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커피가 떠올라...[셀프트래블 동유럽]

브랜드 공모전을 통해 새로운 타이틀을 입게 된 서울.
I .SEOUL.YOU 라나.
50% 이상의 서울 시민이 반대를 했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서울'을 동사형태로 활용하여 '서울하다'라는 뜻으로 끼워넣긴 했지만
실상 '서울하다'라는 말에 걸맞는, 다시 말해 한번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고...
우리나라의 오래된 옛 도읍지인 서울이 변화하는 도시로서의 이미지만 강할 뿐,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매력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것만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 뒤로 씁쓸한 패러디물이 쏟아져 나온다지...
아임 코엑스드-나 또 길을 잃었어
아이 서울 유-나는 너의 월세를 올리겠어.
아이 서울 유-나는 너를 교통체증 나게 할 거야.
아이 서울 유-나는 공공자판기에서 탄산음료를 빼버릴 거야.
오랜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도시로서의 매력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면 관광산업에서조차 외면받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
동유럽의 고즈넉한 역사가 살아숨쉬는 도시들은 이다지도 강렬하게 인식되는데 말이다.
한 잔의 맥주와 낭만-프라하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예술의 도시 - 빈
모차르트의 도시 -잘츠부르크
다뉴브 강가의 낭만 도시 -부다페스트
용을 무찌른 이아손의 도시 -류블랴나
폐허 속에서 다시 일어선 도시-바르샤바
발트 해의 보석 -그단스크
우리나라의 도시들도 이렇게 강렬한 이미지로 외국인에게 인식되었으면 좋겠다.
비엔나 하면 비엔나 소시지와 비엔나 커피를 떠올리게 말이다.
사실, 비엔나에는 비엔나 커피가 없다고 한다.
비엔나의 원래 이름은 오스트리아의 빈. 비엔나는 영어 이름이다.
비엔나 커피라는 이름의 커피는 없지만 비엔나 커피 맛에 부합하는 커피가 있다.
에스프레소에 물과 설탕을 넣은 후 생크림을 얹은 커피인 아인슈페너가 그것인데, 비엔나 커피와 가장 흡사하다. '한 마리 말이 끄는
마차'라는 뜻으로 마부가 주인을 기다리는 동안 설탕을 젓지 않고 마실 수 있게 고안된 커피라는 설이 있다고.

[셀프트래블 동유럽] 편의 목차다.
일단, 추천 루트와 자연, 명물, 뷰포인트, 음식, 그 중에서도 빵, 디저트, 술에 대해 집중 조명해 두었다.
동유럽의 쇼핑도 빼놓을 수 없다.
요 부분만 훑어보아도 눈이 즐겁고 배부른 느낌이 든다.

9박 10일에서부터 14박 15일 , 최대 34박 35일짜리 루트까지 좍~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서유럽의 가톨릭 성당에서 정교회와 이슬람 사원으로 바뀌는 과정이, 또 사람들의 변해가는 머리 색깔과 얼굴이 마치 일곱 색깔 스펙트럼을 보는
것처럼 신비롭게 다가왔다.
나라와 나라를 이동할 때 두 나라간의 교집합이 나열되고 또 나열되면서 서로 이웃 간에는 비슷한데 몇 나라를 건너뛰면 전혀 다른 색을 내는
그런 모습이 내게는 얼마나 흥미로웠는지 모른다. - 프롤로그 중
동유럽의 8개 나라, 이름도 위치도 뚜렷하진 않지만 유럽의 동쪽 어딘가에 있다는 느낌적 느낌만 얼핏 잡을 수 있을 뿐인 그 나라들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나는 이 나라들이 자랑하는 음식만 보고도 황홀경에 빠져든다.
돈가스와 비슷한 오스트리아의 슈니첼, 크로아티아의 송로버섯 요리, 폴란드식 만두 피에로기, 헝가리의 걸쭉한 스프 굴라시...
사이사이 동유럽의 건축물에 얽힌 역사가 소개되고 인물에 대한 일화가 나온다.
어느 한쪽을 펼쳐서 읽어도 여행정보가 쏙쏙 튀어나온다.
유럽을 쥐락펴락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금빛 황홀경을 창조해낸 클림트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우울한 부다페스트라는
각인을 확실히 시켰던 영화 <글루미 선데이>...
동유럽의 색다른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 나라만 보고 오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동유럽 여행.
넉넉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거기에 경비에 대한 걱정까지 안 해도 되는 때에
한 번 둘러보고 오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