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438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지음

 

오래 전 알라딘에서 책을 구매할 때 포인트로 함께 온 달력에 있던 한강의 시. 그 시를 읽으며 나는 무엇이 그리 내려앉았는지, 삶의 현실을 글자로 맞이했는지, 한동안 책상에 멍하니 앉아 시를 보고 또 보았다. 그러다 소리내어 읽었고, 눈앞에 걸어두고서도 현실을 믿지 못하는 것마냥 한동안 있었다.

 

그 시가 바로 이 시집 첫 머리에 있다.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 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 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 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눈물상자를 비롯한 한강의 글들을 찾아보고 있다. 순수함이 세상을 만나 슬픔이 되어도 좋으리.

 

[회복기의 노래

 

이제

살아가는 일은 무엇일까

 

물으며 누워 있을 때

얼굴에

햇빛이 내렸다

 

빛이 지나갈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

가만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지음, 황문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황문수 옮김

The April Bookclub

20254

 

.... 이타적인 사랑. 그게 사랑의 최고봉이라는 이야기. 나 자산도 사랑하지 못하는데 이런 개소리 집어치워야 한다. 내가 가진건 하나도 없게, 누군가와 함께 나누려는 시도를 계속 해야 세상이라는 것. 이런 저런 생각이 비집고 들어오기 전에 just do it

 

--------------------------------------------------

 

어린이의 사랑과 어른의 사랑: 다른 사람들을 오직 자신의 욕구 충족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태도를 극복한다. 다른 사람들의 욕구도 자기 자신의 욕구만큼 중요해진다. 사실상 다른 사람들이 더 중요해진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만족스러워지고 즐거워진다. 사랑하는 것이 사랑받는 것보다 훨씬 중요해진다. 사랑함으로써 그는 자아도취와 자기 본위 상태에 의해 이루어진 고독과 고립이라는 감방에서 벗어난다. 그는 새로운 합일감, 참여감, 일체감을 느낀다. 더 나아가 아이는 사랑스러운 상태 혹은 착한 아이가 됨으로써 부모에게 받아들여 지고 의존적이 되는 것-바로 이 때문에 아이는 작고 무력하며 병들게 된다-보다는 스스로 사랑함으로써 사랑을 만들어내는 잠재력을 느낀다.

어린아이의 사랑은 나는 사랑받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원칙에 따르고, 성숙한 사랑은 나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받는다는 원칙에 따른다. 성숙하지 못한 사랑은 그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이지만 성숙한 사랑은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형제애는 동등한 자들 사이의 사랑이고 모성애는 무력한 자에 대한 사랑이다.

 

이기적인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고 모든 것을 자기 자신을 위해 원하며, 주는 데서는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받는 데서만 기쁨을 느낀다. 그는 거기서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만 외부 세계를 본다. 그는 다른 사람의 욕구에는 흥미가 없고 다른 사람의 존엄성과 통합성을 존중하지 않는다. 그는 오직 자기 자신만을 생각한다.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한 유용성을 기준으로 모든 사람과 사물을 판단한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랑할 줄 모른다. 이것은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은 불가피하게 양자택일적임을 증명하지 않는가?

-연애, 결혼, 출산으로 생각이 이어졌다. 하고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지만, 함으로 인해 내가 원래 이기적인 사람이었음을 굳히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이타적이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변모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연애, 결혼, 출산의 길이다. 내가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굳히는 인물들은 결코 다음으로 나아가려는 생각이 없고,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고수하려고 하고 자신의 것만을 지키려는 자이다.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 자체가 성장시킨다. 필요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닌, 사랑하기 때문에 필요한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어머니는 어린 아이가 울면 곧 잠이 깬다. 다른 소리였다면 훨씬 요란하더라도 어머니를 깨우지 못했을 경우에도 이러한 모든 일은 어머니가 어린아이의 생명의 표현에 민감함을 보여준다.

어머니는 불안하거나 근심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가 보내는 의미있는 커뮤니케이션은 무엇이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빈틈없는 균형 상태에 있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보내는 시간들이 이어지던 어느 밤, 아이에게 안 좋은 일들이 닥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며 잠을 설친 날이 있었다. 당시에는 내가 어미로서 가지는 걱정이라고 여겼고, 몇 년이 흐른 뒤에는 일어나지 않은 것에 대한 불안도가 올라갔던, 나의 심신이 지쳐있던 시기라고 여겼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는 위안을 얻었다. 안심했다. 불안하거나 근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에게 사랑을 주고자 했던 엄마의 마음이 들어가 있었다는 것에. 문득 잠에서 깨어 불안한 생각들이 엄습해 와도 나의 마음은 더이상 불안하지 않을 것이다. 확고하게 사랑하는 존재들이 내 옆에 있으니까.

 

교육은 아동이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하도록 도와준다.

권력에는 합리적 신앙이 없다. 권력에 대한 굴복, 또는 권력을 가진 자가 권력을 유지하려는 소망이 있을 뿐이다.

 

그는 지금 내가 어떤 책을 읽고 있고, 어떤 계기로 하필 그 책을 읽게 되었으며, 읽으면서 무엇이 와 닿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물었다. 내가 별 내용이 없다거나 지루하다고 말하면 왜 그런 사소한 것으로 시간을 낭비하는지 알고 싶어했다. 나 자신에게 실제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정말로 마음에 와 닿으며,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지에도 관심을 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지음 / 마음산책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지음

The April Bookclub

20252

 

동네 서점을 지나다가 알게 된 저자인데, 무엇 하나 허투루 보는 게 없겠다. 허투루 보는게 주특기인 내가 허투루 보는 걸 극협하는 내게 쉽게 의미를 찾고 이해했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새기는 사람이 있다. 글을 썼구나 하고 느끼게 했다. 이 책을 통해 무언가를 많이 하는 것이 아닌, 책 한 자 한 자 천천히 음미하면서 내 삶에 체화시키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타산지석. 누군가의 허물도 나에게는 교훈이 될 수 있다. 지나가는 소리 하나에도 내가 더 많은 것을 느끼면 된다.

나의 삶에 실제로 무엇이 중요한지 갈수록 모르겠다. 목표가 없어지는 이 느낌이 잘못된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불혹의 나이에 맛볼 수 있는 경지인 것 도 같아서 지금은 지켜보고 있다. 내 삶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조금은 여유롭게. 조금은 진지하게. 그러면서 나는 오늘도 글과 함께 나아가고 있다.

 

 

[바닥없는 벼랑을 바라보는 막막함. 그러나 모든 파국의 출발은 본래 고요하지 않던가. 진실은 스스로 자신을 증명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 이제 진실이 무엇인지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지실 자체가 아무런 힘이 없다는 사실이다. 진실로도 설득할 수 없는 것을 무슨 수로 설득할 수 있단 말인가. 타인들과 더불어 사는 인간의 삶에서 이것보다 더 절망적인 결론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네가 누구건, 무엇이 진실이건, 그것은 우리에게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네가 유죄라는 것이다인간은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기소되곤 한다는 것.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그 재판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이것은 시작되는 순간 반드시 질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재판이라는 것.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이야기의 기본 요소를 인물, 사건, 배경이라고들 한다.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특정한 성격이 특정한 상황에 던져졌을 때 어떤 특정한 선택을 하는지를 지켜보는 작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실
조앤 디디온 지음, 홍한별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실

조앤 디디온 지음

홍한별 옮김

The April Bookclub

202412

 

좋은 역자의 힘으로도 끌어 올릴 수 없는 명작이 있다. 방송인 타일러가 극찬한 뒤로 책을 찾아 헤맸지만 품절된 지 꽤 된 이 책은 중고 도서로도 쉬이 만나볼 수 없었다. 그래서 [푸른 밤]을 먼저 읽었다. 느낌있는 책 표지를 얹고 상실이 새로 나왔다. 바로 샀다. 이제야 서평을 올리지만 디자인을 한 사람이 전종균으로 되어 있는데, 그의 다른 작품들도 보고 싶다. 상실과 푸른밤은 열길 물 속 중 한길이다. 무엇이 다른가.

 

홍한별역자는 [푸른 들판을 걷다]를 읽은 이들이라면 알 것이다. 언어를 문학으로 가져온다는 것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 이라는 것을. 그런데도 상실은 식상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이, 아무 흥미가 없었다.

 

[왜 항상 당신이 옳아야 해.

왜 항상 당신이 이겨야 해.

제발 한 번만 그냥 좀 내버려 둬.

 

비애는 그곳에 다다르기 전에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장소였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걸 예상하지만, 상상한 죽음 직후 며칠이나 몇 주가 지난 다음의 삶이 어떡할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그 며칠이나 몇 주도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Vol.1 - 인류의 탄생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1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김명주 옮김, 유발 하라리 원작, 다비드 반데르묄렝 각색 / 김영사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The April Bookclub

20251

 

만화로 나온 사피엔스. 재미없게 읽고 있었다. 분명 재미없었는데 어라? 왜 내 생각을 자꾸만 비틀어 놓는거지? 이게 철학 만화야 환경만화야? 인류의 진화로 인해 대형동물의 멸종되고 급기야 눈부신 혁명은 인간 스스로를 파멸로 나아가게 하는 행동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이렇게 사실적으로 논리적으로 한단 말인가.

그런데 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도 재미있게 본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면서 같이 읽는 것이 맞는가 싶으면서도 재미있어해서 계속 읽어달라 해서 2권도 사달라고 해서 계속 읽고는 있는데, 나의 자아와 충돌하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