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카네기 메달을 수상한 작품으로 전 세계 21개국의 십대들에게 최고의 고전으로 자리를 잡은 명작소설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살펴보게 하는 작품이다. 그림을 그린 할아버지는 고집이 대단한 분으로 유독 손녀에게만 친절하여 수영을 좋아한 소녀를 응원한 인물이다. 그림을 그리는 준비를 손녀에게만 허락한 한 분으로 15살 손녀인 제스는 부모님과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할아버지의 고향집이 어렸을 때 불에 타서 부모님이 사망한 사건 이후로 고향을 떠난 할아버지는 한 번도 과거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현재 지금 순간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소신을 굽히지 않고 살아간 할아버지라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조차도 힘들어한 인물이다.

눈에 띄게 체력이 허약해진 할아버지를 위해 부모님은 여행을 준비하게 되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고향을 찾고자 하고 이유와 그곳에서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해진다. 고향에서 만나려고 하는 친구 알프레드가 지금 살아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 부모님은 그분을 수소문하기 시작한다.

책표지 소년이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강열하다. 17년 연속 베스트셀러인 청소년 소설은 멋진 감동을 안겨준 작품이다. 할아버지가 젊은 날 강의 시작점인 발원지에서 바다까지 수영을 하고자 했다는 사실과 리버 보이라는 소년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제스가 휴가지에서 느낀 기묘한 느낌과 기운들을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게 된다. 우연히 목격한 리버 보이가 강에서 수영하는 모습을 보고 대화를 나누게 된다. 리버 보이를 다시 만나고자 바다까지 수영하게 된 제스가 두려움과 불안을 이겨낸 이유에는 할아버지를 사랑한 마음이 근원이 된다.

현재에 집중하였던 할아버지와 두려움과 불안을 이겨낸 제스의 모습, 죽어가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을 뿐 죽음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다. "아름답지 않은 것은 죽음이 아니라 죽어가는 과정이겠지." (207쪽) 끝이 시작이라고 말하는 대화도 인상적인 기운을 남긴 소설이다. "바다에 도달하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준비를 하지. 그들에겐 끝이 시작이야. 난 그 모습을 볼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껴." (207쪽)

강물과 인생을 비유하는 장면에서 안식을 찾은 모든 것들을 응시하게 한다. 죽음이 끝이 아니며 바람이 되고 물이 된다는 것으로 새로운 출발임을 보여주면서 평안이 된다는 것을 들려준다. 기묘한 경험들을 하지만 설명이 어려운 것들이 존재한다. 할아버지가 그린 그림이 자화상이라고 말하는 친구분의 이야기에 아들, 며느리, 손녀가 할아버지의 그림을 이해하게 된다.

죽음을 슬픔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새로운 출발로 이해하도록 이끌어준 소설이다. 제스의 어머니가 딸이 발견될 곳을 기발하게 유추하는 장면과 할아버지의 영혼이 떠났음을 인지하면서 제스가 의연하게 할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이유도 평소에 '관'이라고 말하는 것에 연습 삼아 들어간 할아버지의 언행들 덕분임을 이해하면서 죽음이 막연히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간 할아버지와 리버 보이의 모습을 회상하게 되는 소설이다.



팀 보울러 작품들















언제나 강하고 결단력 있는 아내. 진정으로 사랑하는 딸. 그들에게는 서로에 대한 추억이 있었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한 힘이 될 것이다. - P246

사람의 일생을 보는 것 같지? 강의 일생일 수도 있고. 강은 여기에서 태어나 자기에게 주어진 거리만큼 흘러가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곧게 때로는 구불구불 돌아서,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바다에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흐르는 거야. 난 이 모든 곳에서 안식을 찾아. - P206

재능이 가져다준 명성이나 돈에는 눈금만큼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평생을 그런 것들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왔다. 그림에 대한 열정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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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신사를 섬기는 소망을 가진 영국 집사의 회고록으로 '가즈오 이시구로' 작가 소설들 중의 하나이다. 그는 35년을 주인을 섬기는 일에 인생을 바친 집사로 자신의 아버지가 집사로 살면서 절제된 감정을 보이면서 살아온 것을 보면서 성장한 인물이다. 절제된 감정으로 평생을 주인을 위해 살았을 집사의 인생은 어떤 인생이었을까. 자신의 감정을 배제하고 살아온 집사의 표정들이 묵묵히 흘러넘치는 소설이다.

비밀유지가 우선이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직업을 가진 현대인들이 떠오른다. 감정노동자들이 얼마나 주위에 많은지 무수히 보이기 시작한 소설이다. <태풍상사>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백화점 안내 직원으로 일하는 여동생의 모습에서 미소와 표정, 태도가 얼마나 인위적인 감정 노동인지 엿보게 된다. <당신이 죽였다> 넷플릭스 드라마에서도 판매 영업직에 종사하는 직원이 고객들에 대한 비밀유지가 최우선이라는 것을 상기하는 장면도 떠오른다.

감정 절제와 자만심을 배제하고 복종의 자세를 가져라고 소설 주인들은 집사에게 요구한다. 그가 고수한 35년 동안의 세월을 뒤돌아보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소설이다. 주인을 향한 복종이 자부심이었던 집사는 주인의 삶이 오류가 되는 날 저택과 함께 집사도 묶음 상품처럼 새로운 주인에게 넘겨지면서 자신의 가졌던 자부심이 어떤 오류였는지 깨닫게 된다. 국왕과 나라를 위해, 주인과 지배계급을 위해 일하는 수많은 영혼들이 존재한다.

새로운 주인 미국 라이프 스타일과 가치관이 영국 옛 주인의 스타일과 대비되기 시작하면서 집사는 자신이 세웠던 굳건한 직업관에 의심을 부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고리타분한 생각과 유명한 가문, 속물근성이 가진 오류를 현대사회에서도 쉽게 찾아보면서 소수의 지배자와 수억 수십만의 노예들이 현존하는 세상을 향해 외치는 작품이다. 자유는 타인이 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자유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서 보여준다.

품위가 무엇인지 정의된다. 진정한 품위는 투표로 의원의 자리를 앉혔다가 빼앗는 것이라고 또렷하게 명시한다. 읽고 생각하고 분별하고 자유를 찾는 품위가 무엇인지 작가는 명확하게 전달한다. 노예적 삶을 살아가는 것, 영원히 그들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이 자유가 아님을 작가는 아우성 같은 목소리로 소설에서 말한다. 민중의 고통에 늦장만 부리는 행태를 얼마나 많은 세월 한탄하였는지 기억해야 하는 시대이다. 더불어 국왕과 나라를 위해 아들이 목숨을 바친 것에 대해서도 소설을 통해서 꼬집는다. <간단후쿠>소설에서도 나라를 위해 희생된 이들은 젊은 아들과 젊은 딸들이라는 것을 상기하게 된다. 주인의 오류적 삶에 자신의 35년이 고스란히 바쳐진 것이 어떤 심정일지 충분히 짐작하게 된다. 자신의 삶을 살아야 주인이며 자유를 찾는 삶을 살아야 주인인 것이다.

집사의 삶은 팬터마임을 연기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소설은 말한다. 무언극과 같은 삶을 35년 동안 살아간다는 것은 자부심이 아닌 고행과 다름없는 삶이지만 그들은 자유가 없는 삶에 익숙하여 불행한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이다. 작가는 그러한 삶은 주체적인 삶이 아님을 명시한다. 소설의 인물과 배경은 현대사회에서 누구의 삶이며 주인으로 직시된 이들은 어떤 집단이며 인물인지 차분히 따져보는 시간으로 연결된다.

집사로 산다는 것은 무슨 팬터마임을 연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70

모세가 약속의 땅에 가지 못하고 광야에서 헤맨 이유를 이 소설에서도 찾아보게 된다. <사람을 안다는 것> 인문학 책에서도 출애굽기의 여정을 시작했느냐고 질문한다. 노예로 제자리에서 맴도는 원형적인 삶을 살아가서는 자유를 찾지 못하게 된다. 사다리를 타고 자유를 찾는 삶은 스스로 노력하는 주체적 의지가 있는 이들에게만 주어진다는 것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엿보게 된다.

어리석은 생각이 우리 삶의 행복에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작가는엄중한 목소리로 전한다. 어리석은 생각들이 무엇인가. 작가의 놀라운 통찰력에 감탄하면서 읽은 소설로 다시 읽어도 좋은 추천도서이다.


















어리석은 생각들이 당신 자신과 당신 몫의 행복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될 겁니다.
- P365

퇴직 후의 인생이야말로 부부 생활의 황금기라고.
- P366

집사로 산다는 것은 무슨 팬터마임을 연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 P70

소수의 지배자와 수억 수십만의 노예들만 존재하는 세상... 노예 상태에서는 결코 품위를 갖출 수 없습니다... 자유 시민으로 살 권리를 쟁취... 투표로 의원 나리들을 의사당에 앉혔다 빼냈다 할 수 있으니까요... 그게 바로 진정한 품위입니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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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족한 가시에 질리는 것보다도 더 아린 고통과 슬픔에 침식되는 소설들이 있다. 숨을 쉬고 있는 것이 기적이구나라고 몇 번을 말해주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에서 이들의 슬픔과 불안, 굶주림의 근원적 이유를 찾아 헤매다가 다시 이야기로 진입하기를 여러 번 반복하게 된다. 일본군 위안부 소녀들의 소설을 읽다 보면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모든 상황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거부하다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혼란스러운 어린 소녀들이 보인 소설로 깊게 빨려 들어간 작품이다.

전쟁이 일어난 이유와 전쟁을 일으킨 인물들이 누구인지가 중요해지면서 그들이 전쟁터의 참혹한 현장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매번 목도하게 된다. 그들은 어디에 있고 죽음을 향해 징집되는 이들은 누구인지가 중대한 질문으로 남는다. 자발적으로 참전하는 군인이 생존하여 돌아오지만 이전의 영혼을 잃어버린 『반쪼가리 자작』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전쟁과 군인이 무엇인지 이해하지도 못하는 소녀들이 군인들에게 폭행당하는 소설도 무수히 등장한다. 작가들이 깊게 응시한 그들의 폭력성에 희생되는 소녀들을 작품에 언급한 이유는 분명해진다. 꾹 눌러서 방점을 찍는 문장으로 읽히는 문장도 있지만 이 소설은 시적이면서도 환상을 보는 기분으로 살아남은 소녀를 매번 발견하게 된다. 소녀는 임신을 하였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비밀로 남긴다. 그 비밀은 오래가지 못하고 부풀어 오르는 배를 보고 군인들에게, 주인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듣게 된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는 일상 속에서 일본군 위안부 소녀들을 잊기 쉬웠지만 작가의 유려한 문장에 녹아들수록 미치지 않기 위해 주인공 소녀가 끊임없이 일상 속에서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슬픔으로 공존한 작품이다. 소녀들의 나이에 우리는 무엇을 하였던가. 소녀들은 그 나이에 어디에서 어떻게 생을 부여잡고 있었는지 떠올릴수록 그 아픔과 슬픔은 깊은 상흔이 되어 눈물이 고이는 순간을 여러 번 마주한 소설이다.

인신매매하는 상황에 내몰려 던져진 소녀들의 가혹한 삶이 사실적으로 전해진다. 이것이 전쟁이며, 전쟁의 실상을 제대로 고발하는 참담한 이야기이다. 총검을 가진 주인이 감시하여 도망도 가지 못하는 어린 소녀들이 빚을 갚아가지만 매일 이자는 놀라운 속도로 붙어서 희망마저도 잃어버린 주인공 소녀의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 작품이다. 전쟁의 참혹한 참상과 인간이 가진 잔혹성과 폭력성에 희생된 어린 소녀들을 잊어서는 안되는 이유를 깊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읽은 작품이다.

반복되어서는 안되는 역사이다. 누구도 이 나라의 어린 소녀들과 젊은 청년들을 전쟁의 희생물로 삼아서는 안되는 이유를 이 소설에서도 만날 수 있다. 평화주의가 왜 필요한지, 제국주의와 폭력주의가 정당화되지 못하는 이유를 이 소설의 일본군 위안부 어린 소녀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아기집을 가진 여성으로 태어난 것과 태어날 여자아기를 축복할 수 있는 평화주의가 절실해지는 시대이다.

어린 소녀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무수히 등장한다. 동조한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직접적으로 때리고 총검으로 어린 소녀의 머리를 내리치는 술 취한 군인도 있다. 아편을 하면서 정신이 혼미해진 소녀도 등장하면서 쓸모가 없어진 위안부가 또 어딘가로 팔려가는 것도 목격하게 된다. 갇혀버린 지옥과 같은 현장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이 기적이며 그 현장을 이야기하고 증언한 위안부 할머니들이 있음을, 그 소녀들이 있다는 것을 또렷하게 기억하게 된다. 제국주의를 추앙하는 분위기에 동조하는 집단이 누구인지 분별하는 힘도 절실해진다.


오백 년 전 파란 눈 게르만인은 순전히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처녀를 강간했다. 30 _ 바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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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여름 2024 <천사들>소설에 이어 읽은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이다. 천사들 소설에서 '악취나는 의도'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과 흑백영화를 보는 이모가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여름에 만난 이 소설집에는 세 명의 작가 단편소설과 인터뷰로 구성된 문학과 지성사의 계절마다 만나는 책이다.

책표지 디자인이 눈길을 충분히 사로잡아서 구매한 소설집이다. 뜨거운 여름을 함께 보낸 소설로 천천히 읽고 완독하여도 쉽게 보내지 못한 소설집이다. 소도시와 대도시 삶은 매우 대조적이다. 도시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은 소도시의 라이프 스타일이 익숙해지지 않고 낯설기만 하다. 그래서 훌쩍 여행을 떠나는 여행지가 조용한 여행지가 되고 있다. 작가도 여행지에서 경험한 장면들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인터뷰에서 설명한다.

소와 돼지의 부산물을 받아먹는 독수리를 사람과 비슷한 자태라고 관찰한 장면이 꽤 인상적이다. 인간이란 무엇인지 진중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노아라는 개신교 이름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는데 지방 공무원이 직업인데 민원인이 드러낸 불안의 근원이 자신의 이름이었다는 것도 상기한다. 다른 종교에 예민함을 불안으로 표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양성이 공존하고 수용하고 다름을 인정하기보다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이분법적 사고로 구별하고 차별하는 사회적 문제까지도 함께 짚어보게 된다. 노아라는 이름을 지은 부모의 기대감으로 바라볼 수 여유와 이해보다 다름이라는 차별적 시선이 깊게 자리잡고 있음이 민원인들의 태도에서 드러난다.

적은 무엇인가. 적이라고 단정 짓고 살아가는 인간적 한계를 민원인들의 불안한 모습, 천문대에 거주하는 선화라는 인물, 녹원의 타이어를 의도적으로 파손하고도 개의치 않는 표정 없는 얼굴의 소년, 무엇도 제대로 말해주지 않는 녹원이라는 동료 공무원 직원에게서 보여준 소설이다.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적은 누구이며 어떻게 명명되어 삶의 뿌리를 이루었는지 고찰하게 하는 작품이다. 모호한 태도로 친절하지 않는 인간의 한계를 인물들의 일상적인 모습에서 적을 찾게 하고 그들의 대면하는 인간이 보여주는 이중적인 모호함을 보여준 소설이다.

모든 책에서 구원은 적의 공습 뒤에 찾아왔다. 적이 온다는 것은 긴긴 괴로움으로 뭉쳐진 기다림,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가 되어버린 기다림이 끝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156

적의 공습을 기다린 사람들은 구원을 찾고자 했고 구원을 찾고자 기다린 긴 괴로움으로 뭉친 하나의 세계가 어떤 자태로, 어떤 향기로 응집되었는지 여러 인물들의 거짓된 말과 태도, 표정이 없다고 느낄 정도의 얼굴로 살아가고 모호한 태도로 구원을 기다린 사람들에게 다시 질문하게 되는 작품이다.


선명하고 맑고 아름다워야 하는 삶이지만 이 세계 너머의 구원을 기다리며 혼탁하고 어둡고 불투명한 삶으로 살아가는 것이 구원을 기다리는 태도인지 거듭 질문하게 되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닌 혼자만 살아남기를 의도하는 '악취나는 의도'가 구원으로 반의된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종교의 진정한 의미, 방향성을 잊고 자신만의 구원을 구축하고 대립하고 분쟁하는 사회적 문제의 중심에 종교가 자리잡고 있음을 떠올리면서 책장을 덮게 된다. 지금 도래한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독수리처럼 소와 돼지의 부산물을 먹는 종교인이 되지 않도록, 동료 직원에게도 모호한 태도로 친절하지 않는 녹원의 모습까지도 적이 누구였는지 생각해 보는 인물로 남는다.



무엇 하나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다. - P144

독수리 / 소와 돼지의 부산물을 받아먹었다. - P126

묘하게 사람다운 면이 있었다. 둥글게 구부린 어깨나 축 늘어뜨린 목 등이 특히 그랬다. - P126

아무런 표정 없는 얼굴 - P140

모든 책에서 구원은 적의 공습 뒤에 찾아왔다. 적이 온다는 것은 긴긴 괴로움으로 뭉쳐진 기다림,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가 되어버린 기다림이 끝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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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장을 가슴에 주렁주렁 달고 전쟁의 기억을 잊지 않는 노년의 할아버지의 모습을 우연히 지나친 적이 있다. 참담한 기억이 아닌 악몽과 같은 기억이 아닌 자랑스러움이 묻어난 제복과 훈장으로 누군가의 집으로 향하는 모습이었다. 참혹한 현장의 기억에 침식되어 현실을 혼동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영화의 인물과 소설의 인물들과는 대조적이라 놀라움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눈먼 암살자』 소설은 전쟁의 참담함과 참전 군인의 실상을 고스란히 펼쳐놓는 작품이다. 입구만 있고 출구가 없는 삶을 보여주면서 수면제, 혈전증, 머리의 총상 부상이 남긴 악취가 나는 모텔이 묘사된다.

법률 사무소에서 종신 시종이라는 사람들의 공허한 얼굴과 외면하는 눈, 특정한 것만 보는 그들이 받는 돈과 그곳의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법률 사무소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많은 직업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어떻게 공범이 되는가』 맥스 베이저먼의 내용이 떠오른다. 전쟁과 훈장을 향한 진정한 숙고의 시간으로 이어진 소설이다. 평화주의가 아닌 전쟁과 분쟁을 부추기는 언론과 사회적 분위기를 향한 소설가의 진정성이 전해지는 소설이다.

두려워하는 통찰력을 가진 로라가 눈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던 소설이다. 어떻게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지 자문하는 그녀가 있다. 타인을 섬기는 것은 무엇인가. 노동을 착취하는 사람들이 이민자들의 폐에 실 보푸라기로 가득 채우면서 취득한 실체를 고발하기 시작한다. 벗아날 수 없는 곳은 모두 지옥이라고 소설은 말한다. 사후의 지옥을 두려워하는 마음만큼 살아가는 사회에서 지옥이 무엇인지 고찰하는 삶이 중요해진다. 하나님을 섬기고 싶은 마음을 삶 속에서 타인을 섬기는 삶으로 드러내야 하는 이유가 전해진다. 전쟁과 훈장, 참전군인, 분열과 분쟁이 신을 사랑하는 것인지 진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종교가 분열의 선두자에 서는 모습은 참된 종교인의 모습이 아님을 알기에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화합과 이해, 차별이 아닌 포용이 평화가 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자신의 삶을 확고하게 하고자 분열을 조장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얼마나 삶을 위협하는지 목도하게 된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에서 선택받은 90%가 있고 제외된 10%가 존재한다. 정당한 분배이기에 지지하는 정책이지만 90%가 어떤 정책을 지지하는지는 주시하게 된다. 가난이 세습화되고 노동착취와 산업재해와 암 환자가 증가하지만 지난한 긴 싸움으로 힘겹게 인정받은 죽음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부자가 더 많은 부를 취득했다는 언론의 기사를 90%는 무관심한 내용이지만 그들의 언론은 축제 분위기이다. 90%가 기뻐할 축제 분위기가 전해지는 기사를 기다려야 하는 이유가 더욱 분명해진다.

착취당한 노동자의 페와 이민자들이 곧 수많은 90% 국민들이라는 사실을 이 소설을 통해서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고 무분별한 분위기에 휘청거리는 것을 매번 목도하게 된다. 현명함과 분별력을 소설을 통해서, 작가의 목소리와 냉철한 시선의 끝을 통해서 배우게 된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10%에 해당된 제외된 일부의 사람들이 그럼에도 90% 사람들을 지지하고 있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평화주의를 사랑하고 신을 사랑하고 노동자들의 노동과 땀과 눈물에 공감하기에 이 소설은 로라가 진지하게 질문하고 응시한 것들을 잊지 않고자 다짐한 소설로 굳은 돌 같은 얼굴이 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 석판석 같은 눈이 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마주보게 한 작가이다.


가짜 신이란 누구인가? 바로 우리들이다. 우리와 우리의 돈 322

벗어날 수 없는 곳이란 모두 지옥 133






주먹은 손가락을 다 모은 것 이상의 것이다. - P385

더 이상 버림받은 사람으로 남지 않을 것이다. - P398

낙원에는 이야기가 없다... 상실과 후회와 비참함과 열망이 굴곡진 길을 따라 이야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 P393

일등석 승객들.. 부자들이란 언제나 도벽이 있는 사람들 - P172

음식점의 모든 것들은 너무 커지고 너무 과중... 물질세계는 거대하고 축축한 반죽 덩어리 - P233

가짜 신이란 누구인가? 바로 우리들이다. 우리와 우리의 돈 - P322

벗어날 수 없는 곳이란 모두 지옥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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