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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심리상담 이야기 - 현실역동상담의 이론과 실제
장성숙.노기현 지음 / 학지사 / 2010년 12월
평점 :
책: 한국인의 심리상담 이야기/장성숙, 노기현 공저
오래 전 이야기다. 오래 전에 써놓은 글들이 한켠을 차지하고 먼지를 먹고 있는지 오래라, 떨궈버릴 겸 열었다.
intro: 동료(H)가 심리치료 스터디를 하는 것을 권했다. 이전에 내가 스터디를 하자고 한 것은 들은 적이 없다고 하며, 하자고 했다. 사실, 권했다기 보다는 혼자서 머릿속에 정하고 말한 것이다. 의논하기보다는 독단적인 치료 스터디가 시작됐다.
교재와 처음 읽어올 부분은 정해졌으나, 언제, 어느 주기, 얼만큼씩 읽어와야 하는지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동료의 머릿속에는 있겠지. 스스로 말해 줄 생각도 물어봐도 물어보는 것에 대해 미비한 부분만을 스치듯이 말할 뿐. 그렇게 스터디를 하기로 한 지 2주 뒤, 첫 스터디(모임)을 가졌다.
오전 10시 반. 카페에서 따뜻한 우유 한잔을 주문하고, 스터디실로 가서 앉았다.
매주 수요일, 1시간.
오늘은 시간이 안 맞아 오전에 했으나, 평소에는 점심시간에 하기로 했다.
진행은 돌아가면서 맡기로 했다.
우선 책을 55쪽 까지 읽어오기로 했는데, 처음 읽어본 인상은 어땠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나: 논문을 읽는 것 같았어요.
h: 논문이요? 왜 그렇게 생각했나요.
나: 논문은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서 기존의 이론에 대해 쓰고, 그것보다 자신의 이론이 더 좋다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정신분석, 인지, 행동, 인간중심 치료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엔 한국의 정신역동치료의 필요성,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위해 기존의 심리치료 이론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네요. 기존의 조심스럽고, 사실적으로 다루는 이론서와는 확연히 달랐어요.
h: 저는 이 책을 석사를 할 때(5년 전쯤) 처음 접했어요. 그때는 정말 참신하고 획기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상담을 하시는 선생님과 여러 번 이 책을 가지고 논하기도 했었지요. “그래. 치료를 하려면 이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다시 이 책을 접한 건 3년 전 수련을 받으면서였어요. 개인치료 시간에 고부간의 갈등을 주요한 문제로 가지고 온 환자로 인해서였어요. 저는 미혼이었고, 그러한 상황에 대해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이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어느 정도는 적절하게 적용됐다고 생각해요. 치료가 지속되지는 못했지만요. 그런데 이번에 치료스터디를 하기 위해서 다시 집어드니, 거리를 두게 되고, 제가 이전에 느꼈던 매력이 좋지 않은 부분으로 다가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기존의 서양 중심의 심리치료의 한계점이 분명히 있기에 한국의 심리치료에 대해서 익혀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와 같은 첫인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H는 이미 기존에 여러번 이 책을 읽었고, 읽은 책을 1년간 하게 될 치료 스터디의 책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나는 짧게 읽으며, 1년간 매주 심도있게 다룰만한 책으로 선정하기에는 편향되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이 책을 55쪽까지밖에 읽지 않았고, 이러한 나의 생각 또한 편향되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한국인의 현실역동 상담에 대한 책을 모두 읽고 나서 이러한 나의 생각을 다시 바라보기로 했다.
첫 시간 진행을 맡기로 했던 H는 사례를 소리내어 읽어보겠다고 했다. 첫 모임에서는 사례가 하나이기에 읽는 것에 무리는 없어 보였다. 3장 반 정도의 분량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첫 사례는 “아내의 자리에 집착하는 임신부”였다. 정신역동치료는 1회기, 늦어도 2회기 안에는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설정하고 문제의 발생 계기를 찾아내고 내담자의 발달과정을 살펴보며, 내담자의 역동을 근거로 이해가 되게끔 이야기를 형성하는 것을 마쳐야 한다. 본 사례는 현실역동상담의 도식 중 첫 번째인 문제의 실체 파악에 초점을 두고 있어, 위에서 말한 1회기에 마쳐야 할 것들이 제대로 들어 있지는 않았다. 문제의 실체가 무엇인지 철쭉님(슈퍼바이저 정도의 역할이라고 해야 하나)의 조언을 삼아 파악하고 현재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거기에는 발생 계기, 내담자의 발달과정, 역동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단초들은 찾을 수 없었다. 아직 현실역동상담의 도식 중 첫 번째니까.. 완독하고 나서 나누는 치료 스터디가 아니라 조금씩 읽어가면서 나누는 스터디를 통해 나의 발달도 볼 수 있을 것 같아,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렇듯 나를 다독이고 설득하면서 마주하는 단계에서 다음은 어디까지 읽어오고 이야기를 나눌지 정하고 한 시간의 치료 스터디를 마무리했다.
매주 50쪽씩 읽어오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였다. 갈수록 책의 진행자는 없어지고 책에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현실역동상담, 일침, 철쭉.
매도하고 매도하다가 끝이 나는 이야기.
임성한의 막장드라마를 상담에서 만나는 듯한.
책의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시점에 이르자 끝까지 마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의미없는 움직임이었다. 이런 치료는 하면 안되고, 이 책을 통해 무언가 깨달음을 얻는다면 단연 “이런 치료는 없다”이다.
내 예견과 불안은 생각보다 더 큰 현실로 다가왔고, H의 세계가 꺼름칙하고 그가 만나는 환자들에게 동정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