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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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녀 안의 어두움. 이해할 수 있을까. [다크]

 

[다크]는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으로는 세 번째 읽는 것이고, 무라노 미로 시리즈로는 두 번째에 해당하는 책이다.

예전에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을 따로 읽고 나서 여성 작가의 소설 치고는 과감한데~ 하고 한마디 하고 넘어간 것이 다였는데, 한참 후에 [얼굴에 흩날리는 비]를 읽게 되었다.

[얼굴에 흩날리는 비]를 가장 먼저 읽었어야 했는데...

 

무라노 미로 시리즈의 막을 올리는 첫 번째 작품[얼굴에 흩날리는 비]에 이어, 어두운 길을 내내 헤매고 다니는 미로를 만날 수 있는 [다크]를 연달아 읽었더니 어쩌나...제목의 [다크]가 너무 약한 표현이지 않았나, 싶다.

[얼굴에 흩날리는 비]에서는 첫 번째 남편이 자살한 후 두 번째 남자 나루세를 만나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나루세를 자기 손으로 고발해서 감옥에 갇히게 한 후 그 역시 자살하고 마는데...

미로는 남자 복이 없는 여자인가, 싶어 제발 행복한 장면을 많이 볼 수 있길 기대하고 있었지만

작가는[다크]에서도 그 바람을 무참히 짓밟아 뭉갠다.

시리즈 첫 번째 책에서 잠시 언급되었던 미로의 의붓아버지인 무라노 젠조가 [다크]에서는 핵심 인물로 나온다.

전설적인 탐정 무라노 젠조, 무라젠은 미로가 동성애자가 득시글거리는 험한 골목인 신주쿠 2초메의 사무실에서 한동안 기거하다 사설탐정 역할을 맡게 된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일을 하다 알게 된 남자 나루세와 사랑하다가 미로가 뒤통수를 맞고 그 남자를 고발하여 감옥에 갇히게 한 사실도 알고 있다.

하지만 부녀의 정은 아내가 죽었을 때 싹 사라진 것인지  무라젠은 미로에게 얼굴을 비치지 않고 연락도 하지 않는다.

[다크]의 앞부분은 미로가 나루세의 자살을 한참 후에 알게 된 이야기로 시작된다.

 

죽음은 지금까지 의식하지 못했던, 엄청나게 폭력적인 분노를 폭발시킨다. 슬픔이 깊으면 분노 또한 크다. - 55

 

무라젠은 나루세가 자살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미로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 사실에 분노한 미로는 탐정 일을 그만두고 오타루에 가서 시각장애인 안마사 히사에 동거하고 있는 무라젠을 찾아간다.

무작정 엄청난 분노를 터뜨리고 심장병 발작을 일으킨 무라젠의 약을 걷어참으로써 무라젠의 죽음을 방조한 채 그 자리를 뜬다.  이 광경을 보았지만 보지 못하는 히사에는 정황상 미로가 무라젠을 죽였다며 복수할 것을 다짐한다.

미로는 그 길로 재산을 정리해서 한국으로 도주하지만 그 과정에서 돈을 빌린 게이 도모베와 무라젠의 동료 야쿠자 데이의 비호를 받는 히사에가 그녀를 뒤쫓는다.

그리고 미로에게 다가온 세 번째 남자, 서진호.

나이 마흔이 되면 죽어야지, 하며 이 세상에 아무런 희망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은 미로는 여권을 위조해서 한국으로 가는 배에 오른다.

서진호는 미로에게 호감을 표하며 다가오고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미로는 서진호와 함께 살아간다.

서진호 또한 미로 못지 않은 어두운 과거 이력을 가진 남자다.

1980년 부마항쟁과 광주민주화운동의 한가운데에 뛰어들어 젊음을 불살랐지만 '학생'이 아닌 '양아치'로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사람의 뼈가 으스러지고 얼굴이 뭉개지는 따위의 처절한 광경에서 살아남은 사람 특유의 달관한 듯한 인생관이 짙게 배어 있으며 쉽게 사람을 믿지 않지만, 미로에게는 자신을 믿으라는 말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빠져 나와 한국으로 와서 아무도 모르게 살고 싶었지만 부산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미로는 또 다른 구덩이에 빠져 짝퉁위조 사기단의 일원으로 일하게 되고 자신을 뒤쫓는 도모베와 히사에와의 악연은 끈질기게도 그녀를 쫓아다닌다.

질척질척한 구덩이는 한 발을 빼면 곧 다른 한 발이 빠져드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미로는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들로부터 끝까지 사랑받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며, 세 번째 남자인 서진호에게는 헌신하리라 다짐한다.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 따스한 한 줄기 빛도 용납하지 않는다.

어디까지 타락하고 어디까지 추악해질 것인가.

무자비하고 사악하다고 생각해야 마땅하지만 미로의 선택은 그 상황에서 최선일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에 자꾸만 동조하게 된다.

부모를 죽이고 스스로를 죽였다고 자조하며 어두운 세계로 침잠하는 미로가 다시 밝은 세상으로 나올 수 있기를 내내 빌었다.

제목이 어디서 왔는지 암시하는 마지막 구절의 여운이 꽤 오래 남는다.

 

뱀은 밤에 잠에서 깬다. 내 안에도 독사는 분명히 있다. 그 모습을 드러내거나 숨기거나 한다. 이 거리에서는 어떨까. 다크엔젤. (...)살아서, 서진호를 기다리기 위하여. -547

 

비열한 거리. 하드보일드의 상징과도 같은 구절을 떠올리며 마지막 구절을 음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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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줏간 소년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패트릭 맥케이브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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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좀 도와줘! 소년의 절규 [푸줏간 소년]

 

소년 프랜시에게는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언제나 삶의 문제는 생애 초기의 가족 경험에서 시작된다.

가족 간의 협력이 잘 이루어질 때 아이는 힘차게 성장한다.

그렇게 성장해야 어른이 되어서도 용기 있게 살아갈 수 있다. -아들러

 

그 때, 한 사람이라도 그에게 따뜻한 말을 해주고 제대로 된 충고를 해주었더라면, 그의 미래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는 자신의 부친에게서 버려진 기억을 곱씹으며 현재를 망쳐가고 있는 중이었고 엄마는...유리같은 얇은 신경이 산산조각나버려 정신병원을 들락거린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코널리 부인이 예쁜 새 외투를 입었구나 하고 말하다가도 곧 수돗물이 끊길 거라는 얘기를 하는 엄마. 페스트리 반죽을 쉴새없이 밀어서 나비 모양 빵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엄마.  

하나 뿐인 친구 조는 필립 누전트라는 번듯한 집안의 아이가 전학오자마자 프랜시에게서 멀어져간다.

그리하여 어느 한 쪽으로 그 울분을 풀어버려야 살 것만 같았을 프랜시는 단정하게 끝나던 독백을 길고 길게 늘여서 말하기 시작한다.

마침표를 알맞게 찍어 말하던 때에서 정신없이, 두서없이 말하는 때로 언제 넘어갔는지도 모르게.

 프랜시의 정신세계는 황폐해져 간다.

 

이십 년인가 삼십 년인가 사십 년 전 아직 어렸을 때 나는 작은 마을에 살았는데 그 마을 사람들은 모두 내가 누전트 부인에게 저지른 일 때문에 나를 잡으려고 들었다. -6

 

[푸줏간 소년]의 첫 문장이다.

칼을 잡고 무자비하게 고깃덩어리를 해체하고 피를 쏟아내는 곳인 "푸줏간"이

맑고 순진하고 어린 "소년"이라는 단어와 만난 것이 기이하게 여겨져서 첫 문장에 관심을 많이 쏟았는데

처음부터 이렇게 나이조차 어림짐작할 수 없게 만드는 문장을 만나버렸다.

소년의 독백이겠지.

소년이 나이 든 뒤에 지난날을 회상하는 이야기로구나. 하고 감을 잡기 무섭게 어린 시절의 프랜시로 훌쩍 넘어간다.

프랜시를 둘러싼 환경은 척박하기 그지없고 이 소년이 웃음을 짓는 순간이 나오기는 할까, 하는 암울함으로 전반부가 뒤덮여 있다.

프랜시가 하는 말과 행동은 스스로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만 정상일 따름이다.

프랜시가 환하게 웃으며 사람들에게 말을 할 때, 사람들의 반응은 너무도 극명하다.

'이 아이와 마주치지 않았으면 했는데...어쩔 수 없이 마주쳐 버렸네.

정말 재수 없어. '

프랜시는 그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꿰뚫어보지만 더욱더 엇나가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대놓고 그들을 놀리고 조롱한다.

정말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프랜시의 정신병자같은 기나긴 문장에 적응될 때쯤, 프랜시가 주위 사람들을 '돼지'라고 부르는 것에도 익숙해져 갔다.

어느날 프랜시는 정확히 자신의 가정과 반대인, 부유하고 안락하며 안정적인, 필립 누전트의 집이 빈 사이에 몰래 숨어들어간다.

혼자 누전트 집안의 식구들 역할을 번갈아 하며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집안을 휘젓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상황극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엄청난 짓을 저질러 버린다.

"돼지는 똥을 싸! 그래 돼지는 언제나 농장 사방에 똥을 싸, 그래서 가엾은 농부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필립이 있는 힘껏 애를 쓰자 침실 카펫 위에 의기양양하게 앉아 있었다, 최고의 똥이.-102

 

그 일로 인해 일명 돼지들을 위한 학교, 에 들어가게 된 프랜시는 또다시 끔찍한 일을 겪고 나서 집으로 돌아온다.

이제는 엄마도 안계시고, 학교도 갈 수 없으며 스스로 생계를 꾸려야만 하는 처지라

어쩔 수 없이 누구라도 받아주는 래디 아저씨네 푸줏간에서 일해야만 한다.

그리고 푸줏간과 소년이 만났을 때, 필연적으로 일어나리라 여겨지는 일이 벌어진다.

 

소년이 독백에 갇혀 있을 때보다 차라리 사건이 일어나는 편이, 독자로서는 읽기 편하다.

어쩌다 이런 될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고 있는지도 모르게, 작가는 프랜시를, 독자를 거칠게 밀어붙인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다다를수록 희열을 느끼게 된다고나, 할까.

이제, 겨우 끝이야.

이 힘겨운 소설을 덮을 수 있게 되었어.

책을 읽는 내내 뭔가 뾰족한 것이 쿡쿡 찌르는 느낌에 숨을 내쉬는 것조차 버거웠었다.

지긋지긋하게도 달라붙는 파리, 파리가 낳는 구더기, 푸줏간에 쌓이는 창자.

절로 구역질이 날 듯한 배경 속에서 끊임없이 독백을 뱉어내는 소년이 대단해 보인다.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한 번 소리를 내 보겠다고, 딴에는  엄청난 저항을 한다고 하는 것이 지리멸렬하고 기다란 독백이 아니었을까.

아무 반항 없이 조용히 속으로 침잠해가는, 그러다 결국엔 미쳐버린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도 소년은 눈에 띄는 존재다.

프랜시가 마지막에 흘리는 눈물은 어떤 의미일까.

하나둘씩 자기 곁을 떠나버린 사람들에 대해, 자기가 떠나버리게 만들었던 사람들에 대해 자기의 최선을 다해 감정을 표현한 것일까.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게 하는, 꽤 특별한 의미에서 반할만 한 작품이다.

 





푸줏간소년,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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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셀프 트래블 - 2015~2016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32
박정은.장은주 지음 / 상상출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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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커피가 떠올라...[셀프트래블 동유럽]

 

 

 

브랜드 공모전을 통해 새로운 타이틀을 입게 된 서울.

I .SEOUL.YOU 라나.

50% 이상의 서울 시민이 반대를 했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서울'을 동사형태로 활용하여 '서울하다'라는 뜻으로 끼워넣긴 했지만

실상 '서울하다'라는 말에 걸맞는, 다시 말해 한번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고...

 

우리나라의 오래된 옛 도읍지인 서울이 변화하는 도시로서의 이미지만 강할 뿐,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매력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것만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 뒤로 씁쓸한 패러디물이 쏟아져 나온다지...

 

아임 코엑스드-나 또 길을 잃었어

아이 서울 유-나는  너의 월세를 올리겠어.

아이 서울 유-나는 너를 교통체증 나게 할 거야.

아이 서울 유-나는 공공자판기에서 탄산음료를 빼버릴 거야.

 

오랜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도시로서의 매력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면 관광산업에서조차 외면받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

동유럽의 고즈넉한 역사가 살아숨쉬는 도시들은 이다지도 강렬하게 인식되는데 말이다.

 

한 잔의 맥주와 낭만-프라하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예술의 도시 - 빈

모차르트의 도시 -잘츠부르크

다뉴브 강가의 낭만 도시 -부다페스트

용을 무찌른 이아손의 도시 -류블랴나

폐허 속에서 다시 일어선 도시-바르샤바

발트 해의 보석 -그단스크

 

우리나라의 도시들도 이렇게 강렬한 이미지로 외국인에게 인식되었으면 좋겠다.

 

비엔나 하면 비엔나 소시지와 비엔나 커피를 떠올리게 말이다.

사실, 비엔나에는 비엔나 커피가 없다고 한다.

비엔나의 원래 이름은 오스트리아의 빈. 비엔나는 영어 이름이다.

비엔나 커피라는 이름의 커피는 없지만 비엔나 커피 맛에 부합하는 커피가 있다.

에스프레소에 물과 설탕을 넣은 후 생크림을 얹은 커피인 아인슈페너가 그것인데, 비엔나 커피와 가장 흡사하다. '한 마리 말이 끄는 마차'라는 뜻으로 마부가 주인을 기다리는 동안 설탕을 젓지 않고 마실 수 있게 고안된 커피라는 설이 있다고.

 

 

 

[셀프트래블 동유럽] 편의 목차다.

일단, 추천 루트와 자연, 명물, 뷰포인트, 음식, 그 중에서도 빵, 디저트, 술에 대해 집중 조명해 두었다.

동유럽의 쇼핑도 빼놓을 수 없다.

요 부분만 훑어보아도 눈이 즐겁고 배부른 느낌이 든다.

 

 

9박 10일에서부터 14박 15일 , 최대 34박 35일짜리 루트까지 좍~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서유럽의 가톨릭 성당에서 정교회와 이슬람 사원으로 바뀌는 과정이, 또 사람들의 변해가는 머리 색깔과 얼굴이 마치 일곱 색깔 스펙트럼을 보는 것처럼 신비롭게 다가왔다.

나라와 나라를 이동할 때 두 나라간의 교집합이 나열되고 또 나열되면서 서로 이웃 간에는 비슷한데 몇 나라를 건너뛰면 전혀 다른 색을 내는 그런 모습이 내게는 얼마나 흥미로웠는지 모른다. - 프롤로그 중

 

동유럽의 8개 나라, 이름도 위치도 뚜렷하진 않지만 유럽의 동쪽 어딘가에 있다는 느낌적 느낌만 얼핏 잡을 수 있을 뿐인 그 나라들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나는 이 나라들이 자랑하는 음식만 보고도 황홀경에 빠져든다.

돈가스와 비슷한 오스트리아의 슈니첼, 크로아티아의 송로버섯 요리, 폴란드식 만두 피에로기, 헝가리의 걸쭉한 스프 굴라시...

 

 

사이사이 동유럽의 건축물에 얽힌 역사가 소개되고 인물에 대한 일화가 나온다.

어느 한쪽을 펼쳐서 읽어도 여행정보가 쏙쏙 튀어나온다.

유럽을 쥐락펴락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금빛 황홀경을 창조해낸 클림트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우울한 부다페스트라는 각인을 확실히 시켰던 영화 <글루미 선데이>...

동유럽의 색다른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 나라만 보고 오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동유럽 여행.

넉넉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거기에 경비에 대한 걱정까지 안 해도 되는 때에

한 번 둘러보고 오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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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구는 어쩌다 수학을 좋아하게 되었나 - 이상하고 규칙적인 수학 마을로 가는 안내서 내 멋대로 읽고 십대 1
민성혜 지음, 배수경 감수 / 갈매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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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선생님이 들려주는 수학 이야기[구봉구는 어쩌다 수학을 좋아하게 되었나]

 

국어 선생님이 수학 이야기를 들려 준다고 해서 신기했다.

얼핏 보면 전혀 다른 영역에 속하는데 두 영역을 아우르는 것은 괜한 모험이 아닐까, 생각했던 것이다.

어린이용 수학 동화, 스토리텔링 수학 등도 따지고 보면 기본적으로 "작가"들이 쓰는 것이기 때문에 수학, 국어 영역을 나누어 봤자 별 차이 없을 것 같긴 했지만, 이 책은 영~ 어린 초등학생 대상은 아닌 것 같고 중고등학생 정도 아이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 아닌가.

청소년들이 수학에 흥미를 가질 만하려면 웬만한 스토리텔링으로는 안 될 텐데...하는 걱정이 앞섰다.

뫼비우스의 띠에서부터 시작해서 진법, 쾨니히스베르그의 다리, 페르마 소수까지 꽤 어려운 수학 용어들이 줄줄이 나오는데 이걸 어떻게 풀어 쓴단 말인가.

그냥 쉽게 접근해서 이해하기 편하도록 "서술"해주는 것이라면 머리를 비운 상태에서 채워나가는 셈 치고 따라갈 텐데.

하지만 첫 장을 읽기 시작하자 거짓말 같이 "규칙적으로 증가하는 토끼 씨"의 말에 빨려들어 가고 말았다.

앞으로 읽어도 구봉구, 뒤로 읽어도 구봉구.

희한한 주인공의 이름 때문에 절로 마음이 느슨해지고 말았던 걸까.

밑도 끝도 없이 한없이 수평으로 이어질 것 같은 축과 또 한없이 수직으로 이어질 것 같은 축이 만나서 이루어진 세상에 놓인 구봉구.

수학 시간에 처한 악몽과도 같은 순간을 "문과" 성향의 구봉구는 위와 같이 표현하고 있었다.

결국,

수학 선생님으로부터 수학과 관련된 책을 읽고 자신의 삶과 연관시킨 독후감을 써오라는 숙제를 받게 된 구봉구.

일반인 예정자이자 문학소년 지향자인 구봉구는 숙제를 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는데 거기서 피보나치 씨 농장에 돌아갈 타이밍을 엿보고 있던 "규칙적으로 증가하는 토끼 씨"를 만난다.

도서관 400번 서가와 800번 서가 사이의 뒤틀린 공간은 뫼비우스의 설계를 바탕으로 만든 공간 이동 띠를 통해 학교 도서관과 '이상하고 규칙적인 마을'을 오갈 수 있는 곳이다.

 

토끼 씨는 [이상 시집]에서 그야말로 이상하고 규칙적인 시 <환자의용태에관한문제>, <선에 관한 각서2> 같은 시들을 읽고 호기심을 보인다.

 "제가 수학마을에서 온 토끼인지라 이 숫자들, 기하학, 유클리드 뭐 이런 단어들을 보니 뭔가 마구마구 호기심이 생겨납니다. 우리 마을에 가서 찬찬히 연구 좀 하고 싶어지네요. 아, 규칙적으로 증가하기도 바쁘지만 말입니다. 물론 마을 병원에 보내면 답은 금방 나올지도 모르지만 이건 제가 알아내고 싶어요. 남이 찾아 주는 답과 내가 찾아내는 답은 정말이지 무게감이 다르니까요. 뿌듯함 같은 게 있잖아요, 왜."-31

 

토끼 씨의 말이 명언 중의 명언이다.

스스로 알아내고서 느끼는 희열,..뿌듯함.

수많은 문제들과 답지 사이를 오가면서 수없이 좌절하고 바닥을 탕탕 쳤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혼자 문제를 풀어냈을 때가 분명 있었다.

그 순간의 기억이 너무나 짧아서 기억 저편에서 소환하기가 어려웠을 뿐.

 

구봉구는 아마도 토끼 씨를 따라 수학마을을 둘러보는 동안 수학의 역사와 비밀과 신기한 순간을 맛보면서 수학을 좋아하게 되었을 것이다.

nowhere. 아무 곳에도 없는 수학 마을이지만 달리 읽으면

now-here.지금-여기 가 된다는 희한한 말장난.

수학을 출구 없는 답답한 것으로만 여겼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 책과 함께하는 동안

즐겁고 아름다운 수학의 세계를 맛볼 수 있었다.

구봉구와 함께 수학마을을 다니며 수학적 삶의 지침을 얻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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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여행자를 위한 슈퍼 스도쿠 1코스 Travel 스도쿠 시리즈
퍼즐러 미디어 리미티드 지음 / 보누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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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용도 높은 손바닥 크기의 스도쿠[지적 여행자를 위한 슈퍼 스도쿠 1코스]

 

 

 

표지 이미지에 홀릭~

겹겹이 쌓인 가방을 보면 어딘가로 떠나는 여행자 이미지가 물씬 풍긴다.

여행을 떠나는 건 좋지만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경우, 다시 말해서

이동 수단 안에서 몇 시간을 흘려보내야 할 때가 있다.

그 때 보통 사람들은 책을 읽거나(으응?^^) 스마트폰을 꺼내 곧장 폰 속 세상으로 빠져 들어간다.

하지만 만약 기차 여행 중이라면 쉭쉭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놓치기가 아깝지 않은가?

너무 아무 생각 없이 풍경 속에 동화되어 가는 게 싫다면, 스도쿠 하나를 펼쳐 가끔씩 칸을 채워넣어 보는 건 어떨까?

 

로직이나 스도쿠는 "수학"의 영역이다~

나는 싫다~

했던 나지만,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나와 같은 수학 거부증, 울렁증을 물려주기 싫어서

억지로라도 수학 관련 책을 구매하는 편이다.

로직은 이미 몇 권씩 쌓아두었는데, 스도쿠는 고백하건대, 이번이 처음이다.

부담스런 책이면 어쩌나 했는데

으흠..

너무 귀여운 손바닥만한 책이다.

 

내용도 깔끔하게

한 바닥에 9*9 크기의 스도쿠 하나씩 배치되어 있다.

 

스도쿠를 어떻게 만드는지, 누가 만드는지 궁금하지는 않지만

책의 앞부분에 소개된 바로는,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유럽 최고의 스도쿠 연구팀인 '퍼즐러 미디어 리미티드'가 만들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스도쿠 전문가들이 컴퓨터프로그래믈 이용해 숫자를 조합하여 퍼즐을 만드는 데 비해, 이 팀은 각각의 문제를 일일이 짜내어 직접 만든다고 한다.

 

물론, 문제를 푸는 것보다 만드는 게 더 어렵겠지...

 

하지만, 나는

아직 문제를 푸는 것이 어렵다고...

징징거리면 무시당할까?

이렇게 쉬운 문제를? 하면서 비웃지 마시길...

 

크기를 보면 노트북 화면 앞에 세워 두었을 때 이정도~

정말 손바닥 하나 정도의 크기이다.

 

 

가운데 빈 칸의 적을수록 쉬울 것이고, 빈 칸이 많을수록 어려울 것이다.

[지적 여행자를 위한 슈퍼 스도쿠] 1코스에는

1,2, 3 단계의 문제가 고루 들어 있다.

모두 100문제 중에 1단계는 1부터 52까지

2단계는 53부터 89까지

3단계는 90부터 100까지이니 참고하시길.

 

앞의 1,2,3을 연달아 풀었던 머리가 어질~ 한다.

간만에 너무 집중 모드로 달렸다.

 

가볍고 휴대하기 쉬운 책이라 여행자의 짐 속에 꾹~ 넣어 두면 활용도 만점일 것 같다.

평소 아이들과 쉬는 시간 한 판 대결도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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