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한다
카르멘 포사다스 지음, 권도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크하하. 얼마만에 읽는 추리소설이냐!! 학생시절 홈즈와 뤼팡,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섭렵했던 것은 추억으로 남았고, 이후 이렇다할 추리소설을 만나지 못한 나에겐 '추리소설'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흡족했다.  

[모두가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한다]는 외딴 곳, 별장 안에 있는 몇 사람들, 그리고 사체로 발견된 한 사람. 분명 별장 안의 누군가가-또는 누구들인가가-범인이고, 알고보면 별장 안의 사람들은 죽은 자와 과거의 어느 한 부분을 공유한다는 것.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플롯이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과거와 현재의 종적을 따라가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사건 현장이나 죽은 자에게서 발견된 작은 단서들을 근거로 치열한 머리 굴리기와 절묘한 직감을 동원해 범인을 밝혀가는 옛 추리소설의 감동은 없다. 어쩌면 이런 전개방식이 대세인지도 모르겠다.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가 그랬던 것처럼. 

영하 30도의 냉동고 안에 갇혀 죽은 채로 발견된 요리사 네스터. 텔디 부부의 별장에서 열린 연회를 맡아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훌륭한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했던 것이 그가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벌이는 연회가 될 줄은, 연회의 만족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냉동고 안에서 서서히 얼어가며 누구에게 왜 이런 죽임을 당해야 하는지 억울해하게 될 줄은, 더욱이 냉동고 문을 닫은 사람이 바로 그-또는 그들-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네스터는 정말 훌륭한 요리사였고,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떠벌리고 다니지 않았으며, 그의 직원을 비롯해 누구에게도 원한을 살 만한 짓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스터는 죽었다. 따라서 네스터 자신이 생각했던 "누군가 그 자리에서 우연히 일어나는 일을 목격하지 않는다면, 그 우연은 일치하지 않게 된다는 것(207쪽)"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우연히 일어나는 일을 너무 많이 목격했고, 목격한 일들은 우연히 일치했다. 어쨌든 네스터는 죽었다.  

네스터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과거와 현재가 우연히 밝혀지고, 현재의 일상 속에서 우연히 과거가 드러나며, 그 우연들이 딱딱 맞아떨어져 모두가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하는 설정이 빈틈없다. 과거 어느 한 시점을 공유한 인생들이 따로, 또 같이 얽히는 과정이 충분히 설득력있고, 끝까지 긴장감을 갖되 이렇다 할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하지 않아 조바심을 불러 일으킨다. 단 하나의 복선은 누가보아도 눈치챌 만한 것이라 복선다운 은근한 맛이 없었는데, 그것 역시 꼼꼼한 계산을 뒤에 깔고 있는 멋진 위장이었다!            

무슨 말인지 궁금하신가? 직접 읽어보시라. 우연으로 가장한 필연적인 죽임이 또다른 우연으로 비껴가는, 잘 짜인 추리소설이 실망스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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