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꽃피는 큰 나무 한경직 - 청빈과 겸손의 참 목자 이야기 우리 시대 아름다운 얼굴 3
강정훈 지음 / 문예춘추(네모북)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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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목회자인 古한경직님의 일생에서 사랑, 청빈, 겸손, 나눔의 메시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랑이 꽃피는 큰 나무 한경직]에서 이 분을 처음 알았는데, 노벨상에 버금갈 만큼 종교인에겐 큰 영광인 템플턴 상을 받으셨다고 하네요. 그것도 베를린에서. 동독과 서독이 통일을 이룬 의미깊은 그 곳에서 자신의 상금을 북한을 위한 기금으로 헌납하겠다고 하신 것은 우리의 슬프고도 간곡한 민족의 바람이라는 생각에 숙연해집니다.

기독교가 우리나라에 뿌리는 내리기 시작했을 때, 어린 그는 기독교를 마음으로 받아들였고, 그 후 청년이 될 때까지 그에겐 비교적 순조로운 배움의 길이 열립니다. 원하는 자는, 노력하는 자는 언제 어디서든 반드시 길이 열리는 법이지요.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부터 이 땅에 기독교는 물론, 종교를 상관하지 않는 사랑과 나눔을 실천합니다. 그를 꼭 종교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더라도 이웃을 사랑하고 헌신하고 나누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종교적인 메시지를 넘어 바른 인간상을 배워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볼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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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를 위하여 한빛문고 15
황석영 지음, 이상권 그림 / 다림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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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를 위하여] 황석영 作. 지은이가 황석영이다. 이상한 말이지만 '이 황석영이 그 황석영 맞나?'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런데 맞다, 그 황석영이다. 이 책의 맨 마지막을 보고 안 사실은, 그 황석영은 [아우를 위하여]에 실린 세 단편 중 마지막 작품인 [입석 부근]으로 사상계에서 입상하면서 등단했는데 작품에서 전해받는 느낌이나 문체와 걸맞지 않게(!) 글쓴이가 빡빡머리 고3학생이었다는 것을 알고 당시 심사위원들이 놀라 까무라쳤다고 한다. 윽! 나도 놀라 까무라쳤다.

고백하건데 [아우를 위하여]에 실린 네 개의 단편 중 마지막 작품인, 고3학생이 썼던 작품인, 그 황석영을 등단하게 한 작품인 [입석 부근]은 내게 가장 버거운 상대(?)였다. 소설의 배경과 소재가 암벽타기이므로 암벽은 커녕 뒷산 오르기도 마다하는 나로서는 암벽을 타는 장면 장면을 상세하고도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머릿속은 뿌옇기만 했고, 장비나 지형 등을 이르는 용어도 생소하여 그것은 내게 실재하지 않는 무엇을 상상해야 하는 아득함마저 느껴졌다. 그러나 그 와중에 절묘한 시점에서 등장하는 '나'의 과거나 '나'의 동료들에 대한 기억은 암벽타는 장면을 순식간에 '나'의 어느 순간 또는 모든 순간이 실재임을 자각하게 만든다. 또 [입석 부근]에서 애써 스토리를 채취해내거나 어떤 의미를 찾아내지 않더라도 묘사 그 자체를 읽는 것이 황석영의 작가적 천재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나 다름없다. 재미있다거나 흥미롭다거나 하는 식이 아닌, 대단하다는 말 밖엔.           

표제작인 [아우를 위하여], [지붕 위의 전투], [남매]는 6.25 전쟁 이후 피폐한 우리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이야기다. 군대에 간 아우에게 띄우는 편지로 시작하여 '나'의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인 [아우를 위하여]는 전후 엉성하게 운영되는 학교 안에서도 여지없이 군림하는 권력과, 그 권력에 아부하여 빌붙는 더 알량한 권력, 그리고 그 상황에 휩쓸려 덩달아 날뛰거나 그저 당해야만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적나라하다. 아우에게 들려주는 이 이야기는 지금의 우리가 들어도 충분할 메시지다. [지붕 위의 전투]는 바보처럼 보여 놀림받던 상이군인이 진정으로 용감무쌍한 모습을 보여주고는 툭툭 털고 가버리는 이야기, 써커스단에서 먹고 자고 쇼를 하는 남매를 바라보는 이야기인 [남매], 이 두 작품은 그 시대 그런 식으로 살아가야 했던 사람들이 있었음을, 그들의 삶의 방식이 비록 누추해보이지만 진정한 삶의 모습일 수도 있음을 깨달으며 마음 한 구석이 짠해진다.  

[아우를 위하여]에 실린 네 개의 단편은 작가 황석영이 청년기에 집필한 단편들이란다. 그렇다면 꽤나 오래 전의 작품인데, 지금 읽어보아도-간혹 옛스러운 단어가 등장하긴 하지만- 하등 손색없다. 앞의 세 작품은 스토리가 재미있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생생해서 지금의 청소년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것이고, 마지막 작품은 작가 황석영의 천재성을 확인시켜주는 종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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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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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의 후속작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이다.

상당한 인기를 누렸던 전작의 명성을 등에 업고 출현하는 후속작에 대해서는 "역시 전편만한 속편 없다"거나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다"로 더 날선 평가의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높다.  더우기 나는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를 읽은 후 곧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을 읽었기 때문에 두 작품을 비교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었는데, 기본적으로 작가 이사카 코타로에 대한 나의 호의가 보이지 않는 가산점을 매겨줬을지도 모르지만 이 두 작품은 매우 별개의 것으로 이것보다 저것이 낫다거나 못하다는 식의 평가는 별로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각자 본업은 따로 있으나 부업인 은행강도 직무에 너무나 충실한, 너무나 적절한 네 명의 주인공. 이야기는 이들의 일상으로부터 시작한다. 각자 보유하고 있는 뛰어난 능력은 그들의 일상에서도 눈부신 역할을 수행하는데, 네 명에게 일어나는 서로 다른 네 가지의 일상은 전혀 관계되지 않고 독자노선을 걷는다. 물론 이 초반부의 네 가지 일상은 독자노선을 걷고 있지만 짐작컨데 분명 어느 시점에서는 도킹하고야 말 것이니, 등장인물이나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상의 사건들을 매우 주의깊게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보면 '환상의 여인'을 쫓는 교노의 경우가 조금 의도적으로 보이는 구성이긴 하지만 다른 세 명의 이야기는 별도의 짧은 이야기로 편집해도 될 만큼 제대로다.

결국 이 네 명은 유괴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뭉친다. 부업으로 은행강도도 모자라 난데없는 유괴사건 해결까지? 하지만 그 개연성은 충분하다. 특히 이들의 리더인 나루세의 개성을 잘 알고 있다면-즉 전작을 읽었다는 전제하에-충분히 설득력있다. 역시나 유괴사건 해결까지는 몇 단계의 고비를 굽이굽이 넘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앞서 공들여 서술한 네 명의 일상 중 어떤 장면 또는 어떤 인물이 절묘하게 엮이면서 이 소설의 견고한 짜임새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소설쓰는 사람이 앞뒤 생각없이 쓰는 일이 어디 있겠느냐만, 아무래도 이 작가 이사카 코타로는 너무 영리하다.

전편을 읽었다면 주인공 네 명의 캐릭터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고, 전편을 읽지 않았다면 전편과 상관없이 읽을 수 있다.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전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강조되었지만 그들 각자의 일상 속에서 비교적 충분히 파악되므로 문제될 게 없다. 그들의 주본업인 은행털기의 진상이 덜 드러나는 것이 조금 아쉽기 해도, 뭐, 같은 구도로 재탕하는 게 재미없다는 건 영리한 이사카 코타로 뿐 아니라 독자도 다 알고 있으니 무사통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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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크는 시계 돌개바람 11
발레리 제나티 지음, 김주열 옮김, 프레데릭 리샤르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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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포장지에 화려한 리본이 묶여있고, 포장을 풀어 상자를 열면 반짝거리고 아름다운 무언가가 있는 것. 그런 모양의 선물을 기대했던 여덟 살 소녀 줄리는 할아버지가 주신 생일선물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면 혹시 그 선물을 보고 친구들이 놀리기라도 할까봐 전전긍긍했을 정도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차던 시계라고는 해도, 갈색 줄의 금색 시계는 여덟 살 소녀에겐 너무 촌스럽고 고리타분하니까. 그래도 어쨌든 스웨터 소매를 더 끌어내려서 손목에 찬 그 시계를 감추고 놀러나갔던 날 문제가 생겼다. 시.계.를. 잃.어.버.렸.다. 아, 어떡해야하나......?

[키 크는 시계]의 주인공 줄리가 여덟 살 소녀이니 우리나라식으로 셈하면 아마 열 살쯤 되었을 것이다. 아직 어린 아이라고 하기도 뭣하고 다 큰 아이라고 하기도 뭣한 어정쩡한 나이. 이 나이 때는 키도 몸도 한창 자랄 때이지만, 부모 품 안에서 양육되고 보호받는 의존적인 존재에서 부모 품을 벗어나 홀로 서는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해가기 시작하는 때다. 그래서 줄리가 그랬던 것처럼 자기도 모르는 새, 부모도 모르는 새, 어느 순간 갑자기 쑥 커버리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인생의 터닝 포인트. 아마도 할머니가 차던 시계는 줄리의 터닝 포인트일 것이다. 시계는 잃어버림으로서 줄리는 쑥 커버렸으니까 말이다.

이렇듯 [키 크는 시계]는 '정신적인 성장'에 대한 이야기인데, 어린 아이의 방식으로 서술하고 묘사한 이 책이 주인공 나이 또래의 아이들에게 메시지를 얼마나 잘 전달할 것인가는 조금 의문이다. 모양은 어린 아이인데 시계에 담긴 함축적인 메시지는 너무 어른스럽다고 해야할까, 그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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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11-02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의 아이들' 책이 가끔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경우가 더러 있지요.^^;;
그래도 독특하고, 개성있는 책을 많이 만들어 내는 꽤~ 매력있는 출판사라 좋아합니다.^^
'높새바람'(고학년)은 대체로 다 괜찮은데... 가끔 '돌개바람'(저학년)은 아이들 눈높이에 잘 맞지 않아
당황스러울 때가 있더군요.^^ 님~ 잘 지내시죠? 좋은 계절이예요.^.~

개구리 2007-11-03 10:17   좋아요 0 | URL
뽀송님, 반가워요~~ 오랜만이셔요.
뽀송님의 어린이책에 관한 지식은 대체 어디까지심까?! 전 '바람의 아이들' 잘 몰랐는데 ^^;;
이 책은 정말 좀.. 어려워보여요, 어린 학생에겐요..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오늘의 일본문학 5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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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를 포함해 지금까지 내가 읽은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엔 모두 '명랑한 갱' 또는 아류가 등장한다. 그의 작품 중 내가 아직 읽지 않은 것이 훨씬 많으니 이 소재가 그의 작품세계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느냐를 분석하긴 어렵지만, 최소한 그의 작품은 명랑한 갱의 등장으로 매우 명랑하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각자 독특한 장기를 갖고 있는 4명의 은행털이범 일당이 잘 털고나온 돈을 갈취당한 후 벌이는 복수극. 뭐, 굳이 복수극이라고까지 말할 것은 없지만 아무튼 복수가 맞긴 맞다. 돈을 갈취당하는 사건, 복수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사건 모두 뭔가 트릭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작가가 야금야금 던져주는 실마리로는 그 전체를 파악하지 못해 안달이 나고, 막판으로 갈수록 뒤집히고 또 뒤집히는 상황이 재미있다. 그 와중에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던지는 작가의 한마디 한마디는 어느 타이밍에서 어떤 말이 모든 상황을 명랑함으로 종료시키는지를 너무나 잘 아는 듯 기막힌 달변이다. 그렇다면 명랑한 갱은 명랑한 이사카 코타로의 분신?

요는, 모든 상황의 명랑함, 다시 말해 심플하고 깔끔한 뒷처리가 이 소설의 재미다. 책 뒷부분에 실린 옮긴이의 말을 들여다보니 '작가는 등장인물을 통해 사회적 이슈와 인간의 약점 및 오점에 대해 쏟아내고 있다'며 몇가지를 짚어주었는데, 물론 충분히 공감가는 이야기이지만 그렇게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말보다는 책 속에서 오가는 수많은 대화들, 의미없는 것 같은 말장난이 솔직히 더 명랑하다. 의미를 찾으려하기보다 의미를 두지 않아 나름의 의미로 해설할 수 있는 여백의 미라고나 할까.  

뒤쳐지는 이야기야 말할 것도 없고, 반 걸음 앞서가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라 재미없고, 너무 많이 앞서가면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것이라 재미없다.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는 딱 한두 걸음 정도, 곧 따라잡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계속 같은 간격으로 앞서가는 이야기이고, 막 다 따라잡아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순간이 이야기의 끝이다. 작가와 내가 "로망은 어디인가"라고 합창하며 은행문에 들어선 그 순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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