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의 진자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67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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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프로드 나무>부터 이해하여야 한다. 푸코의 진자에 대해서도 영상으로 배워서 이해한 후에 읽으니 도입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북반부와 적도, 그리고 남반부에서의 푸코의 진자의 움직임을 이해하면서 작가가 이 소설에 얼마나 많은 열정을 가졌는지 짐작하게 된다. 이 책은 개역판이다. 기존에 출간한 도서에 추가되고 수정된 소설이다. 각주가 상당히 많이 첨가되어 있어서 쉽게 이해하게 해준다.

 


이 세상을 다시 쓴 세 사람의 계획들이 보인다. 경전을 재해석하고, 토라를 뛰어넘고자 한 것들이 잠시 언급된다. 이들의 계획은 상권에서는 보여주지 않는다. 지나온 시간들을 회상하는 장면들이 하나둘씩 전해진다. 그 과정에 만나는 사람들과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서 듣게 되는 이야기들과 직접 목격하는 여자가 말하는 것들을 주시해야 한다. 세상은 단조롭기 그지없고, 인간은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오직 그전 세대의 오류와 악몽을 되풀이한다. 사건은, 되풀이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것같이 모두 엇비슷하다.... 신기한 일도 없고 놀라운 일도 없고, 새롭게 드러나는 일도 없다. (330쪽)


 

십자군 원정의 발단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치욕은 기록되지 않는다고도 대화를 나누면서 전쟁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작가는 놓치지 않는다. 이야기의 흐름도 중요하지만 인물들이 서로 나누는 대화들이 매우 인상적이다. 수염과 정치관의 관계, 집필자의 시각과 관점에 대해서 나누는 대화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번영으로 아주 마비되어 버린 서구인들에게 무언가를 기대할 줄 아는 마음가짐을 되돌려 줌으로써 혹독한 값을 치러야 하는 건 사실이오. 어쩌면 고통을 받기도 하겠지만 (340쪽)

 


이 세상에는 네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말하는 대화도 빼놓을 수가 없다. 백치, 얼간이, 바보, 미치광이... 그리고 정상인에 대한 설명도 놓치지 않게 한다. 적절한 비유와 예시로 네 종류의 사람들을 설명하는 대화들이다. 왕과 교황, 그리고 성전 기사들의 양상은 혼미에 혼미를 거듭하면서 불가사의한 것들이 하나씩 이야기 중에 지목된다. 탐욕과 오만불손함이 드러난다. 성전 기사단에 대한 전설이 점점 이해되기 시작한다. 질문과 의문점들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그가 이틀 전에 박물관의 전망경실에 숨어 있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대령이 말하였던 것들을 기억해야 한다. 정치의 역사는 항상 승리자의 손에서 쓰인다고 한 대령의 말. 봉인된 여섯 건의 밀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대령과 함께 나누었던 세 사람의 유추와 해석들. 성배와 성전 기사단에 대한 이야기. 대령의 이야기를 듣는 벨보의 중얼거림과 대령이 사라진 사건도 잊지 않아야 한다. 추리를 하면서 읽어야 하는 소설이다. 장미 십자단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신전은 존재하며 늘 존재해왔다고 대화하는 것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소설이 빼곡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이것들이 보여주고 들려주고 있는 것들은 <세프로드 나무>를 더욱 주시하게 한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었고, 브라질의 가짜 민속 종교는 아편보다도 더 위험한 것이었다. (300쪽) 브라질에서 모순을 자각하는 능력을 나날이 상실해갔다. (301쪽)

 


작가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또 다른 작품들이 무척 궁금해진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그를 만나야 한다. 작가만의 고유한 시선의 끝을 만난다는 것 떨리는 기대감으로 채워진다. 이 작품이 그러하다. <나는 신이다>다큐를 보면서 놀라웠다. 종교가 가진 위력이 어떠한 파장을 일으키는지, 이 소설에서도 인물들의 선택과 움직들의 추이를 따라가다 보면 몇 번을 놀라게 하는지 모른다. 역사와 세상을 움직이는 것들을 작가의 관점으로 바라보는지 자문해 보게 한다. 수도사들이었는데도 이들의 태도는 상당히 위압적, 야성적이었다. (180쪽) 침묵과 역설과 불가사의와 우행이 복잡하게 어우러진 재판.(178쪽) 역사에 자리잡은 종교의 모습들이다. 들여다보고 펼쳐볼수록 종교가 가진 의문스러움이 증폭된다. <마녀>라는 미술도서를 통해서, <마녀>라는 또 다른 도서들을 통해서도 종교의 역설적인 성격들을 역사에서 보게 한다. 이 소설에서도 종교가 가진 저 너머의 기록들을 보여준다.



드러난 종교가 드러낼 수 없는 것.

비밀은 그 너머에 있지요.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는 채

특정한 장소를 기웃거리는 것은

대단히 위험할 수 있어요.


갈등이 지배하도록.

창조한 세상이 타락해 가는 과정을 상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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