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그 카페 좋더라 - 현재 카페 마니아와 미래 카페 대표를 위한 서울 카페 가이드북
이소영 지음, 이혜련 사진 / 멘토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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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그 카페 좋더라.

이소영 글

 

주택, 구옥을 개조해 만든 카페, 건축물을 좋아한다. 언제부터였나. 근 이십 년 정도 된 거 같다. 오래된 주택을 좋아한다. 주택이 가지고 있는 시간이 가지고 있는 더러우면서도 고요한 냄새. 그것들의 결을 살려 현대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곳이 된다는 것이 매력있다. 옛것이 사라지지 않으면서 현대에 공존하는 느낌이 좋다. 그래서 나는 적산가옥도 좋아한다. 그것이 가지는 역사의 적나라함을 가지고 가고 싶다. 왠지 일본의 잔인함이 켜켜이 베어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지방도 시골도 아니고 주택도 뭐도 아닌 서울 그 카페다. 우연히 집어 들었다. ? 2022년에 집어든 2010년의 서울 그 카페는 어떤 느낌일까? 빛바랜 책만큼 시간을 집어먹은 서울 그 카페에도 옛스러움이 자연스레 앉아 있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그랬다. 베이지톤의 전체 구성과 각각의 사진들이 익숙함이 베어나왔다.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익숙한 것들이 있어서 좋았다. 처음 책을 냈을 때는 새로움이었을 것들이 십년의 시간이 흐르며 익숙함이 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눈으로 본다는 건 시간을 문지르는 것 같다.

 

오래된 구조 사진들은 이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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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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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20229The april bookclub

 

, 시몽, 로제

 

40대인데 중년이라는 이름이 왠지 어울리지 않는. (중년이라고 하니 뭔가...) 안정과 사랑 사이에서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 결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의 마음을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했다.

 

폴은 로제와 오랜 연인사이다. 그리고 로제가 종종 바람을 핀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이 관계를 벗어나지 못한지 오래다.

어느 날 시몽이 폴을 보고 미친 듯이 빠져든다. 자신이 얼마나 눈부신지 모르는 듯이 폴 앞에서는 그저 간절하다. 폴이 너무 좋아서 폴 이외에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시몽. 맹목적인 사랑.

 

로제가 자신에게 소원할 때마다 시몽의 사랑이 눈에 들어오고, 그에게 가는 듯 했으나, 결국 로제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로제는 폴에게 다시 기다림을 준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시몽이 폴에게 데이트 신청을 차마 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무언가는 같이 하고 싶고, 그런 상태에서 건네는 말이다. 나는 그 말이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애틋하고, 당신 곁에 있고 싶다는 말보다 더 사무쳤다.

 

시몽의 차. 여성이 타다가 스타킹이 나가기 일쑤인 그 작은 차가 마치 시몽을 나타내는 장치같고, 몽환적인 일상이 이십대의 향기와 맞물려 어지러움대신 향기로 다가왔다. 누군가를 애타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삶을 살아가는 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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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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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공지영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데, 매번 같은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 같은데 왜 이리도 글을 잘 쓰지? 하고 분한 마음이 일게 하는 이는 박완서이다.      


공지영은 매번 운동권 이야기가 들어 있어서 불편한 마음이 일게 하는 이다. 운동권 이야기가 들어 있지 않은 글들은 재미있다. 복불복의 책을 만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여러 단편이 있고, 운동권 이야기가 어지러이 펼쳐지는데도 불구하고, 왠지 운동권의 삶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젊은 박완서가 있는 듯하기도 하고, 불편하지도 않다.      


특히 왜 처음에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로 시작해서 마치 자신의 자서전을 펼치고 있는 듯하다가 호러물로 끝을 맺는 이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실었는지 알겠다. 너무 재미있다. 재미있는 것보다 우선인 게 있을까? 주술을 외우듯이 말하고 나면 죽어가던 할머니는 누군가의 죽음으로 살아난다. 이것보다 배꼽 잡게 웃기면서도 인간의 비극이 더 있을까? 죽어갈 때쯤 누군가의 기력을 빨아들이고, 그 누군가는 죽고, 할머니는 살아나는. 마치 만화에서 보면 입을 벌리면 하얀 기운이 보이고 그 속으로 누군가의 혼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모습이 연상된다.       


그동안 소설을 보면서 너무 공지영 같다였는데, 오늘은 사실 그건 우리의 이야기이며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걸 알 것 같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부활 무렵/맨발로 글목을 돌다]에서는 시골 한적한 곳에 작업실을 두고 오롯이 글을 쓰고 있는 지영이,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왔는데, 부랴부랴 돌아가야 하는 지영이가 보인다. 그것을 반복하는 내가 거기에 있었다.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왜 착한 사람들에게만 저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나는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착한 사람들에게만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그들만이, 선의를 가진 그들만이 자신에 대한 진정한 긍지로 운명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걸 말이지요.]


잊었던 은희경, 공지영, 에쿠니 가오리 책들을 뒤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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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8
이디스 워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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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이디스 워튼 지음, 김욱동 옮김

 

20228월 북클럽

 

여름엔 [여름]을 읽어야지. 책 표지도 여인과 초록. 좋다.

그런데 내용은 전혀 여름이 아니어서 슬펐다.

여름의 서핑을 기대하고 펼쳤더니, 망망대해애 표류하는데 끝이 나지 않는 것 같아서 지쳐갔다. 여성의 삶이 이렇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마치 내 일인냥 서글펐다.

 

[하니는 여전히 채리티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꼼짝하지 않고 벽지의 똑같은 지점을 바라보며 우울하게 앉아 있었다.]

 

전반적으로 이런 느낌이다.

자신의 태생, 그리고 현재를 망각하기 위해 달려가지만, 결국엔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의 결혼을 스스로 선택하는 현재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날 밤 두 사람은 평소처럼 숲 가장자리에서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하니는 돌아오지 않았고, 다른 여인과 결혼을 할 것이며, 채리티는 자신을 거둔 늙은 로열과 결혼을 할 것이다.]

 

[나는 로열씨와 결혼했어. 언제까지나 당신을 기억할게.]

 

채리티가 하니의 아이를 가지고 로열과 결혼해서 어떻게 사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이것은 소설이니까. 사랑은 불장난 같다는 이상한 흐름, 맹신할 수 없이 계획하고 재고 밀당해야 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내 마음이 오히려 생채기가 나고 귀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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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비용 데버라 리비 자전적 에세이 3부작
데버라 리비 지음, 이예원 옮김, 백수린 후기 / 플레이타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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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비용

데버라 리비 지음

 

글을 잘쓰는 이들이 많다. 그런 이들의 글을 읽을 때면 겸손해지면서도 행복해진다. 너무나도 행복해서 데버라 리비의 다른 책들도 당연하게 모으게 된다. 그리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문체, 번역가를 잘 만나 빛을 온전히 낼 수 있었으리라.

 

체감으로 다가오는 무게가 진실돼서, 나도 내일 저럴 지도 몰라서......

 

[폭풍과 회오리 바람이 몰아들고 물결이 소용도는 가운데 파도가 내리치고 있었다.

 

삶은 허물리고 무너진다. 우리는 와해되는 삶을 지기려 뭐든 손 닿는 대로 부여잡는다. 그러다 깨닫는다. 그 삶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없음을

 

사랑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면 그 틈새로 밤이 스며든다. 밤은 끝없이 이어진다. 분한 마음과 비난으로 들끓는다. 밤새 이어지는 괴루운 내면의 독백은 해가 떠도 잦아들지 않는다. s로선 이 점이 가장 원망스러웠다. 이토록 내 마음이 그이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이렇게까지 그 사람에게 가로채였단 사실이. 그건 점령당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행복하지 못했고, 행복하지 못한 게 어느새 버르싱 되고 있었다. “우표나 달걀을 하나씩 모아 수집한 컬렉션처럼 ......평생에 걸쳐 점차 키워갈 수 있는변화하는 것으로 베케트가 설움을 묘사했듯이 말이다.

 

나는 지난날의 복원을 바라지 않았다. 내겐 전혀 새로운 구성이 필요했다.

 

나중에 그 헛간에서 처음으로 가을을 보냈을 때, 헛간 지붕 위로 사과나무 열매가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폭발음처럼 요란했다. 그제야 나는 뉴턴이 사과가 돌이킬 수 없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중력 이론을 못 박게 되었던 과정을 납득했다. 서서히 떨어지는 사과란 존재하지 않는다.]

 

앞 페이지의 몇 글자들을 적었을 뿐인데, 벌써 마음이 가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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