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석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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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네 멋대로 해라 [통]

 

이정우의 저 내려다보는 듯한, 세상을 비웃는 듯한 껄렁한 포즈가 이 책의 내용을 대변한다.

부산에서는 '짱'을 "통"이라고 쓴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파란만장한 질풍노도의 시기가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주먹 하나, 그리고 한 발로 허공을 딛고 점프하며 다른 발로 격파하는 독보적인 기술로 학교를 재패하고 통이 된 이정우는 부산에서 서울의 동진고로 전학을 간다.

통의 그릇은 양아치와는 달랐던지 아이들에게서 돈을 뺏는다거나 반 아이를 왕따시키는 짓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학 온 첫날부터 무표정한 그의 인상에서 독특한 카리스마를 느낀 동진고의 "노는 아이"들은 그를 건드리기 시작했고, 한바탕의 실력 행사 끝에 이정우는 실력을 인정받게 된다. 무림고수가 천하를 평정하듯이...몇 합을 겨루고 나서 패자는 깨끗이 무릎을 꿇는...음하하, 소싯적에 자주 보았던 무협드라마의 공식을 깨끗이 따르는 전개였다.

동진고에서 정우에게 첫 도전장을 내민 윤정현을 통해 동진고의 짱인 김인범을 만나게 되었고, 그는 정우를 진짜 사나이의 세계로 인도하겠다며 "사장  윤재식"에게 그를 소개한다.  정우를 스카웃한 사장은 그간의 일련의 사건을 통해 곧 정우의 독특함을 인정하고 다른 이들이 보기에 티나게 그를 이뻐하는데...

아직 새파랗게 어린 정우를 염려하는 천사의 손길도 등장한다. 학교에서는 강덕중이라는 선생님이 그를 붙들고 상담을 시도했고 항상 관심을 기울였으며 잠깐의 인연이지만 피흘리는 그를 집에 데리고 들어가 재워주었던 윤정임이라는 여자는 교생으로 나타나 그의 주위를 맴돈다.

독불장군이지만 자신의 휘하에 있는 사람을 지극히 챙기는 "으리"있는 사나이 정우는 자신을 노리던 누군가의 칼에 대신 죽어간 정현 때문에 보복을 결심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보호해줄 것이라 믿고 있었던 사장이 사실은 자신을 감시하고 있으며 윤정임을 납치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남다른 주먹과 의리 때문에 어두운 뒷골목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같은 정우는 정현과 정임의 죽음 이후 커다란 깨달음을 얻는다.

 

남자들이 한 번 보면 눈을 떼지 못하는 주먹들의 혈투, 그리고 남자의 수컷 본능을 자극하는 연약한 여자를 끼워 딜을 하는 뻔한 밀고 당기기, 마지막으로 빠지지 않는 권선징악의 엔딩까지.

수많은 액션영화의 줄거리를 압축해놓은 듯한 이야기였다.

역시 16년 전 통신 게시판에 올렸던 이야기가 살아남아 지금에 와서 원작소설로 출판되고 웹툰으로까지 만들어지게 될 만큼의 힘이 느껴졌다.

과도한 폭력 장면이 난무한다 생각하지만 요즘의 영화들이 담아내는 영상의 수위를 볼 때 지금 사회에서 이 정도의 폭력은 이제 너무 시시한 것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청소년의 흡연지적도 목숨 걸고 해야 하며 동네 깡패들의 가벼운 패싸움은 피해가야 하는 소심한 시민들을 길러내는 요즘의 풍토가 그저 씁쓸할 뿐이다.

날카로운 칼로 목을 그어 덜렁덜렁한 상태의 묘사, 휙, 따각, 빡. 등 개그유행어와 겹쳐지며 너무나 가벼운 오락거리 정도의 수준으로 전락한, 사실은 무시무시한 폭력을 담은 표현들이 난무하여 사실은 청소년들이 읽었을 때 악영향을 줄 정도의 것이 아닌가 걱정되기는 한다.

목숨 하나 없애는 일이 여름철 앵앵거리며 귀찮게 구는 모기 한 마리 때려죽이는 일처럼 가볍게 묘사되어 있지만 스트레스 풀러 영화관에 액션 영화 한 편 보러 왔다 생각하면 그저 쉽게 넘어가 지는 일이다.

현실에 일어나지 않은, 가상의 일이라 생각하며 정우의 파란만장한 청춘의 한 때를 읽었다, 그리하여 개과천선한 정우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생각하면 봐줄만한 이야기이다.

 

네 멋대로 해라, 이정우.

나는 내 멋대로 읽고 스트레스나 풀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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