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를 압도하는 관자의 국부론 [관자 경제학]

제자백가서 주석 작업을 끝내고 [관자] 주석서를 펴낸 저자 신동준이
이번에는 [관자 경제학]을 펴냈다.
국내 최초로 관자사상을 주제로 학위 논문을 쓴 뒤로 '관학'의 단초를 열었던 그는
[관자]주석서를 끝내자마자 관자경제학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떨쳐버리듯 서둘러 본서를 발표했다고 한다.

그간 저자가 하나 둘 주석을 달았던 책들이 쌓여 있다.
(목민심서를 제외하고는 다 저자, 신동준의 저서임)
실로 어마어마하고 방대한 양인데, 이것이 다 [관자 경제학]이란 커다란 방점을 찍기 위한
것이었다.
[관자 경제학]은 [관자]에 나오는 정치경제학 이론과 사례를 총망라한 것이다.
지금 이 시기에, 왜 갑자기 [관자 경제학] 인가?
라는 질문에 저자는 제나라의 패망을 걱정하며 '경세제민'과 '부국강병'을 역설한 관중 못지
않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지도층이 각성하지 않으면 그 폐해는 서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사례를 역사
속에서 찾아 지금의 우리에게 거울처럼 비춰보여주는 것이다.
2014년의 세월호 사건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타까운 생명들이 스러져 간 것에 대해 울분을 금치 못했다.
시간이 흐르자 희생자 가족의 억울함은 희석되는 듯이 보였는데
그 사건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되새겨 보면 그것이 쉬이 잊히거나 묻혀서는 안될
사례임을 알게 된다.
기업의 이름을 뒤집어쓴 사이비 종교집단이 일반국민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악의 뿌리를 도려내지 않은 탓. 관피아를 비롯한 부정부패를 척결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도 밝지 않다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 보인다.
뉴스 속에서 보고 지나갔던 하나의 사건조차 우리의 정치 경제와 무관하지 않고
나아가 최대 피해자는 약하고 힘없는 서민들임을 자각하면
더이상 정치와 경제를 도외시하고 살아갈 수만은 없다.

이 책은 [관자]에 나오는 정치경제학 이론과 사례를 들어 최근의 경제 현실을 분석하고
있다.
[관자] 10편 가운데 <승마<와 <구부>, <경중> 편의
계책을 깊이 논의한다.
그에 앞서 들어가는 글에서는 피케티와 칼레츠키의 관자경제학에 대해 논하는데, 이 대목이
또한 고전과 현대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금치 못하게 한다.
저자는 먼저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둘러싼 최근의
논쟁을 들면서 부의 소수 집중 문제를 거론한 프랑스의 40대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부등식 이론'이 관자경제학의 21세기 버전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관자경제학을 관통하는 기본이념 '균부'의 요체가 여기에 있다며, 가난하고 비천한 자들이
부유하고 존귀한 자를 증오하지 않고, 부유하고 존귀한 자들도 가난하고 비천한 자를 업신여기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관자경제학은 시장의
자율을 존중하면서도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자본주의 4.0]에서 경제를 이해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고, 정치와 경제, 정부와 시장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해 자본주의 시스템의 구조적 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역설한 칼레츠키의
이론이 관자경제학의 정곡을 찔렀다고 말한다. 시장과 국가의 역할 구분이 명확히 이뤄진 고정된 시스템이 존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지적한
칼레츠키의 이론은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통찰한 것이다. 관자경제학이 21세기 세계경제를 일거에 혁신시킬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작동할
가능성을 암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얼마전 인간사랑에서 번역된 [중국 옛 상인의 지혜]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사기] 열전
<화식> 편에서 다루었던 인물들이 [관자 경제학]에도 나온다.
공자와 공자의 제자 중 유상으로 유명한
자공, 그리고 '인기아취 , 인취아여'라는 8자결을 남긴 백규에 관한 이야기까지
다시 한 번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과연 고전에 해박한 저자의 내공에 깊이 감탄할 따름이다.
춘추전국시대부터 이어져 온 고전 [관자]가 현대의 정치경제학 못지 않게 현재에도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알겠다.
중국이 '공학'과 더불어 '관학'에 관심을 기울이며 고전에서 현재의 난세를 타계할 수 있는
지혜를 뽑아낸다면, 우리도 뒤쳐져서는 안되겠다. [관자 경제학]같은 훌륭한 지침서가 나왔으니 적극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