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구는 어쩌다 수학을 좋아하게 되었나 - 이상하고 규칙적인 수학 마을로 가는 안내서 내 멋대로 읽고 십대 1
민성혜 지음, 배수경 감수 / 갈매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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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선생님이 들려주는 수학 이야기[구봉구는 어쩌다 수학을 좋아하게 되었나]

 

국어 선생님이 수학 이야기를 들려 준다고 해서 신기했다.

얼핏 보면 전혀 다른 영역에 속하는데 두 영역을 아우르는 것은 괜한 모험이 아닐까, 생각했던 것이다.

어린이용 수학 동화, 스토리텔링 수학 등도 따지고 보면 기본적으로 "작가"들이 쓰는 것이기 때문에 수학, 국어 영역을 나누어 봤자 별 차이 없을 것 같긴 했지만, 이 책은 영~ 어린 초등학생 대상은 아닌 것 같고 중고등학생 정도 아이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 아닌가.

청소년들이 수학에 흥미를 가질 만하려면 웬만한 스토리텔링으로는 안 될 텐데...하는 걱정이 앞섰다.

뫼비우스의 띠에서부터 시작해서 진법, 쾨니히스베르그의 다리, 페르마 소수까지 꽤 어려운 수학 용어들이 줄줄이 나오는데 이걸 어떻게 풀어 쓴단 말인가.

그냥 쉽게 접근해서 이해하기 편하도록 "서술"해주는 것이라면 머리를 비운 상태에서 채워나가는 셈 치고 따라갈 텐데.

하지만 첫 장을 읽기 시작하자 거짓말 같이 "규칙적으로 증가하는 토끼 씨"의 말에 빨려들어 가고 말았다.

앞으로 읽어도 구봉구, 뒤로 읽어도 구봉구.

희한한 주인공의 이름 때문에 절로 마음이 느슨해지고 말았던 걸까.

밑도 끝도 없이 한없이 수평으로 이어질 것 같은 축과 또 한없이 수직으로 이어질 것 같은 축이 만나서 이루어진 세상에 놓인 구봉구.

수학 시간에 처한 악몽과도 같은 순간을 "문과" 성향의 구봉구는 위와 같이 표현하고 있었다.

결국,

수학 선생님으로부터 수학과 관련된 책을 읽고 자신의 삶과 연관시킨 독후감을 써오라는 숙제를 받게 된 구봉구.

일반인 예정자이자 문학소년 지향자인 구봉구는 숙제를 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는데 거기서 피보나치 씨 농장에 돌아갈 타이밍을 엿보고 있던 "규칙적으로 증가하는 토끼 씨"를 만난다.

도서관 400번 서가와 800번 서가 사이의 뒤틀린 공간은 뫼비우스의 설계를 바탕으로 만든 공간 이동 띠를 통해 학교 도서관과 '이상하고 규칙적인 마을'을 오갈 수 있는 곳이다.

 

토끼 씨는 [이상 시집]에서 그야말로 이상하고 규칙적인 시 <환자의용태에관한문제>, <선에 관한 각서2> 같은 시들을 읽고 호기심을 보인다.

 "제가 수학마을에서 온 토끼인지라 이 숫자들, 기하학, 유클리드 뭐 이런 단어들을 보니 뭔가 마구마구 호기심이 생겨납니다. 우리 마을에 가서 찬찬히 연구 좀 하고 싶어지네요. 아, 규칙적으로 증가하기도 바쁘지만 말입니다. 물론 마을 병원에 보내면 답은 금방 나올지도 모르지만 이건 제가 알아내고 싶어요. 남이 찾아 주는 답과 내가 찾아내는 답은 정말이지 무게감이 다르니까요. 뿌듯함 같은 게 있잖아요, 왜."-31

 

토끼 씨의 말이 명언 중의 명언이다.

스스로 알아내고서 느끼는 희열,..뿌듯함.

수많은 문제들과 답지 사이를 오가면서 수없이 좌절하고 바닥을 탕탕 쳤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혼자 문제를 풀어냈을 때가 분명 있었다.

그 순간의 기억이 너무나 짧아서 기억 저편에서 소환하기가 어려웠을 뿐.

 

구봉구는 아마도 토끼 씨를 따라 수학마을을 둘러보는 동안 수학의 역사와 비밀과 신기한 순간을 맛보면서 수학을 좋아하게 되었을 것이다.

nowhere. 아무 곳에도 없는 수학 마을이지만 달리 읽으면

now-here.지금-여기 가 된다는 희한한 말장난.

수학을 출구 없는 답답한 것으로만 여겼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 책과 함께하는 동안

즐겁고 아름다운 수학의 세계를 맛볼 수 있었다.

구봉구와 함께 수학마을을 다니며 수학적 삶의 지침을 얻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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