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를 위하여 한빛문고 15
황석영 지음, 이상권 그림 / 다림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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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를 위하여] 황석영 作. 지은이가 황석영이다. 이상한 말이지만 '이 황석영이 그 황석영 맞나?'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런데 맞다, 그 황석영이다. 이 책의 맨 마지막을 보고 안 사실은, 그 황석영은 [아우를 위하여]에 실린 세 단편 중 마지막 작품인 [입석 부근]으로 사상계에서 입상하면서 등단했는데 작품에서 전해받는 느낌이나 문체와 걸맞지 않게(!) 글쓴이가 빡빡머리 고3학생이었다는 것을 알고 당시 심사위원들이 놀라 까무라쳤다고 한다. 윽! 나도 놀라 까무라쳤다.

고백하건데 [아우를 위하여]에 실린 네 개의 단편 중 마지막 작품인, 고3학생이 썼던 작품인, 그 황석영을 등단하게 한 작품인 [입석 부근]은 내게 가장 버거운 상대(?)였다. 소설의 배경과 소재가 암벽타기이므로 암벽은 커녕 뒷산 오르기도 마다하는 나로서는 암벽을 타는 장면 장면을 상세하고도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머릿속은 뿌옇기만 했고, 장비나 지형 등을 이르는 용어도 생소하여 그것은 내게 실재하지 않는 무엇을 상상해야 하는 아득함마저 느껴졌다. 그러나 그 와중에 절묘한 시점에서 등장하는 '나'의 과거나 '나'의 동료들에 대한 기억은 암벽타는 장면을 순식간에 '나'의 어느 순간 또는 모든 순간이 실재임을 자각하게 만든다. 또 [입석 부근]에서 애써 스토리를 채취해내거나 어떤 의미를 찾아내지 않더라도 묘사 그 자체를 읽는 것이 황석영의 작가적 천재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나 다름없다. 재미있다거나 흥미롭다거나 하는 식이 아닌, 대단하다는 말 밖엔.           

표제작인 [아우를 위하여], [지붕 위의 전투], [남매]는 6.25 전쟁 이후 피폐한 우리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이야기다. 군대에 간 아우에게 띄우는 편지로 시작하여 '나'의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인 [아우를 위하여]는 전후 엉성하게 운영되는 학교 안에서도 여지없이 군림하는 권력과, 그 권력에 아부하여 빌붙는 더 알량한 권력, 그리고 그 상황에 휩쓸려 덩달아 날뛰거나 그저 당해야만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적나라하다. 아우에게 들려주는 이 이야기는 지금의 우리가 들어도 충분할 메시지다. [지붕 위의 전투]는 바보처럼 보여 놀림받던 상이군인이 진정으로 용감무쌍한 모습을 보여주고는 툭툭 털고 가버리는 이야기, 써커스단에서 먹고 자고 쇼를 하는 남매를 바라보는 이야기인 [남매], 이 두 작품은 그 시대 그런 식으로 살아가야 했던 사람들이 있었음을, 그들의 삶의 방식이 비록 누추해보이지만 진정한 삶의 모습일 수도 있음을 깨달으며 마음 한 구석이 짠해진다.  

[아우를 위하여]에 실린 네 개의 단편은 작가 황석영이 청년기에 집필한 단편들이란다. 그렇다면 꽤나 오래 전의 작품인데, 지금 읽어보아도-간혹 옛스러운 단어가 등장하긴 하지만- 하등 손색없다. 앞의 세 작품은 스토리가 재미있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생생해서 지금의 청소년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것이고, 마지막 작품은 작가 황석영의 천재성을 확인시켜주는 종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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