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들로부터 건져올린 크고 작은 진실 [실종 느와르 M 케이스북]

어쩔 수 없다.
다시 보는 수밖에.
[실종 느와르 M] 사건을 완벽 분석한 케이스북을 보고 있자니
본방사수는 물론 다시보기도 하지 않고 지나갔던 이 드라마를 다시 볼 수밖에 없었다.
왜 이걸 놓쳤던가.


예고편을 건너 뛰고 1화부터 다시보기를 한다.
IQ 187의 전직 FBI 요원 '길수현'과 실종 수사만 7년인 베테랑 토종형사 '오대영'이 강력범죄와 연계된 1% 실종사건을 풀어나가는
실종 범죄 수사극이 시작된다.
비현실적인 설정이지만 이건 단지 드라마일 뿐이라는 것을 상기하면 그럭저럭 넘어가 진다.
아무렴 어떤가~ 주인공이 김강우인데..^^
첫 번째 에피소드는 <감옥에서 온 편지>로 시작한다.
이건 이야기가 좀 길어서인지 2파트로 이어진다. 사실, 이것 외에도 한 시간 안에 끝나지 않고 연결되는 사건들이 꽤 있다. 기존의 1편으로
끝나는 짤막한 극들과는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하고 싶은 말, 생각하게 할 거리가 많아서인지도 모른다.

어느날 경찰청으로 살인을 자백하는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발송인은 감옥에 수감 중인 사형수 '이정수'인데, 전직 FBI요원 '길수현'을
지목하여 자신의 살인에 대한 힌트를 퍼즐형식으로 던져준다. 드라마의 특성상, 1편에는 원래 강렬하고 자극적인 장면이 흥미를 유발하기
마련이다.
이 드라마 역시 그 공식에 충실하다 못해 너무나 센 카드를 내민 것 같다.
온 몸에 링거가 꽂힌 채 침대에 누워있는 한 남자. 그는 겨우 목숨만은 붙어 있는 상태였지만 곧 사망하고 만다. 범인은 왜, 무엇 때문에
이런 짓을 벌인 것일까.
4명의 남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이정수가 길수현에게 '15년 전 '강순영'을 살해한 범인을 찾지 못하면 어린 여자아이의 생명이 위험해진다고
말한다. 55시간의 제한 시간 안에 강순영 실종에 대한 단서를 찾아나서야 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부터 경찰과 범인의 팽팽한 대립이 시선을 장악한다. 역시 드라마에서는 인물들의 표정과 말투를 통해 긴장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케이스북에서는 어떨까.
[실종 느와르 M]의 케이스북에는 드라마에서 놓쳤을 법한 여러가지 들이 상세하게 들어 있다.
휙휙 스쳐 지나가는 장면에 강렬하게 몰입하는 바람에 놓친 단서들 뿐만 아니라 작가나 감독이 표현하고자 했던 주제들을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공소시효 만료, 심신상실자 처불 불가능, 무죄추정의 원칙 등 법의 허점을 이용해 손쉽게 빠져나가는 범죄자들과 피해자를 졸지에 가해자로
만들어버리는 범법자, 법정에서는 도저히 처벌이 불가능한 권력형 범법자 등에 대한 생각들을 케이스 하나하나 마다 담아내고 있다.
선량한 사람의 삶이 무너지고, 악인은 어둠 속으로 영원히 숨는 비극.-305
비틀거리는 정의의 시대. 하지만 비틀거리면서도 좌절하지 않는 건 모든 끝은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기 때문은
아닐까.
비록 상처로 얼룩진 정의이지만...
그래도 정의는 죽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가는 한.
-309
그리고 화면캡쳐를 통해 임팩트 있는 장면을 포착한다.
"정확한 시간에 오셨네요. 신기하다. FBI는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사람이잖아요."-14
"공평하긴 하네요. 인생은 누구의 계산대로도 되지 않는다는 것."-61
게다가 자막을 보여주어서 그 부분을 복기해볼 수도 있고 살풋 넘어갔던 사건해결의 단서, 실마리 들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다시 한 번 드라마를 보는 듯, 사건 전개가 확실히 손에 잡힐 듯이 떠오르고 인물들은 다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감독과 작가의 한마디도 작품 이해에 많은 도움을 준다. 배역 캐스팅에서부터 연출 의도까지 나와 있으니 드라마를 이보다 더 정확히 이해하는
데 무엇이 더 필요할까.
배우 강하늘 씨가 맡은 이정수는 극의 종반부, 특유의 사이코패스적 미소가 잠시 일그러지는 한순간을 향해 달려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살인마 연기를 하던 그가 마지막 한 순간 흔들리는 지점.-66
처음엔 내가 책으로만 이 드라마를 정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가, 다시 방향을 바꾸어 드라마를 시청해야겠다고 마음을 바꾸게 된 계기가 된 한
마디이다.
이 표정을 어떻게든 꼭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부릅--)
이야기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링거 병이 매달린 사건 현장과 단두대, 그리고 신부의 자살까지. 문장으로 되어 있는 것을 시각화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노력한 과정이 실린 사진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높아진다. 드라마의 비하인드 스토리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에피소드 1 <감옥에서 온 퍼즐>의 독특하고도 실험적인 비주얼은 여러 단계의 협업을 통해 완성된 것이라는 멘트 역시 드라마를
챙겨보게 만든 이유다.
첫 번째 에피소드 외에도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사라진 회사원을 찾아라' <녹>
총리후보의 딸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 <살인의 재구성>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동영상을 온라인에 올린 여성이 사라지는 사건 <예고된 살인>
한 소녀가 길수현에게 '박사'라 불리는 소년을 찾아달라고 의뢰를 하는 <HOME>
30년 만에 잃어버린 딸을 찾은 100억대 자산가 할머니가 자신의 따이 다시 실종되었다며 신고하는 <청순한 마음>
현직 여검사가 화재 현장에서 주검으로 발견되는 사건 발생, 여검사와의 통화를 마지막으로 용역 업체 대표가 실종되는
<Injustice> 등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하나같이 이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조리한 진실을 안고 실종된 이들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을 정도로 진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 것들 뿐이다.
작가는 느와르적인 인물 길수현과 오대영을 등장시키며 이 혼란한 틈을 헤쳐나갈 '정의'를 찾으려 한다.
하나같이 열린 결말로 현대판 정의란 무엇인가?를 되묻는 [실종 느와르 M]
잔인하거나 흥미롭거나. 둘 중의 하나 쪽으로만 기울어져 있던 추리 드라마에 '정의'를 묻는 새로운 형식의 시도를 가미한 것이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