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올리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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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작가의 작품들로는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오, 윌리엄』, 『올리브 키터리지』, 『무엇이든 가능하다』, 『에이미와 이저벨』, 『버지스 형제』 등이 있다. 노년의 시간을 부쩍 자주 바라보게 되면서 이러한 책들을 자주 기웃거리는 계절이다. 노년의 시간에 노인이 감당하는 시선의 무게들이 날것으로 전달된다. 불편해진 몸, 고통의 나날들, 노년의 부끄러움과 사랑도 전해지는 소설이다.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에코의 위대한 강연』에서 긴장하면서 읽은 문장이 있다. 인종의 적으로 간주된 1798년 미국에서 흑인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게으름, 배신, 복수심, 잔인함, 뻔뻔함, 도둑질, 거짓말, 외설, 방탕, 비열, 무절제" (93쪽) 사전에 기록된 흑인이다. 이것을 고스란히 의심없이 이해하고 학습된 사회가 얼마나 위협적인지 넷플릭스 <아웃랜드> 시리즈에서 생생하고도 잔혹한 역사를 마주보게 된다. 기록하고 정의 내린 자가 누구이며 편견을 누구에 의해서 학습되어 왔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는 아들이 엄마에게 편집증이라고 말하였다는 것을 노년의 어머니는 기억하게 된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무의식중에 단단하고도 견고한 편견은 없었는지 잠시 멈추면서 둘러보게 하는 자숙의 시간이 된다. 단단한 껍질처럼 정신세계가 누군가에게 학습되고 치우친 것들은 없었는지 자문하게 된다. 노년의 시간은 더욱 그러한 시간이 필요해진다. 너무나도 단단하게 굳어버린 정신세계는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협소한 세계에서 우울 안에서만 살아간다는 것은 슬픈 것이다. 무관심하지 않고 관심을 가지면서 편견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삶이 되고자 책의 세계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편견을 갖고 있었음을 떠올렸다. 그랬다. 거의 부지불식중에 그녀는 ... 그런 편견을 가졌던 것이다... 언젠가 아들이 " 엄마는 편집증이에요." 하고 말한 적이 있었다. 343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경험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올리브는 늘 다른 사람이 모르는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두 남자에게 사랑을 받았던 올리브는 그것이 행운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자신을 즐겁게 만들어주지 않았던 것은 자신이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닫게 된다. 자신이 누구인지 너무 늦게 질문을 하게 된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인지 소설은 올리브를 통해서 전한다.



텅 빈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는데 <트렁크>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 그러하다. 불안에 침식된 모습은 온전히 자신이 주인이 아닌 사람임을 보여준다. 너무 늦지 않게 자신을 알고, 자신이 누구인지 제대로 알아내는 것은 무용한 시간이 아님을 이 소설에서도 올리브를 통해서 거듭 확인한다. 노년의 시간이 아닌 조금만 더 일찍 자신이 누구인지 진지하게 자신을 만나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즐거움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자본주의의 유희들이 오늘도 유혹의 손짓을 하지만 그것이 진짜 즐거움이 아님을 알고 나를 온전히 마주 서는 시간으로 보내야 하는 이유들이 소설을 통해서 배우게 된다.


차곡히 쌓여가는 시간의 흐름을 우리는 짙어지는 주름과 흰머리를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주름을 지우고 염색약으로 지워버리면서 중년의 시간의 의미와 노년의 의미를 뒷전으로 밀어놓으면 안 되는 이유를 올리브를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너무 늦지 않아야 한다. 모든 사랑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소설은 말한다. 주어진 삶, 주어진 시간을 무심하게 흘려보내지 않아야 하는 이유들을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진짜 중요한 것을 놓쳐버리고 살지 않아야 하는 이유들을 『다시, 올리브』를 통해서 배우게 될 것이다.


'세상을 추하고 악하게 보는 종교가 세상을 추하고 악하게 만들었다'라고 말한 니체의 글을 『에코의 위대한 강연』에서 읽었는데 이 소설에 등장하는 매일 아침 문을 열 때의 아름다움에 대한 희열을 깊게 들어마시게 된다. 숲이 보이는 집의 문을 매일 아침마다 열 때마다 느끼는 그 아름다움에 미소를 머금게 된다. 사랑한다는 감정은 축복이다. 축복을 노년에도 만끽할 수 있는 잭과 올리브의 청혼하는 이유와 장면은 다시 읽어도 명장면이 된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왜곡되고, 결혼마저도 순수하지 않는 세상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아낌없이 표현하는 잭과 올리브를 기억하게 하는 소설이다.


생각을 멈춘 적이 없었다. 그가 견뎠을 외로움을,... 지금도 견디고 있을 외로움을. 110


'외로움'을 직시하는 작가이다. 외로움이 어떤 얼굴을 하고 사람들을 깊은 그늘에 가두는지 보여준다. 입을 벌린 어둠이라는 외로움을 잘 살피면서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언제나 슬픈 얼굴을 하였던 학생을 기억하며 늘 외로웠을 거라고 말하는 이유와 접목한다.



삶을 낭비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지는 작품이다.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무분별하게 휘청거리게 하는 것들이 많은 사회이다. 온전한 삶을 누리며 즐기기 위해서는 생각을 하라고 한다. 자기 색을 지키기 위해서 무수히 질문을 하고 생각을 하여야 하는 이유들이 인물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자식과 나빠진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으며 그렇게 살았던 자신은 눈먼 사람과 다르지 않았던 인생이라고 떠올린다. 가족들과 잘 지내는 것도 숙명이며 숙제와 다름없는 묵직한 무게감을 주는 소설이다. 어떤 삶이었다고 회고할 수 있을지 독자들에게도 던지는 질문이 된다.



생각을 멈춘 적이 없었다. 그가 견뎠을 외로움을,... 지금도 견디고 있을 외로움을. - P110

(자식과) 이렇게 된 원인은 올리브 자신에게 있었다... 올리브는 자신이 눈먼 사람처럼 인생을 살아왔다고 느꼈다... 앤(며느리)과 같은 행동. 사람들 앞에서 헨리에게(남편) 소리를 질렀다. - P149

정체성을 빼앗긴 채 살아온 것이다. 자신이 중요한 뭔가를 놓쳤다고 느꼈다. - P277

인간의 본질적인 외로움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는 깨달음이, 입을 벌린 어둠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은 어떤 것이든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깨달음이 그를 찾아왔다. (모두에게) 마찬가지였다. - P310

내가 당신을 사랑하니까.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잭이 올리브에게 청혼) - P336

매일 아침 문을 열 때마다 세상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집 앞문에서 숲이 보였다.) - P335

모든 사랑은, 자신이 의사에 대해 품었던 그 짧은 사랑을 포함해,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 P421

두 남자의 사랑을 받았고, 그건 행운이었다... 올리브는 깨달았다. 자신을 즐겁게 만들어주지 않은 것은 그녀 자신이었음을...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 P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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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시선 (반양장) -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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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의미있는 사람이야. 너만큼은 너 자신을 떠나지마. 네 잘못이 아니야. 172


소설을 쓰는 작업, 글쓰기가 치유하는 놀라운 것을 작가의 글을 통해서도 확인한다. 청소년소설을 꾸준히 흐름을 잃지 않고 읽고자 노력하는 이유는 분명해진다. 아직 성숙해지지 않은 혼돈의 시간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성장해가는 것이 좋은 것인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이라는 것은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어른이라고 하지만 어른 같지 않은 어른들을 사회에서 무수히 목도하게 될수록 진짜 어른은 무엇인지,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질문을 아낌없이 던지게 된다. 이 소설도 다르지가 않다. 타인의 비난하기만 하고 자신의 모습, 자신의 눈빛이 어떠한 지도 모른 채 살아갈 뻔한 안율이 있다. 안율의 이야기와 아버지의 죽음, 힘겨운 날들을 보낸 안율이 어떤 혼돈의 시간을 보냈는지 전해진다. 냉정하고 무정해 보이지만 안율이 친구를 어떤 마음으로 만나고 친하게 지냈는지도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러한 안율이 우연히 만난 한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이 궁금해지면서 찾아가고 만나고 대화 나누면서 그 학생이 말해주는 대화에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다가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안율을 볼 때는 웃음이 나왔지만 율이는 그것을 무심하게 보내버리지 않는다.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잘하는 것을 시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목숨이 위태로운 친구에게 자신의 소설 공책을 가져다주면서 깨어나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친구를 위해 공책을 놓아둔다. 그리고 사라진 친구는 자신의 공책과 함께 병원에서 사라지게 된다. 계절에 맞지 않은 옷차림, 상처들을 무관심하게 바라본 자신을 자책하면서 그 친구를 기다리게 된다. 하지만 사라진 친구는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날 우편함에 놓인 자신이 쓴 소설 공책이 있다. 그 친구가 북극성이 되어 사라지지 않고 살아보기로 한 것을 알게 된다. 봄이 올 것이라고 희망을 남기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아버지가 있다.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아버지를 안율은 자책하면서 성장한다. 아버지의 큰마음과 사랑을 놓쳐버린 안율은 아버지의 바람과 다르게 '외상 후 스트레스'라는 병명으로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한다. 항상 사람들의 발을 바라본 안율이 어느새 사람들의 가슴을 보고 눈을 보기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어머니가 홀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갔을 세월도 전해진다. 버티기 힘들어 포기하고 싶다가도 극복의 연속이라는 것을 아들에게 이야기 해준다. 포기하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는 어머니이며 어른이다. 자신의 힘겨운 삶이 아들에게 든든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지프 신화』 책의 내용이 떠오른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고 내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아주 행복한 일이다." (210쪽) 돌아갈 곳이 있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는 안율은 자신이 가진 행복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반면 쓰레기 집의 아들은 다른 상황이다. 돌아갈 집도 없고 사랑해 주는 사람조차도 없는 상황이다. 그곳에서 그동안 살아있었던 그 아이가 기적과도 같다.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어른들, 부모들도 존재한다. 자식은 그저 부산물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돌직구에 그들은 어떤 부모들이며 자식들은 어떤 사람인지도 번쩍 들어 올려놓고 살펴보게 한다. 불공평하게 자식들은 여전히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고 바라보며 희망을 품는 존재들이다. 헛된 기대이며 희망이라는 것을 이 작품의 재판 과정에 있는 쓰레기 집의 어머니의 눈동자가 말한다. 그녀의 눈은 텅 빈 눈이다. 아무것도 없는 눈이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사람과는 누구도 살 수가 없는 것이다. <트렁크> 드라마에서 아내가 이혼을 하게 된다. 이혼한 이유를 한 마디로 설명하는 장면이 있다. "텅 빈 사람과 살 수 있어요?" 눈을 바라보면 사람이 보인다. 깊은 눈을 가진 사람도 있고 슬픈 눈을 가진 사람도 있다. 텅 빈 눈을 가진 어머니가 자신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게 된 그 아이를 안아주고 싶었다. 살리고 싶었던 소설이다. 하지만 학교 선생님도 학교 학생들도 모두가 알지만 무관심하였다고 작가는 고발한다. 우리는 어떤 어른으로 어떤 이웃의 모습으로 오늘을 살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율의 어머니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무거운 삶이 지속되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 것이며 강하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율의 어머니를 보여준 소설이다. 율과 어머니가 매일 저녁 쓰레기봉투와 빗자루, 대걸레를 들고 쓰레기 집으로 향하게 된다. 그들이 쓰레기 집에서 했던 청소들과 쓰레기 치우는 작업들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인간답게 사는 것을 포기한 사람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강하게 꾸준히 기적처럼 삶을 이겨내는 사람들도 있다. 화려하고 반짝이는 것만이 아닌 꾸준히 무엇인가를 인간답게 하는 것이 의미를 가중시킨다. 오늘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게 하는 소설이다. 달라진 눈빛을 가지게 된 율이만큼이나 무관심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더 내밀하게 관조하게 하는 작품이다.

잘하거나 좋아하는 게 뭐냐면... 나 거짓말 잘해. 85




삶은 고난의 연속이 아니라 극복의 연속이라고... 우리는 극복하며 살아가는 거야. 더 멋진 나를 위해. 포기하면 안 돼. 포기하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 P206

타인의 기준은 상대적인 거야.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마. 정말 중요한 건 너지. 절대적인 건 너 자신뿐이야. 네 마음을 봐. - P169

아부 뜨는 (학생들) 따개비들 같았다 - P110

무거운 것을 짊어진 엄마는 강했다. 진정으로 강한 것은 그럼에도 나아가고 살아가는 것이었다. - P207

너는 의미있는 사람이야. 너만큼은 너 자신을 떠나지마. 네 잘못이 아니야.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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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찰리의 연감 - 버크셔 해서웨이의 전설, 찰리 멍거의 모든 것
찰리 멍거 지음, 피터 코프먼 엮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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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찍어내는 기업을 가진 찰리 멍거의 20년간의 강연과 그가 소박하게 살았던 소년 시절과 놀라운 성공적 부를 얻은 이야기가 전기 형식으로 전해진다. 투자에 관한 결정보다는 삶에 관한 결정에 더 중점을 둔 그의 깊은 의중이다. 삶과 배움, 의사 결정과 투자, 멍거식 접근법들을 정리해 주는 내용들이다. 수많은 경제적 성공을 이룬 이들의 책들에서 진짜 알짜배기를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만남이다.

가장 힘든 난관들에 대한 현명한 조언들도 제시된다. 그의 강연, 연설, 인용구들을 유심히 귀담아들을 수 있는 책 한 권이다. 평생동안 그가 배운 것들과 지적 호기심의 광폭까지도 전해진다. 타인의 실수를 보고 배운 것들과 끈기, 객관성도 강조된다. 술과 마약을 멀리한 것과 시기심과 원한을 피하는 것까지도 언급된다. 신뢰에 대한 내용도 눈여겨보게 된다. 더불어 자기 신념을 시험하는 의지에 대해서도 전한다.

관습적인 사고방식이 얼마나 위협적인지도 멍거를 통해서 거듭 확인하게 된다. 비관습적인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언급된다. 삶을 지배하는 사람이 투자에서도 승자가 된다. 투자에 대해 배우고자 한다면 삶부터 제대로 지배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대다수 70대 노인은 발전하지 않지만 워런은 발전한다는 멍거의 반론은 번쩍거린다. 돈을 지배하는 사람이 된 워런과 멍거가 있다. 충분히 멍거의 책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검소함, 의무감, 근면성, 단순성이라는 칭송한 미덕 4가지를 무시하면 안 된다. 4가지 미덕이 지닌 놀라운 탁월성은 돈을 지배하는 근원적 힘이 된다. 일본의 기업인도 생각나고 세계적 기업인들의 소박한 라이프 스타일도 떠올리게 된다. 부자이지만 소박한 검소함, 그들의 근면성과 단순성, 의무감들이 순차적으로 매치한다. 결코 어렵지 않은 깨달음이다.

전용기를 타고 타는 사람들이 삶에서 놓쳐버리는 것은 무엇인지 언급된다. 신혼시절 걸으면서 섬을 구경했던 그때의 여행을 지금도 시골여행 중에 다시 떠올리기도 한다. 웅장한 전시관, 화려한 여행지보다는 조용한 적막만이 흐르는 우리들만이 걷고 있었던 섬 여행은 특별하게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된다. 빠른 속도를 과시하는 자동차를 일부러 몰지 않았다. 온전히 두 다리로 걷고 섬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길게 호흡하고 보았던 섬 여행은 몇 십 년이 흘러도 생생하다. 지금도 남해의 작은 마음에 차를 세워놓고 오랜시간 쉬었던 그 마을의 마늘밭과 골목길들은 지워지지 않는다.

빠른 속도로 여행하는 것, 웅장한 여행지의 건물들은 사라져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느린 속도로 고요를 온전히 호흡한 여행지가 왜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에 자리잡는 것인지 삶의 여정에도 질문을 남기게 된다. 따가운 햇살, 가도 가도 아직도 제자리에 맴도는 기분을 느끼는 걷기 여행에서 여행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배웠기 때문이다. 멍거도 다르지가 않다.

지혜를 얻고... 행동을 바꾸세요.

바뀐 행동 때문에... 잠시 약간의 인기를 잃는다 해도 신경 쓰지 말아요.

엄청난 부를 가졌지만 진짜 중요한 즐거움은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삶의 여행도 다르지가 않다. 스스로 찾아내고 경험하면서 배워고 즐겨야 한다. 경험해 보지 않은 것들이 많은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다. 똑같이 주어진 삶을 어떻게 즐기고 고난도 이겨내느냐에 따라 삶의 나이테와 밀집도는 엄청난 차별성을 가지게 된다. 진취적인 독자들에게 교훈을 주는 내용들이다. 역사보다 나은 교사는 없다는 글에 수긍하게 된다. 지혜를 얻고 행동을 바꾸라는 조언을 깊게 각인하게 될 것이다.

흠집이 될만한 사소한 지출들을 피했다는 것, 복리 성장이라는 개념을 고안하지 않았다는 멍거를 만나게 된다. 그의 넓은 지적 호기심에서 추론되는 방식들을 만나게 된다. 사고의 힘이 어떻게 관철되고 표출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연설문과 에세이를 꼭 읽으라고 추천한다.

복리 성장이라는 개념을 고안하지 않았다. - P10

장거리 버스 여행의 즐거움을 배웠다... 가족 / 전용기 친구들...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경험을 놓치고 말았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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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코스트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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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사람들이 있다. 젊은 날 함께 활약하였지만 누구와도 연락을 하지 않고 은둔하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 은퇴한 지금 삶의 터전을 자리 잡은 이곳은 살고 싶은 곳에 자리 잡은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도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아야 하는 곳이었다. 살고 싶은 곳이 아닌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치밀하게 준비한 곳이다.

매기라는 60대 여성이 터전을 잡은 곳은 블랙베리 농장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다. 그녀가 2년 전에 이곳에 이사를 왔으며 은퇴한지 16년이 된다. 그녀가 정부의 일을 하였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이야기되면서 그녀가 하였던 일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일이라는 것도 감지된다. 위장된 직업, 완벽한 위장된 삶이 그녀의 일이었다. 사라진 사람들도 있지만 그녀는 살아남은 사람들 중의 한 명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60세가 된 지금, 나는 나의 몫 이상의 것을 축적해 왔다 15

수년 동안 나 자신을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 관심을 끌지 않게 교육했고 노력했다. 24

그녀가 평범한 노년을 살고 있지만 사실은 극도의 긴장감과 불안이 현존하는 모습이다. 마을에 장을 보러 갈 때, 그녀가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일행들과도 젊은 날 업무의 연장과 같은 습관들이 여전히 엿보인다. 평범한 모습이지만 그들은 대체 어떤 일을 하였던 것이었는지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다.

이웃에 사는 사람에 대해서도 미리 조사하고 안전한 사람이라는 것이 확인한 후에 이사한 매리이다. .루터 윤트라는 MIT 기계공학 교수였던 이웃과 14살 손녀가 매리의 이웃에 살고 있다. 커피를 좋아하며 손녀의 어머니가 헤로인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여 손녀를 키우고 있다. 손녀는 외할머니에게서 홈스쿨링으로 교육을 받고 닭장에서 수확한 계란들은 순수하게 손녀의 자산이라고 한다. 매리가 포획한 여우 한 마리의 사체에도 손녀는 전혀 놀라지 않는다. 가축을 키우면서 목격한 수많은 죽음으로 손녀는 나이답지 않게 의연하게 여우의 죽음을 보게 된다.

그래도 안타깝긴 해요. 이 여우는 그저 먹고살려고 한 것뿐일 텐데요.

우리 모두 그렇지 않나요? 17

여우의 죽음을 보면서도 이들이 서로 나누는 대화가 의미심장하다. 그저 먹고살려고 한 것, 우리도 모두 그렇다는 사실을 복선처럼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수많은 죽음들이 엑스트라처럼 이름 없는 존재들로 나타났다고 사라진다. 여우처럼 그들도 먹고살고자 명령에 복종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어스러진 손이 암시하는 것만큼 끔찍한 고통을 겪고 나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손이 어스러진 상태로 죽은 사체가 매리의 집 진입로에 버려져 있었다. 사체를 발견한 사람은 택배기사이다. 경찰은 현장에 도착하였고 매리는 이웃이었던 루터의 연락을 받고 모임에 있다가 집으로 향하게 된다. 도착하여 사체를 살핀 매리는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 그러한 모습을 경찰서장인 조가 예리하게 감지하게 된다. 조는 매기의 예기치 않은 모습을 간과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죽은 자를 추궁하며 조사하는 동안 조는 매리라는 살아있는 그녀를 의문스럽게 조사하기 시작한다.

왜 진입로에 시체가 버려졌는지 102

누군가가 애써 재건한 내 인생을 모두 불태워버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것 67

누가 왜 자신의 집 진입로에 시체를 버렸는지 점점 미궁 속으로 들어간다. 어떤 암시일까. 시체는 오늘 처음으로 자신의 집에서 만난 사람이다. 그녀가 사라진 옛 동료에 대해서 이야기하였지만 경찰에게는 함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녀의 삶, 그녀의 직업, 그녀의 일들이 전부 비밀이기 때문이다. 사라진 옛 동료의 소식은 생존한 사람들에게도 적잖은 놀라움이며 위협으로 전해진다. 일상적이지 않은 일을 하였던 이들이다. 비밀스러운 일을 하였던 매기는 이 위기를 어떻게 이겨낼지 궁금해지면서 책장은 멈추지 않는다.

정원에서 수확한 말린 타임과 오레가노 다발들이 머리 위의 기둥에 매달려 있다. 18

추리소설이지만 전원생활하는 사람들이 누구의 도움 없이 통나무집을 스스로 짓고 살아가는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과 말린 타임과 오레가노 다발들이 머리 위에 매달린 풍경을 한없이 떠올리는 행복도 즐기게 된다. 긴장되는 사건과 긴박함에도 전원의 느림과 소박함들을 마주할 수 있었던 소설이다.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라 기대하였으며 기대감을 충족시킨다.

관광지에서 만난 사람과 사랑을 나누는 것과 이들이 약속을 하는 것은 전혀 무의미한 것임을 암시하는 매기와 대니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전개되는 이야기에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이 지닌 의미들과 상징성들도 유추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역 주민들이 승객들을 '오늘의 어획물'이라고 말하면서 관광객의 돈은 환영하고 그들로 인해 생기는 교통체증과 번잡함은 기뻐하지 않았다는 것도 사실적으로 전해진다. 우리는 누구의 오늘의 어획물이 되고 있는지도 살펴보게 하는 문장이다.

이 마을 사람들이 겨울에 어떻게 생활하면서 보내는지도 예리하게 보여준다. 그들은 술을 많이 마시고 살을 찌우고 서로의 신경을 거스르는 일만을 겨울에 하면서 생활한다. 짤막한 한 문장이지만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명확한 표현이다. 우리의 계절들은 어떤 모습들로 차곡히 채워지고 그려졌는지 돌아보게 하는 작가이다.

잘못된 선택을 지속하면서 유지하는 것은 정답이 되지 못한다. 그러한 잘못된 선택은 언제든지 바꾸고 제자리를 찾도록 용기를 내고 의지를 가져야 한다. 철학자의 철학만 존재하고 실천이 뒤따르지 않았던 철학자에 대해 언급하는 책을 읽었는데 그가 떠오른다. 지각만 존재하고 각성이 존재하지 않는 삶은 무의미한 것과 다름없기에 은희경의 『중국식 룰렛』의 문장도 다시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다.

여우 사냥을 한 매기에게 다른 포식자가 곧 들이닥칠 것이라고 경고하는 대화를 나누는 이웃이 있다. 그것이 곧 세상의 이치라고 말하면서 이들은 이 대화를 수긍한다. 세상의 이치라는 것을 단면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닌 총체적으로 사회적 현상까지도 유추하면서 이해하게 되는 장면이다. 매기가 한 방에 여우를 사냥한 일은 매기를 드러내는 큰 사건이 된다. 이러한 매기를 감지하는 사람들이 매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뒤따라가면서 만나게 되는 추리소설이다.

의사인 청년이 배냥여행을 하면서 만난 매기와 나누는 대화도 인상적이다. 기업이라는 세계와 관계를 맺지 않는 청년 의사는 은행 계좌에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기업을 배제한 삶을 선택한다는 것을 잠시 생각해 보자. 너무나도 촘촘하게 삶을 움켜쥔 기업들이 드러난다. 그런데 은행 계좌와도 무관한 삶을 선택한 청년의사이다. 기업이 아닌 정직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만 관심을 가지는 청년의사가 낯설었다. 관성의 법칙처럼 선택하고 살아간 날들에 큰 물음표를 던지는 청년의사이다.

화려한 불빛, 높은 빌딩보다는 적막하지만 평온한 시골마을을 여행 다녀오면서 긴 잔상이 남았는데 정말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거듭 자문하게 된다. 기업을 배제한 삶을 온전하게 청년의사처럼 살아갈 수는 없을 듯하지만 그래도 청년의사를 오랫동안 기억하면서 살고 싶다고 느끼게 된다. 작은 실천이라도 꾸준히 할 수 있는 것들을 3가지 정해보는 시간도 가지게 한 인물이다. 의문을 가지지 않고 답습하면서 살아왔던 기업에 대한 의문점들을 작가가 마주서게 한다.

전쟁과 난민캠프는 언제나 존재할 거라고 매기와 대니는 대화한다. 이들이 한치의 의문을 가지지 않고 단정하는 이유에 우리는 놀라워해야 한다. 전쟁과 난민캠프는 타자의 이야기로 존재하지 않는다. 곧 우리의 이야기이며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멸해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는 기분이다. 제국주의 성향이 강해지는 인물들의 정치는 위험한 경고이다. 세계적으로 두드러지는 이러한 정치인들의 등장은 매번 우려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국제정세를 알리는 뉴스는 더욱 긴장감이 감돈다. 어떤 흐름으로 전쟁과 군인, 죽음과 난민들이 존재하고 있는지 무관심이 아닌 관심으로 바라보게 된다. 두 인물이 나눈 대화에는 전쟁과 난민이 언제나 존재한다는 명제가 거짓이 아닌 참이 되고 있다는 것에 깊은 한숨을 쉬게 된다.

한꺼풀만 벗기면 시원해질 것 같은데 도통 쉽게 벗겨지지 않는다. 사건은 계속 일어나면서 점점 하나씩 퍼즐처럼 맞추어지는 하나의 퍼즐 조각들을 주워 담다 보면 완성된 그림이 되는 소설이다. 작가가 멋지게 조각된 퍼즐들에 숨겨진 진실과 이야기들은 추리소설이라는 한 획만으로만 보지 않게 하는 전체적인 그림이 멋지게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소설을 읽는 묘미에 빠져들게 하는 작품이다. 추리소설을 오랜만에 읽어서 더욱 조바심이 강하게 생겼던 소설이다. 왜 사건이 일어났고 그녀는 누구인가에 초점을 맞추면서 뒤따르는 이야기들에 푹 빠져들게 한 작품이다. 다시 추리소설들을 기웃거리게 만든 신간 소설이며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다.


이곳 사람들은 겨울에는 무엇을 하는지... 살이 찌고 술을 부어라 마시고 각자가 서로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거 38


전쟁과 난민캠프는 언제나 존재할 겁니다. 맞아요. 너무도 잔인한 진실이죠. - P80

기업이라는 세계와 관계를 맺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은행 계좌에 아무것도 없는 이유 - P80

정원에서 수확한 말린 타임과 오레가노 다발들이 머리 위의 기둥에 매달려 있다. - P18

그래도 안타깝긴 해요. 이 여우는 그저 먹고살려고 한 것뿐일 텐데요. 우리 모두 그렇지 않나요? - P17

아마 다른 포식자가 곧 들어닥칠 겁니다. 그것이 세상 이치죠. - P21

언제든 잘못된 선택은 바꿀 수 있어. - P41

지역 주민들은 승객들을 ‘오늘의 어획물‘이라고 불렀다. 마을 주민들은 그들이 가져오는 돈은 기꺼이 환영했지만 그들이 가져오는 교통체증과 번잡함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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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삶, 결혼이 안긴 지독한 삶을 응시하게 하는 소설이다. 그와의 결혼은 그녀의 호기심들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그녀가 더욱 잠잠히 결혼생활을 유지한 이유로 남는다. 견디며 지탱한 결혼은 그녀에게 무슨 의미였을지 작가의 어머니 결혼생활을 서서히 펼쳐 보이는 작품이다.

작가 어머니가 성장한 배경과 가부장제, 가난, 무지의 답습은 그녀의 열망과 호기심을 결코 충족시키지 못한다. 아이를 낳고 신랑과 다른 아들을 지탱하도록 온 힘을 다하면서 살았던 그녀의 지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작가와 함께 읽은 책들과 작가들과의 만남은 그녀에게 큰 획을 긋는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각과 현실의 괴리는 너무나도 컸기에 그녀는 서서히 앞으로의 삶을 냉정한 시선으로 판단하기에 이른다. 평범한 일상을 보낸 그녀는 마지막 결단을 실행하게 된다.

무언가에 대한 욕망. 배우고 싶어 했다. 19

이런 환경에서 여자로 태어난다는 것은

애당초부터 치명적인 일이었다...

여자아이들 말 잇기 놀이

<피곤하고/ 기진하고/ 병들고/ 죽어가고/ 죽고 >...

여자의 삶을 나타냈다. 17

어머니의 결단에는 무거운 현실과 변함없는 그녀의 결혼생활이 존재한다. 그녀에 의한 것이 아닌 그녀가 소속된 가족들의 반복될 불행을 응시한 것이다. 불변의 법칙으로 그녀의 남은 생을 무의미함으로 채워졌을 것들이다. 불행의 반복, 소망 없는 불행이 그녀를 결단하게 하였음을 보여준다.

스스로 선택한 낙태, 꼬챙이, 하혈, 자녀 출생, 술주정뱅이 남편, 궁핍한 가난, 국경 탈출이 이야기된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영화에서도 등장하는 여성의 낙태, <67번째 천산갑>장편소설에도 등장하는 여성의 불법 낙태 장면, 아니 에르노 작가의 <세월>과 <사건>의 자전적 작품에도 낙태의 위험성이 언급된다. 단어로 단순하게 인식되는 낙태가 아닌 여성의 몸과 생명의 위험성에 노출되는 낙태를 여성작가들과 남성작가가 소설을 통해 함께 낙태를 제대로 인식하도록 이끈다.

종교가 말하는 고통도, 어떤 물신도 그녀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행복만을 믿었던 그녀는 현실의 악순환에 불만이 많아진다. 여자아이들의 말 잇기 놀이의 가사는 여성의 삶을 현실적으로 대변한다. "피곤하고/ 기진하고/ 병들고/ 죽어가고/ 죽고" 이러한 악순환을 강요하는 사회적 시스템과 관습이 한국의 현대사회에서도 답습되는 모순을 보게 된다. 비혼주의가 많이지고 자녀 없는 부부가 많아지는 이유에는 여성에게 부당하게 요구하는 관습의 사슬도 한몫하게 된다는 것을 사유하게 된다.

이거야말로 끝없는 악순환이지. 75

매일 조금씩 불안...

그와 어떻게 같이 살 수 있을지 상상이 안 된다.

각자 다른 구석을 볼 테니

외로움은 그만큼 더 커질 거다. 75

행복을 믿었던 그녀에게 남편의 복귀를 알리는 편지는 불행의 악순환이었다. 더 이상 삶의 의미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그녀의 선택을 깊게 응시하였던 작품이다. 너무 깊은 상흔이 된 그녀의 불행은 행복과 더욱 멀어졌다는 것이다. 자살한 어머니의 결단을 죽음과 함께 봉합하지 않고 어머니가 여성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열망하며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살아왔는지 활짝 펼쳐보면서 얼마나 사회가 그녀를 가혹하게 관습에 가두고, 배움의 기회를 박탈하며, 무능한 가족들을 보살피며 살며 책을 통해 만난 수많은 작가들과의 만남에 어머니가 어떻게 삶을 직시했는지 들려주는 작가 어머니의 이야기이다.

어머니는 천성적으로 호기심이 많았고...

어떤 물신도 없었다.

몹시 불만에 싸여갔다.

가톨릭에서 말하는 현세의 고통을

알은체하지 않았다...

오직 행복만을 믿었다...

우연히도 운이 나빴던 것이다. 46

총 2편의 소설로 구성된다. 첫 이야기에 해당되며 <관객모독>작품을 읽고 나서 재독한 소설이다. <8월은 악마의 달>소설을 읽고 이 소설을 읽으며 여성과 결혼제도를 오랜시간 응시하게 한다. 앨런이라는 28세 기혼녀가 결혼반지를 바다에 던지며 마지막으로 남편을 버렸다고 말하는 <8월은 악마의 달>소설의 여성이 선택한 것과 결혼제도가 얼마나 수많은 여성을 옥죄는 제도인지 질문을 하게 된다. 결혼제도에 용해되지 않는 독단적인 '자기방의 방'이 필요해진다.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인물들을 통해, 때로는 나만의 방식이 통하기도 하는 시대이다.

여성과 결혼, 비혼주의, 출산하지 않는 부부. 모든 것이 행복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지루한 관습에 물들지 않는 깨어있는 지각으로 여성이 행복하기 위한 선택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둘러보게 된다. 지금 행복한가요. 여성들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는 소설이다.

가난하고 궁핍한 이유까지도 작가는 언급한다. 쓸 만한 땅의 소유는 교회와 귀족의 소유였다는 것으로 땅을 소유한 자와 소유하지 못한 자가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가난한 집의 여성이 아무것도 되지 못한 이유들이 보여진다. 부자세는 감면하고 서민들의 세금은 무관심한 정치인들의 선택들을 자랑스럽게 거리에 알리는 그들의 모습에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고물가 시대에 사우나를 가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분들을 보게 된다. 여전히 여성과 딸들은 제외되는 이 시대의 가부장제에 희생되는 딸들의 이야기, 여성의 이야기를 쉽게 듣는 만큼 <채식주의자> 한강 소설은 지금도 이 시대의 여성의 이야기가 된다.

구석구석 둘러보게 되는 힘, 살펴보는 힘을 문학에서 키우게 된다. 1% 부자들이 선거에 진심인 이유, 자본주의에 희생되는 수많은 99%를 보게 된다. 꿈꾸는 것을 이루지 못하고 주저앉게 된 여성들이 왜 기회마저 얻지 못하게 된 것인지도 현대사회에서도 살펴보는 힘이 생기게 된 것도 문학이다. 꿈을 향하고 있지만 자본주의에 계속 무릎이 접질려지는 젊은 세대의 이야기가 소설에만 있지는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생존게임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힘이 필요한지 스스로 찾아야 하는 시대이다. 그래서 다시 읽는 시간은 더욱 견고해지는 땅을 다지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어쨌든 그녀는 아무것도 되지 못했고,될 수도 없었다. - P32

팔라다, 크누트 함순, 도스토예프스키,막심 고리키,토마스 울프,윌리엄 포크너. 읽었다. - P57

쓸 만한 땅은 교회나 귀족 지주의 소유였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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