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주세요!

마치기 싫어...

벌써 끝이란 말인가...

 

저에게는 아직 읽어야 할 책이 12권 이상 남아 있사옵니다. ㅠㅠ

 

장르를 편식하며 책을 읽던 나에게 신간 평가단에 도전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과연 에세이를 잘 읽어낼 수 있을까.

13기에 의심하며 시작했던 길,

14기까지 무사히 붙어 그럭저럭 걸어왔다.

 

내 마음 수양을 위해, 다양한 독서를 위해 시작한 길이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뭔가가 쌓이기 시작한다.

아직 뭐라 콕 집어 말할 순 없지만 다른 사람의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난 에세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누군가와 교감을 이룬다는 신비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꾸며 낸 이야기가 아닌, 사실을 말하는 이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진정성이랄까.

각자 다른 스타일로 각자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풀어내는 데서 오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아~

여러 책들을 만나보았는데,

내 마음에 남는 책은. 이렇다.

1.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2. 마술 라디오

3.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4. 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

5. 장서의 괴로움

 

 

 

 

 

 

 

 

 

 

 

 

 

 

 

 

 

 

 

 

 

 

 

 

 

딴짓하고 싶다는 제목처럼....책 그림이 딴짓을 하고 있다.^^

 

 

 

 

 

 

 

 

 

 

 

모두 애정이 가는 책이고 각기 색깔들도 다른 책이지만 이 중에서 하나만 고르라면

<마술 라디오>를 꼽고 싶다.

 

지직, 지직.

안테나를 세워 주파수를 맞춘 다음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가 손도, 눈도 꼼짝 않고 귀만 열어 놓았었다. 귀는 말랑말랑했으며 베개에 닿은 한쪽 귀는 따뜻하기도 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잡아놓은 라디오는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풍문으로 들었소, 하고 흘려보낼 수도 있었을 이야기들을 내 귀로 흘러들게 했다.

그렇게 흘러든 이야기들엔 슬픈 사연도, 기쁜 사연도 있었다.

 

눈으로 보지 않고 소리로만 접했을 때, 마음 속에서 그려지는 풍경의 화폭은 엄청나게 커진다.

눈으로 보는 풍경은 TV의 사양에 따라 흑백일 수도, 컬러일수도, 16인치일수도, 50인치일 수도 있지만, 소리로 듣는 풍경은 내 멋대로이다.

작은 프레임에 가두고 싶은 슬픈 이야기들은 작아지고, 넓고 깊은 울림을 가진 이야기들은 작게 상상해도 점점 커진다.

내성적이었던 나는 내 이야기를 밖에다 대고 하는 것에 서툴렀다.

그나마 내 속마음을 털어놓는 곳은 하얀 여백으로 들어찬 일기장 뿐.

그러면서 한없이 밑으로 밑으로, 안으로 안으로 침잠해 들어만 가려 했던 내 무거운 어깨를 쓰윽 잡아 일으켜준 것은 라디오 속 이야기들이었다.

참 신기하기도 하지.

라디오에서 들었음직한 이야기들이 가식적인 옷을 벗어던진 채 정혜윤의 책 속에서 다시 나타났을 때, 왠지 모르게 따뜻한 두 줄기 눈물이 흘러 내 귓바퀴에 고여들었다.

책을 읽고 있을 때의 내 자세 때문이기도 하지만...눈물이 두 볼을 , 턱을 적시지 않고 귓바퀴에 고여들었을 때 그 차갑고 축축한 느낌을 내가 많이도 그리워했다는 것을 나는 알아차렸다.

 

 

 

특히나 마음으로 많이 공감하며 읽었던 책이라서 기억에 남는다.

라디오라는 단어가 가지는 애잔함에 특히 가슴이 많이 떨렸던 탓인가.

노란 색 책 표지와 함께 이상야릇하게도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마술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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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4-10-28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희돌이님, 13기에서도 14기에서도 좋은 활동 보여주셔서 감사드려요!
마치기 싫으시면 다음 기수에도 꼭 도전해주세요 :)

고맙습니다~
 
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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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에 도전하다.[푸른 수염]

 

샤를 페로의 동화로 널리 알려진 무시무시한 이야기 푸른 수염이 독창성과 신랄한 문체로 유명한 아멜리 노통브의 펜을 빌어 다시 태어났다.

 

상상만 해도 기괴한 푸른 수염의 귀족 남자가 아내를 데려온 뒤 선뜻 열쇠를 맡기는데 단 한 군데, 비밀의 방만은 절대 열지 말라고 당부한다. 남편이 멀리 나간 동안 아내는 결국 비밀의 방을 열고 예전 아내들의 시체가 죽 걸려 있는 충격적인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푸른 수염은 잔혹한 연쇄살인마였던 것.

 

 

아~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욕심 아니던가.

신화속에 등장하는 판도라도 호기심을 못 이기고 금기의 상자를 열어 세상을 혼돈에 가득차게 만들었고, 에로스와 프쉬케의 신화에서조차 얼굴을 보면 안된다고 신신당부하던 에로스의 말을 프쉬케가 어기면서 사랑하는 두 사람이 눈물의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이렇듯 오랜 역사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대대로 전해내려오던 신화의 틀에서조차 "금기"라는 것은 필시 깨라고 만들어져 있는 것임을 찾아볼 수 있는데...

 

금기를 접했을 때, 모두들 "나는 절대 어기지 않아"라고 장담하지만 금기의 매력은 광기로 돌변하여 사람을 겉잡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한다.

나만 아니면 돼, 하는 심정으로 그 이야기를 읽어가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심장이 한껏 쫄깃해지면서 금기를 어긴 뒤의 일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눈썹에 불이 붙어 타들어가는 듯한 긴박감을 느끼며 침을 꼴깍 삼키게 된다.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푸른 수염의 이야기가 다시금 현대의 소설로 태어났다고 했을 때, 뭐, 다 아는 얘기인데 새로울 것이 있겠어? 하고 코웃음을 쳤었다.

그렇지만 아멜리 노통브의 변주는 독특하고 새롭다는 평을 들었을 때 그냥 지나칠 수 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읽어보기로 결정했다.

사실, 그녀의 이름은 오래 전부터 들어왔지만 책을 집어 들어 몇 장 읽다가 '무슨 대사가 이렇게 많아?' 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도무지 나는 이해할 수 없는 문화적 차이에 머리가 아파왔으며 게다가 또한 은근한 은유와 역설적인 비꼼으로 가득한 문장들은 참을 수가 없어서 덮어놓았던 기억이 있는지라...이 결정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마, 제목이 너무나도 익숙하고 결말이 어느 정도 예상되는 '푸른 수염'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직도 아멜리 노통브를 무시한 채 살고 있었으리라.

 

당돌한 여성 사튀르닌은 친구 코린의 집에 신세 지며 살고 있다가 파리 7구의 호화 저택에 들어가 살게 된다. 방을 구하는 지원자들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이미 여덟 명의 여자가 방을 얻어 산 적이 있는데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어쨌거나 집주인의 눈에 든 26살의 사튀르닌은 에스파냐의 귀족 성에서 44살의 돈 엘레미리오와 함께 동거하게 된다. 사전지식으로 중무장한 사튀르닌은 절대 넘어가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돈 엘레미리오와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데 어쩌나...그가 제공하는 쾌락과 편안함, 배려에 서서히 마음의 벽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값비싼 샴페인을 곁들인 호화로운 식사를 하면서 둘이 쉴새없이 주고 받는 재치 있는 대화들은 진정 이 소설의 백미라 할 만하다.

아멜리 노통브가 창조한 현대의 푸른 수염은 광기 어린 사람이지만 단단한 벽을 품고 들어간 사튀르닌의 마음을 한순간 녹여낼 정도로 사랑에 있어서는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보일 줄 아는 사람이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냉철하게 이성을 내세워 핵심을 파고든 사튀르닌은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가리워질 뻔한 베일을 걷어내고 곧장 푸른 수염에게로 칼날을 들이댄다.

사진을 유일한 취미로 갖고 있는 푸른 수염에게서 암실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한밤중에 식칼을 들고 직진하는 사튀르닌의 모습에 푸른 수염이 오르가즘을 느낄 뻔했다고 말하는 장면은 가히 푸른수염을 변주한 장면 중의 압권일 듯하다.

 

 

왜 사튀르닌이 아홉 번째 여자인지를 알아내면 아멜리 노통브의 "푸른 수염"이 가진 독특한 비밀이 벗겨진다.

동시에 사튀르닌은 생명을 구하게 되는 것이다.

 

금기에 대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사랑"이라는 것을 시험하기 위한 도구로 삼았던 돈 엘리미리오의 선택은 끝내 잘못된 것이었는가.

 

"난 미치광이가 아니라,절대에 사로잡힌, 사랑하는 여자와 자신 사이의 정확한 경계가 무엇인가 하는 끔찍한 질문에 아홉 번이나 직면한 남자요."

 

사튀르닌에게 쏟아내는 돈 엘리미리오의 대사가 왠지 처절하리만치 슬프게 느껴진다.

금기에 도전한 여성의 최후는 다양하게 변주되어 왔지만 사투르닌의 경우는...사랑에 빠진 여자의 고뇌가 그대로 느껴진다고 할까.

나 역시도 연쇄 살인범에 불과한 돈 엘리미리오에게 동정표를 던지고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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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9월에 나온 새 책들을 주욱 둘러보았다.

요즘 왠지 책에 대한 흥미가 줄어든 것 같다.

머릿속이 복잡해서인가...

 

해외여행을 9번이나 다녀왔다는 친구의 페이스북 새소식 때문에 더욱 마음이 심란해진다.

야,

나 같으면 그 정도 해외여행 다닌 경력이면 책을 한 권 냈겠다...

하며, 호기롭게 큰 소리 쳐보지만 실상은 그저 부러운 거다.

 

새 책들을 둘러보는 순례 행렬에서 일부러 여행 에세이들을 제외시킨다.

남들이 다녀온 거...백 날 쳐다보면 뭐하냐,

내가 직접 다녀와야지.

실상은 배가 아파 그런 거다.

친구야...부럽다.

 

 

1.

  

 

 

 

 

 

보다 -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김영하 (지은이) | 문학동네 | 2014년 9월

 

소설가 김영하 산문집. 예술과 인간, 거시적/미시적 사회 문제를 주제로 한 스물여섯 개의 글을 개성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묶은 이 산문집에서, 인간 내면과 사회 구조 안팎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김영하의 문제적 시선과 지성적인 필치를 만날 수 있다.

 

 

김영하의 글은 왠지 기대가 된다. 무엇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그의 글을 어서 만나보고 싶다.

 

 

   2.

버티는 삶에 관하여

허지웅 (지은이) | 문학동네 | 2014년 9월

 

글쓰는 허지웅이 에세이집을 출간한다. 이 책에는 그의 어머니와 가족에 대한 기억, 20대 시절 그가 맨몸으로 세상에 나와 버틴 경험들과 함께, 소용돌이 가득한 이 시대에 한 사람의 평범한 사회인으로서 견디고 화내고 더 나은 세상의 가능성을 꿈꾸며 써내려왔던 글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허지웅이라는 사람.

TV에 자주 나온다.

뾰족하게 생긴 주제에 꽤 글쟁이 다운 말을 한다. 그의 책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했으면서 함부로 그 사람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얘기할 수 없기에 그의 책을 한 권 정도는 읽어보아야지...하면서 꼽아보았다.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이라는 책이 나왔지만 이상한 선입견 때문에 읽지 않았는데...그의 책들은 제목이 참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은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는 것 같다.

 

 

3.

 

최초의 한입

마스다 미리 (지은이), 이연희 (옮긴이) | 라미엔느 | 2014년 9월

 

 

마스다 미리가 기억하는 최초의 한입. 어릴 적 처음으로 마주한 맛부터 어른이 되어 경험한 조금은 사치스러운 먹거리까지, 그 두근두근했던 최초의 한입에 대한 마스다 미리의 솔직담백한 감상이 펼쳐진다.

 

 

요즘 <심야식당>을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음식에 관한 것이라면 번쩍 눈이 뜨인다.

음식에 대한 기억을 풀어낸 이야기는 많았으되, 톡톡 튀면서 간결한 언어로 가끔 놀라움을 선사하는 마스다 미리의 이야기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최초의 한입이라...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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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앉아 금琴을 타고 샘터 우리문화 톺아보기 2
이지양 지음 / 샘터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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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모르나, 우리 노래? [홀로 앉아 금을 타고]

 

간만에 茶樂(다악) CD를 꺼내 들어보았다. 커피를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녹차, 허브차 등의 차를 즐겨 마시는데,  차를 마시며 듣기 좋은 음악이 없을까 하여 찾다가 하나 구입한 것이었다. 이 책 [홀로 앉아 금을 타고]를 읽다 보니, 그 CD에 들어 있었던 <수룡음>이 소개되어 있기에 언뜻 떠올려 진 것이다.

 

CD음악을 소개하는 간략한 내용에는 <수룡음>에 대해 , "가곡 두거, 농, 낙, 편등의 곡을 관악편성만으로 연주하는 것을 경풍년, 수룡음, 염양춘이라고 한다. 특히 평롱, 계락, 편삭대엽으로 구성되는 경우, 이를 수룡음이라 하는데, 수룡음은 맑고 신비한 음색을 지닌 생황과 단소의 병주, 즉 생소병주로 많이 연주된다."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우리 노래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음악을 듣는 것까지는 할 수 있으나 곡의 편제와 구성에 대한 지식만 나열되어 있는 설명은 너무 어려운 듯 하여 읽는둥 마는둥 밀쳐놓았던 것 같다.

이제 다시 보니 새롭다.

 

CD에서는 <수룡음>을 설명하면서 ~~수룡음, 염양춘이라고 한다. 라고 되어 있었는데, 책에는 <수룡음>과 <염양춘>이 좀 더 확실히 구분되어  있다.

<수룡음>이란 중국 동한때의 두 문장가, 마원과 마융이 지은 두 편의 <장적부>에서 적의 소리를 용이 휘파람 부는듯하다고 묘사한 이래, 한문학에서 피리 소리는 용이 물속에서 노래를 읊조리는 것, 즉 용의 휘파람 소리라는 이미지로 굳어졌다. <수룡음>이란 곡은 언제나 피리 종류의 관악기로 연주하는데, 특히 피리의 유장한 가락이 허공에 퍼져 나가는 것이 마치 바다 속의 용이 구불구불 즐겁게 헤엄치면서, 휘파람을 부는 소리 같다고 하여 피리 소리를 '수룡음'이라고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89

 

과연, 책의 설명을 듣고 보니 바닷속 용이 구불구불 헤엄치는 모습이 떠올려지는 것도 같다.

<수룡음>의 유래를 조금 곁들였을 뿐인데 다가오는 느낌은 완전히 풍성해진다.

 

덧붙여,

<염양춘>이란 볕이 아주 곱고 따사로운 늦은 봄을 뜻한다. <염양춘>은 피리 독주곡, 생소병주곡, 생황,피리, 양금 합주곡 등 다양한 악기 편성의 연주곡들이 있다. 피리 독주로 듣는 <염양춘>은 조금 단조롭고, 양금이 들어간 곡은 화사하지만, 생소 병주로 듣는 <염양춘>은 봄의 생기가 신비롭게 전해 오는 것 같기 때문이다. 생황의 소리는 그윽하고 신비로우며,단소는 맑고 깨끗하게 높은 소리를 내기 때문에 정말 한옥 툇마루에 앉아 따사로운 봄볕을 쬐는 기분이 생생히 느껴지는 것이다. -108

 

이런 식으로 모르고 슬쩍 넘어갈 뻔했던 것에 대해 설명을 상세하게 해주니, 없던 관심도 절로 생긴다.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데 있어 좋은 길잡이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다.

 

우리 음악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음은, 대학에서 교양 강의를 듣는 저자의 학생들이나, 설렁설렁 나이만 먹은 나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책의 첫 장, 첫 꼭지 글의 제목이 <나만 모르나, 우리 노래?>이다. 저자는 머지않아 '나만 모르나, 우리 노래?' 하면서 조금은 창피하고 불안해할 날이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피리나 퉁소 같은 악기를 연주할 수 있으며, 단가 한 곡, 사설시조 한 수 정도쯤 읊을 수 있는 안목과 교양이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일 게다. 잊혀져 가는 혹은 관심에서 사라져 가는 우리 음악에 대한 자료를 찾아내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 책을 펴낸 작가로서는 정말로 바라는 바일 것이다.

구비전승된 음악을 듣다가 자신이 공부했던 한문학의 사료 속에서 그 노래에 대한 이런 글이 있었다고...한 마디 보태고 싶었던 저자의 노력이 빛을 발해 '고문헌 속의 우리 고전 음악 이야기'라는 내용으로 라디오에 소개되었고 그 원고는 모이고 모여 이렇게 책으로 엮어졌다.

이 책을 읽으면 옛 글 속에 나타난 담헌 홍대용, 박지원 등 교양으로서의 음악에 관심을 기울였던 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  쌍절금, 옥퉁소 등 악기에 관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듣게 되는 것에서 쏠쏠한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판소리 춘향전에서 몽룡이 춘당대시과(오늘날로 치면 논술 특별 전형 )를 보는 과정이 묘사되고 있는 부분에 새삼 관심을 환기시키며 이것이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판소리는 존재 자체로서 우리의 문화 창조에 굳건한 자부심과 새로운 창조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자기 시대의 무엇을 노래에 담아야 할지 암시해 준다는 것이다.

과연,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 음악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마음 반, 이렇게 우리 음악에 대해 무지했다는 부끄러운 마음 반이 서로를 저울질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회화, 조각, 건축, 수학 등 다방면에 관심을 기울이던 '융합인재'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겠지만 최소한 문화 전반에 걸친 기본 교양을 갖추고 즐길 줄 알았던 옛 선비-박지원, 홍대용 같은-들의 발자취를 따르려는 노력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술자리에 흥이 도도하게 일 무렵, 말없이 자취를 감춘 효효재 공

그를 찾아 무리들이 함께 달빛을 밟으며 효효재 공의 댁을 향해 가다가

환한 달빛 아래 수표교 위에 앉아 있던 공을 발견한다.

공은 무릎에 금을 놓고 두건을 벗고 다리 위에 앉아 달을 보고 있었다.

그들은 술상과 악기를 그곳으로 옮기고 즐거움이 다하도록 놀았다.

 

이 부분을 읽으면 누구라도 박지원과 홍대용의 운치를 따라 즐기고 싶어질 것이다.

음악과 함께 하는 운치.

이 책을 읽으면 옛 글 속의 문화, 특히 음악과 함께 하는 옛 문화를 온몸으로 맞이할 수 있다.

그리고 책에 나오는 음악을 다 찾아 듣고 싶어지게 될 것이다.

부록으로 책에 소개된 음악이 소개된 CD가 있었다면 좋았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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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말하다 - 폴오스터와의 대화
폴 오스터 지음, 제임스 M. 허치슨 엮음, 심혜경 옮김 / 인간사랑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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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글을 쓰는가? [글쓰기를 말하다]

 

가을 바람이 옷깃을 스치울 때는 왠지 트렌치 코트에 어울리는 차림새를 하고 낙엽 위를 거닐고 싶어진다. 봄 탄다, 가을 탄다. 등 계절이 바뀔 때마다 유난히 까칠해지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계절이 바뀌면 옷 한 가지 정도 사는 것으로 묘하게 울렁거리는 마음의 파도를 다스리고 싶어진다. 가을은 역시 버버리~하면서 옷장을 확 열었으나 안에 변변히 받쳐 입을 옷이 없다. 아니, 사실은 여름 방학 내내 아이들과 함께  세 끼 꼬박 챙겨먹고 늦잠을 즐기며 뒹굴거리느라 살이 불어서 맞는 옷이 없다고 해야 맞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잘만 맞춰 입고 다녔던 트렌치 코트에 팔 꿰어 넣기가 왜 갑자기 어려워진단 말이냐. 그걸 몰라서 물어? 팔뚝에 살이 붙어서이지...

 

뻔한 질문에 뻔한 대답이다.

 

괜히 책을 뒤적이며 읽고 난 뒤 정리할 문장을 뽑아 본다.

아무 생각 없이 하루를 지내는 식충이는 되지 말자며 책을 읽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리뷰를 쓰고 블로그 활동을 하지만 글쓰기가 좀처럼 느는 것 같지가 않다.

역시, 글쓰기는 내게 있어 맞지 않는 옷인가, 싶다.

옷이 유행따라 변해서 해마다 새 옷을 사야한다는 것은 핑계고 사실은 살이 쪄서 멀쩡한 옷도 못 입게 되었다는 것이 맞는 말인 것처럼.

글쓰기도 애초에 내게는 뱁새가 황새를 좇아가는 격이 아니었나 싶은 것이다.

문학상을 바란다거나 이름을 날리는 리뷰어가 되어 책이라도 한 권 내고 싶다거나 하는 거창하고 원대한 포부를 가지지 않아서인가? 거의 매일이다시피 써대는 리뷰는 내가 보기에도 한심한 수준이다.

욕심만 앞섰지 글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거나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시킬 공부조차도 하지 않았으면서...

 

글쓰기에 관한 답답한 마음에 혼자 질문해보았댔자 돌아오는 것은 또한 뻔한 대답이다.

 

폴 오스터는 "글쓰기"를 무엇이라고 생각했을까?

그의 작품을 참, 부끄럽고 민망하게도 아직 한 편도 읽어보지 못했지만 현존하는 최고의 미국 작가라고 하니, [글쓰기를 말하다]에는 속시원한 대답이 들어 있을 것 같았다.

 

자, 그럼 답을 내려주시죠. 짠.

 

"왜 쓰는지는 나도 모릅니다. 답을 알고 있었다면 아마 쓸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요. 글쓰기를 우리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글쓰기가 우리를 선택합니다. "-399

 

오호라~ 알 듯 말 듯. 꽤나 내공이 느껴지는 말이다.

장난처럼 읽고 쓰기를 반복하는 나의 글쓰기가 한 단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내게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쓰고 싶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글쓰기는 나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좌절.

 

이 책은 폴 오스터가 스스로 쓴 에세이가 아니라 인터뷰집이다. 대개 철학적인 성향을 보이는 글을 발표하여, 기꺼이 세상과의 단절을 선택할 것으로 생각되는 작가치고는 인터뷰 횟수가 많았다고 한다. 각자 다른 인터뷰어들이 폴 오스터라는 한 사람과 인터뷰한 내용으로부터 우리는 다양한 각도에 초점을 맞추어 그를 살펴보고  재구성할 수 있다.

폴 오스터는 프리랜서 서평가, 번역가로 생계를 이어가던 시절을 거쳐 자전적 에세이 [고독의 발명]을 쓰고, <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있는 방>을 함께 묶어 [뉴욕 3부작]이라 불리는 소설로 유명해졌다. 픽션, 논픽션, 그리고 3편의 영화대본까지 대단한 필력을 선보이며 작가생활을 영위한 그는 새로 쓰는 책마다 늘 새롭게 시작한다고 한다. 전에는 써본 적이 없는 책을 쓰면서 스스로 방법을 터득해가는 것이다.

 

각각의 책에는 다른 책들과 구별되는 음률이 있고, 바로 끝낸 새 책(선셋 파크)은 내가 전에 시도했던 책들과는 모양새가 다릅니다. 아주 긴 문장이 여럿 있죠. 3페이지나 되는 긴 문장들도 나옵니다. -398

(선셋 파크를 옆에 두고 보니 실제로 긴 문장이 대부분이다. 윌리엄 포크너에 버금가는 긴 문장들이 나를 잔뜩 주눅들게 만든다. 이걸 읽어, 말어? 고민 중.)

 

 

그는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글 쓰는 법을 가르칠 수 없다고.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야만 한다는데...그 과정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이 아닌가.

 

글쓰기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는, 소설이든 비소설이든 '다음 문장은 무엇인가?' 입니다. 온갖 생각이 꼬리를 뭅니다. 이 때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죠. 내게는 주제에서 벗어나 엉뚱한 곳으로 빠지려는 경향이 있어요. 내게 글쓰기가 힘들게 느껴졌던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가야 할 길을 아는 것. 모든 갈등은 여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단락을 쓸 때도 그토록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겁니다. -186

 

폴 오스터는 남달리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작가로,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오렌지 주스 한 잔, 홍차 한 잔을 마시며 45분 가량 뉴욕타임스를 읽고는 집필실로 향한다. 오직 세 사람만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곳에서 매일매일 일한다. 한 번에 한 단락을 쓰고 다음 이야기를 이어간다. 수차례에 걸친 수정 작업도 병행한다. 처음 몇 년 동안, 기껏해야 하루에 한두 단락 을 쓰던 때도 있었다....로 유명한 작업 방식은 인터뷰 내내 수시로 등장한다.

만년필이나 샤프펜슬로 페이지를 채워 나가면서 느끼는 고적함을 사랑하고 올림피아 타자기로 정서한다.

왜 글을 쓰는가,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 사그라들 무렵에는 인터뷰어의 질문 사이사이로 폴 오스터의 민낯을 볼 수 있다.

감추어진 기억, 트라우마, 어린 시절의 깊은 상처들...로부터 소설이 시작된다고 말하며 열 네살 때 여름 캠프에 참가했을 때 번개가 철조망에 떨어진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기억이 소설을 쓰고 나서야 떠오른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는다.

자신의 작품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전통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인 구비문학 형태의 동화-그림 형제의 동화, 천일야화-였다고도 했다.

폴 오스터-빔 벤더스-페터 한트케- 잔 모로로 이어지는 우연의 일치 혹은 인연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도 흥미로웠다.

 

역시나 말과 글은 한 사람을 알아보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를 잘 드러내고 싶으면 말과 글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폴 오스터 스스로는 쓰고 난 원고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지만 그의 원고는 높은 값이 매겨져서 팔리는 귀중한 것이 되었다.

아직은 아무도 내가 쓴 글에 값을 매길 수도 있다는 중압감에 시달리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부러워하는 처지다.

나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갖고 싶어하는가? 글쓰기로부터 선택당하고 싶은가?

글쓰기에 대한 답을 얻고 싶어 쉽게 집어든 책인데...얻어가는 질문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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