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쁜 책 - 금서기행
김유태 지음 / 글항아리 / 2024년 4월
평점 :
금서의 의미는 상당하다. 의미들을 조목조목 짚어주는 문장들이 예리하게 전해진다. 계속 고개를 주억거리게 하는 문장들이 강하게 각인된다. 위험한 책이라는 딱지를 붙인 금서들은 인간의 악함을 추동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한다. 정말 위대한 책은 독자의 내면에 끊임없이 싸움을 걸어온다는 사실에도 강하게 동의하게 된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작가들과 작가들의 작품들을 예의주시하게 된다. 읽은 책들도 있고 좋아하는 작가들도 언급되는 만큼 바싹 붙어앉아서 두 번이나 읽고 작품들을 수없이 떠올리게 한 책이다.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책만이 불멸의 미래를 약속받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 책에서 언급되는 책들과 작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노벨문학상의 위상이 어떻게 높아졌으며 어떻게 추락하고 있는지도 저자는 예리한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하기까지 한다. 저자를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글을 통해서 결을 짐작할 수 있는 문장들을 무수히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읽는다, 생각한다는 반복적인 행위는 상당히 의미심장한 결과를 불러놓는다. 소설과 철학자들의 교집합은 더욱 웅장하고 깊다는 사실을 여러 작품들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픽션은 허구라고 말하지만 픽션에는 진실이 깊게 모습을 드러낸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독자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발견되면서 정권이든, 종교든 누군가가 금지하는 책이 된다는 것은 집중을 받게 되는 작품이 되는 것이다. 언급되고 열거되는 많은 작품들과 작가들에 대해서 들려주는 것들은 귀중한 보물이 되기까지 한다. 인터뷰한 내용도 전해지는 책인 만큼 관심 있는 작가라면 더욱 관심을 가지게 하는 내용이 된다.
안전한 책과 안전하지 못한 책들을 독자들은 빠르게 구분 짓게 된다. 건조하고 안전한 책들이 유독 많이 보일 때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을 지경이다. 기대하고 펼친 책이지만 바싹 마른 책들의 가벼움을 무수히 읽다 보면 이제는 기대감조차 가지지 않게 된다. 시대가 즐거움만큼 찾는다고 책까지도 알맹이가 전혀 없다는 것은 가치를 부여받지 못하는 버려지는 책이 되어버린다. 묵직하고 거친 질문을 던지는 책들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즐겨야 한다. 그러한 책들이 이 책에서도 소개된다. 미셀 우엘벡의 『복종』에서 성과 학문, 종교에 '복종'을 고민하는 상황에 우리는 복종하면서 안주할 것인지 저항하면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문장도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으로 남는 내용 중의 하나이다.
작가 셀라의 동상 사진도 인상적이다. "세계 전체를 바라보려는 눈과 펜을 든 손. 사유하는 지성과 내리쬐는 태양만 주어진다면 세계 속 인간을 움켜쥘 책 한 권을 잉태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는 문장도 기억에 남는다. '제도의 실패, 영성의 실패, 시민의 실패'라는 굵직한 실패들을 금서들에서 발견하게 된다. 금서를 들추고 언급한 이유는 분명해진다. 금서라고 규정한 집단들의 불편한 심중을 읽으면서 글의 힘은 더욱 중대해진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읽는 사람, 읽고 생각하는 사람, 의문을 제시하는 금서들의 날카로운 문장들은 결코 어렵지 않은 방식으로 간단하게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노벨문학상의 위상이 안전한 책들을 찾지 않기를 희망하게 하는 이유도 공감하면서 읽은 내용이 된다.
협소한 울타리 안에 무한한 세계의 사고와 감정을 욱여넣는 행위, 사유는 고통이며 무사유의 필요성에 힘주어 이유가 명확해지는 금서들이다. 소설, 철학서, 역사서가 금서가 되는 이유와 '생각하지 않는 세상'에 열광하게 하는 텔레비전은 매우 적절한 즐거움으로 연결된다. 『죽도록 즐기기』와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책 내용들도 떠오른다. 주제 사라마구의 책 『카인』,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었기에 신약성경을 비튼 소설과 구약성경을 패러디한 소설이 무엇인지도 설명된다. 옌롄커의 『나와 아버지』작품을 읽었기에 『사서』작품에도 관심을 일으킨다. 분서의 역사, 나치의 책 화형식, 정권의 검열들을 떠올리면서 혹독한 시간을 보낸 작가들과 그들의 확고한 의지까지도 작품들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었던 내용이다.
위험한 책만이 위대한 책은 아니다. 그러나 안전한 책만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우위에 서서 교훈처럼 자신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 P15
안전한 책만이 추앙받고 안전하지 못한 책은 열위에 놓이는 비대칭의 저울 - P15
역사 속에서 내가 누군지 정확히 인식하라 - P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