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인 1
최지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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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하이랜더[고지인 1]

 

고지인이라는 낯설기 그지없는 말, 이것은 도대체 무엇인고?

예수가 골고다 언덕의 십자가 위에 못 박혔을 때, 예수의 옆구리를 창으로 찔렀던 한 병사는 예수의 몸에서 쏟아져 내린 선혈을 온몸에 뒤집어쓴 채 여호와의 저주를 받고 말았다고 한다.

끊임없이 인간의 피를 갈구해야 하는 '갈증'에 시달리지만 영원불사, 불사불사의 운명 또한 갖게 되었다. 병사가 피를 빤 사람들은 또다시 흡혈인이 되어 무리를 이루었다. 흡혈인들은 로마의 추적을 따돌리고 하일랜드에 정착, 영원히 죽지 않는 열혈 전사 '하일랜더', 이른바 '고지인'으로 불리게 되었다.

 

닥터 이방인이라는 드라마의 원작소설 <북의>를 쓴 작가 최지영의 독특한 소설이다.

스토리텔링에 있어 탁월한 재능을 뽐내는 작가이니만큼 이야기의 전개가 속도감 있고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도록 끌고 간다.

드물지 않게 쓰여져 온 '흡혈귀'라는 소재를 쓰고 있지만

조선 효종 대의 북벌이라는 시대적 흐름 앞에 정치적으로 움직이는 여러 인물군 중

복수를 꿈꾸는 자, 고지인의 저주를 벗으려는 자의 대치가 두드러져 남성적 매력을 물씬 풍긴다.

간간이 로맨스라 불리는 것이 싹트기도 해 적절히 균형을 이루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제주도 산방산 앞, 용머리해안을 찾아가면 입구에 커다란 배 모형이 하나 전시되어 있다.

하멜 상선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지리, 풍속, 정치, 군사, 교육 등을 유럽에 소개한 최초의 문헌인 [하멜표류기]라는 기행문을 발표했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선원 하멜.

그가 소설 [고지인]의 첫머리를 장식한다.

하멜이 몸을 실은 상선 스페르웨르 호는 순항 중이었지만 선원들의 의문사로 결국에는 배를 버리고 육지에 다다른다.

타이완 해상에서 조난당한 러시아 늙은이 한 명을 구조한 뒤로 목에 짐승에게 물린 자국이 있고, 핏기가 사라진 시신이 하나 둘 늘어가는 것이 이상하다 했다.

하멜 무리가 제주에 표착한 뒤 일련의 의문사 사건이 벌어지자 한양에서는 염일규라는 이를 종사관으로 파견했다. 염일규는 하나같이 목을 물려 죽은 이들의 시신을 살피다 이고르의 존재를 탐문하기에 이르는데, 이고르와 맞닥뜨린 순간, 하릴없이 날카롭고 긴 송곳니에 목덜미를 물리고 만다. 스스로를 미끼 삼아 이고르를 대면하여 처치하리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왜인 사무라이 출신의 사나다가 나타나 이고르를 처치한다.

 

왜인이 놈의 몸뚱이를 밟아 누른 뒤 자신의 일본도를 찔러 심장을 관통시켰다. 순간 몸통에 난 구멍을 통해 오색찬란한 영기가 회오리처럼 솟구쳐 올랐다. 그러자 왜인은 놈의 영기를 심호흡하듯 빨아들였다. -106

 

사나다로부터 '고지인'의 내력을 전해 듣고, 자신도 이제는 고지인이 되었음을 깨닫게 된 염일규는 자신의 아이를 잉태한 관노 아리와 함께 도망쳐 사는 삶을 택한다.

하지만 사나다와 염일규의 영기를 노리고 쫓아오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강무웅.

소현세자의 빈인 강빈과 배다른 남매간이었던 그는 멸문지화의 화에서 겨우 빠져나와 목숨만을 겨우 건졌다. 이후 '흑도'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그는 봉림세자, 즉 효종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강해지기 위해 이고르를 찾아가 스스로 '고지인'이 되었다.

흑도는 아리를 납치하여 일규가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일규의 아이를 임신한 채 흑도에게 끌려온 아리. 아리는 따지자면 소현세자의 죽음에 관여한 어의의 딸이므로 자신의 원수가 되지만 지금은 한낱 관노로 전락한 모습을 보며 마음이 흔들린다.

 

한편 흑도와 대적하기 위해서 사나다는 자신의 영기를 일규에게 내어주고 일규는 잠시 혼절한 틈에 관군에게 끌려가 참형을 당할 뻔 했으나 효종의 사면으로 목숨을 구한다.

 

북벌을 주장하는 임금 효종, 임금을 마땅찮아 하는 서인 무리, 자중지란으로 걸어들어가는 조선을 반가워하며 두고 보는 청의 도르곤.

나라가 들썩들썩 움직이는 사이 '아리'를 사이에 둔 일규와 흑도의 싸움 또한 기대되는 바이다.

다급하게 흘러가는 정치세력들의 큰 물살 앞에 한 남자는 고지인의 저주를 벗으려 싸우고

또 한 남자는 원수를 갚기 위해 고지인이 되기를 자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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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온 스노우 Oslo 1970 Series 1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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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과 붉은 피와...시 [블러드 온 스노우]

 

온갖 들끓는 감정을 죽이고, 36.5도의 은근한 온기를 유지하기 위해 몸 구석구석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피를 최대한 싸늘하게 식힌 채 남에게 총구를 겨누는 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마지막 내쉬는 숨 한 끝을 애써 말아넣은 다음에야 방아쇠를 당기면 그의 일을 끝난다.

살인청부업자.

그저 버티고 있을 뿐인 쓸쓸한 한 남자의 삶에는 일말의 동정도 던지고 싶지 않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삶을 그저 살아낼 뿐인 남자에게 무슨, 일렁이는 감정 따위 실려 있을라고.

 

올라브라는 살인청부업자.

그는 자기 할 일을 꽤 냉철하게 잘 해내는 모양이었다.

4년을 섬겨 온 호프만이라는 보스가 자기 아내를 죽여달라는 명령을 내리는 걸 보면.

꽤 골치아픈 일에 휘말리게 되었다.

올라브는 보스의 입에서 그 명령이 떨어진 순간부터

생사의 갈림길을 휘젓고 다니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아챘으리라.

할 일을 하되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기. 라는 자신만의 원칙이 깨질 때가 왔다는 것도.

 

올라브는 오슬로의 거물 마약상 호프만의 아내 코리나를 처리해야 했지만 대신, 호프만의 아내를 찾아와 괴롭히는 젊은 남자를 쏘아 죽였다.

젊은 남자는 호프만의 첫번째 부인의 아들이었다. 즉, 호프만의 아들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이제 올라브는 호프만의 아내와 숨어 지내며 호프만을 먼저 죽여야만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처지에 몰렸다. 자신의 손에 죽어간 아버지를 바라보며 죽음을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는,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남자 올라브는 사실 쉽게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었다.

코리나와 사랑을 나누고

'장발장'의 코제트와 마르코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녀에게 자신의 어리석을만큼 순수한 영혼을 살짝 엿보게 해주었다.

하지만...

 

호프만과 경쟁 관계에 있는 뱃사람과 거래하여 호프만을 제거하는 과정은 영화로 만들면 정말 굉장한 액션 장면이 될 거라 장담한다.

교회 지하실에 보관된 호프만 아들의 시신.

올라브는 호프만을 불러들일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관 속에 매복하여 완벽한 기습 작전을 감행한다.

소리를 지르며 관뚜껑을 밀치고 뛰쳐나온 올라브는 놀란 사람들이 방심한 틈을 타 대담한 액션 장면을 연출한다. 산탄총 소리가 울리고 피와 뼈와 살이 튀는 전형적인 액션 씬! 호프만과 가족이 모두 와 있던 그 자리에 노인과 아이도 있었는데... <태양의 후예>에서 송중기의 투철한 군인정신이 베어 있던 그 한 마디, "여자와 아이와 노인은 보호한다."는 그 말이 올라브에게서 실현된 순간! 올라브가 송중기와 겹쳐 보였다!!

올라브는 나쁘기만 한 놈이 아니었어~~

 

이제 겨우 올라브의 나쁜 껍질을 한 꺼풀 벗겨내고 그 여리고 착한 속살을 보나 싶었는데, 배신 더하기 배신, 배신 곱하기 배신이 연거푸 올라브를 후려친다.

심장을 비껴간 총탄 덕에 겨우 목숨을 부지한 올라브는 자신의 진정한 사랑이 누구인지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것일까.

고이 숨겨두었고, 끝내 코리나에게 들키지 않고 싶어했던, 진심을 담은 편지를 전해주러 "그녀"에게 간다.

농아에 절름발이. 멍청한 약쟁이 남자친구의 빚을 대신 갚으려고 몸을 팔려고 온 "마리아"가 올라브는 안쓰러웠다.

아버지를 죽였다는 죄책감, 아버지의 나쁜 피가 자신에게도 스며들었다는 불안감.

이런 것들이 난독증을 짊어진 올라브를 한없이 위축되게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제대로 씌어졌고 수신자에게 제대로 전해진  짤막한 편지 한 장이 나를 울린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고요 속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얼음 기둥.

아니, 자세히 보면 혈관이 들여다 보이는 눈사람인가?

 

그가 사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랑하고 싶지 않은 여자, 왜냐하면 그는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처럼 불완전하고, 결함과 하자가 있고, 늘 스스로를 희생하고, 사랑의 한심한 노예가 되고, 그저 다른 사람의 입술을 얌전히 읽을 뿐 결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모르고, 스스로를 누군가에게 굴복시키고 거기서 보상을 얻는 여자. -191

 

크리스마스를 앞둔 오슬로는 눈으로 덮여 있었다. 희디흰 눈에 붉디붉은 피. 망토처럼 펼쳐진 피.

그리고

시와도 같이 단번에 이해되지 않는 시리도록 투명한 아름다운 사랑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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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털갈이엔 브레이크가 없지 - 본격 애묘 개그 만화
강아 글.그림 / 북폴리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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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가 개그 중인지, 고양이가 개그 중인지.[고양이 털갈이엔 브레이크가 없지]

 

 

 

고양이 집사가 개그 중인지, 고양이가 개그 중인지

정말 헷갈리는

본격 애묘 개그 만화~~

 

 

너바나의 <네버마인드> CD자켓을 패러디한 이 만화를 보는 순간,

빵 터지고 말았음~~

 

어떤 분위기의 만화인지

살짝 아리송했지만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웃음 시동 걸 준비를 하고 있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슬슬 입질이 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빵 터지게 된다.

그리고 쉴 새 없이 쿡쿡거리게 된다.

고양이가 주인에게 시도 때도 없이 다가와 슬슬, 꾹꾹이를 하듯이

웃음은 예고 없이  다가와  뒤통수를 때리고 간다. 꾹, 꾸욱~~

 

 

작가에 따르면 등장하는 "생물"은

집사 1호기 -저소득 그림쟁이. 브로콜리가 업어온 고양이 초승달의 식사, 화장실 업무 등 잔심부름을 하고 있다.

집사 2호기 (브로콜리)-프로 회사원이자 초승달을 업어온 장본인. 사냥터인 회사에서 초승달의 사룟값을 벌어오는 일을 하고 있다.

초승달-노량진 출신의 코리안 숏헤어 치즈태비 고양이. 6년 전 브로콜리에게 냥줍을 당해 그녀의 집으로 서식지를 옮겨 생활하고 있다.

별명은 초부장. 나이를 먹으면서 아저씨화와 인간화가 동시에 진행 중.

 

초승달이라는 이름과 초부장이라는 별명 사이의 간극이 엄청나지만

몇 장만 슥슥 넘기고

그림 몇 컷만 눈으로 보고 나면

금세 이해되는 신기한 미스터리를 경험할 수 있다!

 

회사 옆 폐가에 가족과 함께 살다가

폐가가 사라진 뒤 혼자 남아 있던 고양이.

데리러 올 때까지 얌전히 있던 이 아이는

브로콜리가 데려오자 먹이를 양껏 먹고 초승달처럼 몸을 웅크리고 자는 바람에

"초승달"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귀여운 모습은 이 때가 마지막.

 

 

 

곧바로 이렇게 성장하여

인간을 마음껏 부리는 "초부장"이 된다!

 

인간과 동화된 고양이.

고양이에 동화된 인간.

 

누가 누구의 집사인지 알 길 없게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잘 알게 되어버린 이 기묘한 상황이

저 한 컷의 그림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저주받은 작가의 상상력 덕에

이제 6살이 된 초승달은 인간 나이로 대략 40대.

현실적인 아저씨의 모습으로 현신하여 큭큭..

볼 일을 보는 상황을 상상하게 되니...이 일을 어찌할꼬.

 

 

어디 하나 예쁘고 귀여운 구석은 없지만

나름의 유유자적, 능글능글한 매력으로

애묘가들의 마음을 희한하게도 저격하는

우리의 초부장.

 

좋아하는 옷과 싫어하는 옷에 대한 선호도가 확실하여

초부장의 선택을 받지 못한 옷은

의문의 1패에 왜!

라고 울부짖는 상황이 벌어진다. ^^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고양이 털갈이.

 

제목에서부터 격한 공감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고양이 털갈이엔 브레이크가 없지]

 

고양이 털이 날리는 집안에서 살아남기가 처절하다.

원치 않는 고양이 털 덮밥을 먹어야 하고..

세수를 하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면  고양이 털이 얼굴에 묻고

옷에 붙은 털이 안 떨어져서

털을 떼려고 의도치 않게 봉산털춤을 추게 되고...

헐 헐...커헐...(웃다 사레걸림 ..^^)

 

심은 적도 없는 고양이 털이 어째서 내 피부에 박혀있는 것인가.

털이 그렇게 빠지는데 왜 고양이의 부피는 줄어들지 않는가...

온 몸을 고양이 털로 떡칠을 했는데 나는 왜 여전히 추운 것인가. -88

 

매력만점의 고양이 초부장과 한나절 함께 했더니

뱃살이 땡긴다. 너무 웃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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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의 과학 - 물건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일상 탐험 사소한 이야기
마크 미오도닉 지음, 윤신영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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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집착이라면 얼마든지 환영~ [사소한 것들의 과학]

 

 

 

MID 의 [사소한 것들의 과학]

이 책의 표지를 멀리서 보면 알록달록한 것들이 이뻐 보일지 모르겠다.

좀 더 가까이 다가와서 보면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무수히 많은 작은 물건들이 모여 색깔의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보고 "아~" 하고 감탄사를 내뱉게 될 것이다.

사실, 이 책의 표지를 만드는 작업을 동영상으로 보았기에 이 표지 한 장에 담긴 노고를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물건들을 분류하고 촘촘히 늘어놓는 과정은 그 자체로 대단한 볼거리가 되었었다.

이 많은 물건들을 왜 늘어놓았는지는 책을 읽어보면 안다.

"물건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일상 탐험" 이란 부제에 딱 들어맞는 표지라는 것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저자의 집 옥상에서 찍은 사진이다.

다리를 꼬고 앉아 한가하게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한 남자가 보이는가?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사진 속 물건들이 허투루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 남자를 둘러싼 작은 사소한 재료들에 대한 이야기를 책 한 권 분량에 가득 담아 놓았으니 말이다.

 

 

짠!

 

평범해 보이는 민머리 아저씨는 사실 지독히도 물건에 집착하는 남자이지만 왜 물건에 집착하게 되었는지만 풀어내면 "그래핀"을 발견해낸 노벨상 수상자와도 대화를 술술 풀어나가는 멋진 남자라는 사실이 이상하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어쩜 나는 이런 과학 에세이를 기다려 왔는지도 모르겠다. 주변의 사소한 물건들로부터 과학적 호기심을 느낀 사람이 과학을 역사적인 관점, 과학적인 관점, 문화적 측면 등을 총동원하여 최대한 쉽게 풀어 써 주는 에세이.

저자 마크 미오도닉은 우리 주위에 널려 있는 재료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지 않는다. 그저 만물을 이루는 물질을 주제로 어디에서든 설명을 시작할 수 있을 뿐이다.

자신의 집 지붕 위에서 찍은 자신의 사진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책을 구성했다.

사진 속에는 이 책 속에서 풀어낸 열 가지 재료가 다 들어 있다.

과학은 크게, 멀리 보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물질, 재료로부터 시작할 수도 있는 것임을 깨닫게 해 준다.

 

그때 나는 열차에 서 있었다. 13cm짜리 자상으로 분류될 상처를 입고 피를 뚝뚝 흘리며,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버티고 있었다. -11

 

소설의 첫장면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놀라운 자기 고백이 뜬금없이 등장한다. 이거 과학책 맞아?

저자는 이런 식으로 각각의 재료에 관해 말꼬를 틀 때 자신의 경험을 꺼내든다.

지하철에서 낯선 이에게 면도날로 공격을 당한 어린 소년은 그 때부터 그 강력한 "무기"에 매료되었다고 고백한다.

다섯 겹의 옷과 피부의 상피와 진피를 찢어낼 만큼 강력한 면도날, 정확하고 깔끔하게 종이를 뚫고 있는 스테이플러 철심, 겨우 엽서 정도의 두께로 차 외곽을 덮고 있는 철...

저자는 면도날 사건 이후 재료에 대한 강박증이 태어났다고 말한다. 사실, 나는 이런 종류의 괴짜스러운 고백을 좋아한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자기 고백에는 독특하고도 감히 따라잡을 수 없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봉투 뒷변에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재기는 수많은 과학자들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직접 봉투 뒷면에 "지구에 있는 원자의 갯수를 어림하시오" 라는 문제를 푼 저자는 역시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

이후로 재교과학을 공부한 저자는 지구에서 가장 놀라운 물질들을 보관하고 있는 재료 라이브러리인 UCL 공작연구소의 소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수백만 종의 재료가 있는 가장 큰 라이브러리이며 기하급수적으로 더 커지고 있는 것은 바로 인류가 만든 세상 그 자체라며 세상에 대한 우리의 호기심을 일깨운다.

 

강철, 종이, 콘크리트, 초콜릿, 거품, 플라스틱, 유리, 흑연, 자기, 생체재료....

스치듯 지나치는 재료들에 특별한 관심을 품은 저자의 집착!

이런 집착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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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아이 운동의 힘 - 행복한 영재를 만드는 똑똑한 운동 습관
정주호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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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도 규칙적인 운동을 [하루 10분 아이 운동의 힘]

 

 

 

요즘 아이들은 나가 놀 일이 별로 없다.

우리 아이들만 해도 학교에서 마치면 친구들이 우르르 학원 차에 나눠 타고 뿔뿔이 흩어지기 때문에

운동장에 남아 놀고 싶어도

혼자 쓸쓸히 모래놀이를 하거나

텅 빈 구름다리에 매달려 대롱대롱 왔다갔다 하다가

금세 재미 없다며 집에 가자고 한다.

방과후 수업으로 음악줄넘기를 하고 있으니 키 성장이나 근력 등 기초 체력을 기르는 덴

부족함이 없다 생각하지만

그래도 함께 어울려 노는 재미가 없는 놀이는 쓸쓸하기 그지없다.

놀이가 운동이 되어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땀 뻘뻘 흘려가며 노는 아이들을 보는 일은 정말 드물다.

 

그러니...

어째.

알아서 뛰어 놀고 운동하고 바른 자세를 키우고 올바른 식습관으로 제 한 몸 건사하는 수밖에.

 

'스타트레인'의 대표이며 국내 최초로 5개국 에서 트레이너 자격증을 취득한 20년 경력의 트레이넌 정주호.

이름 있는 스타들의 트레이너로 유명한 그가 정작 자신의 아들을 위한 운동법 책을 사려고 서점에 들렀다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어떤 곳에서도 어린이 운동에 관한 책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는 자라나는 성장기의 아이들이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체계적인 운동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를 느꼈다고.

아빠의 마음으로 아이에게 꼭 필요한 운동을 만들어주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이 책에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운동법이 소개되어 있다.

10센티미터 더 크고 5킬로그램 날씬해지는 하루 10분 운동.

준비운동, 키 성장 운동, 체중 조절 운동, 마무리 운동 등을 소개하고 있으며

운동 외에도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를 만드는 식사 습관에 관한 내용도 들어 있다.

 

 

키에 비해 표준 체중 미달인 우리 아이들.

방과후 음악 줄넘기 수업으로 꾸준히  운동하고 있지만 엄마와 달리 마른 편이라 체중 조절 운동 보다는 키 성장 운동과 식사 습관에 집중해서 보게 된다.

 

 

 

특히나 큰 아이 같은 경우는 앉아 있는 자세가 좋지 않아 점점 구부정해지고 있는데

올바른 앉기와 서기 자세를 보여 주면서 고치도록 해야겠다.

 

 

 

 

어린이 모델이 나와서 동작을 시연한 사진이 들어 있어 따라 하기 좋다.

먼저 준비 운동

 

제자리 걷기, 개구리 뒷달 스트레칭하기, 좌우 기지개 펴기 등 제목만 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동작들이다. 쉽고 재미있다며 속도를 빨리 하려는 아이들에게는 특히 고개 돌리기, 어깨 돌리기의 경우 빠르게 하면 부상당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본격적인 키 성장 운동에 들어간다. 유전보다 후천적인 환경이 아이의 키를 더 자라게 한다는 사실이 희망적이다. 하루 10분, 4주차의 계획에 맞추어 따라하다 보면 훌쩍 자라 있을 아이가 보이는 것 같다.

준비 운동, 기본 운동, 오늘의 운동, 마무리 운동 순으로 시행한다.

 

 

이거, 따라 하다 보면 은근 허리, 옆구리, 다리 땡기는 고난도의 동작이다.

싸이의 말춤을 연상케 하는 제자리에서 말 타기 동작.

절로 신이 난다.

 

 

 

다음은 체중 조절 운동이다.

굶는 다이어트 대신 꾸준히, 계획적으로, 효율적으로 하는 운동이 중요하다.

체력을 키우는 1주차 운동, 체지방을 연소시키는 2주차 운동,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3주차 운동, 군살을 확실하게 다듬는 4주차 운동.

각 운동은 1주일씩 매일 두 가지 기본 운동 자세를 제공한다.

 

 

 체중 조절이 필요한 어른들에게도 유용한 운동이 될 것 같다.

내가 요가 다니며 배우는 기본 동작들과도 비슷한 것이 많다.

은근 땀 삐질삐질 흘리며 따라하게 된다.

런지 자세, 상체 비틀기 자세 등...살들이 물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마무리 운동은 피로를 풀어주는 동작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다음날 근육통, 피로감을 느끼지 않으려면 마무리 운동을 꼭 해 주어야 한다.

 

 

상체와 옆구리 스트레칭하기,깍지 껴 등 스트레칭하기

가슴과 어깨 스트레칭하기, 크게 숨쉬기

서로 마주 잡고 상체 돌리기, 손발 털기, 누워서 무릎 당기기

등의 동작을 소개한다.

 

 

하루 10분 운동하고 올바른 식사 습관을 잡아 간다면 튼튼한 우리 아이의 환한 미소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얘들아...

엄마는 살을 빼야만 하는데

너희는 살을 찌워야만 하는구나.

한 집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이런 비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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