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희랍어 시간』, 『여수의 사랑』, 『디에센셜 한강』을 읽었다.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과 장편소설들, 단편소설인 <회복하는 인간>, <파란 돌>에 이어서 시까지도 이 책에 실린 시들을 다시 읽었다. 한 번 읽은 시도 깊었지만 두 번째 읽은 시들은 더 깊은 호흡을 할 수 있는 시적인 근육이 생겨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매번 시집을 펼칠 때마다 어렵다고 느꼈던 시어들의 깊이를 이제는 한 뼘 더 호흡할 수 있는 호흡기를 가졌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이 과정에 한강 작가의 시들이 곁에서 여러 번 존재하였다.

이것이 시구나, 이것이 시라는 것을 시인의 여러 작품들과 소설들, 산문들을 읽어가면서 단단해지는 지반을 형성하게 된다. 좋아하는 작가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알게 해주는 산문 글들이 있다. 보라고 주어진 두 눈의 가치를 작가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더 많이 바라보고 있다고 고백한다. 작가가 바라보았을 것들이 작품을 통해서 시적인 언어로 장편소설로 독자들과 호흡하고 있음을 글을 통해서 전해진다. 작가의 목소리는 차분하다. 차분한 목소리로 바라보았을 세상의 가치들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감정들이었다는 것도 산문 글을 통해서 전해진다.

가족이 따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작가가 기억하고 떠올리는 추억의 가족들의 모습에는 가난과 수많은 이사가 존재하고 딸이 배우고자 했던 피아노를 가르칠 수 없었던 형편이라는 경제적인 상황과 뒤늦었지만 딸을 위해 피아노 학원을 다녀달라고 부탁하는 부모의 부탁에 응하는 딸의 깊은 마음까지도 글에서 전해진다. 부모가 말없이 바라보았을 종이 피아노 건반에 대한 이야기도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재능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작가가 지닌 음악적 재능은 소설 내용과 음악의 가사와도 접목하게 된다. 그 노래의 가사가 작가의 작품과도 적절한 어우러지는 내용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생은 아름다운 거라고 말해준 인물이 산문 글에서도 소개된다. 문득 인생은 아름다운 거야라고 자신있게 말해줄 수 있는지도 떠올려보게 된다.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이와 같은 질문을 무작정 던져본다. 따뜻한 심장이 뛰고 있지만 따스함이 느껴지지 않는 세상과 사회에서 무엇을 향해서 살아가고 있는지 매번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안 된다. 딱딱한 바위가 집이 되어서 살아간 것은 아닌지 욘 포세 작가의 샤이닝 소설의 문장도 떠올리게 된다.

지금도 질주하고 속도전으로 성공과 성장이라는 목표로 깃발을 휘날리려고 하지만 살기 좋은 나라의 국민들의 노동시간과는 상반되는 방향임을 확인하게 된다.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고 하찮게 생각하며 개와 돼지라고 말하는 무리가 원하는 것을 머뭇거리지 않는 것은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누구나 노동을 한다. 작가의 노동도 상당한 희생이 뒤따른다는 것을 매번 한강 작가의 글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출간 후에 글에서 "울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눈물로 세수하지 않아도 된다." (343쪽) 확인할수록 노벨문학상 수상 기쁨과 동시에 계엄령에 국민이 모두가 놀랐던 12월 3일을 잊을 수가 없다. 혼돈이 요동치고 혐오와 극우주의, 폭력주의가 매섭게 할퀴는 겨울을 보내고 있기에 국민이 더 이상 울지 않고, 더 이상 눈물로 세수하지 않을 세상을 다시 꿈꾸게 된다.

치고 들어오는 세계, 공포와 폭력, 학살은 지금도 매섭게 꿈틀거린다.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작가가 바라보았을 시간의 불꽃과 존재의 시간성, 삶의 유한성과 극한의 무의미와 눈의 침묵까지도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와 『소년이 온다』,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 4.3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연이어 12.3 계엄령과 그들이 증언하는 목소리에서도 목도하게 된다. 반복되지 않아야 할 역사이다. 하지만 역사는 난폭하게 포효하면서 세계인들이 모두가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거짓 뉴스로 기우뚱한 사회는 분별력을 잃어버리기 쉬운 상황이다. 무엇을 보고 있는지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오늘도 읽고 생각하는 이유, 기도하는 이유가 명확해지는데 기여해 주는 것이 책이다.

울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눈물로 세수하지 않아도 된다. 343


나는 일어날 거야. 해처럼 떠오를 거야.

통증을 무릅쓰고 그걸 천 번 반복할 거야. 347

기도.

치고 들어오는 세계.

이것이 세계인가?

아이들이 죽어가고 여자들이 강간당하는,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세계인가?

그러나 살아 있음으로 아름다운 것들.

지독하게

무정하게 아름다운 것들.

유령.

종려나무.

팔을 흔드는 검은 나무. 348

악몽 같은 현실에서 구원을 원하는 인간의 이야기.

공포와 폭력.

기도의 이야기.

바람.

해류.

전 세계가 이어지는

바다의 순환.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

연결되어 있다. 부디.

눈이 내렸다.

작별하지 않는다.

역사 속에서 인간.

우주 속에서의 인간.

내 몸의 감각.

육체. 연약한. 필멸하는. 349

'나'는 그 집에 가게 된다.

모두 '나'를 떠난 뒤에.

거의 폐인이 되어.

어디까지 차가울 것인가.

따뜻할 것인가.

뜨거울 것인가의 문제.

학살에 대하여...

삶의 유한성.

존재의 시간성.

극한의 무의미.

시간의 불꽃.

눈의 침묵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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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역사에는 참전 군인들의 삶이 존재한다.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은 일상으로 무사히 귀환하였을까? 온전한 가정으로 돌아왔는지 살펴보게 된다. 넷플릭스 영화로 만난 이 영화는 아버지와 딸이 산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모습들이 이어진다. 먹고 자고 비가 내리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는 이유들이 그들에게는 생존게임이었음을 보여준다. 산에서 두 사람이 왜 생활하고 있었는지도 작품은 서서히 드러내면서 참전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현재도 위협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갈 만큼 영혼이 파괴되어 있다는 것을 사실적으로 전해진다.


아내는 보이지 않고 청소년 딸과 산에서 생활하고 사회적 부적응자로 생활하는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부녀의 모습이 계속 영상미로 고발한다. 왜 그의 영혼은 참전하기 이전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일까. 전쟁의 여파는 딸의 삶에도 큰 파동을 일으킨다. 한 사람의 삶으로 끝나지 않고 아내와 자식에게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쟁에 참전한 군인은 일상 복귀에 실패하였다. 전쟁의 당위성은 참혹한 결과만을 남긴다. 헬리콥터 소리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그는 현재도 전쟁터에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공간을 분별하지 못할 정도로 그의 영혼은 무엇을 보고 듣고 경험했던 것일까. 말하지 않는 침묵에는 그가 전쟁터에서 경험한 것들을 함축하면서 전쟁과 관련된 것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실패자로 귀환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가 나무를 벌목하는 작업장에서도 부적응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전개된다. 그가 그곳에서 도망가는 것과 그곳에서 떠나고 싶지 않다는 딸의 반응과 선택을 묵묵히 전하는 영화이다.


파괴된 영혼들은 젊은 군인들이었다. 그들의 죽음, 그들의 상실된 신체, 영혼의 파괴는 전쟁의 결과로 통계된다. 무엇도 살릴 수 없는 파괴된 젊은이들로 남는다. 전쟁과 군인은 죽음과 훈장, 메달, 위령탑의 이름을 남기는 것으로 정당성을 강요하지만 문학과 영화 예술가들은 전쟁 옹호자들이 틀렸다고 무수히 고발한다.

자살로 마감되는 사라지는 참전 군인의 죽음은 숫자로 통계 되고 집계되는 단순한 사회적 손실로 치부되어서는 안되는 사회적 문제이다. 미국에서 국민들이 전쟁을 거부하는 상황에 정치권의 선택들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도 함께 생각하였던 작품이다.

알베르 카뮈의 에세이 <안과 겉>을 읽었다. 작가의 아버지가 열의에 가득 차서 참전한 군인이었고 그는 머리에 총알을 맞고 일주일 동안 신음하고 앞을 보지 못하다가 사망하였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남겨진 아내와 자식의 가난을 그는 회상하면서 빼앗긴 남편과 아버지를 글로만 남기게 된다.

지금도 총기의 정당성과 누구를 향하는 총알이었는지 역사에 기록되는 시대이다. 돈의 가치, 성장의 가치, 생명의 가치 정도는 무의미하다고 치부하는 극소수의 선택과 정당성이 부각된다. 일상의 행복을 권력이 빼앗을 수는 없지만 현실은 그들이 보통의 사람들을 위협하면서 교활하게 그들이 끌어안고 기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허게 된다. 그들이 기뻐하는 것에는 누군가의 죽음도 포함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군대가 하는 짓이야말로 도둑질이지.

너희 아버지를 데려가고,

우리 아버지를 데려가는 거...

저 위의 모든 부자 나치들 692

이 나쁜 새끼들...

이 예쁘장한 나쁜 새끼들...

내 속의 찰과상이 보여?...

나를 침식하는 게 보여?...

세상은 그런 사람들을 누릴 자격이 없으니까. 745

너를 벌하지 마.

벌과 고통...

행복도 있을 터였다.

그것이 글쓰기였다. 750


책도둑 / 문학동네












행복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에 있는 것 463

인생을 허비하고...

깨닫고...

어리석고 하찮은 존재에게

자신의 모든 꿈을 걸었음을...

영혼을 전부 쏟아부었음을... 281


면도날 세계문학전집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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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에센셜 알베르 카뮈 (무선 보급판) 디 에센셜 에디션 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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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 디 에센셜은 소설 한 편과 에세이 3편이 구성된다. 그중 에세이 <안과 겉>을 읽으면서 『이방인』 소설과 『시지프 신화』도 무수히 연상하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이방인 소설에서도 확신이라는 말을 쉽게 지울 수가 없었는데 이 에세이에서도 확신에 대해서 젊은 시절의 작가는 깊게 사고한 흔적을 마주하게 된다. 철학적 숙고의 시간과 사유의 흔적들은 고스란히 에세이와 소설들을 통해서 이어졌음을 확인하게 된다.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작가는 결코 무심하게 지나치지 않는다. 자신의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여자가 있다. 자기 무덤을 준비하고 그 무덤을 진짜 사랑하는 그녀의 유일한 외출과 소일거리가 기괴하게 전해진다. 이러한 사람들은 주변에서도 흔하게 찾을 수 있다. 삶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무덤을 사랑한 그녀의 이야기를 주시하여야 한다. 누군가는 관조하지만 누군가는 자기의 무덤을 판다는 것을 명확하게 단언한다. 어른거리는 확신과 세계의 부조리를 연상하게 하는 예시들이 글에서도 들추어진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작가를 더 가까이에서 만나는 기분이다. 젊은 날 집필한 글이라고 설명하면서 에세이를 다 읽고 설명해 주는 글들까지 빠짐없이 읽으면서 작품성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희망이라는 의미의 단면만 보아서는 안 된다. 그리스인들이 판도라 상자에서 제일 마지막에 꺼낸 악이 희망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는 곧 체념을 의미한다. 희망이 곧 체념이라는 것을 깊게 호흡하면서 이방인 소설의 주제가 산다는 것은 스스로 체념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까지도 전해진다.

죽지도 않은 여자에게 수의를 입히는 딸이 있다. 딸이 수의를 입히는 이유를 들려주면서 성급한 사람들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삶이 얼마나 기이한지도 작가는 언급한다. 사체를 재빠르게 처리하는 장례문화를 질타하는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책 내용도 더불어 생각나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허무와 삶에 대한 절망 없이는 삶에 대한 사랑은 없다고 말한다. 수도원이 가르쳐 준 것과 화려한 교회당에서 실망하고 더 헛헛해지고 낙담한 이유도 전해진다. 교회와 궁전, 박물관과 같은 모든 예술작품에서 심한 불안감을 느낀 경험도 전해진다. 반면 바로크식의 수두원에서 해방감을 느끼게 해준 것들이 무엇인지도 열거된다. 느리게 울리는 종소리, 오래된 탑, 풀과 허무의 향기, 다사로운 분위기, 마음속에 눈물 가득한 침묵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확인하게 한다. 차분하게 돌아볼수록 그가 느끼는 해방감이 무엇이며 심한 불안감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도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무수히 던지는 질문들과 감정의 근원, 우주와 세계, 존재와 죽음을 향한 사유의 흔적들을 젊은 시절의 작가의 에세이를 통해서 만날 수 있다.

영혼에 꼭 들어맞는 그 땅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를 감지한 것들이 무엇인지도 에세이를 통해서 차곡히 만날 수 있다. 오래된 가구의 가치, 손으로 뜬 레이스 덮개를 바라보는 작가가 있다. 충만해지는 기쁨과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작가이다. 하루 종일 산책을 하였다고 한다. 거리의 냄새를 사랑하고 고독하지 않을 수 있게 된 그가 의지할 버팀점들이 무엇이었는지 들려준다.

작가가 성장한 환경과 거리, 집의 냄새들, 가족 구성원들도 알게 된다. 특히 아버지가 전쟁터에 사망한 이유와 훈장, 메달, 탄환을 간직한 어머니에 대해서도 이야기된다. 열의에 차서 전쟁터로 간 아버지는 두개골이 터졌고 일주일 동안 앞을 못 보면서 신음하다가 위령탑에 이름을 남겼다고 한다. 어머니는 차라지 살아서 돌아오지 않은 것이 나았다고 말하는 이유도 전해지면서 장님 아니면 미친 사람이 되어 돌아왔을 거라는 암담한 결과를 이야기한다. 『반쪽자리 자작』 소설에서도 이러한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전개된다. 어머니가 가진 확신, 세계의 부조리한 단순성을 작가는 어머니와 전사한 아버지를 통해서 사유한다. 확신과 부조리를 부모를 모습을 통해서도 놓치지 않는다.

권태를 느끼는 장소에서 깨닫는 것이 있었다는 것도 이야기된다. 과연 행복한지 질문을 하면서 인간은 자기 자신과 정대면해야 하는 이유도 들려준다. 커다란 부조화가 자신과 사물들 사이에서 생겨난다는 것을 시지프 신화의 '부조리의 감정'에 대해서도 각주에서 설명된다. 호텔방에서 느끼는 깊은 공허라는 감정이 이 글에서도 등장한다.


희망은 체념과 마찬가지 270


그는 아주 열의에 차서 전쟁에 나갔다. 전투에서 두개골이 터졌다. 일주일 동안 앞을 못 본 채 신음하다가, 위령탑에 이름이 새겨졌다. 230


따지고 보면 그 편이 차라리 나았지. 장님 아니면 미친 사람이 되어 돌아왔을 테니. 차라리 그편이 낫다는 확신, 세계의 부조리한 단순성 230


​허무. 삶에 대한 절망 없이는 삶에 대한 사랑은 없다.
- P260

성급한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매우 기이한 일이다.
- P269

한 사람은 관조하고 또 한 사람은 자기의 무덤을 판다.
- P268

하루 종일 산책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 거리의 냄새마다 나에게는 한없이 사랑할 구실이 된다... 더 이상 고독하게 지낼 수 없게 된 사람에게는 그 모든 것들이 다 의지할 버팀점들이다.
- P246

오래된 가구들과 손으로 뜬 레이스 덮개... 이방 이외에 또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 P246

바로크식의 수도원 ... 다사로운 분위기, 느리게 올리는 종소리, 오래된 탑... 풀과 허무의 향기... 마음속에 눈물 가득한 침묵을 만들어 내면서 나는 거의 해방감에 가까운 느낌을 맛볼 수 있었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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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에센셜 알베르 카뮈 (무선 보급판) 디 에센셜 에디션 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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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세 번째로 읽는 소설이다. 줄거리는 알고 있지만 읽을 때마다 작가가 집필한 소설의 문장은 새롭기만 하다. 보이지 않았던 문장이 새롭게 보이면서 여러 번 읽고 필사하면서 곱씹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을유세계문학전집 책으로 처음 읽었을 때는 놀라움이 가득했던 작품이었고, 현대지성 책으로 두 번째로 읽었을 때는 『시지프 신화』라는 철학적 산문시를 읽게 만들었던 작가이다. 세 번째는 한 해가 지나가고 새해가 다가오면서 알베르 카뮈 소설을 꼭 읽고 가야겠다는 다짐에 다시 펼친 디 에센셜 책이다. 여러 번 덧칠하면서 읽었던 재독의 시간은 무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부조리한 전 생애를 주인공을 통해서 충분히 관심을 유발하는 소설이다. 3년 전 양로원에서 생활한 어머니가 있다. 가난한 형편에 죽음을 목전에 둔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 불필요해서 선택한 어머니의 양로원 생활이지만 그는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는 것을 하지도 않았다. 어머니가 죽었다는 소식에 그는 양로원으로 향한다. 그의 직장 사장이 그에게 보이는 태도, 양로원 원장의 언행, 양로원의 분위기와 슬픔을 깊게 들어마시는 어머니의 연인이었던 한 사람도 그곳에서 만나게 된다. 그가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어머니를 오랜만에 생각하게 된다.

신념과 확신으로 가득 찬 세계의 움직임들이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을 통해서 서서히 열거된다. 그들이 가진 신앙적 신념, 재판 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해서 증언하는 내용에서 그들이 가진 확신은 얼마나 가볍고 얇은 막처럼 찢기는지도 그의 재판 선고 내용에서도 드러난다. 누군가의 죽음과 사랑, 종교, 선택하는 삶과 운명이 자신에게 무슨 중요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한다. 어머니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았지만 돌아와서 일을 더 많이 했던 그의 신념의 반대편도 함께 질문을 하게 된다.



사회적 규범과 관습도 나라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지 않은가. 절대성을 부여받지 못하는 상대적인 규범에 사람들이 얼마나 충실한지 소설 속의 사람들의 행동과 선택, 관념들을 통해서 여러 번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재판 흐름과 선고는 이미 결과를 예측한 범위를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는지도 작품은 질문을 아끼지 않는다.

그의 사형집행은 집행될 것이며 군중의 분노도 존재할 것이다. 그가 신부의 기도에 기쁨과 분노를 느끼며 옷깃을 잡고 외치는 말들을 여러 번 읽게 된다. 맨주먹만을 가진 그가 역설하는 자신의 무관심은 곧 세상의 무관심과도 일맥상통하고 있음을 그들의 태도와 세상의 흐름에서도 읽게 된다. 묵묵히 사라지는 신부, 법을 집행하는 기관의 모호한 재판 과정의 흐름들이 소설에 등장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이라는 소설도 함께 떠올리면서 읽게 되는 『이방인』 소설이다. 억압적인 관습과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는 대표적인 작가 알베르 카뮈의 작품 『시지프 신화』도 함께 읽었기에 이 소설 주인공이 선택하는 것의 의미는 더욱 분명해진다. 실존주의와 부조리에 대한 최대의 반항이 무엇인지는 『시지프 신화』 소설을 통해서 작가는 분명하게 전달한다.

신부에게 분노와 기쁨으로 외치면서 말하는 주인공의 대화를 놓치면 안 된다. 오직 하나의 운명만이 나를 택한다는 사실과 누구나 다 특권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이 강조된다. 양로원에서 엄마가 느지막이 '약혼자'를 만든 이유를 아들은 이해하게 된다. 엄마가 살아왔을 인생에서 양로원이라는 공간에서, 죽음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시점에 엄마가 마침내 해방되었다는 것을 약혼자와의 새로운 삶을 준비하였다는 것을 아들은 이해하게 된다.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보겠다는 자유의지를 그는 드디어 이해하게 된 것이다.

사회적 관념과 규범에 억눌려 자유를 획득하지 못하는 가식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부류가 얼마나 많은지 둘러보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도 단단한 틀안에서 어릿광대처럼 움직이는 삶은 진짜 인생인지 가짜 인생인지는 스스로가 자문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시 읽어도 가슴이 뛰는 소설이다. 그의 화법과 대사들, 내게 무슨 중요성이 있는냐고 반문하는 내용들에 가슴 뛰면서 읽은 카뮈의 작품이다. 첫 페이지의 카뮈의 문장은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다시 읊조리게 한다. 절망의 순간도 삶에 대한 사랑이 꽃핀다는 것을 소설의 어머니의 약혼자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자살이 아닌 버티며 살아야 하는 삶을 이야기한다.


오직 하나의 운명만이 나 자신을 택하도록 되어 있고... 수십억의 특권 가진 사람들을 택하도록 되어 있는데 말이야. 사람은 누구나 다 특권을 가진 존재야. 166

내가 살아온 이 부조리한 전 생애 166


삶에 대한 절망 없이는 삶에 대한 사랑은 없다. - P3

​밤 냄새, 흙냄새, 소금 냄새가 내 관자놀이를 시원하게 식혀 주었다. 잠든 그 여름의 그 신비로운 평화가 밀물처럼 내 속으로 홀려들었다. - P168

참으로 오래간만에 처음으로 나는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가 왜 한 세계가 다 끝나갈 때 ‘약혼자‘를 만들어 가졌는지, 왜 다시 시작해 보는 놀음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양로원...그토록 죽음이 가까운 시간에 그곳에서 엄마는 마침내 해방되어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던 것 같다. - P168

아무도, 아무도 엄마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마치 그 커다란 분노가 나의 고뇌를 씻어 주고 희망을 비워 버리기라도 했다는 듯,...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가 그토록 나와 닮아서 마침내 그토록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닫자,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다고 느꼈다. - P168

오직 하나의 운명만이 나 자신을 택하도록 되어 있고... 수십억의 특권 가진 사람들을 택하도록 되어 있는데 말이야. 사람은 누구나 다 특권을 가진 존재야. - P166

내가 살아온 이 부조리한 전 생애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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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들판을 걷다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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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단편소설들로 구성된 소설집이다. 그중 하나인 『퀴큰 나무 숲의 밤』 소설이 인상적이다. 사제가 살았던 언덕 위의 집에 그녀가 살고 있다. 이미 사제는 죽었고 사제와 사촌인 그녀는 사제와 인연이 있었다. 낯선 언덕의 집에 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용맹한 여자라고 설명된 그녀의 사연이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한다. 옆집의 사내가 그녀에게 살던 곳이 그립지 않냐고 질문을 하는데 그녀는 나무가 그립다고 말한다. 나무는 마가목을 의미하는데 커다란 마가목 장작을 너무나도 갖고 싶어하면서 장작이 탈 때 냄새와 열기를 그녀는 상상하기도 한다. 더불어 노래까지도 떠올리면서 마가목 장작의 의미는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소설 제목과도 접목할 수 있게 된다.

살고 있던 곳을 떠난 그녀는 지금 언덕의 집에서 청소를 한다. 소독하고 창유리도 닦고 굴뚝 청소도 한다. 좋은 일이 생기지 않았던 일들을 지워내듯이 그녀는 언덕의 집을 청소한다. 문득 사제가 지옥에 갔을지 생각도 한다. 사제가 마가릿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서서히 드러난다. 결혼하자고 약속하고 아이를 낳자고 말했던 사제는 갑자기 사제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의미없는 사람처럼 그녀를 무심하게 스쳐지나친다. 그녀는 돌변한 사제의 모습에 질문을 하고자 하다가 홀로 감당해야 하는 사건을 경험하게 되면서 불행이 그녀를 덮치게 된다. 혼자 감당하였을 여자의 임신, 출산, 아들의 죽음을 마가릿은 홀로 온몸으로 받아들였음을 짐작하면서 영아 돌연사도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난날들을 살아왔음을 알게 된다.




신부의 아이를 가졌던 여자, 혼자 사는 여자, 옆집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이다. 언덕의 집에서 사는 그녀는 사람들의 병과 유령을 쫓는 일을 하면서 사람들이 그녀를 호의적으로 생각한다. 점을 봐주는 집시 여인이 그녀의 지난날들을 남김없이 점쾌를 봐주면서 죽은 아들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고 제대로 말해주면서 그녀는 치유받기 시작한다. 생명을 잉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에게 꿈이 예지해준 것처럼 그녀에게 다시 아이를 임신할 수 있는 만남과 아기가 태어나면서 그녀와 그에게도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호감을 가진 그와 그녀의 새로운 기회의 땅인 아기는 그녀에게 새로운 삶을 경험하게 해준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두 사람의 집은 깨끗해지고 주님의 행하심과 신비로움에 감탄하게 된다. 사랑하지 않고 사랑받지 않는 사람들은 어둠과 같은 밤을 보내게 된다. 그녀도 그도 그렇게 어두운 밤으로 시간을 채워갔음을 보여주면서 두 사람이 사랑하고 잉태한 아이를 키우면서 주어진 기회를 서로가 붙잡았음을 보게 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더 이상 호의적으로 대하지 않고 적의적인 상대로 그녀를 위험하게 대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그들의 의도와 적의를 알고 그 마을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아이 아빠인 그는 이미 그녀가 언젠가 떠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녀의 떠남을 놀라워하지 않는다.

불행을 경험한 그녀는 누구도 헤치지 않을 것이며 누군가 자신을 헤치려고 하면 떠날 것이라고 다짐하였던 그녀이다. 그녀가 누군가를 헤치지 않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떠나버리게 한 이유가 된다. 소설의 마을 사람들에 해당되는 이들이 누구이며, 그녀는 누구인지 둘러보게 하는 작품이다. 그녀의 삶에 지키지 못한 약속을 한 젊은 신부의 무모한 모습과 임신한 아기를 책임지지 못한 신부의 행동, 사제가 죽어서 지옥에 갔을지 생각하는 그녀와 출산의 고통과 배에 남긴 제왕절개 흉터는 그녀의 지울 수 없는 큰 상흔이며 그녀의 새로운 사랑과 기회에도 고백해야 하는 지난 과거가 된다. 가족에게서 외면당하고 부정당하면서 혼자 감당한 그녀의 젊은 날들의 무수한 시간은 소설은 언급하지 않지만 용맹한 여자라고 단언한 표현에서 그녀는 충분해진다.

다시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떠난 마거릿의 이유와 선택에는 타인의 나쁜 마음들이 원인으로 시작한다. 왜 타인을 헤치려고 하는 마음과 말, 행동들이 넘쳐나는 것인지 소설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된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살았던 그녀의 단호한 마음은 결국 푸른 들판을 걸어가게 한다. 푸른 들판을 걷고 걸어가고 있는 무수히 많은 여자들이 지금도 있고 과거에도 있었을 것이다. 악행을 답습하는 우매한 무리가 아닌 누군가를 헤치지 않는 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소설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 폭언, 폭행으로 누군가를 죽이는 행위는 카인의 후예임을 확인하는 것임을 보여준 작가이다. 단란한 구성원이 되지 못하고 해체되었던 그녀의 지난날들의 신부와 부모님이 있었으며 그녀가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든 마을 사람들의 악의가 또다시 그녀를 푸른 들판을 걷게 하였음을 소설은 멋지게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다.



여자가 마을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했던 이유가 드러나면서 적당한 거리는 어느 정도가 적정선인지도 의문스러워진다.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소문들이 얼마나 그녀의 삶을 명확하게 설명한 것들이었는지도 다시 확인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현대인들이 얼마나 어리석은 삶을 살고 있는지 작가는 사실적으로 설명하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학교가 얼마나 쓸모없는 것들을 가르쳤고 모유를 먹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는지도 언급한다. 과소비하고 간음하며 방탕한 삶을 사는지도 꼬집는다. 생각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의 단상을 이렇게 시원하게 묘사하는 작가의 소설에 반해버린 이유 중의 하나가 된다. 언덕의 집에 살았던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 문장들이 답해준다. 홈스쿨링 하는 이유와 나름의 설득력은 부족함을 없어지면서 진짜 공부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하는 이유가 된다.


이 소설은 짧은 소설이지만 힘이 있는 작품이다. 자두와 감자를 구분 못하는 인생은 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지는 작품이다. 잘 자고 검소하게 사는 것의 의미도 강조되는 소설이다. 후회와 슬픔의 무의미, 배신하는 과거의 의미를 곱씹지 않아야 했을 그녀만의 삶의 방식도 눈에 띄었던 소설이다.



아이가 태어났다. 두 집이... 깨끗해졌다. 238


주님의 행하심은 정말로 신비로웠다. 239



젊은 사람들은 물고기를 못 잡고 우유에서 크림을 분리하는 법도 몰랐다. 그들은 엄마 젖도 못 먹어본 아이들을 데리고 자기 형편에 과분한 차를 몰고 다녔고. 기회만 생기면 간음을 저질렀다. 사실 기회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지도 않았다. 맥주도 병째 마셨고 미국과 프라하에 다녀와서 피자를 찾았으며... 자두와... 감자도 구분 못했다.
- P193

무엇도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이미 일어난 과거를 말로 표현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였다. 과거는 곧잘 배신을 했고, 천천히 움직였다...후회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고 슬픔은 과거를 다시 불러올 뿐이었다.

잘 자고 검소하게 먹었고 바닷가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왔다.
- P194

아이가 태어났다. 두 집이... 깨끗해졌다. - P238

주님의 행하심은 정말로 신비로웠다 - P239

인간 세상을 내다볼 때는 많은 것을 견뎌 내고 살아남은 여자처럼 엄격한 시선이었다.40살도 채 안 되었지만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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