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욘 포세 소설들을 『아침 그리고 저녁』 소설에 이어서 다시 읽으며 노르웨이 순뫼레 문학상 수상, 멜솜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이 작품을 다시 읊조린 여름날이다. "시적 언어와 침묵으로 직조해 낸 고독한 영혼의 아득한 초상"이라는 출판사의 작품 설명에 다시금 공감하며 삶과 사랑, 죽음을 관조하게 된다.

희곡도 다수 발표한 작가의 독특한 시적 흐름을 음미하면서 작가가 응시한 특별한 시선의 끝에 머무르게 되는 소설이다. 작은 섬에서 가난한 집의 장남으로 성장한 청년은 풍경화가가 되기 위해 독일로 유학길을 떠난다. 후원자의 도움으로 그림을 공부한 이 청년은 지금 하숙집 침대에 누워 지도교수의 평가에 불안하여 여전히 침대에 누워만 있는 장면으로 이야기로 시작된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던 청년이지만 현재는 예전과 다른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려움과 불안에 침식되면 어떤 영혼이 되는지 이 소설 청년의 삶과 그림을 통해서 보여준다. 반복되는 문장이 예사롭지가 않게 감지되면서 그의 이상한 말에 겁을 먹은 청년이 사랑한 하숙집 과부의 딸이 등장한다. 술집에서 그의 이상한 말을 듣는 화가들의 모습에서도 청년의 영혼이 불안하다는 것이 전해진다. 청년에게만 보이는 하얗고 검은 천의 너울거림과 청년이 대화하는 상대는 현실적 존재가 아님을 보여준다.

지난날 아버지와 함께 참석한 종교적 모임의 원형적 좌석에서 침묵적인 모임에 대해서도 청년은 회상한다. 희고 검은 천이 청년의 삶에 깊게 동행하기 시작한다. 청년의 내면, 영혼이 어떤 양상을 띄고 있는지 대변하는 장면들이다. 누나가 청년의 눈동자가 검은색으로 변하는 것을 관찰하면서 청년의 영혼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한다. 검게 변한 눈동자는 거친 언행과 감정적 동요를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어떤 존재에 자신을 내어주느냐에 따라 현재의 내가 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자본주의가 요동치는 현대사회에서 소비지향주의를 자극하는 문화 흐름 속에서도 미니멀라이프를 고수하고 지향하는 사람들의 조용하고도 잔잔한 움직임은 단단하게 움직인다.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는 절제, 만족, 풍요를 지향하는 미니멀리즘이다. 고집스럽게 지향하고 있는 미니멀라이프는 이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만족스러움을 드러낸다. <맨 끝줄 청년>드라마에서도 이 소설과 다름없는 인물을 마주하게 된다. 쉽게 감정에 동요되지 않는 평온함과 여유로움과 통찰력을 가지도록 이끄는 주는 것이 이 소설의 주제이다.

청년의 삶에 깊게 동행하는 희고 검은 천은 상징성을 부여한다. 영혼을 누구에게 주느냐에 따라 삶도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대화를 하고 어떤 가방과 소지품을 들고 다니고 집을 구경하면 라이프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삶의 주인은 내가 되어야 한다. 의도적인 흐름에 동요되지 않는 영혼의 집이 무엇인지 다시 확인하도록 이끌어준 작가의 소설이다.

불안과 초조함에 침식된 청년, 의심과 망상으로 삶이 편린되는 날들, 편견과 오해로 얼룩진 영혼이 어떻게 무너지고 회복되지 못하는지 소설을 통해서 보여준다. 더 이상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 청년이 어떤 곳에서 생활하게 되는지도 소설은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 이 청년이 혼자 있고 싶어하고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통제하지 못하는 우울한 아이였다고 누나는 회상한다. 주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혼자만의 세계에 독단적으로 존재하면서 가족을 위한 손길도 거부하는 아이가 누나를 그린 그림에서 어떤 표현을 하였는지도 세밀하게 전해진다. 어린 시절 청년의 그림은 아름다운 그림이었지만 지금 섬에서 그리는 그림은 거칠다고 감상한다. 정신세계가 그림에서도 고스란히 감지되면서 그의 영혼이 불안과 초조에 침식되었는지 보여준다. 고흐의 그림도 떠올리게 된다. 고흐가 그린 그림을 시간적 흐름으로 소개한 책이었는데 이 소설의 청년을 떠올리게 된다.

재능을 타고났지만 어떤 영혼에 갇혀서 침식되느냐에 따라 삶도 달라진다는 것을 작가는 보여준다. 빛과 어둠이 무엇이며, 삶을 흔드는 것이 현재 무엇인지 차분히 짚어보게 하는 작품이다. 종교인이 누구이며 어떤 성향을 띠는 사람들인지도 설명한다. 종교는 경이롭고 빛이지만 종교인은 왜 꽉 막힌 사고로 종교를 빛나지 않게 하는 것인지도 고찰하게 한다. 종교가 빛날 수 있도록 종교의 진정한 의미와 진실에 집중할 수 있는 종교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도 묵직하게 목소리를 전한다.

<립세의 사계> 영화에서 종교인들의 폭언과 폭행, <아웃랜더> 넷플릭스 시리즈에서도 두드러지는 질문이 종교인들의 모습이다. 마녀사냥하는 군중의 아우성에는 종교인들이 존재하였음을 화면에 가득히 전하는 이유에 집중하게 된다. 종교인의 흠결이 종교에까지 흙탕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종교인이 되어야 하는 이유들을 찾게 되는 여러 작품들을 떠올리면서 읽은 소설이다.



침묵을 지키며

착한 척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일 이해하고

타인에게 존중받는 사람이길 원했다. 354

생각이 꽉 막힌 사람들,

그들은 스스로를 종교인이라고 부르니까! 361

종교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경이로움과 빛이다. 369























검은 눈동자는 희고 검은 천으로 변해 내 입을 향해 다가왔다. 천이 내 입술을 덮쳤다. 희고 검은 천이 내 입술을 눌렀다. 나는 얼른 이곳에서 벗어나야 한다. - P176

천이 내 입속을 가득 채우면 나는 사라질 것이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 P123

생각이 꽉 막힌 사람들, 그들은 스스로를 종교인이라고 부르니까! - P361

침묵을 지키며 착한 척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일을 이해하고 타인에게 존중받는 사람이길 원했다. - P354

종교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경이로움과 빛이다. - P3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단함을 낙천적으로 승화시키는 힘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꿈이 있었지만 현실적 상황에 발목이 묶여 타의에 의해 가장 역할을 하여야 하는 현실적 상황을 이겨내는 낙천적 깨달음이 전해지는 자전적 소설이며 성장 소설이다. 책장은 빠르게 넘어가면서 가독성이 좋은 이야기라 독서 입문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소설이다.

세상 많은 것이 영원히 끔찍해요. 아무리 농담해도 가벼워지지 않는다... 눈물이 안 닦여요. 아무리 농담해 봤자 고통을 감히 가볍게 만들 수 없으니까. 죽음과 폭력, 재난과 참사가 우스워질 수 없으니까요... 친족 성폭력... 국가 폭력 254


고단한 세상살이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로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보지 않을수가 없다. 적절한 냉소와 외면, 기대감을 감추지 않지만 어김없는 좌절이 반복되는 생을 거듭하면서 현명한 삶의 자세를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터득하고 깨닫게 된다. 언어에 대한 편집자 에세이를 최근에 읽고 말과 언어, 침묵을 지긋하게 응시한 계절에 책장의 먼지를 닦으면서 이 소설을 다시 펼쳐보면서 풋내기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깨달은 농담과 침묵의 절묘한 경계가 얼마나 위대한 성장이었는지 반짝거리는 마음으로 발견한 소설이다.

울부짖는 이야기는 들어주지 않는 사회이지만 자기 고통을 적절히 다루는 이야기는 들어주는 사회에서 작가가 접근한 방식이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젊은 소설이라 흥미롭게 읽은 작품이다. 이기적이면서 재수 없는 사회에 터득한 작가만의 방식으로 귀 기울이면서 듣는 자전적 소설이라 몰입도도 높으면서 기억에 남을 작가의 이름을 새겨 넣은 젊은 작가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히죽거리는 웃음과 농담속에서도 강한 여운을 남기는 묵직한 무게감을 지울 수가 없었던 이유부터 짚어보게 된다. 봉사를 하지만 봉사를 받은 사람은 외할아버지의 딸이라고 사실도 기억에 남는다. 외할아버지가 고아가 되어 어린 시절부터 빵을 만들어야 했던 이야기와 사고로 병원에 도착했지만 방치되어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던 이야기도 전해진다. 상처가 아물지 않은 어린 고아의 머리를 내리치는 사회적 폭력에 익숙해진 외할아버지는 『마담 보바리』소설에 등장하는 연설문을 듣고 흩어지는 노예 생활자들의 반복되고 성찰하지 않는 영원한 노예적 삶을 떠올리지 않을수가 없었다.

외할아버지의 모순적인 삶의 방식도 소설에 등장하면서 작가의 시선에서 정확하게 짚어내는 맥락을 발견하는 재미도 주는 작품이다. 세상이 시끄러운 이슈로 등장한 스타벅스 마케팅 전략도 떠올리면서 읽은 문장도 등장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곤봉으로 내리치는 사람, 머리가 터진 사람, 다리가 터진 사람, 거대한 영안실... 때리는 사람도 사람이고 맞는 사람도 사람이고" (245쪽) 처참한 현장이 『소년이 온다』 한강 장편소설에서도 전해지는 만큼 국가폭력에 저항한 평범한 소시민들의 죽음은 기업의 이윤창출 마케팅으로 이용된 것에 분노한 국민의 불매운동의 확고한 이유도 짚어내면서 읽은 이야기이다.

종교적 이야기도 꽤 흥미롭게 전해진다. 신을 거부한 성당 이야기와 기독교를 받아들인 최초의 페미니즘에 대한 내용도 만날 수 있어서 기억에 남는 내용 중의 하나이다. 여성을 향해 누군가는 창녀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처녀라고 말하는 이중적인 사회적 모순도 번쩍 올려서 꼬집는다. 무심하게 익숙해진 사회적 관습과 어휘가 여성을 억압한 것들이었는지 차분히 짚어보게 하는 내용이다.

'바르게 살자'라는 구호가 새겨진 비석...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에서 세운 것...

'삼청교육대'의 후산 226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한 일들이 화자에 의해 다시 덧칠되면서 희망을 어머니에게 보여주고 있는 자전적 소설이다. 고단한 삶이지만 농담과 웃음으로 이겨내는 기술, 정확하게 통찰하고 성장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한 시대이다. 꽤 낙천적인 힘이 왜 필요한지 이 소설을 통해서도 만나게 된다. 사회적 모순을 답습하고 생각하는 것을 포기해 버린다면 조지 오웰 고전소설 『동물농장』의 개, 돼지와 다름없는 노예적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며, 『마담 보바리』소설의 노예생활도 대물림되어 자녀에게 이어질 것이다. 분명한 건 부모보다는 더 나은 삶, 세상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소신있는 삶, 주체적인 삶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이 소설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이다.















세상 많은 것이 영원히 끔찍해요. 아무리 농담해도 가벼워지지 않는다... 눈물이 안 닦여요. 아무리 농담해 봤자 고통을 감히 가볍게 만들 수 없으니까. 죽음과 폭력, 재난과 참사가 우스워질 수 없으니까요... 친족 성폭력... 국가 폭력 - P254

5.18 광주민주화운동... 곤봉으로 내리치는 사람, 머리가 터진 사람, 다리가 터진 사람, 거대한 영안실... 때리는 사람도 사람이고 맞는 사람도 사람이고
- P245

‘바르게 살자‘라는 구호가 새겨진 비석...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에서 세운 것...
‘삼청교육대‘의 후산
- P2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협찬


나는 그대의 책이다』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으로 특별판이다. '가장 파격적인 시도'라고 출판사의 홍보글을 읽고 머뭇거리지 않고 선택한 책이다. 책이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걸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새로운 문장들과 색다른 모험을 떠나볼 수 있는 시간이다.


그대는 나를 읽는 동안, 스스로를 어떤 다른 인물이 아니라 그대 자신으로밖에 여길 수 없을 것이다. 좋은 책이란 그대 자신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거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13쪽



168쪽으로 구성된 책으로 책 디자인부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강열한 원색의 종이들로 특별판을 더욱 빛나게 구성한 책 디자인도 매우 마음에 들었다. 디자인 옷을 멋지게 차려입은 책이라 설레는 마음은 폭발하게 된다. 좋아하는 작가, 좋아하는 디자인, 특별판, 새로운 시도로 독자와 호흡하는 멋진 모험을 기꺼이 동참하게 한다.



다양한 4가지 색상의 페이지마다 활자도 자연스럽게, 깜쪽같이 변하고 있다. 공기, 물, 불, 흙 4원소의 세계를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사유하게 된다. 우주를 탐험하면서 새롭게 발견할 자신의 내면을 만나게 될 것이다. 골기의 세계를 여행하면서 영혼을 이야기하고 흙의 세계를 통해 대지와 자신의 안식처를 응시한 세계도 만나게 된다. 불의 세계는 적과의 싸움에 대한 이야기, 물의 세계는 우주의 탄생과 생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떠나는 여행을 제안한다. 새로운 자기 내면을 만나게 될 여행을 제안하는 작가의 책이다. 이 세계와 우주를 가장 잘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자신임을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다. 새로운 체험과 모험에 초대받고 책장을 넘기다 보면 발견하게 될 자기 내면을 문득 마주하게 될 것이다. 공기, 흙, 불, 물 4원소를 무심하게 지나치지 않고 응시하면서 깨닫는 유용한 시간, 용감한 모험이 시작되는 멋진 책 한 권이다.



답답하고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책 한 권을 펼쳐서 읽다 보면 문득 빛으로 빛나는 길이 되어줄 깨달음을 안겨줄 책이다. 상상력으로 시도된 베르베르의 상상력과 깊은 세계를 특별판 책으로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다. 분명하고도 선명해지는 순간을 마주하게 될 베르베르와의 여행을 떠나볼 계획이다.





그대는 나를 읽는 동안, 스스로를 어떤 다른 인물이 아니라 그대 자신으로밖에 여길 수 없을 것이다. 좋은 책이란 그대 자신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거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P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글자를 읽지 못하는 여성들이 문학에 등장하는 시대가 있다. 위안부 소설 민음사 『간단후쿠』에서도 글을 읽지 못하는 여성이 등장하며 위화 장편소설 『원청』에서도 '샤오메이는 글자를 읽을 줄 몰랐다'(407쪽)고 전해진다. 왜 여성들을 배움의 기회에서 배제시켰던 것인지가 중요해지면서 배워서 아는 세상이 많아지고 지각이 넓어지면 남편에게 순종하지 않는다면서 딸이 교육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아버지들이 존재하였음을 떠올리게 된다.



글을 읽고 생각을 하는 힘이 생겨나면 복종하지 않고 순종하지 않는 여성이 자신들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던 것이다. 파과 영화의 원작소설에서도 가난하고 자식이 많은 집안에서 밥숟가락 들어줄 여자아이를 다른 집에 보내는 일이 일어나면서 등장인물의 삶은 타인에 의해 휘어지고 굴곡진 삶으로 전개되는 것을 짙은 채도로 전개하는 소설 속의 여성 주인공을 떠올리게 된다. 여자로 태어난 이유만으로, 가난하다는 이유로 여기저기 던져지고 버려지고 배제되고 삭제되는 운명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는지 질문을 멈추지 않게 하는 문학을 마주할 때마다 큰 숨을 내어쉬면서 한숨을 쉬게 되는 문학들을 주시하지 않을 수가 없다.

위화 소설 『원청』에서는 시어머니의 학대로 민며느리가 스스로 자살하는 이야기도 등장한다. 교육의 기회를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되면서 글을 읽지 못하는 삶을 살아간다는 안타까움은 착취당하는 존재로 여성의 삶을 살아가라는 의미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글을 읽지 못하는 국민은 없는 시대이지만 글을 읽고 생각할 수 있는 숙고의 시대를 살지 못하도록 문명의 방해에 노출된 시대임을 떠올리게 된다.

읽고 생각하는 독서의 힘은 자본주의와 대조적인 힘을 지니기에 숏폼으로 추려지고 요약되는 것으로 한 권을 읽었다고 확신하는 것은 읽는 힘을 무시하는 것이 된다. 책을 읽고 무수히 밑줄 치면서 차곡히 간직한 문장들은 어마한 힘을 무장한 뿌리가 되기 때문이다. 뿌리가 내리지 못한 인생은 광고의 힘에 휩쓸려가고 망가지기 마련이다. 그 시대의 남성이 여성에게 원한 여성상은 순종하고 아내, 딸이라는 여성이었음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 시대의 자본주의는 유행에 민감하게 움직이면서 소비에 거침없는 시대를 원하는 것이 목표임을 목도하게 된다.

원청 소설을 다시 읽으면서 잔혹한 토비에게 희생된 기생의 죽음을 응시하게 된다. 가난한 평범한 사람으로 살면 토비에게 재산을 빼앗기거나 죽임을 당하느냐 토비가 되어 타인의 재산을 강탈하면서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인지 그 무엇도 현혹되지 못할 운명에 놓여있었던 그들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고전소설에서도 권력의 답습에 순응하고 복종할 것인지 프랑스 혁명으로 표출된 피권력층의 분노는 그 무엇도 이상적인 모습으로 표상되지 못한다. 억울하게 권력층인 귀족의 성 노리개가 되어 남편도 그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여성은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며 마약성분을 강제로 먹이면서 권력이 저지른 악행에 남겨진 가족이 억울함을 억누르면서 보복하는 술집 사장의 아내의 이야기도 광적인 모습을 엿보게 된다.

프랑스 혁명에서 단두대로 사용된 나무에 대한 작가의 응시와 나무의 쓰임이 수많은 억울한 죽음에 대한 사연을 들려주게 된다. 더불어 십자가의 의미도 단두대와 같은 죽음을 상징한다. 밤이 되면 수많은 십자들이 마을과 도시를 알려주는 십자가이지만 '사랑하라'는 의미와는 멀어지는 수많은 악행과 전쟁, 재판과 혐오, 차별로 치열하게 다투고 싸우는 전쟁터를 지금도 많은 소음과 형태로 표출되고 있음을 떠올리게 된다.



수평보다는 수직을 선호하고 계급을 나누면서 수치화하는 현상을 둘러보게 된다. 『향수』라는 영화의 내용이 처음에는 놀라웠는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 영화 작품의 의미는 더욱 강열하게 자리잡는다. '사랑하라'는 의미가 무엇을 뜻하는지 민며느리를 구박하여 자살하게 만든 시어머니에게서, 평생 착취당하면서 남편과 시댁에 구박당하는 삶을 살아가라고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딸로 키워서 결혼시킨 수많은 아버지들에게서, 귀족의 삶을 유유히 이어갈 거라고 믿고 악행을 수없이 저지른 『두 도시 이야기』의 귀족에게서, 위안부를 만들어서 착취한 수많은 이윤을 챙긴 사람들에게서 무엇이 부족하였는지 찾게 된다. 고통을 호소하는 그들의 삶을 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결백을 주장해도 듣지 않았던 『두 도시 이야기』의 혁명의 주인공들이 보여준 모순된 태도에 이슬처럼 사라졌을 젊은 재봉사 처녀의 죽음까지도 쉽게 사라지지 않게 된다. 누가 권력을 잡아도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여러 작품들을 통해서 확인한 시간이다.






샤오메이는 글자를 읽을 줄 몰랐다 - P407

민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구박받고 욕먹고 얻어맞는 건 시진에서 아주 흔한 일... 견디다 못한 민며느리가 목을 메거나 우물에 뛰어든 일도 8년 동안 몇 번이나 보고 들었다. - P455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5-12-21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갖고 있기만 하고 아직 못읽었는데, 구름모모님 리뷰 보니 읽고 싶네요.
 



『해리포터』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카네기 메달을 수상한 작품으로 전 세계 21개국의 십대들에게 최고의 고전으로 자리를 잡은 명작소설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살펴보게 하는 작품이다. 그림을 그린 할아버지는 고집이 대단한 분으로 유독 손녀에게만 친절하여 수영을 좋아한 소녀를 응원한 인물이다. 그림을 그리는 준비를 손녀에게만 허락한 한 분으로 15살 손녀인 제스는 부모님과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할아버지의 고향집이 어렸을 때 불에 타서 부모님이 사망한 사건 이후로 고향을 떠난 할아버지는 한 번도 과거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현재 지금 순간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소신을 굽히지 않고 살아간 할아버지라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조차도 힘들어한 인물이다.

눈에 띄게 체력이 허약해진 할아버지를 위해 부모님은 여행을 준비하게 되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고향을 찾고자 하고 이유와 그곳에서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해진다. 고향에서 만나려고 하는 친구 알프레드가 지금 살아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 부모님은 그분을 수소문하기 시작한다.

책표지 소년이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강열하다. 17년 연속 베스트셀러인 청소년 소설은 멋진 감동을 안겨준 작품이다. 할아버지가 젊은 날 강의 시작점인 발원지에서 바다까지 수영을 하고자 했다는 사실과 리버 보이라는 소년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제스가 휴가지에서 느낀 기묘한 느낌과 기운들을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게 된다. 우연히 목격한 리버 보이가 강에서 수영하는 모습을 보고 대화를 나누게 된다. 리버 보이를 다시 만나고자 바다까지 수영하게 된 제스가 두려움과 불안을 이겨낸 이유에는 할아버지를 사랑한 마음이 근원이 된다.

현재에 집중하였던 할아버지와 두려움과 불안을 이겨낸 제스의 모습, 죽어가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을 뿐 죽음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다. "아름답지 않은 것은 죽음이 아니라 죽어가는 과정이겠지." (207쪽) 끝이 시작이라고 말하는 대화도 인상적인 기운을 남긴 소설이다. "바다에 도달하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준비를 하지. 그들에겐 끝이 시작이야. 난 그 모습을 볼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껴." (207쪽)

강물과 인생을 비유하는 장면에서 안식을 찾은 모든 것들을 응시하게 한다. 죽음이 끝이 아니며 바람이 되고 물이 된다는 것으로 새로운 출발임을 보여주면서 평안이 된다는 것을 들려준다. 기묘한 경험들을 하지만 설명이 어려운 것들이 존재한다. 할아버지가 그린 그림이 자화상이라고 말하는 친구분의 이야기에 아들, 며느리, 손녀가 할아버지의 그림을 이해하게 된다.

죽음을 슬픔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새로운 출발로 이해하도록 이끌어준 소설이다. 제스의 어머니가 딸이 발견될 곳을 기발하게 유추하는 장면과 할아버지의 영혼이 떠났음을 인지하면서 제스가 의연하게 할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이유도 평소에 '관'이라고 말하는 것에 연습 삼아 들어간 할아버지의 언행들 덕분임을 이해하면서 죽음이 막연히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간 할아버지와 리버 보이의 모습을 회상하게 되는 소설이다.



팀 보울러 작품들















언제나 강하고 결단력 있는 아내. 진정으로 사랑하는 딸. 그들에게는 서로에 대한 추억이 있었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한 힘이 될 것이다. - P246

사람의 일생을 보는 것 같지? 강의 일생일 수도 있고. 강은 여기에서 태어나 자기에게 주어진 거리만큼 흘러가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곧게 때로는 구불구불 돌아서,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바다에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흐르는 거야. 난 이 모든 곳에서 안식을 찾아. - P206

재능이 가져다준 명성이나 돈에는 눈금만큼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평생을 그런 것들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왔다. 그림에 대한 열정 - P6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