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 - 어른을 위한 그림책 에세이
이현아 외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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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

이현아 외

4

카시오페아

 

이 책은 그림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림책 소개 권수가 많지 않아도 등장하는 그림책들은 빠짐없이 찾아서 보고 싶게 만든다.

 

 

편견은 부정적인 동시에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난 학교 선생을 싫어한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를 싫어한다. 이 책은 초등학교 교사들이 쓴 책이다. 참 열심히 산다. 그만큼 시간이 있나?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무튼 글을 아주 잘 쓴다. 엄청난 파워 E’ 가 아니고서야 이 많은 일을 해내고 있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 무직자들도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건 자신의 직업 전선에서는 어찌 보내고 있는지 다분히 의심하게 되는. (하고 싶은 말을 쓰고, 올리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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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건. 그림책을 펼치면 첫 페이지에 나무가 보이고 거기에 매미가 매달려 있다. 매미는 기다란 촉수를 나무 기둥에 꽂고서 다리에 힘을 주고 있는데, 날개 사이로 매앰, 매앰우렁찬 소리가 들리는 듯 활기찬 기운이 느껴진다. 종이를 한 장 더 넘겨 그림책의 첫 장면을 펼치면, 매미가 생기를 잃어버린 채 바싹 마른 모습으로 땅바닥에 떨어져 있다. 바람이 불면 금방 날아갈 것처럼 속이 텅 빈 채 쪼그라든 모습이다. 살아 있다는 건 무엇일까?

 

높고 단단한 벽과 그 벽에 부딪혀 깨지는 달걀이 있다면, 저는 언제나 달걀 편에 설 것입니다. 다수에 속할 때 우리는 나 자신이 높고 단단한 벽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깨지기 쉬운 껍질 속에 담긴, 고유하고 대체될 수 없는 영혼이다. 나도, 너도 모두 달걀과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최소한 누군가에게 배척당할까봐 두려워 다른 누군가를 비웃거나 짓밟는 일은 없지 않을까?

 

내 삶의 공간으로 찾아오는 이들을 커다란 품으로 환대하면서 찰나의 우연을 귀한 인연으로 여기며 살고 싶다.

 

쉽게 획득되고 쉽게 망각되었다.

 

살구나무가 올해 해거리를 하나 보네. 나무는 버릴 줄도 알고 쉴 줄도 알잖아. 너도 너무 아등바등 살지 말거라. 버릴 건 버리고 쉴 땐 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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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한강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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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소식을 듣기 두어 달 전 책이 내 손에 들어왔다. 아마, 한강 작가(노벨문학상 수상)의 소식이 없었다면, 이건 그냥 내 손에 있지만 내 머릿속에는 없는 책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부커상 후보에 올랐을 당시 한국 독자들의 채식주의자에 대한 평은 부정적인 편이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뒤에는 조금 조심스러워졌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무언가를 누르고 있는 듯한 목소리와 어디를 보고 있는지 모를 눈빛의 의미를 알 것 같기도 했다.

 

이 글은 채식에 대한 극단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조현병 환자로 인해 모든 가족들이 죽어가는 전염성 있는, 결국엔 나무가 된다고 믿는 영혜만 남고 모든 것이 사라지는 이야기다. 누군가의 젖가슴이 나오고, 누군가와 삽입하여 성관계를 맺고, 여동생과 성관계를 맺는 남편이 등장하는 소위 삼류라고 하는 소재는 모두 들어 있는데 몽롱한. 휙 읽을 수 있지만 자꾸 한강이 겹쳐 보여 답답하고 억누르는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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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내담자, 네 명의 상담자 - 다른 접근의 상담 사례 연구
김정규 외 지음 / 학지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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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내담자, 네 명의 상담자

 


몇년 전 이야기다. 오래 전에 써놓은 글들이 한켠을 차지하고 먼지를 먹고 있는지 오래라, 떨궈버릴 겸 열었다. 


책 선정이 왜 이렇게 후진지.

 

매주 30쪽씩 읽어오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였다.

 

보통 오후 1시에 시작하면 40분은 그동안 못한 이야기를 하다가 20분 정도 본론으로 들어갔는데, 이 책은 중반까지는 내용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 책도 후반부에 갈수록 그동안 못나눈 이야기를 하는데 많은 시간을 주어야 했다.

 

한명의 내담자가 정해진 시간에 4명의 상담자와 단회기 상담을 한다. 심지어 같은 기간에 서로 다른 상담자를 만나기도 한다. 내담자의 보통 인지기능 가지고는 될 일이 아니다. 정말 상담을 받고는 있는건지 알 수가 없다. 게스탈트 상담자는 이전 자신의 연구논문을 발췌한 것 같은 복사본 같다는 생각도 지울 수가 없다.

 

치료스터디가 아니었다면 읽히지 않았을 책이 읽혀 졌다는데 의미가 있다.

 

전공도서 같은 느낌에 압도되고 겁을 내서 그렇지, 들어가서 읽어보면 별거 아니다. 생각보다 경험이 풍부하고,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사람이다. 발을 들여놓고 보면 수용하고 보다 풍부해질 수 있는데, 안하고 있어서 겁만 먹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금만 더 생산적인 취미를 가져보자는 교훈을 얻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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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심리상담 이야기 - 현실역동상담의 이론과 실제
장성숙.노기현 지음 / 학지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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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심리상담 이야기/장성숙, 노기현 공저


오래 전 이야기다. 오래 전에 써놓은 글들이 한켠을 차지하고 먼지를 먹고 있는지 오래라, 떨궈버릴 겸 열었다. 

 

intro: 동료(H)가 심리치료 스터디를 하는 것을 권했다. 이전에 내가 스터디를 하자고 한 것은 들은 적이 없다고 하며, 하자고 했다. 사실, 권했다기 보다는 혼자서 머릿속에 정하고 말한 것이다. 의논하기보다는 독단적인 치료 스터디가 시작됐다.

 

교재와 처음 읽어올 부분은 정해졌으나, 언제, 어느 주기, 얼만큼씩 읽어와야 하는지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동료의 머릿속에는 있겠지. 스스로 말해 줄 생각도 물어봐도 물어보는 것에 대해 미비한 부분만을 스치듯이 말할 뿐. 그렇게 스터디를 하기로 한 지 2주 뒤, 첫 스터디(모임)을 가졌다.

 

오전 10시 반. 카페에서 따뜻한 우유 한잔을 주문하고, 스터디실로 가서 앉았다.

 

매주 수요일, 1시간.

오늘은 시간이 안 맞아 오전에 했으나, 평소에는 점심시간에 하기로 했다.

진행은 돌아가면서 맡기로 했다.

 

우선 책을 55쪽 까지 읽어오기로 했는데, 처음 읽어본 인상은 어땠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 논문을 읽는 것 같았어요.

h: 논문이요? 왜 그렇게 생각했나요.

: 논문은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서 기존의 이론에 대해 쓰고, 그것보다 자신의 이론이 더 좋다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정신분석, 인지, 행동, 인간중심 치료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엔 한국의 정신역동치료의 필요성,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위해 기존의 심리치료 이론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네요. 기존의 조심스럽고, 사실적으로 다루는 이론서와는 확연히 달랐어요.

h: 저는 이 책을 석사를 할 때(5년 전쯤) 처음 접했어요. 그때는 정말 참신하고 획기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상담을 하시는 선생님과 여러 번 이 책을 가지고 논하기도 했었지요. “그래. 치료를 하려면 이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다시 이 책을 접한 건 3년 전 수련을 받으면서였어요. 개인치료 시간에 고부간의 갈등을 주요한 문제로 가지고 온 환자로 인해서였어요. 저는 미혼이었고, 그러한 상황에 대해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이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어느 정도는 적절하게 적용됐다고 생각해요. 치료가 지속되지는 못했지만요. 그런데 이번에 치료스터디를 하기 위해서 다시 집어드니, 거리를 두게 되고, 제가 이전에 느꼈던 매력이 좋지 않은 부분으로 다가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기존의 서양 중심의 심리치료의 한계점이 분명히 있기에 한국의 심리치료에 대해서 익혀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와 같은 첫인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H는 이미 기존에 여러번 이 책을 읽었고, 읽은 책을 1년간 하게 될 치료 스터디의 책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나는 짧게 읽으며, 1년간 매주 심도있게 다룰만한 책으로 선정하기에는 편향되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이 책을 55쪽까지밖에 읽지 않았고, 이러한 나의 생각 또한 편향되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한국인의 현실역동 상담에 대한 책을 모두 읽고 나서 이러한 나의 생각을 다시 바라보기로 했다.

 

첫 시간 진행을 맡기로 했던 H는 사례를 소리내어 읽어보겠다고 했다. 첫 모임에서는 사례가 하나이기에 읽는 것에 무리는 없어 보였다. 3장 반 정도의 분량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첫 사례는 아내의 자리에 집착하는 임신부였다. 정신역동치료는 1회기, 늦어도 2회기 안에는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설정하고 문제의 발생 계기를 찾아내고 내담자의 발달과정을 살펴보며, 내담자의 역동을 근거로 이해가 되게끔 이야기를 형성하는 것을 마쳐야 한다. 본 사례는 현실역동상담의 도식 중 첫 번째인 문제의 실체 파악에 초점을 두고 있어, 위에서 말한 1회기에 마쳐야 할 것들이 제대로 들어 있지는 않았다. 문제의 실체가 무엇인지 철쭉님(슈퍼바이저 정도의 역할이라고 해야 하나)의 조언을 삼아 파악하고 현재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거기에는 발생 계기, 내담자의 발달과정, 역동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단초들은 찾을 수 없었다. 아직 현실역동상담의 도식 중 첫 번째니까.. 완독하고 나서 나누는 치료 스터디가 아니라 조금씩 읽어가면서 나누는 스터디를 통해 나의 발달도 볼 수 있을 것 같아,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렇듯 나를 다독이고 설득하면서 마주하는 단계에서 다음은 어디까지 읽어오고 이야기를 나눌지 정하고 한 시간의 치료 스터디를 마무리했다.

 

매주 50쪽씩 읽어오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였다. 갈수록 책의 진행자는 없어지고 책에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현실역동상담, 일침, 철쭉.

매도하고 매도하다가 끝이 나는 이야기.

임성한의 막장드라마를 상담에서 만나는 듯한.

 

책의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시점에 이르자 끝까지 마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의미없는 움직임이었다. 이런 치료는 하면 안되고, 이 책을 통해 무언가 깨달음을 얻는다면 단연 이런 치료는 없다이다.

 

내 예견과 불안은 생각보다 더 큰 현실로 다가왔고, H의 세계가 꺼름칙하고 그가 만나는 환자들에게 동정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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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

 

머리가 아프다. 하는 일을 방해한다.

이참에 쉬어볼까. 오늘도 쉬어볼까.

굴하지 말고 대항할까.

그러다 이내 쓰러지듯 눈을 부릅뜬다.

어깨를 쥐어뜯어 보지만 한번 아픈 머리는 쉬이 낫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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