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칭성 인류학 - 무의식에서 발견하는 대안적 지성, 카이에 소바주 5
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김옥희 옮김 / 동아시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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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다니던 시절에 알게 되었고 그 당시와 졸업 직후에 읽었던 카이에 소바주(야생적 사고의 산책) 시리즈는 단순히 신화/종교에 관한 논의만이 아닌 다양한 지식의 영역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내용이었다. 모르고 있던 분야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는 기회였었고, 반대로 생소한 점도 많았다. 읽기가 힘들 정도는 아니었다. 저자가 무척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해주고 있다.

 

네 번째 논의까지는 순서 없이 읽긴 했으나(기억이 맞다면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를 가장 먼저 읽었던 것 같다) 각각의 논의들이 안겨주는 (읽는) 재미가 좋아서 하나씩 읽어나가다가 마지막 다섯 번째 논의만 읽지 못했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빼먹은 것 같다. 간간히 이왕 읽기 시작했으니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것도 그 순간만 마음 먹었다가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이제야 긴 세월이 흐른 다음에 손에 쥐게 됐다.

 

“'대칭성'이라는 일관된 축을 견지하던 저자가 이를 하나의 학문(대칭성인류학)으로 자리매김하며 지적 통합을 이루어내고 있다. 시리즈 전체의 내용을 하나의 전체성으로 아우르면서 궁극적으로 인류가 회복하고 지향해야 할 '지혜'는 무엇인지 모색한다.”

이번 다섯 번째는 지금까지 다뤘던 내용들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어 복습하는 것처럼, 혹은 1권부터 4권까지의 논의를 하나로 아울러내는 내용이라 볼 수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인지 각기 개성 강했던 이전에 비해서는 심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도 그렇지만 대칭성과 불교라는 대안이 과연 알맞은지... 제대로 된 대안이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컸고.

 

카이에 소바주를 마무리하는 제5권은 시리즈 전체의 전개에 중심적인 역할을 해온 대칭성이라는 개념을 하나의 공리계公理系(axiomatic system: 어떤 과학 영역의 근저를 이루는 근본 명제의 체계-옮긴이)로까지 발전시키기 위한 시도이다. 이 대칭성이라는 개념은 최근 1, 2년 동안 내 강의의 중심 테마를 이루어온 것인데, 사실그것은 내 사고 속에서 오랜 숙성기간을 거쳐 구체화된 것이다.”

 

결론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 저자의 관심과 문제의식 그리고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지적 모험 자체만으로도 주목해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해서 결말이 다소 아쉽지만 그래도 추천-칭찬할 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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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뮨주의 선언 - 우정과 기쁨의 정치학
고병권.이진경 지음 / 교양인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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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공간 수유+너머'

 

인문학에 관심 많은 사람들에게 한때는 혹은 지금도 꽤 알려진 연구공간 수유+너머'는 이름정도는 들어봤을 것이고, 이진경 / 고병권 같은 연구자들의 이름 또한 접해봤을 것이다. 그 이름들을 들을 때 뭔가 설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2000년대 초 (한국에서) 유행하던 인문학 흐름의 중심에 있던, 주목받던 그들이었고 활발한 활동을 하던 둘(그리고 동료들)이 함께 쓴 이 책은 간헐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언급되었던 코뮨주의를 정치적, 철학적으로 탐구하고 이념적 지향을 체계적으로 밝히고 있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말해주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아직 그들 스스로도 뭔가 잘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공산주의는 물론이고,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온갖 이념들, 즉 개인주의, 공동체주의, 전체주의, 국가주의, 유기체주의, 인간주의, 가족주의, 엄숙주의 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는 있지만 새로운 코뮨주의의 이념적 특이성이 어디에 있는지명쾌하게 말해주기 보다는 그걸 찾고 있는 과정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 그 과정이 결론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코뮨주의는 과정에 관한 것이라고.

 

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이때의 생각 그대로인지도 궁금하다. 폐기했을지도 모르고, 방향을 수정했을지도 모른다. 과연 그들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게 아니면 그냥 소규모 공동체일 뿐일까? 낙천-낙관적으로 자신들에 대해서 말할 것 같지만... 이제는 관심이 시들해져서인지 옛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되었을 뿐이다. 그때는 무척 관심이 컸었으니까.

 

일종의 추억읽기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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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헌터
존 더글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비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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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라

 

 

일종의 자서전이면서 회고록이고, 널리 알려진 연쇄살인범들에 관한 사례집이기도 한 이 책은 미국 FBI'살아 있는 전설'이자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의 제이슨 기디언의 실제 모델로 잘 알려진 존 더글러스. 자신의 생애를 바쳐 범죄자들의 마음을 탐구한 그의 회고록이며 지금은 일상에서도 사용할 정도로 익숙해진 '프로파일링' 수사기법. 그러나 프로파일링은 고사하고 '연쇄 살인범'이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부터 제대로 된 이해와 체계화가 이뤄진 지금 현재까지에 관한 연대기이기도 하다.

 

막연하게 시작은 했지만 엄청난 뭔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으며, “범죄와 인간, 인간성, 사회범죄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범죄학 보고서이기도 할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쉽사리 읽어내기가 가능하진 않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가득하게 읽게 된다.

 

연쇄살인이나 잔혹한 범죄에 관한 여러 책들을 읽어봤기 때문에 아주 다른 구성이라 할 순 없지만 저자가 직접 겪은 경험과 주관 그리고 삶을 함께 다루면서 사건에 대해, 살인범들에 관해 상세히 풀어내고 있어 1인칭의 시점으로 읽게 되고 저자의 상황에 쉽게 빠져들어 읽게 되는 것 같다.

 

아주 재미나게 흥미롭게 그리고 긴장감 가득하게 써냈다. 훌륭하다. 이런 쪽 책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걸 먼저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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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이정호 그림 / 알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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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인상적인 제목 때문에 지은이의 이름은 잊었어도 제목만큼은 기억하고 있었다. 나중에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은 먹었지만 이렇게 뒤늦게 읽을 줄은 몰랐고.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경증 환자부터 현실과 완전히 격리될 정도로 중증의 정신질환을 겪는 환자들까지 올리버 색스가 엄밀히 관찰하고 따뜻하게 써낸 '우리와는 조금 다른' 사람들의 독특한 임상 기록이다.”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제목만 항상 머리에 남아 있던 책이라 중증의 정신질환을 겪는 환자에 대한 임상 기록인지도 읽으면서 알게 됐다. 생각보다는 짧은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읽기 어렵진 않았고.

 

너무 개성 있는 사례들이 많아서 실제로 저런 환자들이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기 때문에 무척 독특한 이야기들로 다가온다.

 

극도의 혼란 속에서도 성장과 적응을 모색하며 자신의 감추어진 능력을 일깨워나가는 환자들. 그들의 모습을 저자는 신경학자로서의 전문적 식견과 따스한 휴머니즘, 인간 존엄에 대한 애정과 신뢰 가득한 시선으로 담아낸점에서는 사례나 임상기록 이기 보다는 일종의 수필-에세이라는 느낌도 들고.

 

어떤 불편함을 잔뜩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시선이 무척 인상적이다. 그리고 저자가 다루는 사람들과는 다른, 지극히 평범한 삶과 몸상태인 나 자신에게 무언가 다른 사람들을 접했을 때 어떤 식으로 생각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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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
최장집 지음 / 후마니타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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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저서들을 그동안 많이 읽어왔고, 문제의식이나 관심분야에 대해서 공감할 때도 많은 걸 배울 때도 있었다. 만난 적 없지만 스승이라고 생각하게 될 정도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렇게 거창하게 말해도 읽은 다음 머리에 남아 있는 건 얼마 없어 이런 식으로 말하기도 조금은(그리고 무척) 부끄럽긴 하지만.

 

노동문제와 민주주의를 평생 연구 주제로 했던 저자가 “20118월부터 20125월 말까지 10개월에 걸쳐 [경향신문]에 연재된 글들을 책의 형태에 맞게 고쳐 쓴이 책은 기존에 다뤘던 내용들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고 있어 아주 새롭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쓴 글이기 때문에 좀 더 단호하고 직접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모호하거나 고민 가득하기 보다는 어떤 해법을 찾아보려고 하고 있다.

 

길게 썼을 수도 있겠지만 지면의 한계와 읽는 대상자들에 맞는 눈높이로 설득력을 갖추면서 문제제기와 통찰력 모두 최대한 간략하게 설명해주고 있으니 저자에게 관심 있던 사람들이라면 거꾸로 이런 책부터 먼저 읽고 다른 저서들을 읽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이 책은 보통 사람들의 상처투성이 삶을 들여다보고, 그것이 노동 없는한국 민주주의의 결과임을 말한다. 자신의 노동으로 소득을 얻고 가족을 건사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생산자 집단들이 생활 세계와 시민사회, 나아가 정당 체제의 영역에서 사실상 무권리 상태에 있다는 증언인 셈이기도 하다. 그리고 질문한다. 민주화 25년이 지난 지금, 도대체 우리가 꿈꾸고 바랐던 민주화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저자의 입장은 한국사회에 꽤 도움이 되는 의견이고 생각이겠지만 그 고민을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사람들은 무척 적은 것 같다. 아니, 많다고 하더라도 그렇기만 할 뿐이고 변화나 개선의 의지까지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점에서 작은 목소리일 것이고 전달되지 않는 외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지 않을까? 점점 세상은 각박해져만 가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라도 변화가 일어나길 사람이라면 짧게 꾸며진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다시 다듬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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