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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프리카에 사는 기린이라고 합니다
이와사 메구미 지음, 다카바타케 준 그림, 푸른길 편집부 옮김 / 푸른길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하하하. 참 재미있네요. 아주 재미있어요. 이제서야 [나는 아프리카에 사는 기린이라고 합니다]를 읽은 저로서는 이렇게 좋은 책을 모르고 있었네 생각될 정도랍니다.
아프리카에 사는 기린은 너무 심심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해가 저무는 모습을 바라보며 불현듯 지평선 너머엔 누가 살고 있을까 궁금해졌고 편지를 써보기로 마음 먹었어요. 편지는 아주 간단합니다-나는 기린인데, 당신은 누구인가요?
역시나 심심해서 우편배달부를 해봐야지 생각했던 펠리컨이 기린의 편지를 무사히 배달해준 덕분에 그 때부터 아프리카에 사는 기린과 고래곶에 사는 펭귄의 편지가 오고갑니다. 역시 편지는 아주 간단합니다-나는 이렇게 생겼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겼나요?
마치 눈 먼 사람들이 코끼리를 만져보고 자기가 만져서 느낀 코끼리의 모습만이 옳다고 우긴 것처럼, 기린은 펭귄의 답장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펭귄의 모습을 상상합니다. 그래도 기린은 자기가 상상한 모습이 옳다고 우길 필요는 없었지요. 펠리컨과 함께 펭귄이 어떻게 생겼을까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거든요. 그러는 동안 기린도 펠리컨도 전혀 심심하지 않았어요. 심심하기는 커녕 가슴 설레고 행복한 날들이었지요.
짠~ 결국 기린과 펠리컨은 자기들이 상상한 펭귄의 모습을 완성해 낸답니다. 그리고 기린은 상상의 펭귄 모습으로 분장하고 펠리컨과 함께 진짜 펭귄을 만나러 떠나지요. 과연 기린은 펭귄의 모습을 어떻게 상상했을까요? 펭귄은 기린을 보고 뭐라고 했을까요? 여러분도 상상해보세요 ^^
기린이 어떻게 생겼는지, 펭귄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미 알고 있는 독자로서는 그들의 상상력에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고, 그 상상 속의 펭귄은 충분히 그런 모습일 수 있다는 데에서 더 크게 웃음짓게 된답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 책의 마지막 편지, 고래가 쓴 편지를 읽었을 때야말로 제일 크게 웃게 되요. 그 다음부턴 또 어떤 편지들이 오고갈지, 이 책의 속편을 안 읽고는 못 견딜 것 같지요.
한 마디 더, [나는 아프리카에 사는~]은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느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동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 누군가와 말하고 듣고 읽고 쓰면서 이야기를 나누고는 있지만,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