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에는 즐깨감 수학 실력편 - 창의영재수학 + 교과사고력 즐깨감 수학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엮음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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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까, 괜찮을까? [3학년에는 즐깨감 수학 실력편]

 

 

 

곧 여름 방학이 온다.

아이들은 신나게 놀 궁리를 하고 있겠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엄마들은 꽉 짜인 스케줄을 구상하느라 바쁘다.

미안하다, 얘들아, 사랑한다.~~

 

여름 방학인데 매양 풀던 전과목 문제집을 또 풀릴 순 없다.

좀 숨 쉴 구멍을 마련해 주어야지.

와이즈만의 즐깨감 시리즈는 이제까지 엄마와 아이를 모두 만족시키며 우리가족 평화를 이끄는 일등 공신이 되어주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여름 방학을 조용히, 학구적으로 보낼 수 있게 알맞은 타임에 수학 실력편 교재가 나왔다.

책 한 권 안에 많은 것이 담겨 있다.

 

도형, 수와 연상, 측정

 

확률과 통계, 규칙성까지.

 

뭐 하나 빠뜨리는 것 없이 알찬 구성으로 엄마와 아이의 기대에 부응한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문제가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

 

처음에는 재미있는 그림과 흥미있는 문제양식에 휘파람을 불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슉슉, 넘겨나간다.

그러다가 잠시 멈칫, 하는 때가 분명 온다.

 

이럴 땐, 당황하지 않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야 한다.

아이가 엄마를 호출하면,

엄마는 엄청 빠른 스피드로 정답풀이를 먼저 슬쩍 본 다음,

태연하게 아이 앞에 앉아 생각의 물꼬를 틔워 줄 문제를 제기해주면 된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어떨까?"

요렇게...^^

 

 

도형 문제는 엄마가 봐도 눈이 팽글팽글...

그렇지만 아이는 재미있게 푼다.

색깔도 나름 신경 써서 보색으로다가, 눈에 확 띄게 색칠해 주는 센스!!

 

수와 연산 파트에서는 금고 비밀번호를 구하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이글이글 불타는 사명감으로 눈에 불을 켜고 열려고 달려들 것이다.

나눗셈의 개념이 명확하게 머리에 박히게 될 것이다.

 

 

각각의 단원이 끝나면 {올림피아드에 도전해요}라는 과제가 나온다.

이 문제를 엄마의 도움 없이 쉽게 푼 아이들은 뿌듯해 해도 된다!!

정녕, 실력자!!

 

쉽게 지나쳐온 달력 속에서도 규칙을 발견할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

참으로 생활 속 곳곳에서 문제를 잘도 찾아낸다.

이런 것도 문제가 될 수 있구나!!

이 문제를 풀고 난 아이들은 달력을 한층 더 사랑스러운 눈길로(?)바라보게 될 것이다.

 

규칙성 단원에서는 돼지우리 암호가 나오는데,

이거 정말 흥미진진하다.

아이들끼리 비밀을 만들며 자기들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초등 중학년 아이들에게 딱 맞는 눈높이 문제라고 하겠다. 요거요거...친구들끼리 암호 만들어서 부모 몰래 비밀얘기를 주고받는 재미가 짜릿할 것 같다.

문제인지...놀이인지...^^

그렇지만 풀고 나면 왠지 좀 더 똑똑해진 느낌이 들어 뿌듯해질 것이다.

 

 

인도 사람들이 사용했던 격자 곱셈 !

수학에 관심이 워낙에 없던 엄마도 처음 보는데...

수학의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뎌볼 좋은 기회!!

 

뒷부분으로 가면 좀 어려운 문제가 몇 있긴 하지만 여름 방학 동안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과제들인 것 같다.

아이가 어려워하며 엄마와 머리 맞대로 하께 푸는 것도 나름의 비법이 될 수도...

여름 방학이 지나고 나면 둘 중 하나가 되겠지.

서로 원수가 되든지, 사이좋은 모녀가 되든지^^

 

여름 방학 수학교재로 [3학년에는 즐깨감 수학 실력편]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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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 여행작가 조정연이 들려주는 제3세계 친구들 이야기, 개정판
조정연 지음, 이경석 그림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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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계 친구에게 관심을...[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그런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것은...

수백 마디의 말보다 단 한 장의 사진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여행작가 조정연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하다가 인도 길거리에서 비를 맞고 있는 한 소녀를 만났고 그 만남을 계기로 인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세계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에게 제3세계 아이들의 이야기를 알려주기 위해 8년 전 책을 썼고, 이번에 개정판이 나오게 되었다.

이 책은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등에서 인간 이하의 학대를 받고 있는 어린이가 겪는 참담한 실화를 소개하고 있다.

부모의 보호 아래 의식주를 제공받는 안락한 삶을 누리는 우리 아이들은 꿈에서라도 겪어본 적 없는 그들의 실상이 낱낱이 보여지고 있어 충격이 크다.

 

부모로부터 동의서를 받았다는 명목하에 묵인되는 인신매매 때문에 가봉의 아미나타는 하녀로 살아야 했다. 아미나타 같은 아이들은 매질과 학대 속에 하루 20시간이 넘는 중노동에 시달려야 하고, 심한 경우 주인의 아이를 임신한 채 쫓겨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국제연합에서는 최소한의 안전망인 법을 제정하려고 하지만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법보다는 배고픔이 무섭기 때문.

 

병으로 쓰러진 부모를 대신해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캄보디아의 아이들을 유독가스가 날리는 쓰레기장에서 쓰레기를 뒤지며 살고 있다. 머리가 아프고 목이 따가워도  음식 쓰레기를 먹지 않으면 굶어 죽고,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고, 유독가스가 아이들의 생명을 좀먹는 쓰게리장은 또 다른 전쟁터이다.

 

방글라데시의 알스하드는 친구 아버지에게 유괴되어 아랍 에미리트에서 낙타몰이꾼으로 살게 되었다. 등에 태운 아이의 무게가 가벼울수록 낙타가 빨리 달리는 데 유리하다며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것이다. 두바이 같은 부자 나라의 어른들이 열광하는 낙타 경주 때문에 궁궐 같은 낙타 숙소 옆에서 아이들은 마실 물도 못 마신 채 굶주리며 지내고 있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2005년부터는 기수의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올리고 사람 대신 로봇 기수를 만들어 낙타 경주에 활용한다고 하니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전 세계 아편의 3/4을 수출하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양귀비 농장을 압수하자 마약 밀매상의 빚 독촉에 시달린 부모들은 딸을 내다팔았다. 마약 밀매상들은 빚 대신에 결혼지참금을 치른 셈 치고 어린 소녀를 데려가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미래를 저당잡힌 채 희망을 잃은 아이들은 마약에 중독되어 죽어가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마약을 하고 총을 들면 굉장히 기분이 좋아져요. 사람들이 모두 내 말을 잘 듣거든요. 내가 마치 람보나 코만도 같은 영화 주인공이 된 것 같아요. 사람을 죽인다기보다 게임을 하는 것 같고요.-145

 

시에라리온의 전쟁은 공식적으로 끝났지만 반군의 소년병으로 가담해 끔찍한 기억을 안은 채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의 미래는 누가 책임 져 줄 것인가?

 

그 외에도 목화 따는 아이들,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아이들 등등.

어린이의 인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제3세계의 아이들을 현실을 직접 전해주는 이 책을 읽다보면 그만, 책을 덮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당장 우리나라의 현실도, 내 가족의 일도 아닌데 내가 왜?

그렇지만 내 아이가 소중하면 다른 아이들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머리를 들면서

이들의 참혹한 실상을 마주보게 했다.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라는 질문은 내 아이에게만 할 질문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던져야 할 질문이다.

어른으로서 세상이 바르게 돌아가도록 힘을 실어주고 저 아이들이 스스로를 책임 질 어른이 돌 때까지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일깨워주는 질문이다.

그 아이들의 아픔을 생생하게 느끼고 같이 나누어야 한다는 뼈저린 깨우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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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
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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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만 더...[천국에서 온 첫번째 전화]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온다면...이 아니라 전화선이 연결된다면..

 

하늘에서 지상으로 연결된 저 은빛 선을 잡고 무슨 말부터 하고 싶은가?

[천국에서 온 첫번째 전화]

 

 

 

1870년대 초반 전화를 처음으로 발명했다고 하는 벨이 인간의 목소리를 이동시키는 선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그의 장인이 될 가디너는  비웃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군"

 

벨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기차에 올라탔고 자신의 발명품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었으며 자신의 전화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뒤로 세상의 삶은 달라졌다.

'헬로'라는 말을 처음 만든 토머스 에디슨은 '영혼의 전화'를 만들고 있다고 말해 세간의 관심을 샀고,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은 그의 기이한 발명을 추적하고 있다.

"난 삶이 물질처럼 파괴되지는 않을 거라고 믿어요."

"만일 또 다른 실존 속에 인격들이 있어서...우리와 연락하기를 바란다면...이 장치가 그들에게 기회를 줄 겁니다. "

 

에디슨의 말이 실현되기라도 한 것일까,

미시간 주 콜드워터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캐서린이라는 여인이 천국으로부터 걸려온 언니의 전화를 받았다고 말한 것이다.

천국으로부터의 전화를 받은 것은 캐서린만이 아니었다.

4년 전에 죽은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은 테스,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되었다 죽은 아들 로비의 전화를 받은 콜드워터의 경찰서장 잭 셀러스...

 

특종의 냄새를 맡은 전국의 기자들은 곧 이 이야깃거리에 관심을 가졌고, 취재경쟁에는 불이 붙었다.

과연 천국에서의 전화는 실재하는 것인가?

천국에서 걸려온 전화라는 말에 이 마을의 교회에는 신도가 늘어났고, 전화를 받은 인물들에게는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콜드워터는 곧 가장 핫한 곳이 되어 여기에도 저기에도 사람들이 넘쳐났다.

이 기회를 빌어 물건을 팔아치우려는 기회주의자들이 생겼고, 신문과 방송은 덩달아 이야기를 부추겼으며 사람들은 이 곳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천국에서 온 전화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였다.

반기든지, 거부하든지.

선택받은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천국에서 전화할 때마다 치유의 빛을 느꼈지만 어떤 이는 더욱 커진 슬픔, 심지어 우울을 느꼈다.

"그만해, 산 사람은 살아야지. 우리는 계속 살아야 해. "

계속 뒤로 끌려가는 느낌과 함께 또렷한 상실감을 느낀 한 여인은 천국이 마음속에만 있을 때 더 위로가 되었다며 전화선을 뽑아버렸다.

 

그리고 여기, 이 미친 상황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서는 한 남자, 설리가 있다.

살아 있는 사람은 죽은 사람과 이야기할 수 없다며, 진짜 상실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진실과 거짓구분하고자 나섰다.

 

과연 설리는 진실을 밝혀내고 이 소동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인가?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부터 최근작[도르와 함께 한 인생여행]까지 미치 앨봄의 책을 읽었지만, 이번 이야기가 가장 극적인 면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어느날 느닷없이 천국에서 걸려온 전화라는 설정은 황당했지만, 전화를 통해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에서는 왠지 모를 찡함이 느껴졌다.

 

법륜 스님은 [인생 수업]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딱 3일만 슬퍼하고 정을 끊어라"

어떤 이유로든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정을 딱 끊어야 한다고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건 슬픈 일이지만, 그 슬픔을 놓아버려야 허우적거리지 않게된단다.

그를 위해서라도 가벼운마음으로 보내줘야 하고, 나를 위해서도 가볍게 떠나 보내줘야 하고, 남은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도 더 이상 붙잡지 않아야 한다나...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그렇게 무 자르듯 딱 잘라지는 게 아니지 않는가.

스님이 말씀을 내려주실 때 너무 단호하신 것이 아니었나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적어도 자비의 불법을 실현한다는 분이 이렇게 냉정하다니...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스님의 말씀도 틀린 건 아니라는 걸 곧 깨닫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어 황망한 마음을 다스리기에 어떤 방법이 좋을까?

천국은 없다, 아니면 천국은 있다?

종교인이 아니라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래서 법륜 스님의 말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애도하는 마음"의 기간에 대해 숙고해 볼 필요성을 느낀다.

 

한 번만 더 사랑하는 사람과 통화하고 싶다는 욕망.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나는 차라리 그 욕망이 일어나지 않게 끝까지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할 것을 선택할 것 같다.

다시 한 번만 더...에 모든 것을 걸고 싶지는 않다.  

아마도 가까운 이를 잃어본 기억이 있는 사람은 천국에서의 통화에 무척 솔깃할지도 모르겠다.

나는...아직...가까운 사람을 잃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누군가를 잃고 나서 커다란 상실감에 헤매일 때 이 책을 다시 읽어본다면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부디 냉정한 뇨자라고 몰아붙이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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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보검
김정현 지음 / 열림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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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되살아난 황금제국의  찬란한 유산 [황금보검]

 

순장이 국법으로 금지된 시기의 무덤에서 남자 둘의 함장된 시신이 발견되었다. 진골 이상의 신분만이 입을 수 있는 비단 옷이 남아 있었다. 각자 검을 패용하고 있었고, 한 남자는 황금보검을 차고 있었다.

 

천년의 황금제국 신라.

그저 박물관에서 몇 점의 유물로 재구성해내기엔 너무나 오래 전의 제국이다. 그러나 쉽게 흥하고 쉽게 스러져간 이민족의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로마 정도가 비견될까 , 천 년의 세월을 유지한 나라이기에 '왕국'이 아닌 '제국'으로 불릴 만한 이 나라의 한 무덤에서 발견된 황금보검.

'아버지 신드롬'을 일으켰던 작가 김정현이 신라와 황금보검을 박물관에서 건져 올려 유려한 문체로 그 시대를 재현해 냈다.

당시 세상 동쪽 끝의 나라였던 신라를 '개방'과 '관용'의 나라로 설정하고 푸른 눈의 이방인을 포용한 가슴 뛰는 이야기를 창조해냈다.

푸른 물결 넘실대는 바다를 관문으로 하여 세계를 껴안은 신라가 생동감있게 살아나기 시작했다.

순장을 금한 지증왕대, 신라장군 이사부의 활약을 역사적 사실로 깔고 서역에서 온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촘촘하게 그 시대를 그려낸다.

 

금발의 사내, 씬스라로프는 서역의 한 왕국의 왕자였다. 정벌 전쟁으로 나라가 황폐해지자 부왕의 명으로, 부하 50을 이끌고 동쪽 끝의 황금나라로 기약없는, 그러나 한편 절박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드넓은 초원길을 건너는 동안 하나둘씩 부하이자 벗들은 사라져갔고, 마침내 애마 벤투스와 씬스라로프 왕자만이 신라의 해변 모래사장에 반죽음이 되어 당도하게 되었다. 덕업이 날로 새로워진다는 뜻의 '신', 사방을 망라한다는 뜻의 '라'. 이미 이름 안에 '포용'과 '관용'의 정신을 담은 신라에서 상화 공주에게 발견되어 손님의 자격을 얻게 된 씬스라로프는 이방인들의 말을 이미 알고 있는 공주와 유강 장군을 친구로 얻게 된다.

롭 성의 왕자였던 그는 '신수라'라는 새로운 이름을 하사받고 상화 공주를 지키고 공주의 명을 수행하는 호위무사가 된다.

 

제국은 땅이 커서 제국이 아니었다. 아니, 제국을 만드는 것은 영토와 힘이 아니라 마음과 문인 것이었다. -86

 

"천 년은 갈 것입니다. 어쩌면 만 년을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신라는 참으로 제국입니다. 저도 언젠가 아버지의 나라를 다시 세울 수 있다면 반드시 신라와 같은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87

 

넓은 대문과 열린 마음으로 교역을 하는 신라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롭성의 멸망원인을 곱씹는 신수라였다. 공주를 따라다니던 그는 원각법사를 만나면서 신라의 호국불교를 접하게 되고, 불법에 기반을 둔 호국에 점차 감화되기 시작한다. 가야국에서 태어났으나 국왕의 양녀가 되어 공주의 신분이 된 상화공주는 가야국 출신답게 쇠에 밝았으며 우산국 정벌에도 관심이 있었다. 왕으로부터 우산국 정벌을 명 받은 이사부는 되도록이면 피흘리는 일 없이 우산국을 복속시키려 했고, 신수라가 내놓은 목각사자의 계책은 큰 도움이 되었다. 우산국을 자비의 정신으로 껴안은 이번 전쟁에서 신수라는 '자비'와 '관용'의 불법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한편, 오래 전부터 상화 공주를 연모해오던 유강은 신수라에게 마음을 쓰는 상화공주 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었지만, 신수라는 그런 유강과 상화공주의 사정을 알면서 아니, 알고 있기에 그럴수록 롭 성에 두고 온 자신의 아내 니데지나가 가슴에 사무쳤다.

이방인의 신분으로서, 잃어버린 나라에 대한 책임을 진 자로서, 신라에 몸을 의탁하고는 있으나 깊게 뿌리내리지 못한 신수라.

마음을 갈무리하지 못한 채 가야에 들이닥친 왜구와 맞닥뜨린 그는 과연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황금보검을 지닌 금발머리의 사내. 그의 눈을 통해 서역과도 활발한 교역을 했던 신라의 황금제국으로서의 면모가 드러났다.

지금 당장이라도 여러 나라의 말이 뒤섞인 시장에서 흥정하는 시끌벅적한 교역의 한중간에 끼어들고 싶어진다.

살생유택, 임전무퇴 등 화랑의 정신이 살아 숨쉬고 불법의 호위 아래 자유스러움이 살아 숨쉬는 천년제국 신라가 문득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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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석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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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 [통]

 

이정우의 저 내려다보는 듯한, 세상을 비웃는 듯한 껄렁한 포즈가 이 책의 내용을 대변한다.

부산에서는 '짱'을 "통"이라고 쓴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파란만장한 질풍노도의 시기가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주먹 하나, 그리고 한 발로 허공을 딛고 점프하며 다른 발로 격파하는 독보적인 기술로 학교를 재패하고 통이 된 이정우는 부산에서 서울의 동진고로 전학을 간다.

통의 그릇은 양아치와는 달랐던지 아이들에게서 돈을 뺏는다거나 반 아이를 왕따시키는 짓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학 온 첫날부터 무표정한 그의 인상에서 독특한 카리스마를 느낀 동진고의 "노는 아이"들은 그를 건드리기 시작했고, 한바탕의 실력 행사 끝에 이정우는 실력을 인정받게 된다. 무림고수가 천하를 평정하듯이...몇 합을 겨루고 나서 패자는 깨끗이 무릎을 꿇는...음하하, 소싯적에 자주 보았던 무협드라마의 공식을 깨끗이 따르는 전개였다.

동진고에서 정우에게 첫 도전장을 내민 윤정현을 통해 동진고의 짱인 김인범을 만나게 되었고, 그는 정우를 진짜 사나이의 세계로 인도하겠다며 "사장  윤재식"에게 그를 소개한다.  정우를 스카웃한 사장은 그간의 일련의 사건을 통해 곧 정우의 독특함을 인정하고 다른 이들이 보기에 티나게 그를 이뻐하는데...

아직 새파랗게 어린 정우를 염려하는 천사의 손길도 등장한다. 학교에서는 강덕중이라는 선생님이 그를 붙들고 상담을 시도했고 항상 관심을 기울였으며 잠깐의 인연이지만 피흘리는 그를 집에 데리고 들어가 재워주었던 윤정임이라는 여자는 교생으로 나타나 그의 주위를 맴돈다.

독불장군이지만 자신의 휘하에 있는 사람을 지극히 챙기는 "으리"있는 사나이 정우는 자신을 노리던 누군가의 칼에 대신 죽어간 정현 때문에 보복을 결심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보호해줄 것이라 믿고 있었던 사장이 사실은 자신을 감시하고 있으며 윤정임을 납치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남다른 주먹과 의리 때문에 어두운 뒷골목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같은 정우는 정현과 정임의 죽음 이후 커다란 깨달음을 얻는다.

 

남자들이 한 번 보면 눈을 떼지 못하는 주먹들의 혈투, 그리고 남자의 수컷 본능을 자극하는 연약한 여자를 끼워 딜을 하는 뻔한 밀고 당기기, 마지막으로 빠지지 않는 권선징악의 엔딩까지.

수많은 액션영화의 줄거리를 압축해놓은 듯한 이야기였다.

역시 16년 전 통신 게시판에 올렸던 이야기가 살아남아 지금에 와서 원작소설로 출판되고 웹툰으로까지 만들어지게 될 만큼의 힘이 느껴졌다.

과도한 폭력 장면이 난무한다 생각하지만 요즘의 영화들이 담아내는 영상의 수위를 볼 때 지금 사회에서 이 정도의 폭력은 이제 너무 시시한 것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청소년의 흡연지적도 목숨 걸고 해야 하며 동네 깡패들의 가벼운 패싸움은 피해가야 하는 소심한 시민들을 길러내는 요즘의 풍토가 그저 씁쓸할 뿐이다.

날카로운 칼로 목을 그어 덜렁덜렁한 상태의 묘사, 휙, 따각, 빡. 등 개그유행어와 겹쳐지며 너무나 가벼운 오락거리 정도의 수준으로 전락한, 사실은 무시무시한 폭력을 담은 표현들이 난무하여 사실은 청소년들이 읽었을 때 악영향을 줄 정도의 것이 아닌가 걱정되기는 한다.

목숨 하나 없애는 일이 여름철 앵앵거리며 귀찮게 구는 모기 한 마리 때려죽이는 일처럼 가볍게 묘사되어 있지만 스트레스 풀러 영화관에 액션 영화 한 편 보러 왔다 생각하면 그저 쉽게 넘어가 지는 일이다.

현실에 일어나지 않은, 가상의 일이라 생각하며 정우의 파란만장한 청춘의 한 때를 읽었다, 그리하여 개과천선한 정우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생각하면 봐줄만한 이야기이다.

 

네 멋대로 해라, 이정우.

나는 내 멋대로 읽고 스트레스나 풀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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