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도 이야기를 좋아해 이야기 보물창고 7
사라 스완 밀러 지음, 최지현 옮김, 트루 켈리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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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야기여도 약간의 트릭을 더하면 완전히 새롭고 신선한 이야기가 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책, [개들도 이야기를 좋아해]. 아주 무난한, 그래서 심심한 이야기가 되었을 지 모르는 강아지 이야기를 한 아이가 강아지에게 이야기해주는 형식으로 바꿔쓴다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문 밖에서 들리는 수상한 소리에 멍멍 짖는 것만으로 도둑을 쫒아낸 강아지 이야기, 그에겐 너무나 소중한 뼈다귀를 땅에 묻었다가 어디인지 몰라 100개도 넘는 구덩이를 팠다가 과자 한조각에 이내 행복해지는 강아지 이야기, 큰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 들개가 되기로 결심했지만 결국엔 아늑한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오는 강아지 이야기. 이 세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이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 어린이독자의 마음을 뺐기에 충분하다. 또 매번 하나의 임무(?)를 끝내면 너무 피곤해서 쿨쿨 잠이 드는 강아지의 모습이 어린 아이들의 그것과 비슷해서 저절로 웃음이 난다. 특히 뼈다귀 나무! 하하하. 그 멋진 무지개빛 뼈다귀나무 그림은 가히 이 책의 백미다. 

보물창고가 유아동그림책에 강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망설임없이 단언하는 마침표-아니 느낌표!-를 찍게 만드는 책이다. [개들도 이야기를 좋아해]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아이 모두가 환호할 만한 재미난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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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담은 지도 지식 보물창고 3
잭 놀튼 지음, 해리엇 바턴 그림,임문성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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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학생이 있는 집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벽보 중 하나가 아마도 세계지도와 우리나라지도일 것이다. 아이의 연령에 맞추어 그림요소를 많이 들어있는 약화한 지도일 수도 있고, 국경선을 비롯해 위도와 경도, 나라 이름과 수도는 물론 주요도시의 이름까지 빽빽히 적혀있는 정교한 지도(또는 지구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지도로 벽 전체를 도배한다고 해도,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지도를 제대로 보고 읽어낼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면에서 [지구를 담은 지도]는 지도와 친구할 수 있는 친절하고 재미있는 지식책이다. '초등학생을 위한 첫 지리교과서'라는 다소 진부한, 그래서 흥미를 떨어뜨릴지도 모르는 이 안타까운 부제가 정말 딱 맞다. 어린 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짧고 간단한 설명과 부드러운 느낌의 그림을 담았고, 지도를 보고 읽는 데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정보를 담았기 때문에 별 다섯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지식책. '첫' 지리교과서가 아니던가. 시작이 중요하다. 어디에서 시작하느냐가 앞으로의 향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첫' 지리교과서는 매우 훌륭한 시작점으로 보인다.

아주 먼 옛날 그저 흙 위에 엉성하게 그렸던 원시인의 지도에서부터 지구가 평평하다는 생각을 여실히 보여주는 기형적인 고대의 세계지도, 그 후 콜럼버스와 마젤란의 항해가 둥근 지구를 증명해보였다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지도의 갈대 등을 엮고 조개 껍데기를 붙여 해도를 만들었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 

실제로는 남아메리카보다 크기가 작은 그린란드가 세계지도 위에는 왜 더 크게 그려지는지를 어린 학생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축적의 개념을, 또 지도상의 어느 두 지점의 거리가 실제로는 얼마나 되는지 축적을 이용해 정확하고도 쉽게 어린 학생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지구본을 이용해 최단거리의 비행경로는? 해답은 [지구를 담은 지도]에서 찾아보시라.

외국책의 번역본이라서 본문에서 예로 드는 지도가 남북아메리카와 미국인데, 부록에 담은 우리나라 지도 이야기가 그것을 보완하고 있긴 하지만, 역시나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설명했다면 더 사실적이고 친근하게 여겨졌을 텐데, 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또 앞서 얘기한 것처럼 자칫 훌륭한 본문내용을 들춰보기도 전에 눈길을 돌리게 만들지 모르는 겉표지의 촌스러움이.. 가장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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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 하구이야기
윤성규 외 지음, 윤봉선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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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워낙 좋아하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나로서도 처음 만나는 '하구'를 소재로 한 책이어서 반가웠다. 이 책이 아이세움 자연학교 시리즈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지만 앞서 읽었던 시리즈의 두 권이 매우 만족스러웠고, 우리나라 슾지의 중요성을 열변했던 지인의 웅변이 새삼 떠올랐기 때문에 기대하는 마음도 컸던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 하구 이야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만큼 만족스럽다. 상식면에서도, 학습면에서도 유익한 책. 저자들의 이력을 살펴보니 역시나 생물학과 지질해양학, 환경공학을 전공한 이들이고, 해양수산부가 제작에 참여했으니, 전문가의 손으로 만들어진 책은 정말 다르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기 때문에 강과 바다의 장점만을(!) 가진 하구에 대한 지식을 갖기에 충분하다. 크게 4장으로 나뉜 하구 이야기는 장마다 친절한 해설과 흥미로운 정보를 담고있다. 먼저 하구의 개념을 소개하고, 그곳에 사는 생물의 이야기가 뒤를 잇고, 다음으로 문명의 발상지로서의 하구, 하구의 보호로 전개되는 장의 연결도 자연스럽다. 개인적으로 관심있었던 하구의 개발이냐 보호냐를 논하는 마지막장에서는 균형을 잘 잡은 것으로 보인다. 

딱 한 가지. 조금 더 많은 사진을 실었다면 더 중요한 자료로 역할을 해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 내용으로 보아 이 분야에 관있는 어린이라면 초등 중학년, 보통의 경우라면 초등 고학년 이상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여, 만화로 그려진 주인공(?) 남여학생보다는 시각적인 정보에 무게중심을 싣는 것이 더 좋았겠다는 생각.

책 뒷부분에는 여러가지 탐구활동을 할 수 있는 장이 따로 제공되고 있는데, 문답식 학습 외에도 간단한 실험과 게임을 즐길 수 있으니, 이 책 한 권이 참 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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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아 떠난 소년
마티외 리카르 지음, 권명희 옮김 / 샘터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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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교이고 무신론자인 나는 특정 종교가 더 좋거나 싫을 것도 없지만 나만의 상대평가에 의하면 불교적인 분위기가 훨씬 편안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불교가 조용하고 부드러우며 자연과 가까워보인다는 막연한 짐작에서 비롯된 안락함. 이 안락함은 [행복을 찾아 떠난 소년]을 읽는 내내 나를 편안히 숨쉬게 했으니,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 것같은 세상사에 지치고 쉼터로 공인된 독서까지도 머릿속을 마구 휘저음에 탈진한 몸을 추스릴 만하다. 

어린 소년 데첸은 선(善)을 타고났다. 밭갈이를 하는 소를 보아도, 무거운 짐을 지어 나르는 노새를 보아도 슬펐고, 동네 아이들의 장난과 어른들의 주먹다짐을 보는 것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데첸은 은자이자 명상가인 잠양 삼촌을 따라 기꺼이 눈의 왕국으로 떠났고, 여행 중에 잠양으로부터 여러 깨달음을 얻고, 눈의 왕국에선 대스승인 독덴 린포체를 만나 깨달음을 얻는다. 독거와 수행을 마친 데첸은 사람들 곁으로 돌아와 은자로서의 깨달음을 전하니, 저자는 이들을 통해 독자에게 불교의 깨달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37페이지) "우리들의 머릿속을 오가는 산만한 생각들이 이런 거머리와도 같단다. 사람들은 거머리들이 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놈들이 있다는 걸 알아차린 뒤에는 이미 때는 늦은 거지."

(85페이지) "우유 속에는 이미 크림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에 버터를 만들 수가 있단다. 하지만 물을 아무리 휘저어 본댔자 버터를 얻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지. 사금을 캐려는 자는 암석들을 뒤질 뿐 나무들을 파헤치진 않는다."

(132페이지) "매 순간 이런 의문을 마음에 지니도록 하세요. '죽는 순간 아무런 후회도 없으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라고요."

가파르지 않아서 밋밋하다 싶은 스토리. 자극적인 사건이나 독특한 인물, 화려한 수식어나 파격적인 묘사 대신 꾸밈없고 맑은 글이다. 종교인의 여정과 수행이 일반인에게 기막힌 재미를 선사하리라고 기대한다면 기대를 버리시길. 마음을 비우고, 맑은 소리를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면, 재미 대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작가가 생물학 박사로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티베트의 스승 밑에서 불교의 가르침을 받고 있는 것처럼 깨달음을 위해 세상을 버릴 수는 없다고 할지언정 책으로나마 잠시 세상을 버릴 수 있는 경험. 그것이 [행복을 찾아 떠난 소년]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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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한다
카르멘 포사다스 지음, 권도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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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하하. 얼마만에 읽는 추리소설이냐!! 학생시절 홈즈와 뤼팡,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섭렵했던 것은 추억으로 남았고, 이후 이렇다할 추리소설을 만나지 못한 나에겐 '추리소설'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흡족했다.  

[모두가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한다]는 외딴 곳, 별장 안에 있는 몇 사람들, 그리고 사체로 발견된 한 사람. 분명 별장 안의 누군가가-또는 누구들인가가-범인이고, 알고보면 별장 안의 사람들은 죽은 자와 과거의 어느 한 부분을 공유한다는 것.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플롯이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과거와 현재의 종적을 따라가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사건 현장이나 죽은 자에게서 발견된 작은 단서들을 근거로 치열한 머리 굴리기와 절묘한 직감을 동원해 범인을 밝혀가는 옛 추리소설의 감동은 없다. 어쩌면 이런 전개방식이 대세인지도 모르겠다.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가 그랬던 것처럼. 

영하 30도의 냉동고 안에 갇혀 죽은 채로 발견된 요리사 네스터. 텔디 부부의 별장에서 열린 연회를 맡아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훌륭한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했던 것이 그가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벌이는 연회가 될 줄은, 연회의 만족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냉동고 안에서 서서히 얼어가며 누구에게 왜 이런 죽임을 당해야 하는지 억울해하게 될 줄은, 더욱이 냉동고 문을 닫은 사람이 바로 그-또는 그들-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네스터는 정말 훌륭한 요리사였고,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떠벌리고 다니지 않았으며, 그의 직원을 비롯해 누구에게도 원한을 살 만한 짓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스터는 죽었다. 따라서 네스터 자신이 생각했던 "누군가 그 자리에서 우연히 일어나는 일을 목격하지 않는다면, 그 우연은 일치하지 않게 된다는 것(207쪽)"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우연히 일어나는 일을 너무 많이 목격했고, 목격한 일들은 우연히 일치했다. 어쨌든 네스터는 죽었다.  

네스터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과거와 현재가 우연히 밝혀지고, 현재의 일상 속에서 우연히 과거가 드러나며, 그 우연들이 딱딱 맞아떨어져 모두가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하는 설정이 빈틈없다. 과거 어느 한 시점을 공유한 인생들이 따로, 또 같이 얽히는 과정이 충분히 설득력있고, 끝까지 긴장감을 갖되 이렇다 할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하지 않아 조바심을 불러 일으킨다. 단 하나의 복선은 누가보아도 눈치챌 만한 것이라 복선다운 은근한 맛이 없었는데, 그것 역시 꼼꼼한 계산을 뒤에 깔고 있는 멋진 위장이었다!            

무슨 말인지 궁금하신가? 직접 읽어보시라. 우연으로 가장한 필연적인 죽임이 또다른 우연으로 비껴가는, 잘 짜인 추리소설이 실망스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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