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선생님!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37
엘리자베스 발라드 지음, 송언 옮김, 미리엄 로저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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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색다르다. 이야기도, 그림도, 책을 읽고 난 느낌도 참 많이 색다르다.

이야기는 짧은 편이다. 하지만 약간의 편견을 가졌던 톰슨선생님과 불우한 가정환경을 가진 꼬질꼬질한 학생 테디와의 길고 긴 우정을 선명하게 그리고 있다. 사실 선생님이라고 해서 모든 어린이를 똑같이 사랑하는 능력을 다 갖지는 못할 것이다. 누구는 좋고 누구는 덜 좋고 때론 누구를 싫어할 수도 있다. 다만 사회통념상 그것을 드러내놓지는 못하는 것일텐데 [고마워요 선생님]은 이야기의 첫 장부터 톰슨선생님의 약점을 밝힌다. 선생님은 테디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포장이 엉성한 테디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선생님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한없이 눈물을 쏟고 만다. 테디의 순수한 사랑과 존경이 선생님을 변화시켰고, 이후 선생님은 테디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어 그를 지켜본다. 테디에겐 너무나 소중했을 엄마늬 유물을 선물할 만큼 선생님이 왜 좋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선생님이 변했다는 것일 게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변하게 하는 내용의 책들은 많지만 그 반대의 이야기라서 내게 이 책은 색다르다.

그림! 책을 펴면 한 쪽에는 글이, 한 쪽에는 그림이 채워져있다. 내가 그림에 대해서 잘 몰라 단언하긴 어렵지만 유화의 느낌이 나는, 장식이 절제된 단순한 그림들이 아주 인상적이다. 썰렁해보이는 어느 집, 그 다음 장엔 엄마와 아이가 의자 위에서 함께 책을 읽는 모습, 또 다음 장엔 책을 읽던 그 의자가 비었고, 다음엔 아이 혼자 창가에 쓸쓸히 앉아있다. 엄마의 부재를 이렇게 잘 설명하는 그림이 또 있을까. 또 이 책의 백미라고 소개하여 기대했던, 선생님이 울고 있는 모습의 그림은 정말 깊은 울림을 준다.. 나에게 이 책은 글보다 그림이 더 오래 기억될 것이다.

초등 저학년을 위한 동화로 분류된 [고마워요 선생님]은 얇은 책이지만 글과 그림 모두 고학년 어린이가 더 잘 이해할 만하다고 생각된다. 책이 제시하는 독자대상에 너무 연연해할 필요는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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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로 - 서돌 어린이문학 01
필리스 레이놀즈 네일러 지음, 이강 그림, 국지수 옮김 / 서돌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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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개와 어린이의 우정을 그린 책인 줄 알았고, 읽어보니 그렇다. 그런데 내게 있어서 [샤일로]의 매력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가장 기본적인 감정-우정, 사랑, 이해, 도움 같은-이 결핍된 상황이 얼마나 불행한 것인지, 또 그 상황을 돌이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11살 소년 마티가 샤일로를 만난 건 늘 있을 수 있는 우연이었지만 그 둘은 단박에 서로를 좋아하게 된다. 문제는 샤일로가 이웃에 사는 고약한 아저씨네 개라는 것인데, 마티는 어떡게 하든 샤일로를 자기가 갖고 싶다. 사냥꾼인 그 고약한 아저씨가 개를 발로 차고 위협하고 먹이도 안 주는 나쁜 아저씨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진짜 이야기는 여기에서부터다. 우연한 사건으로 아저씨와 마티는 일종의 거래를 한다.-아저씨의 그 행위(?)를 눈감아 줄테니 샤일로를 내게 달라! 아저씨는 눈감아주는 것 뿐 아니라 20시간의 노동을 하고 그 댓가로 샤일로를 가지라고 주문하는데, 아무튼 어떤 조건이든 샤일로를 가질 수만 있다면 마티는 모두 오케이. 그리고 마티는 매일 몇 시간씩 아저씨네 집에 가서 허드렛 일-당연히 힘들고 어려운 일이며 잘 해도 트집을 잡히는-을 하기 시작한다.

오직 샤일로를 갖고 싶은 일념과 아저씨가 가진 어렸을 적 슬픈 기억이 그를 저렇게 거칠고 나쁘게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고된 노동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마티. 그런 마티를 아저씨는 이해할 수 없었고 화를 내기도 했다. 과연 마티와 그 아저씨 사이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아니, 어떤 작은 변화라도 생길 수 있을까.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말도 있지만, 마티의 경우가 정말 그렇다. 샤일로를 가족 몰래 감춰두고 돌볼 때 할 수 없이 거짓말을 했던 것만 빼고. 그런 마티였기 때문에 그 고약한 사낭꾼 아저씨와 독자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내가 다른 사람(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를 포함해)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것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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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이언 포크너 글.그림 / 킨더랜드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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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꼬마소녀 돼지 모습이 낯익다는 생각을 했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지금은 초등 4학년이 된 딸이 다섯살때쯤 사주었던 책 [그래도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와 같은 책이다. 그 책보다 크기는 작게, 속지까지 전부 하드보드지를 사용하면서 제목을 [올리비아]로 바꾼 이 책을 보니 딸이 어렸을 때 함께 보며 즐거워했던 기억과 너무나 사랑스럽기만 했던 딸의 모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물론 지금도 너무나 사랑스러운 딸이다 ^^)

내 기억에 이 책의 저자는 올리비아의 엄마 아니면 아빠다. 자기 아이들이 예쁘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냐만, 올리비아의 작은 몸짓 하나까지도 사랑을 듬뿍 담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부모의 기쁨이 [올리비아]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올리비아가 노래부르고 공차고 뛰고 구르는 몸짓과, 그러다가 지쳐 쓰러지는(!) 몸짓과, 동생에게 화를 내는 몸짓과, 옷이란 옷은 다 입어보며 폼을 재보는 몸짓과, 그림 속 인물처럼 흉내내는 몸짓이 내 아이의 그것과 너무도 똑같아서 절로 웃음이 난다. 사실 네다섯살쯤 된 아이들은 하루종일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인다. 그야말로 에너지덩어리의 결정판을 보는 것 같다. 그 뒤치닥거리를 해야하는 부모(주로 엄마)는 때로 지치고 화가 날 만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올리비아의 엄마가 하는 말 "그래도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 이 한마디로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시간은 언제나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예전의 [그래도 엄마는 너를~] 책은 오래 전에 조카에게 물려줬기 때문에 지금은 갖고 있지 않은데, 이제 3살인 아들에겐 [올리비아]라는 따끈따끈한 신판으로 보여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책을 볼 때마다 딸과의 추억은 추억대로, 아들과는 또다른 즐거운 기억을 만들어 갈 수 있으니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 [올리비아]는 예전의 책보다 크기가 작아져서 유아들이 직접 들고 보기가 좋은 반면, 책 두께가 훨씬 두꺼워졌고 책 안의 글과 그림이 책 크기에 맞게 축소된 모습이어서 상대적으로 작고 빽빽한 느낌. 어느 쪽이 더 좋은지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내 경우에는 책을 볼 아이가 험한(?) 아들이기 때문에 지금의 판형이 더 적당하다. 혹시 얌전한 아들이거나 딸을 둔 부모라면 오프라인 서점에서 직접 두가지 책을 비교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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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프리카에 사는 기린이라고 합니다
이와사 메구미 지음, 다카바타케 준 그림, 푸른길 편집부 옮김 / 푸른길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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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참 재미있네요. 아주 재미있어요. 이제서야 [나는 아프리카에 사는 기린이라고 합니다]를 읽은 저로서는 이렇게 좋은 책을 모르고 있었네 생각될 정도랍니다.

아프리카에 사는 기린은 너무 심심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해가 저무는 모습을 바라보며 불현듯 지평선 너머엔 누가 살고 있을까 궁금해졌고 편지를 써보기로 마음 먹었어요. 편지는 아주 간단합니다-나는 기린인데, 당신은 누구인가요?

역시나 심심해서 우편배달부를 해봐야지 생각했던 펠리컨이 기린의 편지를 무사히 배달해준 덕분에 그 때부터 아프리카에 사는 기린과 고래곶에 사는 펭귄의 편지가 오고갑니다. 역시 편지는 아주 간단합니다-나는 이렇게 생겼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겼나요?

마치 눈 먼 사람들이 코끼리를 만져보고 자기가 만져서 느낀 코끼리의 모습만이 옳다고 우긴 것처럼, 기린은 펭귄의 답장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펭귄의 모습을 상상합니다. 그래도 기린은 자기가 상상한 모습이 옳다고 우길 필요는 없었지요. 펠리컨과 함께 펭귄이 어떻게 생겼을까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거든요. 그러는 동안 기린도 펠리컨도 전혀 심심하지 않았어요. 심심하기는 커녕 가슴 설레고 행복한 날들이었지요. 

짠~ 결국 기린과 펠리컨은 자기들이 상상한 펭귄의 모습을 완성해 낸답니다. 그리고 기린은 상상의 펭귄 모습으로 분장하고 펠리컨과 함께 진짜 펭귄을 만나러 떠나지요. 과연 기린은 펭귄의 모습을 어떻게 상상했을까요? 펭귄은 기린을 보고 뭐라고 했을까요? 여러분도 상상해보세요 ^^

기린이 어떻게 생겼는지, 펭귄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미 알고 있는 독자로서는 그들의 상상력에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고, 그 상상 속의 펭귄은 충분히 그런 모습일 수 있다는 데에서 더 크게 웃음짓게 된답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 책의 마지막 편지, 고래가 쓴 편지를 읽었을 때야말로 제일 크게 웃게 되요. 그 다음부턴 또 어떤 편지들이 오고갈지, 이 책의 속편을 안 읽고는 못 견딜 것 같지요.

한 마디 더, [나는 아프리카에 사는~]은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느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동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 누군가와 말하고 듣고 읽고 쓰면서 이야기를 나누고는 있지만,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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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 씨와 파란 기적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37
파울 마어 지음, 유혜자 옮김, 우테 크라우제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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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이든 조연이든 동물이 등장하는 동화는 참 많고, 동물을 의인화하여 그들의 세상을 엿보거나 사람과 함께 사는 동물의 입장에서 우리의 세상을 엿보게 하는 책 역시 많다. 동물은 주로 개나 고양이다. 그런데 [벨로 씨와 파란 기적]에서 조연으로 등장하는 개 벨로는 의인화되거나 자기 입장을 밝히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 왜?! 벨로 자신이 직접 사람으로 변하는 기적의 주인공이니 어렵사리 의인화하거나 입장을 밝힐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이 책의 하이라이트를 밝혀버렸으니 좀 김이 빠지지만, 변신의 기적이 전부는 아니라는데 의의를 둘 것. 

책 표지그림은 개가 양복자켓같은 것을 입고 테이블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는 모습이다. 그런데 도입부에선 음료수를 마시는 개는 커녕 아들 막스와 아빠 슈테른하임, 아빠 친구 에드가 씨 이야기만 풀어놓고, 실제 개가 등장하는 것은 한참 후다. 하지만 등장인물들 모두 독특하고 조금씩은 엉뚱한 면을 가진 캐릭터로 그려지고, 각자의 사연과 그 사연들이 얽히면서 개가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줄거리는 생략하고, 어찌어찌하여 개 벨로는 사람으로 변해 벨로 씨로 살게 되는데, 그 기막힌 기적 때문에 벌어지는 사건 사고가 얼마나 재미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고아원으로 보내질지도 모를 막스, 이웃에 이사오는 아줌마에게 마음을 뺏겨버린 아빠와 벨로 씨, 농장에서 키우던 닭을 데리고 다니게 된 에드가 씨.. 어떤 일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넘겨보시라. 결말부에서 또다른 기적이 일어난다는 힌트 정도는 드려도 될 테고.

읽다보니 눈에 띄는 한 가지. 각 場이 등장인물 중 누구의 입장에서 씌여지는지를 장 제목이 말해주고 있고, 장이 바뀌면 바뀐 입장에 따라 상황이 다시 씌여있다. 책을 읽는 잔재미 요소로 훌륭하다.

마지막으로, '상상력 발휘도 재료가 있어야 가능하다'라고 쓴 옮긴이의 말 중에서 작가 마어가 막연하게 상상하라고 주문하거나 반대로 상상의 결과를 확 펼쳐버리지 않는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몇 가지 재료를 던져주면서 살짝살짝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인 [벨로씨와 파란 기적]이 바로 그렇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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