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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 ㅣ 쏜살 문고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리 지음, 조주관 옮김 / 민음사 / 2017년 6월
평점 :
고골의 작품은 처음이다. 책표지 디자인에 가장 먼저 이끌렸다. 러시아문학이라는 이유도 한몫을 하면서 도스토예프스키가 "러시아의 작가는 모두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라는 문장에 매혹되어서 펼친 소설집이다. 두껍지 않지만 단단하게 3편의 단편소설들이 구성된다. 『코』, 『외투』, 『광인일기』를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소설집이다. 추천글에도 굉장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도대체 고골이라는 작가는 누구인지 궁금해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속물들의 세계, 관등의 세계, 수직적 관료 체계를 드러내는 의복과 헤어스타일이 작품에 등장한다. 언급한 세계들에 단단하게 갇혀서 살아간 인물이 보고 느낀 것들이 여러 작품에서 전해진다. 작가의 생애와 작품들까지 연결해서 읽으면 더욱 작품성이 증대한다. 시종무관만 사람 취급하는 세상이 있다. 러시아가 배경이지만 현대사회와도 접목하면서 읽는 재미도 솔솔해진다. 이들을 얼간이들의 세계라고 표현한 유머가 쉽게 잊히지 않았던 작품이다.
자신의 위신과 품위를 한 단계 더 높이려고 8등관이라고 하지 않고 소령이라고 자칭한 인물이 아침에 일어났더니 코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의 코가 사라진 상황에서도 관등의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야기이다. 기괴한 사건에 대한 소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세상 사람들의 어리석고 터무니없는 소문을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전해진다. 귀하는 바로 제 코가 아닙니까?라고 말하는 주인공의 태도를 살펴보게 된다. 코가 깃털 달린 모자에 금실로 장식된 정복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기묘한 환상적인 소설에서 코가 대답하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나는 어디까지나 나 자신이오." (28쪽) 나 자신이라는 단단한 대답을 하는 코의 반응을 계속 주시하게 된다.
다리 위에서 껍질 벗긴 오렌지를 파는 여자 장사꾼이라면 코 없이 앉아 있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19살의 농촌 처녀가 파출부 자리를 구한다는 광고 문구도 주시하게 된다. 현대사회에서 누가 이런 일들을 하고 있는지도 추정하게 된다. 성당 안에는 예배 보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설명에서도 사회집단이 추구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드러난다. 500루블이건 1000루블이건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좋은 개를 구하려고 야단법석인 사회도 드러난다. 서장 집에는 현관이나 주방에 상인이 우정의 표시로 가져온 설탕이 가득히 쌓여 있다고 묘사한다. 읽을수록 뽀족한 펜으로 현대사회를 꼬집는 내용들이 상당히 전달된다. 그 시대와 현대사회는 얼마나 유사한지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짧은 소설이지만 맛깔나게 속물들의 세계를 제대로 고발하고 있다.
사라진 코를 다시 찾게 되면서 다시 붙이고자 하지만 의사가 어떻게 대응을 하는지도 기억에 남는 소설이다. 나는 돈 때문에 의사 노릇을 하고 있는 인간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코를 의사가 대신 팔아 줄 수도 있다고 말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결혼할 상대방이 20만 루블의 지참금을 가져오는 경우에 한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하는 주인공이다. 다시 돌아온 코를 보면서 5등관이라고 짐작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살펴보게 된다.
경찰서장은 온갖 종류의 예술품과 공예품에 유독 관심을 보이는 광적인 애호가이면서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지폐라고 한다. 경찰의 손에 지폐를 손에 쥐여 준 이유도 설명된다. 모두 비현실적이지만 이와 비슷한 사건들은 이 세상에 있을 수 있다고 암시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진중해진다. 충분히 있어왔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사건이기도 하기에 코가 사라진 사건과 코가 돌아온 이후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옛날에는 이발사와 외과 의사가 동일한 직업이었다는 사실도 설명된다. 오늘날 이발소의 네온사인에서 빨간 것은 동맥, 파란 것은 정맥, 흰 것은 붕대를 의미한다는 것도 알려준 소설이다. 『코』소설 매우 인상적으로 기억될 작품이다.
자기 집이 을씨년스럽고 초라해 보였다.
그는 모자로 하인의 이마를 내려치며 호통을 했다.
"이 돼지 같은 놈아, 그 무슨 쓸데없는 짓이냐!"...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됐는지 이유도 모르겠으니 41
코가 돌아왔다. 코는 커다란 깃을 세우고 금실로 수놓은 정복에 양가죽 바지를 입고, 허리에는 대검을 차고 있었다. 모자의 깃털 장식으로 보아 5등관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 P25
서장 집에는 현관이나 주방에 상인이 우정의 표시로 가져온 설탕이 가득히 쌓여 있었다. - P39
다리 위에서 껍질 벗긴 오렌지를 파는 여자 장사꾼이라면 코 없이 앉아 있어도 무방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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