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 크로니클 셜록 시리즈
스티브 트라이브 엮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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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멋지다![셜록:크로니클]

 

하드커버 양장본이라고 하나?

A4 크기에 육박하는 커다란 책이 무겁기도 해서 한 손에 들고 펼쳐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

하지만 딱 받아보면 누구나 와~ 멋지다! 라는 감탄사를 저절로 발하게 된다.

이런 책은 누군가의 정성과 노력이 배로 들어간 것만 같아 조심스레 넘겨보게 된다.

있어 보이게 왼쪽 손에 척 받쳐 들고 오른쪽 손으로 슥슥 넘겨보지만 금방 두 손 들었다.

한 손으로 무게를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서 그 있어 뵈는 자세를 유지할 수가 없단 말씀.

그래서 책상 위에 얌전히 두고 책장을 넘겨야만 했다.

이런 책은 말이야. 자고로 경건하게 읽어야 한다고.

책을 만든 이들의 말이 울려퍼지는 듯하다.

암요, 그럼요~

 

학창시절 남들이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시리즈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 빠져 있을 때

나는 무얼했나?

한창 순정만화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셜록 시리즈로는 짤막한 단편 정도나 한 두 편 읽었을까.

그래도 셜록이 영국의 명탐정이고 특유의 모자와 파이프 담배 피우는 모습이 트레이드 마크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단짝으로 왓슨이란 의사가 함께 한다는 것도.

아, <바스커빌 가의 개>라든지 <마지막 사건> 같은 것은 제목도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이상은 범접 금지. 그 당시의 내게 추리소설의 세계는 기나긴 시리즈로 발을 들이게 될지도 모르는 험난한 세계였기에, 그 길고도 험난한 여정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거부의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에 끈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나였기에^^

괴도 루팡, 미스 마플 등등 셜록 외에도 탐정이라 하면 헷갈리는 사람은 또 왜 그리 많은지.

 아마 그 어려운 외국인 이름에 지레 겁을 먹었을 수도 있다.

제인 에어나 폭풍의 언덕 같은 고전은 시간을 들여 읽었으면서도 셜록에 공을 들이는 건 안 된다는 이상한 사고회로를 가지고 있었던 나.

짬짬이 순정만화를 보면서 밤을 새는 것에 행복해 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셜록도 그만큼 애정을 쏟았을 법도  한데, 여학생들의 무리란...추리소설을 권하며 수준 높은 대화를 나누는 대신 순정만화의 줄거리를 배틀하듯 얘기하는 것으로 채우는 것이 다여서 ...

이를 테면 추리소설의 세계로 나를 인도한 이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 그 시절의 내게 닥친 자그마한 불행이라면 불행이랄 수 있다.

 

그리하여, 어른이 되고 난 후에

BBC의 셜록 드라마 시리즈를 보고서야 셜록의 진정한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나, 뭐라나...

셜록이 세심한 관찰을 토대로 한 순간 스치듯 인물을 보고서 그 인물의 거의 모든것을 간파해 내는 재간을 보고 놀랐지만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을 보는 듯한 짜릿함을 느꼈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유아틱한 감성의 소유자가 바로 나다.

음..이전의 고전적인 셜록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배네딕트 컴버배치의 셜록에 홀딱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다.

 

[셜록:크로니클]

BBC드라마 <셜록>의 일지, 혹은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 속에는 이런 셜록 생판 초짜가 보아도 흥미있을 만한 내용이 가득하다.

예전에 <셜록>을 읽었더라면 고전적 셜록과 현대판 셜록의 차이점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었을 텐데...

어쨌든 베이커가 221B 번지에 자리잡았던 셜록이 타임머신을 타고 현대로 안착한 듯한 기묘한 조화로움이 드라마 화면에 가득했다는 것만은 인정한다. (뭐, 사실 한 두 편 제대로 보았을 뿐이지만 강한 인상을남겼다.)

셜록을 현실에 맞는 인물로 재창조하면서 셜록이 씹어대던 마약류 대신에 니코틴 패치를 붙이는 장면이라든지 존이 블로그를 쓴다든지 문자내용을 휴대폰 클로즈업 하는 대신 화면에 넣는다든지 하는 세심한 연출이 숨어 있었다는 것은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드라마의 완벽함이 이런 데서 나왔구나 하고 감탄했다.

 

 

도일의 작품에서는 폭포 장면에 바탕을 둔 마지막 결전이었다는데, 드라마에서는 건물 옥상에서 추락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원작과는 사뭇 다른 수많은 요소들을 가지고 헤쳐나간 겁니다. 물론 스릴러적인 요소가 있고, 셜록이 어떻게 곤경을 벗어나는지에 관한 미스터리도 있지만, 한편으로 용서하는 마음도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시리즈 2의 클라이맥스를 위해 답사 사진, 상세한 스토리보드가 준비되었다는 것도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촬영장의 사진들, 미공개 대본, 제작 전에 오간 기획의 모든 것, 배우 인터뷰 등이 드라마를 보는 것과는 또다른 즐거움을 안겨 준다.

 

현대판 셜록에서 만난 셜록과 존.

병적으로 자기중심적이고 약간 자폐증이 있는 사이코패스와 비현실적으로 착실하고 근면한 군인으로 그려진다.

아마 이 셜록과 왓슨의 조합은 내 기억에 최초의 셜록으로 새겨질 것이다.

멋스러운 콧수염과 체크무늬 의상, 사냥모자, 파이프 등이 없어도 남들 시선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추리를 서슴없이 펼치는 괴짜같은 셜록이 계속 보고싶어질 것 같다. 뽀글머리 셜록~ 멋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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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왕후, 수렴청정으로 영조의 뜻을 잇다 영조 시대의 조선 13
임혜련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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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왕후, 수렴청정으로 영조의 뜻을 잇다]

 

영화 [사도]의 영향 탓에 영조에서부터 사도세자, 혜경궁 홍씨, 영빈 이씨, 정조까지 죽 훑어보게 되었는데요~

또 한 사람, 중요한 인물 정순왕후가 숨어 있었네요.

영조나 정조에 중점을 둔 사극을 보면 정순왕후는 나이 많은 영조의 계비로 궁에 들어와 영조, 정조대를 거쳐 순조대까지 오랫동안 궁궐 생활을 해 온 능구렁이, 혹은 악녀로 많이 비춰집니다.

이 책에서는 정순왕후를 '악녀'로 보는 시각에서 탈피해 그녀의 행적을 다각도로 비춰보면서 올바른 평가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실, 그녀라고 나이 많은 임금의 계비로 들어오고 싶었겠습니까.

어찌 보면 경주 김씨 집안의 부흥을 위해 희생당한 불쌍한 여인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제목에서도 암시하는 바와 같이 정순왕후는 남편인 영조의 뜻을 이어 수렴청정을 하면서 순조를 지켜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세도정치로 들끓는 정국을 만들어 내는 데 일조를 하게 되었지만요~

저자는 19세기 수렴청정에 대한 연구를 주로 수행해온 이로서, 문정왕후를 비롯한 정순왕후, 순원왕후의 수렴청정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도적 측면을 중심으로 19세기의 수렴청정의 특징을 고찰했으며 특히 한국사에서 섭정과 수렴청정권의 변화 양상에 대해서도 연구를 했네요.

그렇기에 정권을 농단하려 했다는 정순왕후의 '악녀' 이미지가 다른 의미에서 해석될 여지를 보여 줍니다.

 

 

영조가 직접 간택한 계비인 정순왕후의 유명한 일화가 있죠.

간택 장소에 방석이 놓여 있었는데, 거기에는 삼간택에 오른 처녀들의 아버지 이름이 적혀 있었다죠. 다른 이들과 달리 정순왕후는 부친의 이름이 적혀 있기 때문에 그 위에 앉을 수 없다고 했답니다. 잘 자란 사대부가 규수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준 정순왕후는 중전이 되었습니다. 절약을 강조하던 영조 덕에 호화롭게 치를 수 있었던 가례를 음식 하나 없이 간소한 동뢰를 치렀다고 합니다. 여자로서는 그러게 만족스러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정순왕후는 현명하게 대처해나간 듯 합니다. 적게는 5세에서 많게는 10세까지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아들, 딸, 며느리가 생겼고 50세 가량 나이가 많은 영조의 후궁들도 있었기에 웃어른으로서 이들을 통솔하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을 것입니다. 이를 배려하여 영조는 정순왕후의 친정 식구들을 지나칠 만큼 챙겼고 때론 정순왕후가 승진을 말리기도 했다네요. 국모로서 정순왕후의 위엄을 알리기 위해 친잠례를 치르게 하기도 했습니다.

영조 사후 정순왕후는 영조의 뜻을 따라 세손 정조를 보호하며 중전으로서의 소임을 다했습니다.

 

정조의 후사 문제가 순탄치 않자 정순왕후는 나서서 후궁을 들여 원자를 낳게 하는데요, 이는 왕실의 번영을 도모하고, 정조의 뒤를 이어 즉위할 왕의 정통성을 확보해주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저자는 정순왕후가 왕실 문제에 있어서 왕대비로서 역할에 충실했다고 평가하고 있네요.

 

11세의 순조가 즉위하자 정순왕후는 수렴청정을 하게 되는데 이 때 후대의 지침이 될 '수렴청정절목'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제도적으로 완비된 수렴청정을 규정대로 시행하면서 후대의 귀감이 되었지만, 정순왕후는 본인이 원하는 정국을 만들었고, 이에 그녀의 뛰어난 정치력이 있었다고, 저자는 높이 사고 있습니다.

 

여인으로는 불행했으나 정치의 달인이었던 정순왕후.

 

 

파란만장한 생을 궁에서 보내며 전전긍긍했을 그녀를 '악녀'로 보는 시선에서 탈피해 재평가를 해야 한다면, 이 한 줄로 요약할 수있겠습니다.

 

남자들의 정치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던 정순왕후의 삶을 다시 한 번 음미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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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와 사도세자 이야기 영조 시대의 조선 8
최봉영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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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아버지와 아들 [영조와 사도세자 이야기]

 

 

영화 <사도>를 보고서 거의 마지막 부분부터 클로징 이후까지 내내 울면서 나왔다.

엇갈린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막막하기 그지 없었다.

아버지는 미약한 심신 탓에 정치권력의 관계 속에서 승기를 잡지 못하고 아들을 희생시켰고

아들은 바라고 바랐던 아버지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그들이 그냥 부자 사이였더라면 아들이 죽음에까지 이르렀을까.

왕과 세자의 관계였기에 불미스러운 일을 기어코 맞이하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할 사, 슬퍼할 도.

사도라는 이름을 아들에게 내린 아버지.

사도라는 시호를 세자에게 하사한 임금 영조.

이들의 비운은 아버지와 아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임금과 세자였기 때문에 빚어진 것인가.

 

많은 이들은 영조와 아들 사도 세자의 일을 거론할 때 정치 때문이라 말하며

당쟁 때문에 임오화변이 일어났다고들 한다.

사도세자의 부인인 혜경궁 홍씨는 <한중록>을 통해서 왕궁 안의 일이기에 쉽사리 말하지 못했던 진실을 말하는 척 하면서 자신과 자신의 집안을 비호한다.

영조는 성격적 결함이 있었으며 사도세자는 정신질환자였다고.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거론한 많은 책이 있지만 이 책은 특히 '임오화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그래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집중하게 한다.

영화 <사도>의 많은 장면들이 이 책을 읽으며 고스란히 겹치게 되는 것은, 이 책이 비슷한 맥락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임오화변은 당쟁과 관계가 있다는 식으로 뭉뚱그려서는 실상을 제대로 알 수가 없다며 여러 차원에서의 접근을 시도한다.

결론은, 임오화변이 일어난 주된 원인은 영조와 세자의 성격적 갈등에 있다는 것.

영조는 특히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에 있어서는 완전히 다른 두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을 영화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영조는 개미의 무리를 보면 밟지 못하며 파리가 간장에 빠지면 그것을 모두 건져서 놓아줄 정도로 어진 마음을 가졌지만 신하들이 자신을 비난하는 것과 같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불편한 일이 벌어지면 자신의 결백함을 보여주기 위해 식사나 탕제를 거부했다. 땅에 주저앉아 운 적도 있고, 옛집으로 돌아가 며칠씩 궁궐을 비우기도 하고 어린 세자에게 왕위를 내어 놓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일삼았다.

그런 아버지에게라도 칭찬의 말 한 마디, 다정한 어루만짐을 기대했을 법한 세자에게 영조는 미움을 드러내기만 했다. 불결한 일이나 불길한 일들을 떠넘기기 위해 세자를 귀씻이의 대상으로 삼았고 좋지 못한 사건은 세자가 처리하도록 하며,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세자의 탓으로 돌린 것이다.

 

이런 아버지에 대한 반발로 인해 세자는 이상행동을 하게 된다. 칼쓰기, 활쏘기, 말타기, 여자, 음주, 병술, 의술, 잡기 등에 관심을 쏟던 세자는 영조의 질책으로 야기된 병증이 발전하여 의대증, 가학증, 자학증의 정신질환을 보였다. 누구 하나 나서서 세자의 이런 행동을 이야기하지 않던 중, 나경언의 고변 사건으로 세자는 뒤주에 갇혀 죽기에 이른다.

 

사도세자의 어린 아들은 뒤주에 갇힌 아버지가 왜, 무엇 때문에 죽어가는지 알고는 있었을까.

아들을 죽이라 명령하는 임금 뒤에서 사도 세자의 어머니 영빈 이씨(선희궁), 혜경궁 홍씨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도 세자가 일찍 처리되었어야 하는 이유를 정조 탓이라 보는 견해도 있다.

영민한 후계자가 일찌감치 정해졌으니 눈엣가시같은 사도세자는 오래 살려두어야 할 이유가 없다...

뒤주 하나를 가운데 두고 그것을 바라보는 많은 이들의 시각은 엇갈리고 그들의 가슴 속 진실은 그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당쟁 속에 묻혀 있었던 아버지와 아들의 슬프고도 비극적인 이야기가 이제 와 새삼 주목을 받고 널리 회자되고 있을 뿐.

한 왕조의 권좌를 차지하고 있던 왕이었기에 아들에게 더욱 매몰찰 수밖에 없었던가...

엇갈린 아버지와 아들의 시선은 사후에 한 곳으로 모아졌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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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지르지 않고 아이 키우기 - 화내고 야단치는 부모에서 아이와 함께 커가는 부모로
핼 에드워드 렁켈 지음, 김양미 옮김 / 샘터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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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의 전쟁에서 벗어나고 싶다 [소리 지르지 않고 아이 키우기]

 

 

제목이 무척 마음에 와닿았다.

특히 일주일 안에 아이와 한 번씩은 전쟁을 치르는 엄마의 입장에서 볼 때엔 꼭 챙겨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다.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나면 엄마는 언제나 반성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사과를 하고 어루만져 준다.

하지만 정작 엄마에게는 위로의 손길을 뻗어주는 사람이 없다.

엄마는 혼자서 그 상처를 들여다보아야 하고 혼자서 약을 발라야 한다.

 

혼자 사는 사람이 가장 서러울 때가 아플 때 돌보주는 이 없을 때라고 했던가.

엄마의 삶은 시끌벅적한 가족 안에 자리잡고 있어도 가끔은 그렇게 고즈넉하게 혼자 하는 사람의 심정이 될 때가 있다.

끙끙 앓으며 열을 내고 있는데도 아무도 돌아봐주지 않을 때의 막막함, 서러움...

 

그 때가 바로 아이와 전쟁을 치르고 난 다음이다.

 

[소리 지르지 않고 아이 키우기]는 자녀 양육서이지만 예시와 그에 맞는 처방만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부모들에게 소리 지르지 않고 아이 키우기에 적합한 기본기를 가르쳐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손가락으로 목차를 훑다가 마음에 드는 장을 펼쳐드는 대신

처음부터 찬찬히 읽어보라고 권한다.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의 말미에는 실제 부모들의 경험담이 있다.

이 책을 자녀 양육에 십분 활용하고 싶다면 각 장을 순서대로 읽는 편이 낫다는 저자의 말을 명심하라.

순서대로 읽어가다 보면 책 속의 부모가 서서히 성장하듯이 읽는 이도 서서히 동반성장하게 됨을 느낄 수 있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보면 거의 모든 부모는 즉각적으로 그 자리에서 아이의 잘못을 바로잡아주고  사과하도록 윽박지른다.

부모의 메시지는 명백하다.

"내 말대로 해. 안 그러면 난 이성을 잃을 거야. 네가 내 말을 들어야만 진정할 수 있어. 내 기분은 전부 너한테 달려 있어. -48

 

하지만 아이들이 다섯 살이건 열다섯 살이건 이런 식의 말은 엄청난 압력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부모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감정을 다스린다는 것이 말이 쉽지, 행동으로 하기엔 너무나 큰 의지력을 필요로 한다.

저자는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불만 섞인 독자, 세상의 부모들에게 시종일관 차분한 태도로 조언을 한다.

 

계속 성장하라.

양육의 핵심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에게 있다.

-69

 

사후약방문 격으로 아이에게 있는 대로 성질을 다 부리고 난 다음에 홀로 있는 시간에 우아하게 앉아 자녀양육서를 읽는다.

그런 식의 독서는 일시적인 방편으로 그치고 만다.

다시 아이와 대면하는 순간에 부르르 화가 끓어오르면 되풀이되는 시끌벅적 , 야단법석.

이 책에서는 평소의 훈련을 통해 화내기 전에 먼저 마음가짐을 올바로 가지는 법에 대해 알려준다.

각 장에 끼어 있는 함께 생각해볼 문제들은 마음 다스리기로 들어가는 문 역할을 한다.

 

-자신이 아이를 통제할 수 없다고 느꼈던 때를 떠올려보라. 그 때 당신이 감정을 좀 더 잘 조절했더라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으리라 생각하는가?

 

-당신은 아이에게 어떤 꼬리표를 붙여주었는가?

 

-당신의 부모는 약속이나 자신들의 경고를 얼마나 잘 지켰는가? 부모의 일과뇐, 혹은 일관되지 못한 행동을 통해 당신은 믿음과 권위, 세상의 이치에 대해 무엇을 배웠는가?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 자신의 육체적, 감정적, 정신적, 영적 건강을 어떤 식으로 소홀히 해왔는가?

 

이 책이 아이 키우기의 해답을 정확히 제시해주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스스로 양육 방식을 돌아보고 스스로 해답을 찾을 실마리정도는 제공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아이에게 매달려 내 삶을 돌아보지 않고, 일관되지 않은 기준을 제시하며 아이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부모는 아닌가?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를 바로 세울 때 아이에게도 부모로서 자신감 있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소리 지르지 않고 아이 키우기의 첫걸음을...조심스럽게 떼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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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의 탄생 - 건축으로 만나는 유럽 최고의 미술관
함혜리 글.사진 / 컬처그라퍼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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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으로 만나는 유럽 최고의 미술관 [미술관의 탄생]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한 번쯤 오직 작품 하나를 오랜 시간 감상하기 위해 미술관이 있는 마을로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플란더스의 개>에 나오는 네로처럼...

네로는 그림 그리기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루벤스와 같은 화가가 되고 싶은 네로는 성당의 두꺼운 커튼 뒤에 가려진 그림을 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 그림을 보려면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가난한 네로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성당에는 유명한 화가 루벤스가 그린 〈십자가에 들어 올려지는 예수〉와 〈십자가에서 내려오는 예수〉라는 그림이 걸려 있는데 천으로 덮여 있어 돈을 지불해야만 볼 수 있었다.

잠시 슬픈 이야기 때문에 침묵.

 

 

화가가 되려는 열망도 없고 미술에 문외한이긴 하지만 예술작품을 가까이서 들여다 보고 싶은 '욕망'은 남아 있다.

많은 천재화가나 유명한 아티스트들, 혹은 재능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다 볼 수 없다면, 대신 그 그림들이 걸려 있는 미술관으로 눈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그것 또한 현재의 내 처지에서는 불가능한 일이기에 대신, 미술전문기자인 저자가 1년에 걸쳐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 22곳을 돌아본 미술관 건축기행을 읽어보기로 한다.

 

저자는 건축에 있어 전문가는 아니지만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만큼의 정보를 제공해 준다.

박물관과 전시물의 사진 또한 풍족하게 펼쳐져 있어서 보는 즐거움 또한 있는 편이다.

영국, 스페인, 프랑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그리고 박물관, 미술관 하면 빠질 수 없는 나라 이탈리아까지 두루 돌면서 손에 꼽을 만한  유럽 미술관 순례를 기가 막히게 펼쳐보여 준다.

 

 

 

파리의 루브르, 로마의 바티칸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불리는 영국박물관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위세를 떨치던 대영제국 시절 식민지를 포함해 각국에서 모아온 전리품을 전시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대신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각 박물관이 소개된 뒤에는 박물관을 설계한 설계자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미술관을 그저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 뿐 아니라 어떤 철학에 의해서 미술관을 설계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창구가 된다.

하이테크 건축의 중심에 선 거장 노먼포스터, 늘 새로움에 도전하는 환상의 건축가 콤비 자크 헤어초크와 피에르 드 뫼롱,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천재 건축가 프랭크 게리 등 생소한 건축가들에게 의의를 명명해주자 그들의 이름이 금세 확 와닿는다.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설계자들의 작품이 미술관이라면 그 미술관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지지 않겠는가.

미술관의 소장품이 아닌, 건축가의 작품으로서 미술관 자체를 보기 위해서 많은 이들이 찾아가고 있다.

건축가의 철학을 담은 미술관은 위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조형적인 아름다움과 미술관으로서의 기능성을 가지기도 하지만  도시재생에 결정적 기여를 하기도 한다.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은 나치의 반유대주의에 대한 참회의 의지를 보여준다. 티타늄과 아연의 합금으로 금속성이 느껴지는 박물관 외관에는 칼로 베인 상처 같은 날카로운 선들이 긴장감을 높이고 건물 자체가 의미의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 미극의 상처를 치유하는 건축예술가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작품이다.

 

 

독일 아프타이베르크 미술관.

조각정원에 설치된 마우로 스타키올리의 원형 조각 작품을 통해 보이는 수도원의 모습은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 그 자체였다.

현대 예술작품을 통해 중세의 표정을 들여다보는 것은 오직 이곳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직선과 곡선, 과거와 현재, 융합과 충돌, 자연과 인공처럼 상반된 개념들이 다양하게 조합되면서 미학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완벽하게 실현된 건축, 홀라인이 추구하는 '예술로서의 건축'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179

 

 

르네상스 시대로의 시간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이탈리아의 우피치 미술관이 제격.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피렌체의 거리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거대한 돔이 만들어지기 까지의 뒷이야기는 여행지에서 만나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기본적으로 건축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들을 선별하여 실었다 하니, 어느 곳 하나 허투루 보아 넘길 수 없을 듯하다. 학술서적은 아니지만 미술관 건축에 얽힌 얘깃거리들과 역사, 미술관에 대한 사회적 담론들, 방문자로서의 현장감들을 빼곡히 채워놓아서 읽기만 해도 배부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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