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 완득이~!

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책을 읽고 나면 좋았다거나 그렇지 않다거나 나름의 판단이 서기 마련이지만 이 책 [완득이]는 그렇게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왜냐?! [완득이]는 읽기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좋다'는 느낌이 시작되었고, 그것은 읽는 동안 내내 현재진행형으로 쭈욱 이어졌으니까.    

조용한 교회. 똥주를 죽여달라는 간곡한 기도를 올리고 있는 완득이. 범상치않은 이 첫장면부터 [완득이]에 흠뻑 빠져버린다. 신성한 교회에서 기도드리는 내용치고는 참 어이없긴 하지만 완득이의 얘기처럼 똥주는 진짜 재수없는 선생이다. 왜 있쟎는가, 우격다짐과 어불성설을 무기삼아 학생을 가차없이 깔아뭉게는 (-.-;;) 선생. 똥주가 딱 그 스타일인데다가, 저소득층이라 배급으로 나오는 완득이의 햇반까지 빼앗아먹는 정도이니, 제발 똥주를 죽여달라는 완득이의 간곡한 기도가 어찌 허투루 들릴 것인가.  

이렇게 완득이와 똥주의 대결구도를 감상하는 재미로 시작하여, 완득이의 부모와 삼촌, 여자친구와 킥복싱 사범님 등 범위를 넓혀가며 만나는 각 인물들의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있다. 거기에 예상하기 어려울만큼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이야기의 전개 속에서 (딱 한 번 뻔한 위기상황이 전개되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용서 가능 ^^;;) 씁쓸한 사회의 이면을 툭툭 건드리며 치고 빠지는 것도 훌륭하다. 요는, 완득이와 똥주, 두 인물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가난한 동네의 낮은 사람들 이야기가 참으로 유쾌상쾌통쾌하면서도 감동을 준다는 것.  

그런데 책을 읽고 나서 한참 지난 뒤, 문득 든 생각. 요즘 사람들도 아는지 모르겠지만 옛날 영화 중에 '공포의 외인구단'이라는 게 있었다. 최재성 주연의 이 영화는 완전 대박이었고, 정수라가 부른 주제가도 엄청 히트였다. [완득이]와 이 영화가 겹쳐진다. 내용이 다르고(영화의 결말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배경도 다른데 어째 전체적인 분위기가 비슷한 것 같다. 특히 주인공의 캐릭터가 빼닮았다. [완득이]가 표지에서부터 만화적인 느낌을 겨냥했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시간이 지날수록 [완득이]에 대한 나의 환호는 조금씩 사그라드는 감도 있다.     

시트콤같은 재미

노란 코끼리 (보급판 문고본)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8년 4월

 
[노란 코끼리], 일단 재미있다. 주요 등장인물인 엄마, 아들, 딸의 캐릭터와 그들의 일상이 재미있게 꾸며져 있으니 읽는 동안 재미가 쏠쏠하다.  

어수선하고, 똑 덜어지지 못하고, 철없는 이혼한 엄마는 2% 부족하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운 존재. 아빠를 대신하는 가족에서 유일한 남자임을 자각하고 때론 애늙은이처럼 구는 아들. 예쁘지만 아직 어려서 철모르는 순진한 딸. 가족구성원의 캐릭터를 억지로 부각시키지 않고도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한 저자의 글재주가 뛰어난 것은 쾌히 인정하나, 너무나 익숙한 시트콤의 인물들과 같은 캐릭터라는 점에 신경이 좀 쓰인다.   

운전면허증을 따기도 전부터 노란 자동차를 떡~하니 사다놓는 철없는 엄마의 에피소드로 시작하여 옛보모를 만날 장소를 누누히 잘못 이야기해주는 엄마때문에 졸지에 미아가 될 뻔한 에피소드로 마치는, 현실에선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것 또한 시트콤에서 가능한, 시트콤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들. 물론 몇몇 사건들-오토바이맨을 엄마의 애인으로 착각했다든가, 차 열쇠를 꼽아둔 채 문을 잠갔다든가 등-은 충분한 개연성을 가져 매우 공감할 수 있고, 특히 엉망으로 끝난 아빠와의 마지막 식사, 그리고 그냥 비를 맞고 가겟다며 돌아선 이야기는 마음 찡하여 가장 마음에 남는 이야기다.

주제넘지만,, 이 소설을 아들의 눈으로 바라본 바와 엄마의 눈으로 바라본 바를 나란히 이중으로 엮었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같은 상황에 대한 두 인물의 다른 생각이 교차된다면 굳이 '노란 코끼리 덕분에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갖게 되었다'는 것 같은 엄마의 설명이 글로 적혀있지 않아도 될 것이고, 그렇다면 보다 풍부한 상황전개와 같은 상황을 해석하는 다른 각도의 시각이 자연스럽게 표현되었을 것 같은데..... 

[노란 코끼리]는 시트콤같은 재미와 한부모가정의 이야기를 유쾌하면서도 의미있게 엮어내어 읽어보기에 즐겁고 부담없다. 다만, 내 느낌은 그냥 시트콤같은 재미에 만족했다는 얘기.

누구나 우화 작가가 될 수 있다구요?!

최고의 이야기꾼 구니 버드 ㅣ 동화 보물창고 5
로이스 로리 지음, 미디 토마스 그림, 이금이.이어진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3월

아이를 키우다보면 말과 표현에 능숙하게 되면서 자기 상상대로 이야기를 꾸며내는 때를 만난다. 나의 딸의 경우는 그게 유치원 다닐 때쯤이었는데, 앞뒤가 아주 딱 맞아떨어지진 못해도 아이의 생각이 읽혀서 재미있기도 했고 어른의 상상을 뛰어넘는 기막힌 이야기를 할 때도 있었다. 때론 동화책이나 어른들에게서 읽고 들었던 이야기를 변형하기도 하고,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낼 때도 있었고.   

[우화 작가가 된 구니버드]는 조금 서툴고 엉성해도 아이들이 꾸며내는 그 어떤 이야기일지라도 어떤 교훈이나 느낄 점, 배울 점이 담겨있다면 훌륭한 우화가 된다는 사실, 또 그 우화에 어떤 단어나 어떤 표현을 넣고 어떤 태도로 이야기하면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우화가 되는지를 알려주는, 독특한 메시지를 가진 책이다.  

늘 특이한 복장과 색다른 아이디어를 내는 구니버드. 나와 딸은 이 책의 전작이랄 수 있는 [최고의 이야기꾼 구니버드]를 읽었던 터라 이 책 [우화 작가가 된 구니버드]의 설정이 익숙하여, 전체의 스토리보다는 구니버드네 반 선생님과 친구들이 만들어 발표하는 짧은 여러 편의 우화를 읽고 즐기기에 좋았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자기 이름의 첫 글자를 따 주인공을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자기가 지어낸 우화, 우화에서 은근히 드러나는 자기의 캐릭터, 또 그 우화를 들으며 열렬히(!) 반응하는 친구들의 모습까지.  

우화를 쓰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나 우화 작가가 될 수 있음을, 거기에 약간의 요령과 팁까지 얹어주는 이 책을 읽으며 우화 한 편을 꾸며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이 책 안에서 친구들이 들려준 우화를 조금 변형하거나,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우화를 지어내보도록 아이를 꼬셔(^^;;)보기도 좋겠다. 아, 지금 나의 뇌리를 스쳐가는 생각, 엄마와 아이가 한 단락씩 주고받으며 한 편의 우화를 완성해보아도 아주 근사하겠는걸?!           

영어학습서보단 영어공부의 필요성을 먼저 알려주세요

영어가 궁금할 때 셰익스피어에게 물어봐 - 영어편 ㅣ 궁금할 때 물어봐
신경애 지음, 만밥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12월

이 책은 우리 학교 5학년 권장도서인데, 엄마가 필독도서와 같이 이 책도 주문했기 때문에 내 책상 위에 놓여있었다. 그래서 무심코 이 책을 집어 읽었는데, 이럴 수가!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렇게나 좋은 책이 따로 있을까?! 

평소에 몰랐던 영어 상식, 영어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지, 게다가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사이트까지 소개해주었다. 외국으로 유학을 가거나, 영어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은 꼭 읽어보아야 할 것 같다. 또 '왜 영어공부를 해야 하지?'라는 궁금증도 풀어준다. 그러고 보니 왜 이 책이 권장도서로 선정되었는지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아주 재미있고 유용하지 않은가!! 게다가 이 책에는 재미있는 만화도 많이 있는 편이다.

아마 이 책에 나와있는 방법만 따라하고 조금의 다른 실습들만 하면 누구나 영어 마스터가 될 것 같다. 이렇게 좋은 책을 읽어서 좋고, 나도 영어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다시 한 번 잘 알게 되었다. 

초등 5학년인 딸이 [영어가 궁금할 때 셰익스피어에게 물어봐]를 읽고 쓴 독후감. 자기 마음에 정말 흡족했나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영어공부를 위한 학습서가 아니라는 것. 영어와 영어학습에 도움이 될 전반적인 상식선에서 이야기를 풀었다는 것이지요. 궁극적으로는 영어를 왜 공부해야하는지,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는지, 어떤 식으로 어떻게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알게 하여 영어학습에 대한 흥미와 욕구를 북돋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영어와 함께 우리 국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아서 더 좋네요.  

소녀 취향에 꼭 맞는 알찬 성교육서

루나레나의 비밀 편지 - 꼭 알고 싶은 나의 몸 이야기
안명옥 외 지음 / 동아일보사 / 2005년 7월

이젠 중학생이 된 사촌언니가 딸에게 이 책을 물려줬답니다. [루나 레나의 비밀편지]. 딸도 책을 보자마자 알아보더군요. 또래 사이에선 유명한 책이라네요. 전 순정만화책 같은 표지그림만 보고 만화책인가보다 착각했었다는 ^^;; 만화가 황미나씨가 그린 책이네요. 그러하니 소녀 취향에 이만큼 어울리는 그림이 또 어디 있겠어요. 주르륵 넘겨만 봐도 제 기억 속에 있는 순정만화책의 그림 그대로입니다.    

주인공 루나레나가 띄우는 이메일을 통해 소녀가 숙녀로 변화하는 과정이 설명되는 형식입니다. 도입부의 이메일은 현실에선 스팸메일로 오해될 소지가 커서 조금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있긴 한데, 그 이후부터는 아주 재미있게 읽히는 순정만화같은 성교육서예요. 

여자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아주 세세하고 꼼꼼하게 짚어주었는데, 어린이독자가 읽고 이해하기 쉽도록 적절한 예와 비교를 들어 설명했고 그림을 통한 설명도 잘 되어 있습니다. 또 몸의 변화에 따르는 적절한 대처(^^)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고요. 주인공의 이모인 의사선생님이 의학적인 설명을 도와주고 있는데, 조금 주책맞은 캐릭터가 재미와 함께 어려운 설명을 전혀 어렵지 않게 만들어 줍니다. 특히 소녀에겐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산부인과를 왜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인상적이예요. 

소녀가 숙녀가 되기 위해 알아야 할 것이 하나도 빠짐없이 다 들어있는 것 같아요. 그 과정을 다 겪은 저같은 엄마가 보아도 새삼 알게 되는 게 있을만큼요. 소녀 취향에 꼭 맞는 그림에다 내용도 알찬 성교육서로 매우 만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