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앉아 금琴을 타고 샘터 우리문화 톺아보기 2
이지양 지음 / 샘터사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나만 모르나, 우리 노래? [홀로 앉아 금을 타고]

 

간만에 茶樂(다악) CD를 꺼내 들어보았다. 커피를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녹차, 허브차 등의 차를 즐겨 마시는데,  차를 마시며 듣기 좋은 음악이 없을까 하여 찾다가 하나 구입한 것이었다. 이 책 [홀로 앉아 금을 타고]를 읽다 보니, 그 CD에 들어 있었던 <수룡음>이 소개되어 있기에 언뜻 떠올려 진 것이다.

 

CD음악을 소개하는 간략한 내용에는 <수룡음>에 대해 , "가곡 두거, 농, 낙, 편등의 곡을 관악편성만으로 연주하는 것을 경풍년, 수룡음, 염양춘이라고 한다. 특히 평롱, 계락, 편삭대엽으로 구성되는 경우, 이를 수룡음이라 하는데, 수룡음은 맑고 신비한 음색을 지닌 생황과 단소의 병주, 즉 생소병주로 많이 연주된다."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우리 노래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음악을 듣는 것까지는 할 수 있으나 곡의 편제와 구성에 대한 지식만 나열되어 있는 설명은 너무 어려운 듯 하여 읽는둥 마는둥 밀쳐놓았던 것 같다.

이제 다시 보니 새롭다.

 

CD에서는 <수룡음>을 설명하면서 ~~수룡음, 염양춘이라고 한다. 라고 되어 있었는데, 책에는 <수룡음>과 <염양춘>이 좀 더 확실히 구분되어  있다.

<수룡음>이란 중국 동한때의 두 문장가, 마원과 마융이 지은 두 편의 <장적부>에서 적의 소리를 용이 휘파람 부는듯하다고 묘사한 이래, 한문학에서 피리 소리는 용이 물속에서 노래를 읊조리는 것, 즉 용의 휘파람 소리라는 이미지로 굳어졌다. <수룡음>이란 곡은 언제나 피리 종류의 관악기로 연주하는데, 특히 피리의 유장한 가락이 허공에 퍼져 나가는 것이 마치 바다 속의 용이 구불구불 즐겁게 헤엄치면서, 휘파람을 부는 소리 같다고 하여 피리 소리를 '수룡음'이라고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89

 

과연, 책의 설명을 듣고 보니 바닷속 용이 구불구불 헤엄치는 모습이 떠올려지는 것도 같다.

<수룡음>의 유래를 조금 곁들였을 뿐인데 다가오는 느낌은 완전히 풍성해진다.

 

덧붙여,

<염양춘>이란 볕이 아주 곱고 따사로운 늦은 봄을 뜻한다. <염양춘>은 피리 독주곡, 생소병주곡, 생황,피리, 양금 합주곡 등 다양한 악기 편성의 연주곡들이 있다. 피리 독주로 듣는 <염양춘>은 조금 단조롭고, 양금이 들어간 곡은 화사하지만, 생소 병주로 듣는 <염양춘>은 봄의 생기가 신비롭게 전해 오는 것 같기 때문이다. 생황의 소리는 그윽하고 신비로우며,단소는 맑고 깨끗하게 높은 소리를 내기 때문에 정말 한옥 툇마루에 앉아 따사로운 봄볕을 쬐는 기분이 생생히 느껴지는 것이다. -108

 

이런 식으로 모르고 슬쩍 넘어갈 뻔했던 것에 대해 설명을 상세하게 해주니, 없던 관심도 절로 생긴다.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데 있어 좋은 길잡이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다.

 

우리 음악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음은, 대학에서 교양 강의를 듣는 저자의 학생들이나, 설렁설렁 나이만 먹은 나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책의 첫 장, 첫 꼭지 글의 제목이 <나만 모르나, 우리 노래?>이다. 저자는 머지않아 '나만 모르나, 우리 노래?' 하면서 조금은 창피하고 불안해할 날이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피리나 퉁소 같은 악기를 연주할 수 있으며, 단가 한 곡, 사설시조 한 수 정도쯤 읊을 수 있는 안목과 교양이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일 게다. 잊혀져 가는 혹은 관심에서 사라져 가는 우리 음악에 대한 자료를 찾아내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 책을 펴낸 작가로서는 정말로 바라는 바일 것이다.

구비전승된 음악을 듣다가 자신이 공부했던 한문학의 사료 속에서 그 노래에 대한 이런 글이 있었다고...한 마디 보태고 싶었던 저자의 노력이 빛을 발해 '고문헌 속의 우리 고전 음악 이야기'라는 내용으로 라디오에 소개되었고 그 원고는 모이고 모여 이렇게 책으로 엮어졌다.

이 책을 읽으면 옛 글 속에 나타난 담헌 홍대용, 박지원 등 교양으로서의 음악에 관심을 기울였던 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  쌍절금, 옥퉁소 등 악기에 관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듣게 되는 것에서 쏠쏠한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판소리 춘향전에서 몽룡이 춘당대시과(오늘날로 치면 논술 특별 전형 )를 보는 과정이 묘사되고 있는 부분에 새삼 관심을 환기시키며 이것이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판소리는 존재 자체로서 우리의 문화 창조에 굳건한 자부심과 새로운 창조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자기 시대의 무엇을 노래에 담아야 할지 암시해 준다는 것이다.

과연,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 음악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마음 반, 이렇게 우리 음악에 대해 무지했다는 부끄러운 마음 반이 서로를 저울질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회화, 조각, 건축, 수학 등 다방면에 관심을 기울이던 '융합인재'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겠지만 최소한 문화 전반에 걸친 기본 교양을 갖추고 즐길 줄 알았던 옛 선비-박지원, 홍대용 같은-들의 발자취를 따르려는 노력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술자리에 흥이 도도하게 일 무렵, 말없이 자취를 감춘 효효재 공

그를 찾아 무리들이 함께 달빛을 밟으며 효효재 공의 댁을 향해 가다가

환한 달빛 아래 수표교 위에 앉아 있던 공을 발견한다.

공은 무릎에 금을 놓고 두건을 벗고 다리 위에 앉아 달을 보고 있었다.

그들은 술상과 악기를 그곳으로 옮기고 즐거움이 다하도록 놀았다.

 

이 부분을 읽으면 누구라도 박지원과 홍대용의 운치를 따라 즐기고 싶어질 것이다.

음악과 함께 하는 운치.

이 책을 읽으면 옛 글 속의 문화, 특히 음악과 함께 하는 옛 문화를 온몸으로 맞이할 수 있다.

그리고 책에 나오는 음악을 다 찾아 듣고 싶어지게 될 것이다.

부록으로 책에 소개된 음악이 소개된 CD가 있었다면 좋았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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