아이를 더욱 수치스럽게 내면을 파괴하는 상황으로 양육하였음을 보여준다. 집이 거리 생활보다 참혹해서 가출하는 아이들의 상황들도 전하기도 한다.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용서해달라고 우기는 아이들을 위한 법률에 대해서도 조소를 보일 수밖에 없는 국선 변호사의 솔직한 속내도 엿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자기보다 훨씬 더 외로운 아이라고 말하는 아이를 주시해야 하는 작품이다. 발버둥쳐도 가질 수 없는 것을 손쉽게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어린 나이에 터득하고 이용하며 감정을 숨길 수 있는 것. 적의를 드러내면서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충격을 받게 되는 아이는 동전의 양면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다면적인 모습을 가진 인간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반전에 놀라웠다. 자신을 비난하는 학원 선생님에게 누명을 씌우는 장면과 자해하면서 엄마에게 누명을 씌우는 아이의 이중적인 성격도 예의주시하게 하는 장면을 선사해 준 작품이다. 보는 것이 진실이 아님을 알게 한다. 사람이 무섭다는 것을 이 소설에서도 언급하듯이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을 날카롭게 주시해야 하는 이유를 만나게 된다. 몰입도가 높았던 소설이다. 재미까지 선사해 주는 청소년 소설이다.
기쁠 때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 줘서...
잘못해도 실망스러운 눈으로 날 바라보지 않아서 좋았어...
그냥 나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사람이라 좋았어. 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