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주택 리모델링 - 도심 속 오래된 집의 재발견
전원속의 내집 편집부 지음 / 주택문화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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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주택 리모델링

 

살아있는 건 늙는다. 집도 늙는다. 마치 살아가는 것 같다.

 

외벽엔 주름 같은 흔적이 크게 남고 여기저기 손 쓸 수 없다. 노후주택에 새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은 힘들다. 좁은 골목의 열악한 공사 환경. 수십년 된 건물을 보수하는 일은 구조 검토에서부터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에 돌입하자마자 들이닥치는 각종 변수는 허탈하게 만든다. 집과 동네가 간직한 시간을 이어가는 일은 오랜 시간을 예고한다.

 

주인이 바뀌더라도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기를 반복하는 짧은 수명의 한국 모습이 아니라, 충분히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게 집의 역사가 기록된 노트를 만들어 전해주고 싶다. 나는 이제 이 집의 주인이 되었지만, 언젠가 다른 이가 이 집의 주인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

 

건물구조는 벽식 구조와 라멘 구조가 있는데, 내가 구입한 주택은 벽식구조이다. 라멘구조는 기둥을 세우고 있어 벽을 털면 되는데, 벽식구조는 벽 자체가 하중을 받치고 있어 함부로 허물면 안된다. 그리고 내벽에는 세로로 균열이 나 있지만, 외벽에는 큰 균열이 가 있지 않다면 구조 안전상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내부에 세로로 아주 큰 균열이 있어 구조보강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견적을 요청한 업자 모두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내가 오히려 난감하다.

더욱이 시멘트 블록을 쌓아 지은 조적조 주택이다. 시멘트 블록조는 이미 벽체가 약해진 경우가 많아 구조 전체를 보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신축이나 개축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이 글을 읽고 있자니. 내 집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두려워진다. 나는 이 곳을 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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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여자의 공간 - 여성작가 35인, 그들을 글쓰기로 몰아붙인 창작의 무대
타니아 슐리 지음, 남기철 옮김 / 이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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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여자의 공간

타니아 슐리 지음/남기철 옮김

 

나도 집이 아닌 공간을 갖고 싶었다.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는 건 단순한 욕망이나 소망은 아니다. 낡은 집 한 채를 구해 그 집이 간직한 세월은 그대로 두고 한 몸 쉴 수 있게 고쳐 살 길 바랬다.

얼마 전 무턱대고 빈집이 가득한 동네의 한 골목에 있는 집을 구했다. 50년이 넘은, 20년 이상 거주하지 않은 집은 지붕이 내려앉고 화장실, 부엌도 없으며 마당엔 풀이 무성하다. 얼마전 시에서 주차장을 개설해 이제야 눈에 띄기 시작한 집이다. 마당문에서 열걸음 정도 걸어나가면 바로 기차가 지나가는 이곳은 나의 공간이 될 것이다. 책과 아이스크림과 음료수와 과자. 그리고 삐거덕거리는 오래된 문을 열고 들어가 스산함을 느끼며 누워있으리라.

 

한동안 글을 올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글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닌데, 1차 적인 글쓰기를 하고 퇴고를 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 글들이 모여 책이 되어 나올거란 확신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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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말을 건다 -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김영건 지음, 정희우 그림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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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말을 걸다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김영건 글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프롤로그는 꼭 읽어보세요. 그래서 여타 다른 이야기는 줄입니다(그런데 다른 글들도 재미있습니다. 반전의 반전이 여기에).

가슴을 적신다는 것, 뭉클하게 한다는 것, 눈물을 흘리게 했다는 것, 이런 표현이 진부하게

동아서점의 2대 서점주이며, 저자 김영건의 아버지인 김일수의 말들이 저며옵니다.

당신이군요. 당신이 말을 걸었군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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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임상심리사는 이렇게 일한다 [큰글자책] 병원으로 출근하는 사람들 4
장윤미 지음 / 청년의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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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직업 세계를 보는 일이 무례하지 않고 다정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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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든 책방 - 제일 시끄러운 애가 하는 제일 조용한, 만만한 책방
노홍철 지음 / 벤치워머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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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든책방

노홍철 지음

 

[세상에서 가장 만만한 책방.

재미가 없다면 뭐하러 해?

책을 읽는 것 만큼 좋은게 없다고 느낄 정도로 큰 즐거움을 얻었다. 내가 경험한 이 느낌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이 책을 읽고.

 

신기한 게, 지리적으로는 분명 논산의 중심인데 어디 저 먼 시골 읍내에 온 것 같은 정겨운 동네 분위기가 반가웠다. 거리에는 항상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나와서 이야기하고 계시고, 걷다가 쉴 수 있는 의자가 곳곳에 있었다. 처음에는 지켜만 보던 분들이 하나둘 다가와서 말을 거신다. 서점을 할거란 말에 여기 학생들이 책을 사러 오려나? 하고 걱정을 한다. 일명 보리밭 할아버지라 부르는 분은 이 마을이 생겨난 역사를 이야기해주신다. 늦은 저녁 다 쓰러져가는 집 앞에서 하늘을 보는데, 더이상 무섭지가 않았다. 이 광경 속에 있는 내 마음이 거짓말처럼 편해졌다. 아무것도 없는 곳인데 마치 모든 것이 존재하는 것처럼 자유로웠다.

 

집을 구하러 가는 길은 친정집에 가는 길의 중간에 있었다. 처음엔 길을 몰라 무심히 가기에 바빴는데, 여러 차례 가다보니 점차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 길을 가는 동안의 내가 아름다워지리라 자명한다. 초록 이파리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미는 때에 나는 그 집을 샀고, 일찍 찾아온 장마로 흠뻑 젖은 세상은 무성한 푸른 잎들의 향연이다.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한 손가락들이 인사를 하려나. 그 속으로 나부끼는 노란 잎들이 얼굴을 내밀려나. 나는 계획에도 없던 풍경의 인사에 가슴이 벅찬다.

 

내가 서점을 연 이 동네는 운치라고는 전혀 없다. 모두는 50년이 된 주택들이고, 어느 집이고는 비어있거나 낡았다. 제대로 고쳐서 사용하는 집이 드물다. 더욱이 기찻길 옆이라 엄마의 태동 소리처럼 온통 휘어잡히는 때가 자주 있다. 그런데도 난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약간은 시야에 가린 오랜 시멘트 기와가 내려앉은, 벽에 금이 가서 지팡이를 쥐어 줘야 하는 이 집에서 해방감을 느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설렘과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간다는 뿌듯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왁자지껄하게 판을 벌이는 게 아니라 아지트처럼 조용히, 혹은 처음부터 동네의 일부분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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