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계 친구에게 관심을...[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그런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것은...
수백 마디의 말보다 단 한 장의 사진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여행작가 조정연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하다가 인도 길거리에서 비를 맞고 있는 한 소녀를 만났고 그 만남을 계기로 인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세계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에게 제3세계 아이들의 이야기를 알려주기 위해 8년 전 책을 썼고,
이번에 개정판이 나오게 되었다.
이 책은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등에서 인간 이하의 학대를 받고 있는 어린이가 겪는 참담한 실화를 소개하고 있다.
부모의 보호 아래 의식주를 제공받는 안락한 삶을 누리는 우리 아이들은 꿈에서라도 겪어본 적 없는 그들의 실상이 낱낱이 보여지고 있어 충격이
크다.

부모로부터 동의서를 받았다는 명목하에 묵인되는 인신매매 때문에 가봉의 아미나타는 하녀로 살아야 했다. 아미나타 같은 아이들은 매질과 학대
속에 하루 20시간이 넘는 중노동에 시달려야 하고, 심한 경우 주인의 아이를 임신한 채 쫓겨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국제연합에서는 최소한의
안전망인 법을 제정하려고 하지만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법보다는 배고픔이 무섭기 때문.

병으로 쓰러진 부모를 대신해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캄보디아의 아이들을 유독가스가 날리는 쓰레기장에서 쓰레기를 뒤지며 살고 있다. 머리가
아프고 목이 따가워도 음식 쓰레기를 먹지 않으면 굶어 죽고,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고, 유독가스가 아이들의 생명을 좀먹는 쓰게리장은 또 다른
전쟁터이다.
방글라데시의 알스하드는 친구 아버지에게 유괴되어 아랍 에미리트에서 낙타몰이꾼으로 살게 되었다. 등에 태운 아이의 무게가 가벼울수록 낙타가
빨리 달리는 데 유리하다며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것이다. 두바이 같은 부자 나라의 어른들이 열광하는 낙타 경주 때문에 궁궐 같은 낙타 숙소
옆에서 아이들은 마실 물도 못 마신 채 굶주리며 지내고 있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2005년부터는 기수의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올리고 사람 대신 로봇 기수를 만들어 낙타 경주에 활용한다고 하니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전 세계 아편의 3/4을 수출하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양귀비 농장을 압수하자 마약 밀매상의 빚 독촉에 시달린
부모들은 딸을 내다팔았다. 마약 밀매상들은 빚 대신에 결혼지참금을 치른 셈 치고 어린 소녀를 데려가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미래를 저당잡힌 채
희망을 잃은 아이들은 마약에 중독되어 죽어가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마약을 하고 총을 들면 굉장히 기분이 좋아져요. 사람들이 모두 내 말을 잘 듣거든요. 내가 마치 람보나 코만도 같은 영화 주인공이 된 것
같아요. 사람을 죽인다기보다 게임을 하는 것 같고요.-145
시에라리온의 전쟁은 공식적으로 끝났지만 반군의 소년병으로 가담해 끔찍한 기억을 안은 채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의 미래는 누가 책임 져 줄
것인가?
그 외에도 목화 따는 아이들,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아이들 등등.
어린이의 인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제3세계의 아이들을 현실을 직접 전해주는 이 책을 읽다보면 그만, 책을 덮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당장 우리나라의 현실도, 내 가족의 일도 아닌데 내가 왜?
그렇지만 내 아이가 소중하면 다른 아이들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머리를 들면서
이들의 참혹한 실상을 마주보게 했다.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라는 질문은 내 아이에게만 할 질문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던져야 할 질문이다.
어른으로서 세상이 바르게 돌아가도록 힘을 실어주고 저 아이들이 스스로를 책임 질 어른이 돌 때까지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일깨워주는
질문이다.
그 아이들의 아픔을 생생하게 느끼고 같이 나누어야 한다는 뼈저린 깨우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