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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크는 시계 ㅣ 돌개바람 11
발레리 제나티 지음, 김주열 옮김, 프레데릭 리샤르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9월
평점 :
알록달록한 포장지에 화려한 리본이 묶여있고, 포장을 풀어 상자를 열면 반짝거리고 아름다운 무언가가 있는 것. 그런 모양의 선물을 기대했던 여덟 살 소녀 줄리는 할아버지가 주신 생일선물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면 혹시 그 선물을 보고 친구들이 놀리기라도 할까봐 전전긍긍했을 정도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차던 시계라고는 해도, 갈색 줄의 금색 시계는 여덟 살 소녀에겐 너무 촌스럽고 고리타분하니까. 그래도 어쨌든 스웨터 소매를 더 끌어내려서 손목에 찬 그 시계를 감추고 놀러나갔던 날 문제가 생겼다. 시.계.를. 잃.어.버.렸.다. 아, 어떡해야하나......?
[키 크는 시계]의 주인공 줄리가 여덟 살 소녀이니 우리나라식으로 셈하면 아마 열 살쯤 되었을 것이다. 아직 어린 아이라고 하기도 뭣하고 다 큰 아이라고 하기도 뭣한 어정쩡한 나이. 이 나이 때는 키도 몸도 한창 자랄 때이지만, 부모 품 안에서 양육되고 보호받는 의존적인 존재에서 부모 품을 벗어나 홀로 서는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해가기 시작하는 때다. 그래서 줄리가 그랬던 것처럼 자기도 모르는 새, 부모도 모르는 새, 어느 순간 갑자기 쑥 커버리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인생의 터닝 포인트. 아마도 할머니가 차던 시계는 줄리의 터닝 포인트일 것이다. 시계는 잃어버림으로서 줄리는 쑥 커버렸으니까 말이다.
이렇듯 [키 크는 시계]는 '정신적인 성장'에 대한 이야기인데, 어린 아이의 방식으로 서술하고 묘사한 이 책이 주인공 나이 또래의 아이들에게 메시지를 얼마나 잘 전달할 것인가는 조금 의문이다. 모양은 어린 아이인데 시계에 담긴 함축적인 메시지는 너무 어른스럽다고 해야할까, 그런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