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와 사도세자 이야기 영조 시대의 조선 8
최봉영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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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아버지와 아들 [영조와 사도세자 이야기]

 

 

영화 <사도>를 보고서 거의 마지막 부분부터 클로징 이후까지 내내 울면서 나왔다.

엇갈린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막막하기 그지 없었다.

아버지는 미약한 심신 탓에 정치권력의 관계 속에서 승기를 잡지 못하고 아들을 희생시켰고

아들은 바라고 바랐던 아버지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그들이 그냥 부자 사이였더라면 아들이 죽음에까지 이르렀을까.

왕과 세자의 관계였기에 불미스러운 일을 기어코 맞이하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할 사, 슬퍼할 도.

사도라는 이름을 아들에게 내린 아버지.

사도라는 시호를 세자에게 하사한 임금 영조.

이들의 비운은 아버지와 아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임금과 세자였기 때문에 빚어진 것인가.

 

많은 이들은 영조와 아들 사도 세자의 일을 거론할 때 정치 때문이라 말하며

당쟁 때문에 임오화변이 일어났다고들 한다.

사도세자의 부인인 혜경궁 홍씨는 <한중록>을 통해서 왕궁 안의 일이기에 쉽사리 말하지 못했던 진실을 말하는 척 하면서 자신과 자신의 집안을 비호한다.

영조는 성격적 결함이 있었으며 사도세자는 정신질환자였다고.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거론한 많은 책이 있지만 이 책은 특히 '임오화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그래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집중하게 한다.

영화 <사도>의 많은 장면들이 이 책을 읽으며 고스란히 겹치게 되는 것은, 이 책이 비슷한 맥락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임오화변은 당쟁과 관계가 있다는 식으로 뭉뚱그려서는 실상을 제대로 알 수가 없다며 여러 차원에서의 접근을 시도한다.

결론은, 임오화변이 일어난 주된 원인은 영조와 세자의 성격적 갈등에 있다는 것.

영조는 특히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에 있어서는 완전히 다른 두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을 영화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영조는 개미의 무리를 보면 밟지 못하며 파리가 간장에 빠지면 그것을 모두 건져서 놓아줄 정도로 어진 마음을 가졌지만 신하들이 자신을 비난하는 것과 같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불편한 일이 벌어지면 자신의 결백함을 보여주기 위해 식사나 탕제를 거부했다. 땅에 주저앉아 운 적도 있고, 옛집으로 돌아가 며칠씩 궁궐을 비우기도 하고 어린 세자에게 왕위를 내어 놓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일삼았다.

그런 아버지에게라도 칭찬의 말 한 마디, 다정한 어루만짐을 기대했을 법한 세자에게 영조는 미움을 드러내기만 했다. 불결한 일이나 불길한 일들을 떠넘기기 위해 세자를 귀씻이의 대상으로 삼았고 좋지 못한 사건은 세자가 처리하도록 하며,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세자의 탓으로 돌린 것이다.

 

이런 아버지에 대한 반발로 인해 세자는 이상행동을 하게 된다. 칼쓰기, 활쏘기, 말타기, 여자, 음주, 병술, 의술, 잡기 등에 관심을 쏟던 세자는 영조의 질책으로 야기된 병증이 발전하여 의대증, 가학증, 자학증의 정신질환을 보였다. 누구 하나 나서서 세자의 이런 행동을 이야기하지 않던 중, 나경언의 고변 사건으로 세자는 뒤주에 갇혀 죽기에 이른다.

 

사도세자의 어린 아들은 뒤주에 갇힌 아버지가 왜, 무엇 때문에 죽어가는지 알고는 있었을까.

아들을 죽이라 명령하는 임금 뒤에서 사도 세자의 어머니 영빈 이씨(선희궁), 혜경궁 홍씨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도 세자가 일찍 처리되었어야 하는 이유를 정조 탓이라 보는 견해도 있다.

영민한 후계자가 일찌감치 정해졌으니 눈엣가시같은 사도세자는 오래 살려두어야 할 이유가 없다...

뒤주 하나를 가운데 두고 그것을 바라보는 많은 이들의 시각은 엇갈리고 그들의 가슴 속 진실은 그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당쟁 속에 묻혀 있었던 아버지와 아들의 슬프고도 비극적인 이야기가 이제 와 새삼 주목을 받고 널리 회자되고 있을 뿐.

한 왕조의 권좌를 차지하고 있던 왕이었기에 아들에게 더욱 매몰찰 수밖에 없었던가...

엇갈린 아버지와 아들의 시선은 사후에 한 곳으로 모아졌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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