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멋지다![셜록:크로니클]
하드커버 양장본이라고 하나?
A4 크기에 육박하는 커다란 책이 무겁기도 해서 한 손에 들고 펼쳐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
하지만 딱 받아보면 누구나 와~ 멋지다! 라는 감탄사를 저절로 발하게 된다.
이런 책은 누군가의 정성과 노력이 배로 들어간 것만 같아 조심스레 넘겨보게 된다.
있어 보이게 왼쪽 손에 척 받쳐 들고 오른쪽 손으로 슥슥 넘겨보지만 금방 두 손 들었다.
한 손으로 무게를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서 그 있어 뵈는 자세를 유지할 수가 없단 말씀.
그래서 책상 위에 얌전히 두고 책장을 넘겨야만 했다.
이런 책은 말이야. 자고로 경건하게 읽어야 한다고.
책을 만든 이들의 말이 울려퍼지는 듯하다.
암요, 그럼요~
학창시절 남들이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시리즈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 빠져 있을 때
나는 무얼했나?
한창 순정만화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셜록 시리즈로는 짤막한 단편 정도나 한 두 편 읽었을까.
그래도 셜록이 영국의 명탐정이고 특유의 모자와 파이프 담배 피우는 모습이 트레이드 마크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단짝으로 왓슨이란 의사가
함께 한다는 것도.
아, <바스커빌 가의 개>라든지 <마지막 사건> 같은 것은 제목도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이상은 범접 금지. 그 당시의 내게 추리소설의 세계는 기나긴 시리즈로 발을 들이게 될지도 모르는 험난한 세계였기에, 그 길고도
험난한 여정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거부의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에 끈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나였기에^^
괴도 루팡, 미스 마플 등등 셜록 외에도 탐정이라 하면 헷갈리는 사람은 또 왜 그리 많은지.
아마 그 어려운 외국인 이름에 지레 겁을 먹었을 수도 있다.
제인 에어나 폭풍의 언덕 같은 고전은 시간을 들여 읽었으면서도 셜록에 공을 들이는 건 안 된다는 이상한 사고회로를 가지고 있었던 나.
짬짬이 순정만화를 보면서 밤을 새는 것에 행복해 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셜록도 그만큼 애정을 쏟았을 법도 한데, 여학생들의
무리란...추리소설을 권하며 수준 높은 대화를 나누는 대신 순정만화의 줄거리를 배틀하듯 얘기하는 것으로 채우는 것이 다여서 ...
이를 테면 추리소설의 세계로 나를 인도한 이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 그 시절의 내게 닥친 자그마한 불행이라면 불행이랄 수 있다.
그리하여, 어른이 되고 난 후에
BBC의 셜록 드라마 시리즈를 보고서야 셜록의 진정한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나, 뭐라나...
셜록이 세심한 관찰을 토대로 한 순간 스치듯 인물을 보고서 그 인물의 거의 모든것을 간파해 내는 재간을 보고 놀랐지만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을 보는 듯한 짜릿함을 느꼈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유아틱한 감성의 소유자가 바로 나다.
음..이전의 고전적인 셜록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배네딕트 컴버배치의 셜록에 홀딱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다.
[셜록:크로니클]
BBC드라마 <셜록>의 일지, 혹은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 속에는 이런 셜록 생판 초짜가 보아도 흥미있을 만한 내용이
가득하다.
예전에 <셜록>을 읽었더라면 고전적 셜록과 현대판 셜록의 차이점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었을 텐데...
어쨌든 베이커가 221B 번지에 자리잡았던 셜록이 타임머신을 타고 현대로 안착한 듯한 기묘한 조화로움이 드라마 화면에 가득했다는 것만은
인정한다. (뭐, 사실 한 두 편 제대로 보았을 뿐이지만 강한 인상을남겼다.)
셜록을 현실에 맞는 인물로 재창조하면서 셜록이 씹어대던 마약류 대신에 니코틴 패치를 붙이는 장면이라든지 존이 블로그를 쓴다든지 문자내용을
휴대폰 클로즈업 하는 대신 화면에 넣는다든지 하는 세심한 연출이 숨어 있었다는 것은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드라마의 완벽함이 이런 데서
나왔구나 하고 감탄했다.


도일의 작품에서는 폭포 장면에 바탕을 둔 마지막 결전이었다는데, 드라마에서는 건물 옥상에서 추락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원작과는 사뭇 다른 수많은 요소들을 가지고 헤쳐나간 겁니다. 물론 스릴러적인 요소가 있고, 셜록이 어떻게 곤경을 벗어나는지에
관한 미스터리도 있지만, 한편으로 용서하는 마음도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시리즈 2의 클라이맥스를 위해 답사 사진, 상세한 스토리보드가 준비되었다는 것도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촬영장의 사진들, 미공개 대본, 제작 전에 오간 기획의 모든 것, 배우 인터뷰 등이 드라마를 보는 것과는 또다른 즐거움을 안겨 준다.
현대판 셜록에서 만난 셜록과 존.
병적으로 자기중심적이고 약간 자폐증이 있는 사이코패스와 비현실적으로 착실하고 근면한 군인으로 그려진다.
아마 이 셜록과 왓슨의 조합은 내 기억에 최초의 셜록으로 새겨질 것이다.
멋스러운 콧수염과 체크무늬 의상, 사냥모자, 파이프 등이 없어도 남들 시선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추리를 서슴없이 펼치는 괴짜같은 셜록이
계속 보고싶어질 것 같다. 뽀글머리 셜록~ 멋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