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 씨와 파란 기적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37
파울 마어 지음, 유혜자 옮김, 우테 크라우제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주연이든 조연이든 동물이 등장하는 동화는 참 많고, 동물을 의인화하여 그들의 세상을 엿보거나 사람과 함께 사는 동물의 입장에서 우리의 세상을 엿보게 하는 책 역시 많다. 동물은 주로 개나 고양이다. 그런데 [벨로 씨와 파란 기적]에서 조연으로 등장하는 개 벨로는 의인화되거나 자기 입장을 밝히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 왜?! 벨로 자신이 직접 사람으로 변하는 기적의 주인공이니 어렵사리 의인화하거나 입장을 밝힐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이 책의 하이라이트를 밝혀버렸으니 좀 김이 빠지지만, 변신의 기적이 전부는 아니라는데 의의를 둘 것. 

책 표지그림은 개가 양복자켓같은 것을 입고 테이블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는 모습이다. 그런데 도입부에선 음료수를 마시는 개는 커녕 아들 막스와 아빠 슈테른하임, 아빠 친구 에드가 씨 이야기만 풀어놓고, 실제 개가 등장하는 것은 한참 후다. 하지만 등장인물들 모두 독특하고 조금씩은 엉뚱한 면을 가진 캐릭터로 그려지고, 각자의 사연과 그 사연들이 얽히면서 개가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줄거리는 생략하고, 어찌어찌하여 개 벨로는 사람으로 변해 벨로 씨로 살게 되는데, 그 기막힌 기적 때문에 벌어지는 사건 사고가 얼마나 재미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고아원으로 보내질지도 모를 막스, 이웃에 이사오는 아줌마에게 마음을 뺏겨버린 아빠와 벨로 씨, 농장에서 키우던 닭을 데리고 다니게 된 에드가 씨.. 어떤 일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넘겨보시라. 결말부에서 또다른 기적이 일어난다는 힌트 정도는 드려도 될 테고.

읽다보니 눈에 띄는 한 가지. 각 場이 등장인물 중 누구의 입장에서 씌여지는지를 장 제목이 말해주고 있고, 장이 바뀌면 바뀐 입장에 따라 상황이 다시 씌여있다. 책을 읽는 잔재미 요소로 훌륭하다.

마지막으로, '상상력 발휘도 재료가 있어야 가능하다'라고 쓴 옮긴이의 말 중에서 작가 마어가 막연하게 상상하라고 주문하거나 반대로 상상의 결과를 확 펼쳐버리지 않는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몇 가지 재료를 던져주면서 살짝살짝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인 [벨로씨와 파란 기적]이 바로 그렇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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