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국내에서는 학자이기 보다는 소설가로서 더 알려진 (그렇게 구분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나?) 움베르토 에코의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과 같은 잡지 레스프레소에 수십 년 동안 '미네르바 성냥갑'이라는 제목으로 꾸준히 칼럼을 써낸 내용을 묶었기 때문에 다른 칼럼을 모은 책들과 크게 다를 것 없겠지만 사망 직후 출간이 되어 조금은 다른 의미를 지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제목도 물론 상징적이고.

 

장난스럽기도 하면서 어떤 순간은 무척 진지하기도 한 그의 글이 갖는 매력은 여전하고 짧은 내용 속에서 조금은 고민해보게 만드는 질문을 던져주고 있어 어렵지 않게 읽혀지지만 때때로 잠시 생각에 잠기게 만들어주고 있다.

 

웃음을 지으며 보내는 마지막 인사와 같다고 해야 할까?

 

지그문트 바우만이 진단한 유동사회라는 관점에서 지금 시대를 현재를 바라보지만 너무 진지한 분위기가 아닌 편하게 대화를 나누듯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고 있으니 간단히 읽을거리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꽤 만족스러운 내용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록 - 미국을 지배하는 또 하나의 제국 건들건들 컬렉션
폴 배럿 지음, 오세영 옮김, 강준환 감수 / 레드리버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고, 특별히 대단한 일을 하고 있거나 공권력과 혹은 반대로 조직폭력과 관련된 삶을 살고 있진 않아서 총이라는 물건과 가까웠던 경우는 군대 생활 기간만 있었던 것 같다. 아마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총기류 중에서도 권총의 경우는 특히 더 접하기 어려운 물건이고 실제로 보기 보다는 영화를 통해서 혹은 다양한 대중문화를 통해서 보고 즐겼을 뿐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글록을 읽는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어떤 막연한 호기심 정도에서 찾고 읽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여러 각도에서 다뤄진 꽤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아 읽는 재미는 충분했다.

 

현대 권총의 대명사가 된 글록의 성공 신화를 탄생부터 현재까지 촘촘하게 추적하는 책. 글록의 성공은 탁월한 마케팅, 영업 기법이 뒷받침했다. 그러나 글록에 날개를 달아준 건 다름 아닌 미국 사회의 취약성이었다. 글록의 미국 진출을 막으려던 사람들, 미국 사회에서 총기를 규제하려던 사람들이 아이러니하게도 글록의 최대 영업 사원이 되었다.

글록은 매우 영리하게 미국 시장을 공략하며, 방해가 되는 이슈와 규제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력화했다. 이 책은 글록의 창업주 가스통 글록이 한사코 숨기고 싶어 할 영업 비밀이나 범죄 연루,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집요하게 파헤친다. 글록의 어두운 성공 신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총기와 범죄, 로비로 얼룩진 미국의 민낯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글록이라는 권총이 어떤 식으로 현대-권총의 대명사가 되었는지를 처음부터 현재까지 흥미진진하게 다루는 동시에 우연과 운, 마케팅, 미국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 총이라는 욕망과 집착의 대상, 미국 사회의 어두운 모습, 경쟁업체들, 뒷얘기와 뒷소문 그리고 음험한 구석까지 짜임새 있게 살펴보고 있어 글록이라는 권총을 둘러싸고 미국을 그리고 인간의 욕망과 자본의 생리를, 권력과 흥망성쇠를 알아보도록 해주고 있다.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고,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걸 알아볼 수 있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완의 시대 - 에릭 홉스봄 자서전
에릭 홉스봄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에릭 홉스봄의 저서는 (이젠 너무 유명해서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혁명-자본-제국-극단의 시대 시리즈부터 주저로 분류되지 않는 다양한 책들도 번역되었을 정도로 국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전부는 아닐지라도 꽤 많이 구해왔고 읽어왔다. 물론, 읽었다고 전부 다 이해했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만큼 저자는 맑스-마르크스주의자 역사가로서만이 아니라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지나칠 수 없는 (어느 정도의 균형감각이 있는) 학자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 본인도 인정했지만 역사학자가 다루는 분야보다 학자 자신의 삶이 흥미로운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고(그런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마르크 블로크 정도만 가능할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정리한 이 책 또한 그렇게까지 흥미롭진 않았다. 적어도 그가 다뤘던 여러 시대-사건들에 비해서는 관심이 덜 간다.

 

그래도 아주 읽기가 힘들 정도는 아니다. 전체 내용의 중반까지는 격변의 시대에 온갖 부침과 유랑의 삶을 살아온 자신의 삶을 자세하게 풀어내고 있고, 후반부에는 역사학자로서 겪고 생각하고 관심을 갖고 있던 부분들을 다루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그리고 앞선 내용보다 뒤쪽에 몰려진 내용들에 더 관심이 가게 되고 흥미롭게 읽혀진다.

 

탁월한 역사학자답게 자신의 삶도 1-2차 대전과 그리고 그 이후의 냉전과 지금 현재와 관련지어 다루면서 그가 자신의 삶을 살펴보듯 내 자신의 삶도 잠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재주를 보이고 있다. 노년의 역사가지만 여전히 빼어난 시선과 안목 그리고 전망을 내놓는 경우도 있어 다른 저서들에 비해서 부족하다고만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이제는 이 세상을 지켜보질 못하게 된 홉스봄이지만 그가 바라본 방식과 관심들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 못 읽은, 혹은 읽었지만 무슨 내용인지 도통 기억나지 않는 그의 저서들을 다시금 찾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그를 알 수 있어

그의 책을 읽을 수 있어

그의 관심을 시선을 알게 되어

고마웠고, 감사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러디 머더 - 추리 소설에서 범죄 소설로의 역사
줄리안 시먼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추리 소설을 좋아하고 당연히 범죄 소설 또한 좋아하기 때문에, 더군다나 스파이 소설도 즐겨 읽고 있어 이 책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읽을 기회를 찾던 중 우연히 손에 들어와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짧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길다면 긴 추리/범죄 소설의 역사를 그 자신만의 기준으로 조금은 강한 본인의 취향을 강조하며(그렇다고 그게 못마땅하게 생각되진 않는다) 흥미롭게 분류하고 좋고 싫음을 그리고 뛰어남과 형편없음을 말하고 있다.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의 역사를 다룬 결정판이라는 말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고, 이만한 책은 아무래도 찾기 힘들 것이라는 말에도 쉽게 공감할 것이다. “3세기에 걸친 추리 소설 장르의 생성과 변화, 그 빛나는 성취와 한심한 나락들, 수없이 명멸해 간 작가들의 명암을 저자 특유의 신랄한 문체로 펼쳐 보이고 있다.”

 

아는 작가들도 몇 있지만 모르는 작가들이 많아 이쪽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게 맞는지 스스로 의문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저자는 해박한 지식을 뽐내고 있고, 그만큼 넓고 깊은 식견으로 한 장르의 시작과 지금까지를 두루 살펴보고 있다.

 

시먼스는 이 장르가 가끔은 형식의 제약을 초월하는 뛰어난 소설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했고, 이 예외적인 작품들을 선명하게 옹호하는 것만이 추리 소설의 지위를 높이는 길임을 알았다. 좋은 것은 좋다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야 했다. 그 결과 <블러디 머더>는 착실하게 고증된 본격적인 역사책이면서도, 저자 특유의 블랙 유머와 아이러니, 편애와 냉소가 가득한 극히 개성적인 책이 되었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평가도 있긴 하지만 저자의 입장을 따르며 읽게 된다면 그쪽 분야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놓치거나 관심이 부족했던 부분들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그동안 몰랐던 부분들을 찾아보게 만든다.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그가 열을 내며 추천한 소설들도 읽고 싶어진다. 그리고 이처럼 읽는 재미로 가득한 글을 쓰고 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학교 | 섹스 - 섹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법 인생학교 1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미나 옮김 / 쌤앤파커스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의도에서 인생학교라는 주제의 책()이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알랭 드 보통이 참여하지 않았다면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 같고. 그리고 하필이면 돈도 일도 시간도 세상도 정신도 아닌 섹스에 관해서 그가 무언가를 쓰리라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연애에 관해서 알랭 드 보통은 꽤 여려 글-책을 남겼었고 그와 아주 거리가 먼 주제도 아닌 것 같다.

 

항상 그렇듯 술술 읽히게 글과 생각을 풀어내고 있고, 때로는 과감한 의견을 말하기도 한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파격적이라는 생각까진 들지 않는 일정한 수위를 지켜내면서. 정리 잘하고 적당한 수준으로 마무리하는 능력을 이번에도 잘 발휘하고 있다.

 

첫 만남에서 섹스까지 보통의 연애의 점진적 발전단계를 따라가며 섹시함의 본질을 밝혔고, 각기 다른 성적 취향(페티시를 포함해서) 속에 담긴 개인의 내밀한 심리적 내력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으며, ‘횟수가 뜸해진이 시대 부부들에게 아주 파격적인 제안을 투척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발기불능, 포르노, 외도 등, 섹스 자체와 섹스를 둘러싼 거의 모든 것에 관해 아주 섹시하고 파격적인, 그러나 여전히 철학적이고 지적이며 유쾌+담백한 대안을 펼쳐놓았다.”

 

아주 색다르거나 읽기 거북한 내용은 없지만 이 책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섹스의 난관들뿐 아니라 욕정, 페티시즘, 불륜, 포르노그래피, 발기부전 등 광범위한 주제를 넘나들며 모던 섹슈얼리티의 딜레마를 거침없이말해주고 있고,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좀 쎄긴 하지만 읽어내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기에 적당한 흥미와 관심 속에서 읽게 되었다.

 

항상 그렇듯 나쁘지 않았다.

물론, 그게 좋다는 뜻도 아니지만.

 

섹스라는 주제를 갖고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주제에 몰두하기 보다는 지금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게 있을지를 좀 더 생각해보게 된다.

 

근데, 그래봤자 어떤 식으로 말해도 결국 섹스에 관한 이야기다.

그걸 말로 생각으로 경험으로 어떤 논리나 생각으로 말해봤자 결국 섹스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