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다른 진실, 왠지 오싹 [Q & A]
아사히가오카 대형 마트 M에서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대형참사가 벌어져 많은 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람들은 무엇엔가로부터 달아나고 있었고 크게 위협적이고 눈에 띄는 원인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루루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로 몰려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다치거나 압사당한 것으로 보인다.
뭐랄까...기묘하기 그지없는 사건이다.
(이 사건은 1995년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출근 시간에 도쿄 지하철 승객에게 사린가스 를 뿌린 옴진리교 테러사건과 표면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 )
온다 리쿠는 1995년의 사건 이후로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 있는 찜찜한 응어리를 교묘하게 건드리며 다양한 각도에서 원인을 분석해 들어간다.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웬만한 일에는 목격자의 증언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할 수 있으나 이번 일은 어쩐 일인지 그 '재구성'이라는 것이
쉽지 않다.
기억은 거짓말을 하고 사람마다 가진 지식과 선입견으로 인해 같은 장면을 해석하는 데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사실이라 불리는 것도 실은 거짓말을 해."
"사실이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란 걸 인식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사람 눈의 수만큼 사실이 존재하는
거야."-151
제목 [Q & A]가 암시하는 바대로, 백화점과 비슷한 크기의 교외형 쇼핑센터 M에서 일어난 기이한 사건을 직, 간접적으로 접했던
사람들과의 인터뷰가 이루어진다.
사정청취를 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 질문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대답을 하며 하나하나씩의 챕터가 채워져 나간다.
분위기에 휩쓸려 이상한 냄새가 난 것 같았다, 연기를 본 것 같았다, 라고 말하던 사람들은 일대일 면담에 들어가자 자신만의 기억 속 사실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단독주택을 지나치던 한 남자는 개들이 전부 대문까지 나와 있었던 기이한 풍경에 대해 말한다.
훈련이 잘됐는지 짖진 않는데, 다들 개집에서 나와 대문 옆에 꼼짝 않고 서 있어서 섬뜩했다고...
이렇게 초반부터 오싹한 분위기를 잡아놓고, 다음 몇 사람의 인터뷰가 이어지는데도 이렇다할 원인은 튀어나오질 않는다.
기이한 느낌, 소름. 무표정한 사람들, 색채가 사라진 느낌, 전화는 먹통..
그러나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사람들이 왜 죽어나갔는지 원인을 아무 데서도 찾지 못했다는 데서 처음 느꼈던 불안감은 점차 고조되기만 한다.
꿈인 듯, 현실인 듯 경계가 모호하기만 한 사람들의 증언은 자신만의 죄책감을 실어나르는 경우도 있었고, 불안감이 막혀 있다 분출되는 형태를
띄기도 했으며 수상한 검은 옷 입은 사람이 범인일지도 모른다고 지목한 경우에는 성추행을 한 운동부 코치의 이미지를 덧입히기도 했다. 어떤 이는
텅 빈 얼굴로 출구를 향해 달음질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증오의 전파, 공포의 전염을 읽어내며 모두가 공범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람들과의 인터뷰에서 각각의 고뇌와 사회에 대한 불만, 사람들이 패닉 상태에 빠지는 다양한 원인 등이 나타나 신선한 재미가 있었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꽤 시간이 흐른 뒤의 일인 듯한 후일담은 더욱 서늘한 반전을 선사한다.
많은 이들이 다친 가운데 피묻은 인형 하나를 질질 끌듯 하며 걸어나온 일명, '기적의 소녀' 이야기는 사린테러 사태를 교묘하게 비틀어놓은
것 같다.
피해자 모임과는 별도로 사건 후의 플래시백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기적의 소녀'를 찾아와 위안을 삼고자 하는데, 소녀의 엄마라는 사람은
그들의 마음을 이용해 투자사기를 벌이고 있었다.
그 돈을 모아 종교법인을 만들고 절을 세울 예정인데, 그 절의 본존은 '성스러운 피가 묻은 인형'이 될 것이라나...
종교와 테러 아닌 테러 사건의 기이한 만남.
이제 이야기는 종반을 향해 치달아간다.
도무지 원인이 밝혀질 것 같지 않던 이야기는 사건의 사정청취를 담당했던 사람의 후일담에서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다.
일명 음모론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드문드문 비워져 있던 퍼즐의 부분을 채워넣다가 마지막 한 조각을 "딱" 소리나게 끼웠을 때 전신에 퍼지는 만족감.
온다 리쿠의 [Q & A]에서는 바로 그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부조리하고 이유가 없는 대량 사망 사건은 실제로 겪고 싶지 않은 일이기에 온다 리쿠는 중간중간에 꿈이라는 완충 역할을 하는 소재를
집어넣었는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다른 눈으로 사건을 보기에, 많은 이들의 인터뷰 중에서 어떤 것을 사실로 받아들일지는 개인의 몫이 될 수도 있다. 끝에 가서
사건의 진상이라며 밝힌 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시 앞으로 돌아와 여러 개의 증언 중 하나를 진실이라 생각해도 무방하다.
온다 리쿠의 세계는 어디까지나 꿈과 현실이 뒤얽힌 무분별한 세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실제정신건강에 해로울지도 모른다. ^^
어쨌거나 하나의 커다란 사건 앞에 사람들의 세세한 심리 상태를 이렇게까지 다양하게 잡아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손님, 어깨 좀 털어주시겠습니까?
먼지를 털듯 삭삭.
죽은 사람을 데려오는 승객이 있지 뭡니까!"-252
온다 리쿠의 어깨에는 사람의 마음을 대신 읽어내 주는 귀신이 붙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니 더욱 오싹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